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05)
7월부터 8월 초까지,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한국 쪽에 스케줄이 있던 몇몇 멤버들과는 달리 꽤 오랜만에 귀국했을 때, 원디어를 둘러싼 상황에는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나 있었다.
먼저 첫 번째.
“축하합니다. 넥스트원!”
“와아아아!!”
“축하해, 얘들아!!”
이른바 직속 후배가 생긴 것.
귀국과 거의 동시에 [디자인 유어 아이돌> 시즌 3의 본방송이 이루어지는 에이넷의 스튜디오로 향한 우리들은 곧 새롭게 데뷔하는 프로젝트 그룹과 마주할 수 있었다.
‘시즌 1에서의 원디어, 시즌 2에서의 제뉴아. 그 뒤를 이어 넥스트원인가.’
‘다음 세대를 책임질 단 한 팀’이라는 의미로 지어진 넥스트원이라는 그룹명과 함께, 시즌 3의 우승자 일곱 명은 5년의 계약 기간을 두고 9월 말 데뷔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화려하게 뿌려지는 컨페티, 객석을 가득 메운 아이돌메이커들의 환호성 아래 나는 본무대와 약간 떨어진 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연습생들을 바라보았다.
“…아쉽네, 그때 열심히 했었는데. 저 두 연습생분들.”
“…그렇네요.”
정확히는, TOP 20까지는 살아남았으나 끝내 데뷔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이희민과 하오란을 말이다.
강현진 또한 데뷔에 성공하지 못한 연습생들 쪽이 조금 더 신경이 쓰이는 듯, 그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남아 있는 연습생들을 훑었다.
‘김민기는 역시 올라오지 못했군.’
순위 하락을 막지 못한 김민기는 3차 순위 발표식까지 버티지 못하고 조용히 탈락했다. 어떻게든 버티려 들었지만, PD가 작정하고 만들어 낸 악편에 팬덤을 유지하지 못한 거다.
그런 김민기와는 달리 이희민과 하오란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팀을 말아먹으려는 김민기에 맞서 새로운 안무를 짜낸 열정 있는 연습생들의 이미지로 초반부에 붙었던 팬덤이 TOP 20까지 이어진 것이다.
‘아쉽게도 데뷔에는 실패했지만…….’
이희민과 하오란은 붉어진 눈시울을 훔치며 탈락한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무대 위에 조용히 서 있었다. 데뷔하지 못한 것에 대한 슬픔과 울분을 조용히 곱씹고 있는 듯했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나는 저 두 사람이 지금 느끼는 분노로 훗날 사고를 치는 게 아닌가 걱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얼굴을 쓸어내리던 두 사람이 고개를 든 순간 곧 그런 걱정이 무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희민아!! 희민아, 힘내!”
“하오란!!”
놈들이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자신들을 응원해 주는 팬들을 향해 웃어 보인 것이다.
‘…솔직히 놀랍다.’
회귀 전이었으면 어땠을까. 저 두 사람은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대 아래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겠지. 스스로 느끼는 분노에 휩싸여 주변을 챙길 여유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이 보인 낯선 표정에 나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내가 그러했듯, 놈들도 [디어돌>로 인해 어떤 변화를 맞이했음을 깨달은 것이다.
‘잘하겠네.’
그렇다면 이제 저 두 사람을 지켜볼 필요는 없을 터였다. 내가 그랬듯, 저 둘은 과거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될 터였으니까.
이 뒤에 어떤 길을 걷든 그건 저 두 사람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디어돌> TOP 20까지 살아남은 경험은 저 둘에게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줄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일까. 나는 또 한 가지를 확신할 수 있었다.
‘라이트닝은 절대 탄생하지 못할 팀이 되겠군.’
지금 이 순간, ‘라이트닝’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라이트닝의 결성은 엉겁결에 이루어졌다.
데뷔하지 못하고 남아 있던 잉여 연습생들, 대형 출신이었으나 데뷔 조에서 탈락해 나왔던 나, 얼굴마담이자 화제성 몰이를 위해 선택되었던 인플루언서로 구성되어 있던 오합지졸 팀.
‘그중 세 명이 이젠 다른 길을 가 버렸으니까.’
이희민과 하오란은 더 이상 잉여 연습생 취급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의 화제성이라면 당장 자신들의 본 소속사로 돌아가면 데뷔 조 취급을 받을 테니까. 나는 이번 생은 아예 KRM에서 나오지도 않았고.
물론 ‘대형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한 거면 로빈슨은 언제고 다른 사람을 컨택할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지간히 사정이 급한 게 아니라면 로빈슨을 택할 대형 출신은 없을 터.
즉, 팀이 결성된다 한들 멤버 구성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라이트닝이란 이름을 달고 데뷔한들 그건 이전의 라이트닝이 아니게 된단 소리겠지.’
내가 원디어로 데뷔하고, 저 둘이 [디어돌> TOP 20까지 살아남은 지금 과거의 라이트닝이 나올 가능성은 0에 가까워졌단 거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우리 다음에 봐요!”
그렇기에 나는 생각했다.
‘이게 마지막이다. 저 둘을 걱정하는 건.’
이희민과 하오란을 지켜보는 것도, 저 둘을 걱정하는 것도 정말 끝이라고.
미운 정이든 고운 정이든 그 질겼던 연은 이번 생에서는 이 이상 이어질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감사합니다, 멘토님들……! 코치님들도요!”
“저희, 저희 꼭 포기 안 하고 데뷔해서… 언젠가 꼭 후배로 만날게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러니 이왕 이 바닥에 남아 있기로 한 거, 다음번에는 좀 더 다른 구도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서로를 미워하거나 지긋지긋해하지 않으면서. 스쳐 지나가며 인사만 하는 종류의 아주 가볍고 얕은 연 정도나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게 전 라이트닝 멤버 모두에게 좋을 테니까.
* * *
그렇게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채 맞이한 변화가 있었다면.
“오, 넓다~!”
“귀국 늦게 한 형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이미 방 몇 개는 선점되었어요. 한국 스케줄 때문에 몇 번이나 한국 쪽에 돌아와야 했던 막내들 특권이라고 생각하세요.”
두 번째의 변화는 조금 더 뿌듯했다. 원디어가 드디어 이사를 한 것이다.
‘좋은데.’
나는 반쯤 감탄한 얼굴로 숙소를 돌아보았다. 지난 집의 계약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우리가 해외에 나가 있던 때 이사가 이루어졌다는 것도 알고, 이사할 집의 정보를 받아 보기도 했지만 실제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 숙소는 방 세 개와 화장실 두 개짜리의, 역시나 신인에게 주는 것치고는 과분할 정도로 좋은 집이었다.
이미 그조차도 만족스러웠건만, 이사한 집은 상상을 초월했다.
“일단 찬희랑 제가 작은 방 두 개에 짐 풀었는데, 나머지 방들은 어떻게 하실래요? 세 개니까 두 명, 두 명, 한 명으로 들어가야 할 거 같긴 한데.”
방 다섯 개에 화장실 세 개, 딸려 있는 두 개의 드레스룸까지. 이른바 초호화 아파트가 이번 숙소로 주어진 것이었으니까.
가장 작은 두 개의 방은 미리 한국에 들어와 있던 천세림과 유찬희가 하나씩 들어간 덕에, 우리는 큰 침실 두 개와 작은 침실 하나를 다섯이서 나누기로 했다.
그리고 방 배정은 별다른 이견 없이 아주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오, 진짜 내가 혼자 방 써도 돼?”
“네가 작업한답시고 날밤 새우는 거야 멤버 모두가 알고 있는 거기도 하고……. 일 많이 하는 사람한테 아무래도 혼자 있을 공간 주는 게 낫겠지.”
“음, 그렇지. 남아 있는 멤버 중에 이든이가 방 어지르는 걸 잘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형, 조용히요.”
남아 있는 독방은 방 정리를 극악으로 못하고, 낮밤을 가리지 않고 작업에 열중하는 에이든 리에게 주기로 했다.
에이든 리는 처음으로 주어진 독방에 약간 얼떨떨해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방이 생겼다는 데 기뻐 보였다.
이어 가장 큰 방 두 개는 둘씩으로 나뉘었다.
“현진이랑 방 쓰는 건 처음이네? 마침 잘됐다. 우리 영양제 두는 구역을 하나 따로 둘까?”
“아, 그럼 확실히 관리가 쉽겠네요.”
먼저, 이른바 ‘건강파’라고 할 수 있는 도지혁과 강현진.
“유하야, 잘 부탁해.”
“형이랑 이렇게 오래 같이 방 쓰는 건 [디어돌> 이후로 처음이네요.”
뒤이어 나와 주단우였다.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군.’
잘 부탁한다는 듯 미소하는 주단우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주단우 자체가 평소 말이 많은 타입이 아닌 만큼 숙소 내에서는 오히려 독방보다도 주단우와 내 방 쪽이 더 조용할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지금까지의 숙소 생활 중 주단우와 함께 방을 쓰게 될 앞으로가 가장 마음에 드는 숙소 생활이 될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휴, 형의 비타민이 없어져서 어떡해요.”
“……? 비타민?”
“여기요, 여기. 세림이.”
“아, 그럼 나는 유하의 칼슘 정도로 할까. 칼슘이 없어져서 어떡해? 유하야.”
“…….”
말마따나 3인 방을 쓸 때는… 어느 한편으로는 조금쯤 힘들긴 했었으니까.
‘에이든 리랑 강현진과 함께 쓸 땐 강현진과 함께 고통받았었지.’
에이든 리는 정리에 재능이 없어 매번 제 침대 주변으로 물건들을 늘어놓곤 했다. 선을 그어 놓은 듯 자기 구역이라고 생각한 부분만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긴 했지만.
여기에 뭔가 흥미로운 것을 보거나 호기심이 드는 게 있으면 밤새 말을 걸어서 언젠가 한 번은 귀마개를 구입했던 적도 있었다. 익숙해진 후에는 자장가 삼아 잠들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천세림과 도지혁과 함께 쓸 땐 다른 방면으로 고통받았지…….’
천세림과 도지혁은 방 안에서는 조용한 타입이었다. 잠들기 직전까지 각자 할 일들이 분명해, 용건이 있을 때가 아니면 별로 시끄러울 일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두 명이 마음이 너무 잘 맞는다는 게 탈이라면 탈이었다.
“이제 형은 기분이 안 좋을 때 어떡하죠?”
“아, 유하는 집중 관리가 필요한데. 앞으로 뼈 건강을 어떻게 지켜 주지? 안 되겠다. 같은 방에서 세세한 케어를 못 해 주니 앞으로 유하를 데리고 어떻게든 헬스장에 다녀야…….”
“으음, 그럼 저는 절 덜 봄으로써 축 가라앉게 될 형의 기분을 위해 이번에야말로 진짜 룩북 콘텐츠를 만들어서 얼굴 볼 일을 더 자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
원디어 내에서도 능글맞기로는 제일가는 두 명의 조합이다 보니, 매번 이런 구도의 반복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죄송한데 단우 형은 저의 세로토닌(잠이 잘 오는 호르몬)이라서 괜찮습니다. 비타민과 칼슘은 영양제로 챙겨 먹을 테니 걱정 마시고요.”
“흠, 안 넘어오네.”
“으음. 유하가 너무 성장하긴 했지.”
처음이야 영혼 없는 눈으로 봤다지만, 이런 일들이 하도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이 정도의 받아침 정도는 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짐짓 투덜대는 투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두 명에게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뭣보다 운동은 슬슬 시작했잖아요. 뭘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천세림 너는 룩북은 뒷전이고 그냥 쇼핑 다니는 데 날 끌고 가고 싶은 거고.”
“아, 들켰네. 형은 진짜 이제 너무 잘 알아.”
도지혁이 내내 원했던 대로 나는 최근 운동을 시작한 상태였다. 스케줄이 점점 빡세진 것에 따라 일정을 버틸 만한 체력을 키워 둬야겠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스스로를 지킬 힘이 필요하긴 하겠지.’
한편으로는 언제 버그를 만날지 모르는 만큼, 어느 정도의 힘을 키워 두기 위함도 있었다. 혹시 모를 무력다툼까지도 상정해 둬야 했으니까.
다만 내가 헬스를 시작했음에도 도지혁은 조금쯤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운동을 한 건 좋은데 유하 네가 다른 헬스장에 다니니까, 나는 아쉬워서 그러지.”
나는 일부러 도지혁과는 같은 헬스장에 다니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 같은 헬스장에 다니면 당연하다는 것처럼 집중 관리에 들어갈 테니까…….’
그에 대해 나는 차마 말하지 못한 한마디를 삼켰다.
도지혁과 같은 헬스장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별것 없었다. 도지혁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집중 관리할 미래가 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유하야, 헬스장 아직 선택 안 했으면…….
-저 PT 60회 끊어서 한동안 못 옮겨요.
-…….
때문에 도지혁이 나를 자신이 다니는 헬스장으로 인도하기 전, 미리 PT까지 끊어 가며 나는 집중 관리를 향한 미래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PT가 끝나면 더 이상의 변명거리는 생기지 않을 듯했다.
“PT 다 끝나면 이번에는 회사 쪽으로 완전히 정착하자. 이번에 새로 회사가 정비되면서 운동 센터가 생겼다고 하니까. 이번에 연습실 가는 김에 한번 가 보려는데, 같이 가 볼래?”
“…생각해 보고요.”
아티스트와 회사 직원들을 위한 복지 개념으로 최근, 로드 엔터 쪽에 운동 센터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신설된 게 운동 센터뿐만은 아니지 않아요? 이번에 부서도 이것저것 개편 많이 됐다면서요.”
“소속 아티스트가 꽤 늘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로드 엔터 또한 큰 변화를 맞이한 상태였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로 데뷔한 원디어, 제뉴아. [비 더 아이돌>로 데뷔한 라이저스. 이번에 새로 소속될 넥스트원에 이어 에이넷의 서바이벌로 데뷔한 배우, 댄서들까지.로드 엔터 소속 아티스트가 늘어남에 따라 최근 회사 쪽에서는 한차례 부서 개편이 이루어진 상황이었던 것이다.
“새 본부장도 왔다고 하고.”
덕분에 원디어 또한 세 번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고.
“전 근데 그 본부장님 좀 별로던데.”
“……? 왜?”
“인상이 별로야?”
“아니, 뭔가… 우리 싫어하는 거 같던데요?”
“…뭐?”
또 한 번, 원디어는 회사 내부의 적을 만나게 된 듯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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