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10)
“이미 일정에 차질이 생겼는데도 그런 식으로 구는 건…….”
내 건방진 대답에 김태석이 뒤이어 무어라 더 말하려 들 때였다.
“여기까집니다, 김태석 본부장님. 타 부서 일에 훈수 두는 건 그만하시죠. 남의 아티스트 귀에 괜한 말 쏟아붓지도 마시고요, 유하 씨 말처럼 원디어는 제 관리하에 있으니까.”
김송하가 입을 열어 그의 말을 끊어 버리는 것에, 김태석의 얼굴이 한층 더 구겨졌다.
잠자코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김송하는 여기까지면 됐다 생각한 듯, 손을 내젓고는 경고하는 어조로 내뱉었다.
“월권행위는 그만하시란 겁니다. 정식으로 항의하고 윗선으로 보고 올리기 전에.”
차가운 시선으로 김태석을 응시하는 김송하는 1본부에서 자주 보였던 감정적인 모습은 조금도 없이 철벽처럼 단단해 보였다.
김송하는 손끝으로 툭,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자료들을 건드리곤 입을 열었다.
“김태석 본부장님이 주신 모든 제안, 혹은 쓸데없는 조언 모두 저희는 받아들일 생각 없습니다. 해외 반응 리서치는 감사한데 어차피 뭐, 원디어의 실적이야 저희가 더 잘 알고 있으니 정말 쓸데없는 짓 하신 거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당부 말씀 드리겠습니다.”
“…….”
“음습한 짓 그만하세요. 죄 없는 아티스트들 괴롭히지 좀 마시고요. 이제 겨우 십 대에서 이십 대 초반 된 친구들을 장기짝처럼 굴리지 마시란 거예요. 김태석 본부장님이 쓰는 모든 헛짓거리를 이쪽이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아세요?”
“무슨 소리신지.”
발뺌하는 김태석의 모습에 김송하는 작게 헛웃음을 토해 냈다. 그러곤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을 감추지 않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말 안 해도 잘 아시잖아요. 뒤에서 손 좀 그만 쓰시란 거예요. 저희가 똑같은 방법을 쓰지 않는 이유는 같은 레벨로 떨어지기 싫어서고, 2팀 아티스트들 피해 주기 싫어서란 걸 아시란 거예요. 같은 회사 직원으로서 예의를 지키는 거고.”
차가운 어조로 그렇게 말하던 김송하가 곧 내게 눈짓을 하는 것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직후, 문고리를 잡은 내 뒤에 선 김송하는 김태석을 노려보며 마지막으로 말을 남겼다.
“이런 식으로 상도덕 없이 구시면 제가 언제까지 예의를 차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가죠, 유하 씨.”
그리고 성큼성큼 나를 데리고 문밖으로 빠져나온 김송하는 1본부로 들어온 후.
“개같은 새끼, 남의 아티스트한테 뭔 말을 그렇게 해? 경력으로 따지면 로드 엔터는 유하 씨가 훨씬 선배겠구만!”
곧 참고 있던 분통을 터뜨렸다.
야근을 할 때면 한순간 터지는 일도 있었고, 잦은 회의 덕에 1본부의 직원들과는 친밀한 만큼 김송하가 저렇게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이 놀랍진 않았다.
오히려 잘 참아 줬단 생각이 들었다.
“들이받지 않고 옆에서 가만히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듣는 내내 속 터져 죽는 줄 알았잖아요. 타이밍은 제가 잘 맞춘 건 맞아요? 최대한으로 참았다가 끊어 낸 건데.”
“완벽한 타이밍이었어요. 저도 거기서 더 들을 생각은 없었으니까.”
김송하는 회의 전부터 속에 담아 뒀던 화를 나 때문에 참아 주고 있었던 거니까.
-회의실에 들어가면 일단 저쪽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어 보죠.
-당장 항의하는 게 아니라요?
-우리가 2팀이 리얼폼과의 계약을 채 간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그쪽은 모르니까요.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걸로 봐서는 리얼폼도 아직 우리에게 상황을 알릴 마음이 없는 듯하니, 우리도 그쪽이 다음 공격을 준비할 시간을 주는 건 좋지 않겠죠.
회의에 들어가기 전, 나는 우선 김송하와 말을 맞추었다.
김태석에게 항의를 하기보다는 우선 그쪽이 뭘 위해 우리에게 회의를 제안한 건지, 최종적으로 뭘 꾸미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쪽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거다.
‘회의 전부터 2팀의 목적은 분명했어. 어떻게든 원디어 측의 일정에 차질을 만드는 거지.’
그렇다면 우리가 리얼폼의 대타를 알아보고 있다는 사실을 그쪽이 눈치채게 할 순 없었다.
김태석이 뒤로 손을 써 리얼폼을 채 간 것처럼, 다음번에 찾는 제작사도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나.
“일단 저쪽 팀에 원디어랑 통하는 정보통이 있다는 건 확실하게 모르는 것 같긴 하던데. 그걸 노리고 스윗밤만 이야기한 거긴 하지만요.”
때문에 김송하와 나는 스윗밤과 관련된 불만만 터뜨릴 뿐, 2팀이 뮤직비디오 제작사를 가로채 간 것에 대해서는 함구하게 된 것이었다.
이어지는 회의 동안 김태석이 뭘 노리고 있는지를 대충 알아내자, 김송하는 적당한 타이밍에 대화를 끊어 주게 된 거고.
하지만 김송하는 그렇게 회의실을 나온 이후에도 영 찜찜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보다 김태석 본부장, 뭔가 더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씨알도 안 먹힐 제안을 들고 와 냅다 들이미는 걸 보면 뭔가 믿는 게 있어 보이는데.”
김송하 또한 김태석이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들고 온 것에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태석이 이쪽에 해를 끼칠 또 다른 뭔가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었으니까.
“네, 뭔가 들고 있기야 하겠죠. 하지만 듣지 않았으니 됐습니다.”
하지만 그건 지금 당장 신경 쓸 문제는 아니었다. 말마따나 ‘듣지 못한’ 협박 아닌가.
‘김태석이 뭘 가지고 있든, 당분간은 터뜨릴 일이 없을 거다. 지금 본인이 손을 쓴 것만으로도 원디어의 일정을 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김태석은 우선 원디어의 일정을 망친 후 다시 한번 우리를 회유하려 들 것이다. 그가 손에 뭘 쥐고 있든, 그건 그때 가서나 신경 쓰면 되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은 김태석이 어지러뜨려 놓은 현 상황을 수습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
“그래요. 어쨌든, 스윗밤이랑은 제가 이야기를 잘해 볼게요. 2팀보다도 우리 쪽이 더 연은 오래되었고, 뭣보다 이번 일로 그쪽이 우리에게 피해를 입힌 것도 있으니 앞으로는 스윗밤도 시간을 더 주의 깊게 살피겠죠. 이런 일이 재발하면 평판이 낮아질 테니까.”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송하는 곧 팔짱을 낀 채 눈을 굴렸다. 그러곤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다만 문제는 역시 리얼폼인데…….”
“리얼폼 쪽에서는 아무런 언질도 없었던 거죠?”
“네. 아마 넥스트원의 뮤직비디오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진 아무런 연락이 없지 않을까 싶어요.”
리얼폼은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계약과 관련해 연락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할 말을 정리하느라 통보 시기를 미루고 있는 것이거나, 김태석과 짜고 최대한 늦게 우리에게 사실을 알릴 생각인 거겠지.
“대책은 있으니 걱정 마세요. 유하 씨랑 세림 씨한테 이야기를 들은 후에 괜찮은 제작사를 몇 개 알아 뒀으니까. 미리 안 게 다행이었죠.”
때때로 감정적이 될 때도 있지만, 김송하는 역시 하승혁이 신뢰하는 만큼의 일 처리를 보여 주는 사람이었다. 업계 쪽에 뻗어 있는 인맥을 활용해 이미 후보군을 대충 추려 놓은 데다가.
“저쪽이 뭘 꾸미고 있든 이 이상으로 당해 줄 생각도 없고요. 인맥이 저쪽만 있는 줄 아나. 나도 가만히 있진 않을 거예요. 어떻게든 엿 먹이고 넘어가 볼게요.”
당연하겠지만, 이대로 가만히 넘어갈 생각도 없는 듯했던 것이다.
“제일 효과적으로 엿 먹이는 방법은 저희가 아무것도 안 빼앗기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네?”
“스윗밤도 그렇고, 리얼폼도 그렇고. 이대로 가만히 빼앗기는 건 얕보이는 거랑 같잖아요. 앞으로도 그쪽이 동일한 방법으로 이쪽에 수 쓸 가능성을 남길 테고.”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였지만.
‘피해를 보지 않고 넘어갈 방법이야 없지 않지. 수고가 들 뿐.’
김송하가 추려 둔 후보군에서 괜찮은 제작사와 미팅을 거쳐 뮤직비디오 의뢰를 맡기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괜찮은 샵과 컨택하는 거야 어렵지 않다.
하지만.
“뭣보다 우리가 수고를 들여야 하는 게 빡치잖아요.”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
가만히 손에 쥔 것을 빼앗기고 우리가 새로운 걸 개척할 이유는 없었다. 그에 따른 수고와 이미지 변화도 문제이지만, 이건 결국 자존심 싸움이지 않나.
“김태석 본부장이 계속해서 이쪽에 손을 쓸 건 뻔한데, 다음 공격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할 수도 없고요.”
여기서 2팀 쪽에 무언가를 내주는 건 좋지 않았다. 그쪽을 기세등등하게 만드는 결과만 낳을 테니까.
공격은 이미 충분히 당했다. 그렇다면 다음번 공격이 시작되기 전 우리가 선수를 쳐야 했다.
그러나 김송하는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른 모양이었다.
“나도 그쪽을 무너뜨리고야 싶죠. 근데 방법이 없지 않아요? 이미 2팀이 리얼폼을 채 갔고, 스윗밤 쪽이랑도 연 맺었는데. 별수 없잖아요, 지금은 방어하는 수밖에.”
김송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1팀이 2팀을 막을 방법이 없다 보고 있었던 것이다. 방어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라 보는 듯했으니까.
“이미 2팀이 손을 쓴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2팀이 뭘 빼앗아 가든 타격이 없게끔 길을 여러 개 뚫어 놓는 방법뿐이에요. 말했듯 나는 2팀 아티스트들에게 피해가 가는 방법으로 김태석 본부장에게 반기 들 생각은 없고요.”
“저도 2팀 아티스트들에게는 피해 줄 생각 없습니다. 동료니까요.”
김송하의 의견은 타당했다. 일이 일어나기 전이었으면 모를까, 김태석은 이미 리얼폼과 스윗밤 쪽에 손을 뻗어 놓은 상태.
뒤이어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김태석을 무너뜨려야 하겠지만, 김송하도 나도 2팀이 했던 치졸한 방식으로 2팀 소속 아티스트들 앞을 가로막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만약 안 빼앗겨도 되는 방법이 있다면요? 그대로 따라 주실 수 있으세요?”
“…뭔데요?”
그렇다고 이대로 승기를 2팀 쪽에 넘겨줄 생각도 없었지만 말이다.
나는 단번에 호기심을 보이는 김송하에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가만히 김송하와 내 사이에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일단 다 가져가라고 해 보죠. 리얼폼도, 스윗밤도.”
“네? 그래도 돼요? 그게 빼앗기는 거잖아요?”
“상관없어요. 당장은 빼앗기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최종적으론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니까요.”
지금 상황에서 1팀을 도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우군.
『운: 150
행운 룰렛 랜덤권 – 10point』
“어차피 돌아올 것들이거든요.”
강제적으로라도 1팀 쪽에 승기를 되돌려 줄 행운 룰렛을.
‘김태석의 말이 맞아. 원디어는 확실한 업적이 있지.’
그간 멤버들과 로드 엔터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만들어 준 원디어의 활동은 내게는 ‘운’이 되어 쌓인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이걸 써야 할 곳에 쓸 생각이었다. 단 1포인트도 아깝지 않게 원디어를 지키는 쪽으로.
“지혁이 형, 세림아. 나랑 잠깐 회의 좀 할까.”
“…우리 잘못한 거 있던가?”
“어… 없을걸요?”
“…대체 왜 내가 부르면 다들 그렇게 찔려 하는 건데?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요?”
“있다고 해 주는 게 나아, 없다고 해 주는 게 나아?”
“기준이 좀 다른데. 사회적으로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있을 수도 있죠.”
“그 대답이 제일 불안한 건 알고 있… 하, 됐고, 빨리 나와요. 한시가 급하니까.”
…좀, 어떤 쪽으로는 미덥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강력한 조력을 받아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