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14)
내가 회귀한 후, ‘현실’은 많이 바뀌었다.
나와 멤버들의 커리어는 그렇다 치고, 대외적으로도 꽤 많은 것들이 달라지게 되었다는 거다.
‘나비 효과라고 해야 하나.’
과거에는 없던 원디어라는 팀이 등장하고, 그 이름이 알려지게 되면서 팀과 얽힌 사람들은 크고 작은 변화들과 마주하게 된 듯했다.
누군가는 새로운 취미를 찾고, 누군가는 경험의 폭이 넓어지는 등 비교적 작은 변화를 마주하게 된 사람들이 있다면.
-본부장 된 거요? 음, 유하 씨가 우려할 정도로 제가 너무 욕을 많이 했나요……? 생각해 보면 좀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정말 불만스러워서 한 말은 아니에요. 그냥 투덜거린 거지. 실은 좋은 기회라서 본사에서 따라온 거고, 하고 싶어서 본부장직 맡은 거거든요.
-원래는 이쪽에서 일했다고 하셨던가요?
-네. 원래는 꽤 오래 엔터사 마케팅 팀으로 일했었어요. 8년 차쯤 됐을 때 KC로 가게 됐던 거고. 너무 힘들다고 때려치우고 갔는데도 내내 미련이 있었는데, 하 대표님이 그걸 아셨나 봐요. 독립해 나오면서 데려와 주신 덕에 꿈을 다시 이룰 수 있게 된 거죠. 원디어 아니었으면 솔직히 본부장 맡을 일은 없었을 것 같긴 하지만. 아하하.
한편으로는 원디어와 직간접적으로 얽히게 되며 ‘미래’와는 전혀 다른 삶을 만들게 된 사람들도 있었다는 거다.
‘대표적으로는 하승혁이 그렇지.’
나는 팔리지 않는 아이돌이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멤버들을 이끄는 리더였다.때문에 나는 라이트닝으로 활동할 당시 업계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대처할 수 있고, 어떤 기회가 찾아오든 잡아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난 그때 하승혁과 김송하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었어.’
즉, 그 둘은 지난 생에는 본사에서 나오지 않고 지금과 아주 다른 삶을 살았다는 뜻일 터.
그런 식으로 원디어의 출현으로 인해 아예 이전과는 완벽하게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된 경우가 있었다면.
-맞는 것 같은데요? 스윗밤 쪽 지금 난리도 아닌가 봐요. 왠지 다들 요즘 얼굴이 어둡더라.
한편으로는 내가 알던 ‘미래’와 동일하게 일어나는 일들도 있었다. 오래 전 내가 팔로우했던 업계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사건들도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는 그렇게 노력해 쌓아 둔 정보를 활용하지 못했었지.’
대처할 수 없을 만큼 큰 사고가 일어나거나, 기회가 찾아와도 눈치를 보며 놓아야 했던 나날들이었다.
때문에 당시 나는 어떤 쪽으로도 노력을 되돌려받지 못했지만, 그때 쌓아 두었던 업계 정보들은 뒤늦게 내게 큰 도움이 되어 주고 있었다.
-확실해?
-응, 맞는 거 같던데? 스윗밤에서 내부 분열 일어난 거. 지금 숍이 커지면서 외부 인력 들어오고 있는데, 인원 충원되는 속도가 느린 것에 비해 스케줄은 넘칠 정도로 받고 있어서 기존 직원들이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대요. 그 와중에 대우는 계속해서 나빠지고.
-반쯤은 길들이기 같던데.
-맞아요. 원장한테 붙은 실장이랑 그렇지 않은 쪽이랑 싸우고 있다는 것 같더라고요. 우리랑 친한 르앤 실장님이랑 직원분들은 후자. 흔한 권력 싸움이죠. 반기 든 대가로 우리 담당해 주시는 분들이 계속 개빡센 스케줄에 내돌려지고 있는 거고.
회귀한 후, 나는 깨달았던 것이다.
앞으로 어떤 트렌드가 유행하고, 업계 내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하고, 누가 주가를 올리고 누가 갑작스러운 몰락을 맞을지 내가 이미 전부 목격한 바 있다는 것을.
‘스윗밤에 대해서는 그렇게 알게 된 거였고.’
피곤해하는 직원분들을 보며 슬슬 때가 오고 있나, 생각하긴 했었다. 스윗밤 쪽의 분열이 시작된 건 이쯤이었으니까.
‘미래’에서도 섬세한 케어와 만족도로 업계 평판이 높았던 스윗밤은 어느 순간 처참하게 몰락하고 말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중심이 되는 실장님이 숍을 나오게 됐지.’
스윗밤의 멱살을 잡고 캐리하고 있던 메이크업 실장이 원장의 길들이기에 버티지 못하고 팀을 데리고 아예 숍을 나와 버렸기 때문이었다.
스윗밤은 숍 자체가 크고 팀도 많다. 업계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도 많고.
때문에 모두가 알지 못했다. 스윗밤이 그렇게 빠르게 몰락해 버릴 줄은.
‘전적으로 원장의 욕심 때문이었지.’
직원들에게서 끝없는 효율을 요구하고, 돈 욕심에 눈이 멀어 무리하게 숍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아직 제대로 훈련이 되지 않은 직원들까지 빠르게 현장에 투입시키며 전체적인 숍의 평판을 떨어뜨리게 되었으니까.
그런 와중에 가장 큰 타격을 날린 건 전 진앤비 실장의 투입이었다. 이미 아이돌 팬들이 제일 싫어하는 숍 직원으로 이름 높았던 그가 스윗밤으로 와 실장직을 달고 활개 치게 되며 스윗밤과 손절하는 엔터사가 많아지게 된 거다.
‘그러다 팬과 싸우는 동영상이 퍼져 나가면서부터 아예 커리어가 끝이 나 버렸고.’
숍을 벗어나 간만에 출장을 나가던 중, 그는 자신의 얼굴을 알아본 팬이 본인의 실력을 거론하며 빈정대는 것을 참지 못하고 맞서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당연히 주변에 모여 있던 팬들은 그 싸움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게 됐고, 그 여파로 그는 실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스윗밤의 평판은 더 떨어질 곳이 없을 곳까지 내려앉았고.
‘반면 따로 숍을 차려 나간 르앤 실장은 업계를 주도하게 됐지.’
자신을 가로막고 쓸데없는 기 싸움을 거는 사람이 사라져서일까, 그녀가 연 새로운 숍 ‘르앤즈’는 이후 끝없이 승승장구해 나갔다.
본인의 노력과 재능까지 합쳐지며 이후에는 다양한 방송에까지 출연하면서 아예 메이크업 유행을 선도하는 아티스트로 손꼽히게 되었고.
‘일정이 너무 꽉 들어찬 덕에 따로 신규는 받지 못할 정도까지가 됐으니까.’
데뷔 초, 매니지먼트 팀이 갈려 나가며 진앤비에서 다른 숍으로 교체를 할 때 스윗밤으로 자리를 옮긴 건 그 때문이었다.
앞으로의 메이크업 유행을 선도해 나갈 실장을 데리고 있는 숍과 인연을 만들어 두고, 합이 잘 맞는다면 이후 설립될 숍까지 따라가도 괜찮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잘하는 숍을 찾는 건 쉽지 않으니까.
때문에 친화력 높은 천세림이 물어다 준 정보에 의해 르앤 실장과 그 팀이 받는 대우가 차근차근 나빠져 가고 있음을 확인한 후, 나는 생각했다.
‘시기를 앞당기자.’
르앤 실장이 숍을 따로 차려 나오는 시기를 앞당겨도 되겠다고.
르앤 실장은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굴려지면서도 약 일 년을 더 스윗밤에 머무른다. 팀원 중 누가 자신을 따라올지, 따라오지 않을지 모를뿐더러 혹시 모를 원장의 보복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모르고.’
내가 알기로, 르앤 실장은 스윗밤을 나서며 팀의 아티스트를 전원 데리고 나왔다. 평소 우리와 함께 일하면서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얼마나 인망이 있는지 알 수 있고.
자신과 함께 일하지 않는 헤어 디자이너들도 다수 그쪽으로 따라간 걸 보면 이미 원장의 체계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일 터.
-미안해, 유하야. 요즘 이런 식으로 차질이 많아지니 정말 너희 볼 면목이 없어.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이 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을지…….
-죄송하다는 인사는 그만하셔도 돼요. 실장님께는 받지 않고 싶거든요. 오히려 저희에게 죄송해야만 하는 일을 만드는 건 다른 사람이지 않나 싶어서.
-어?
-제가 이런 문제에 대해 뭐라 말할 자격이 없는 건 알지만……. 그냥, 전 좀 의문이 들어요. 실장님은 지금 저희에게 사과를 하는 걸 최우선으로 할 필요는 없는 듯해서요.
-어?
-오히려 급선무는 따로 있으실 것 같은데. 더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시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남은 건 누군가가 확실하게 마음을 먹는 것뿐이었다.
-그 방법, 모르시는 거 아닌 것 같아서요.
-……!
-실수한 부분을 같이 채워 나갈 사람들이 곁에 없으신 것도 아닌 것 같고.
가장 먼저 행동해 줄 사람, 르앤 실장 말이다.
다만 ‘시기를 앞당기는’ 건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 쉽게 되지 않을 터. 때문에 나는 간만에 룰렛을 돌리게 됐고.
-그렇다면 실장님은 실장님이 하고 싶으신 대로, 옳다 생각하시는 쪽으로 밀고 나가도 되지 않을까요.
-…….
띵동!
이내 그들에게 가장 잘 맞는 물품을 얻을 수 있었다.
「럭키 로드(일회성)」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의 길은 완벽합니다.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행운은 당신의 등을 밀어 줄 것입니다!
-그게 정말 옳은 길이면 상황이 도와줄 테니까.
‘상황’을 유리하게 맞춰 줄 아이템이 튀어나와 준 것이다.
그들이 이전에 걸어간 적 있는 ‘옳은 길’이 행운에 의해 조금은 빠르게 현실에 불려 나오게 된 것이었으니까.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을 때부터 르앤 실장은 알았을 거야. 결국 자신이 나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 건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상황이 바뀐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손에 익은 것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공포. 앞으로 무언가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르앤 실장은 절벽 끝까지 몰아붙여져 결국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버틸 수 없게 되고 나서야 스스로의 숍을 차렸지.’
즉, 그 감정들을 받아들이기까지 일 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친 것이다.
그 경험은 어떻게 보면 르앤 실장의 자산이 되었을 수도 있다. 새로운 경험이자 밑바탕, 훗날 어떤 일이 있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줬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굳이 안 겪어도 될 고생이기도 했겠지.’
어찌 됐든 훗날의 ‘르앤즈’를 만들어 준 건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아니다. 풍부한 경험과 팀원들과의 적절한 소통, 여유에서 나오는 세심한 케어가 르앤즈의 장점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르앤 실장과 다른 직원분들은 지난번과 같은 고생을 겪을 필요가 없었다.
-유하야, 이번에 숍 옮긴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결국 그렇게 됐구나…….
-네. 아쉽긴 한데 아무래도 매니저 형들도 그렇고 회사 측에서도 고민이 좀 많았던 것 같아서요. 저희는 시간에 쫓기는 직업이다 보니 이런 차질이 일어날수록 손해니까. 저희는 계속 실장님이랑 다른 누나들이랑 일하고 싶었는데…….
-…그럼 혹시, 우리가 같은 실수를 안 하면 어떨까?
-네?
-실은 이번에 내가 숍을 따로 차려나올 예정이라. 어차피 이번 달까지만 일할 생각이었거든, 스윗밤이랑은. 어쩌다 보니 다른 애들도 함께 나오기로 했고. 그래서 로드 엔터랑 너희만 괜찮다면 앞으로도 같이 일하고 싶은데….
그뿐일까. 오히려 이번에는 르앤즈도 지난 생과 다른 길을 걷게 될 수도 있을지 몰랐다.
-약속할게, 앞으론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야. 원래 한 번 실수한 걸 반복하는 타입은 아니거든, 나. 더 잘하게 된다면 모를까.
1년간의 고생 끝에 마모될 대로 마모되어 내쫓기듯 바깥으로 나오는 것보다는, 기력이 남아 있는 채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게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나.
그렇다면 르앤즈는 지난 생보다 더 확실하고 빠르게 업계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될지도 몰랐다.
-책임져야 할 애들도 있고, 뭣보다 좀 후회하게 만들어 주고 싶은 인간들도 있어서 보란 듯이 열심히 할 생각이기도 하고.
샵의 중심축이 벌써부터 독기에 가득 차 있는 걸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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