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15)
“친해서 알았다, 뭐… 그런 말이라도 하고 싶은 겁니까?”
“그런 셈이죠.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김태석 본부장님과는 달리 저희는 저희를 케어해 주시는 분들과 매순간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분노로 붉어진 얼굴의 김태석에게 그렇게만 대답했다.
‘솔직히 나 혼자였다면 이렇게 쉽게 일을 벌이진 못했을 테지만.’
물론 나는 김태석보다야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다른 사람의 조력이 없었다면 쉽게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나는 미래를 알고 있었을 뿐,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해 준 건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형이 바라던 대로 직원분들이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 오긴 했는데, 정말 이게 이번 일에 도움이 돼요?
-도움이 돼.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직원분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상황이 변화하면 누구를 따라갈지가 제일 중요하니까.
평소 원디어의 스타일링에 의견을 내는 걸 게을리하지 않는 천세림은 우리 중 그 누구보다도 스타일 팀을 비롯해 스윗밤 쪽의 직원분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렇게 쌓인 친밀감은 숍 내부 일에 대해 쉬쉬하던 직원분들이 망설이면서도 천세림에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었다.
벌써 몇 달이나 살인적인 스케줄에 내몰린 탓에 이미 스윗밤 내부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많단 것.
그런 직원들이 실장이라는 직급에 맞지 않게 현장 위주로 내돌려지고 있는 르앤 실장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단 것과 이렇게 된 김에 차라리 그녀가 따로 숍을 차리길 바라고 있다는 것까지.
천세림이 평소 쌓아 뒀던 이미지와 행실 덕이었을까. 다른 멤버들 앞에서는 입을 다물었던 직원들은 천세림의 앞에서는 입을 열어 주었다.
‘그걸 알게 되고 나서부터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지.’
르앤 실장이 마음을 먹은 시기가 너무 이른 탓에, 나는 잠시 고민했었다.
르앤 실장이 이끄는 이상 큰 문제는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바뀐 시기 탓에 소속될 직원들에게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뭣보다 르앤 실장에게는 결정적인 ‘말’이 필요했고.
‘난 결국 외부인에 불과하다. 그런 내 말은 르앤 실장을 망설이게는 할 수 있겠지만, 결정하게 할 수는 없어.’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등을 밀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결국 르앤 실장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건 외부인도, 운도 아니었던 것이다.
-흠, 근데 확실히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나 봐요. 일부러 다들 있는 곳에서 물어보길 잘했어요. 처음에는 눈만 굴리다 하나둘 지금 스윗밤이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더니, 나중에는 직원분들끼리 의기투합하시더라고요.
때문에 나는 누군가가 외부에서 돌을 던져 내부의 ‘말’을 이끌어 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지금은 원장의 폭거 아래 직원들이 서로를 살피고 경계하고 있었다. 괜한 소리를 입밖에 꺼냈다 누가 불이익을 받을지 확실하지 않아, 불만을 느끼면서도 다들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동일한 마음을 품고 있단 것. 그들 중 원장의 편을 드는 사람이 없단 것을 알게 되면 상황은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러다 결국 마지막에는 제일 행동력 있는 분이 자기가 실장님한테 이야기 좀 꺼내 봐야겠다고 하는 거 같았고.
생각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현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눈치를 볼 사람은 더 이상 그들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승기’가 그들 쪽에 넘어와 있음을 알게 된다면, 주저하지 않아도 되고.
“진 조감독은? 그 인간은 대체 어떻게 빼 간 겁니까? 왜 그 인간이 없어지자마자 리얼폼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떨어지게 된 거냐고요!”
“그것도 김태석 본부장님께서 리얼폼이라는 회사만 봐서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요. 그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각자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그 기여도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모르셨지 않습니까.”
“……!”
진 조감독의 경우도 비슷했다. 내내 억눌리기만 할 뿐이던 그가 리얼폼을 벗어난 건 이쪽이 그의 ‘승기’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미팅할 때 말인데, 오히려 유 감독보다는 옆에 있던 조감독님이 더 우리가 원하는 걸 잘 캐치하는 것 같지 않았어?
-흠, 그렇지? 좀 주객전도 같던데. 유 감독이란 사람이 촬영 잘하는 건 알겠는데, 전체적인 비주얼이랑 콘셉트는 진 조감독님이라는 분이 더 잘 만드는 것 같았지.
-그런 분이 왜 아직 조감독이지……? 어쨌든 앞으로 의견 전달은 조감독님 쪽으로 하는 게 더 빠르겠다. 어차피 그쪽이 처리하는 것 같으니까.
그 이전에 진 조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본 건 천세림과 유찬희였고.
앨리슨 무어와의 컬래버가 결정된 후, 리얼폼과의 첫 미팅을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며 그 두 사람은 고개를 기울였었다. 리얼폼의 내부 구조가 이상한 것 같다는 거였다.
제작에 대한 전권을 틀어쥔 유 감독은 촬영 외의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이고, 비주얼아트나 뮤직비디오의 서사, 편집에 대해서는 오히려 진 조감독 쪽이 더 심혈을 기울이며 더 많은 일을 해 나가고 있는 듯 보였던 것이다.
‘다른 직원들도 유 감독보다는 진 조감독의 의견을 따르는 게 더 익숙해 보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 조감독은 ‘조감독’에 머물러 있었다. 대부분 자신의 주도로 만들어진 작업물임에도 그가 ‘참여’했다는 식으로만 이름을 얹고 있었던 것이다.
-스윗밤은 그렇다 치겠는데, 리얼폼은 어떻게 하려고요? 실은 그쪽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전에 네가 촬영했던 영상들 아직 남아 있지? 투어 때나 평소 일상에서 멤버들을 찍었던, 원래 이번에 유어원을 위한 영상으로 풀기로 했던 것들 말이야.
-어, 있죠?
-그걸 전문가한테 맡겨 보자. 리얼폼이 아닌 진 조감독님 개인에게 의뢰를 하고 결과물을 받는 거지. 그걸 이후의 명분으로 삼고.
-명분?
-뭔가를 요구할 땐 자료가 필요하니까. 리얼폼의 진 조감독님이 만들어 줄 2주년 기념 뮤직비디오의 퀄리티면 충분하겠지.
그래서 1팀은 진 조감독을 아예 로드 엔터 내로 영입해 올 수 있었다.
-누군가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크리에이티브 팀을 만들 구실로는.
진 조감독과 우리는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으며 꽤 합리적인 거래를 할 수 있을 듯 보였으니까.
‘진 조감독이 리얼폼의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건 그에게 힘이 없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번 제안을 통해 로드 엔터는 진 조감독이 원하던 것을 줄 수 있었다.
누군가의 그늘에서 벗어날 기회. 자신의 작업물에 당당히 제 이름을 써넣을 권리.
무엇보다도 그가 가장 원하고 있을, 돈과 연줄이 부족해 없어져 버릴 수밖에 없었던 본인의 회사 직원들을 지원해 줄 ‘뒷배’.
그에 따른 독립성과 자본을.
“진 조감독님은 그냥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을 뿐입니다. 이미 준비되어 있던 분이셨거든요.”
KC ENM의 자본력과 영향력을 가진 로드 엔터는 진 조감독을 확실하게 지원해 줄 수 있을 터.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손에 넣게 된 진 조감독은 이후 원디어와 1팀 쪽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었다.
“미래성도 확실한 분이셨고.”
지난 생에도 진선호 감독은 그런 식으로 이름을 날렸으니까.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미래’에서 그를 채 간 건 KRM였다. 외부 인력을 이용하는 걸 벗어나 내부에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로 한 KRM가 진선호를 알아보고 회사로 영입한 거다.
그때 진선호는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다른 스튜디오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자신의 전 회사 직원들을 모두 함께 데리고 가는 것이었는데, 그가 어째서 그런 조건을 내걸었는지는 이후 KRM에서 나온 작업물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천재 집단이었지.’
진선호와 함께 일하는 팀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연출자로서, 디렉터로서, 기획자로서 확실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다.
진선호의 팀은 누구 한 명만의 주도로 굴러가는 팀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 콘셉트에 맞춰 서사에 맞춰 감독이 바뀌어 가며 다채롭고 기발한 콘텐츠를 내보내는, 이른바 올라운더 팀이었던 것이다.
-미치겠네. 진 감독님 잘하는 거야 리얼폼 때부터 알았는데 지금 진 감독님이 데려온 사람들도 장난 아니에요. 우리 정규 뮤비 기대할 만하겠다.
때문에 뉴 크리에이티브 팀은 수월하게 로드 엔터 내에 설립될 수 있었다.
일등 공신이라고 한다면 2주년 기념 영상을 만들 구실을 내어 준 천세림. 결과물을 본 후 하승혁과 담판을 내 진선호의 팀의 로드 엔터 영입을 허락받아 온 김송하.
-한 명도 빠짐없이 이직해 올 수 있었던 게 좀 신기하긴 하네요. 우리야 꼭 와 줬으면 한다,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말은 했지만 솔직히 전 반은 못 올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제정신이면 갑자기 직원을 놔줄 리 없으니까. 상황이 너무 좋게만 돌아가니 이상해.
-상황이 좋게만 돌아갈 수도 있죠.
그리고.
「마이 웨이(일회성)」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한 번 마음먹은 바를 밀고 나가는 데 주저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위협이 제거됩니다.
-지금까지 고생한 만큼 보답받은 걸 수도 있겠죠.
시기적절하게 도와준 ‘운’ 덕분이 있었을 터였다.
‘일곱 명에게 동시에 적용시켜야 했지.’
솔직히 빡셌다. 중간에 이상한 것도 몇 개 나오는 바람에 쓸데없이 운도 몇 번 더 사용해야 했고.
하지만, 결과는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본래대로라면 회사를 이직해 나오는 과정에서 수많은 잡음과 마주쳤어야 할 진선호의 팀은 안전하게 로드 엔터에 소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스윗밤과 리얼폼. 즉, 르앤 실장과 진선호 감독은 그렇게 지켜 낼 수 있었지만.
-그럼 이야기해 봐요, 그 아이디어는 뭐였어요? 2팀이 퍼포먼스 비디오의 차별화를 생각하고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이것도 그 정보통?
-정보통이 알려 준 건 리얼폼까지였어요. 퍼포먼스 비디오 쪽을 알게 된 건 현장 경험 덕분이었고. 물론 제 경험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공치사는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하세요.
뒤이어 생각해 봤을 때, 나는 그저 ‘지켜 내는 것’에서만 멈춰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전부 지혁이 형이 알아다 준 거였으니까.
공격을 받아 하지 않아도 되었을 소모전을 한 이상, 방어전으로 그칠 순 없지 않나.
-응, 맞았어. 확실히 요즘 2팀 쪽에서 댄서들한테 콘택하는 경우가 잦았던 것 같더라. 촬영 감독이랑 스튜디오도 따로 알아보는 것 같던데? 아무래도 퍼포먼스 비디오의 질을 올릴 생각인가 봐.
-그쪽 촬영물이 공개되는 게 9월인 거면 괜찮겠네요.
그렇다면 우리도 뭔가는 2팀에게서 빼앗아야 제대로 된 반격이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선수치죠, 우리가.
기껏 도지혁이 물어다 준 정보는 충분히 활용해야 할 터였으니까.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댄서 쪽을 미리 포섭해 두라니?
-말 그대로예요. 들은 게 좀 있거든요.
그 전에 2팀이 무시한 ‘상도덕’을 지키는 게 우선이었지만.
-라이저스에 피해 가면 안 되잖아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건, 동료들 쪽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진심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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