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16)
김태석이 스윗밤과 리얼폼 쪽에만 손을 뻗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한 건, 그가 어디까지 원디어의 정보를 알고 있는지를 되짚어 본 후였다.
‘같은 회사인 만큼 김태석은 앞으로 원디어의 활동이 어떻게 돌아갈지 쉽게 알 수 있지.’
몇 월에 컴백을 하고, 언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데이터베이스에 접근만 하면 바로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김태석은 너무 대놓고 수작질을 벌일 수는 없었다.
‘말 그대로 김태석은 외부인이 아니니까.’
실은, 원디어의 활동을 망치는 방법이야 간단했다. 내부 기밀을 유출시키면 되는 거다.
다음 앨범의 콘셉트, 곡, 프로모션 계획까지 풀어 버리면 원디어는 당장 컴백과 관련된 사항들을 재고해 볼 수밖에 없다. 백이현도 그런 식으로 뮤직비디오가 유출되어 버린 덕에 활동 일정을 바꿀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부인인 김태석은 그런 방법은 쓸 수 없다.’
팬분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 즉 유출자로 색출되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까지는 갈 수 없다는 거다. 김태석의 목표는 로드 엔터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니까.
‘그래서 김태석은 뒤에서 원디어의 활동을 망치려 하는 거고.’
아이돌의 활동은 공개 전까지는 모든 게 비밀이다.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모두가 모른단 거다.
대중이 보는 것은 결과물뿐.
그러니 김태석이 쓸 수 있는 방법이란 결국 원디어의 결과물을 망치는 것뿐이었다. 스윗밤과 리얼폼을 가로채 간 건 그 일환이고.
그렇다면 김태석이 쓸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지혁이 형, 주변 댄서들한테 수소문 좀 해 줄 수 있을까요. 넥스트원과 라이저스 쪽으로 뭔가 스케줄 들어온 게 있냐고.
원디어의 결과물을 망치기 위해 김태석은 스윗밤과 리얼폼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인력을 빼돌리려 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은 듯했다.
-퍼포먼스 비디오야 그렇다 치고, 실은 그다음이 문제인데. 2팀 쪽이 당장 11월에 있을 넥스트원의 팬 미팅 쪽으로 댄서들에게 스케줄 제안 돌리고 있는 것 같더라.
도지혁이 주변 댄서들에게 수소문한 결과, 2팀이 11월에 있을 넥스트원의 팬 미팅을 위해 댄서들을 포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빠르게도 움직였군.’
보통 콘서트나 팬 미팅 같은 행사를 위해서는 적어도 2~3달 전부터의 의뢰가 필요했다. 안무 숙지부터 동선 연습, 의상 같은 준비를 위해서도 넉넉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때문에 당장 10월 말로 예정돼 있는 원디어의 콘서트를 위해 우리 또한 슬슬 댄서 쪽에 연락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스윗밤과 리얼폼으로 꽤 재미를 본 모양이지.’
김태석은 이번에도 우리가 수월하게 활동을 준비하게 둘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었다. 이미 여러 번 우리와 손발을 맞춰 본 댄서들을 가로채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걸 보면 말이다.
평소 원디어는 활동기에는 댄서들과 자주 합을 맞추지는 않았다. 일곱 명이라는 인원수는 무대에 오르기에 적은 인원수가 아니기에, 퍼포먼스를 화려하게 꾸며 주는 댄서들의 조력이 필요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콘서트는 달랐다. 애초에 댄서분들이 없다면 콘서트는 진행될 수 없으니까.
‘단독 콘서트를 아이돌의 꽃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지.’
그간 보지 못했던 무대, 평소보다 화려해진 무대 구성과 특별 퍼포먼스까지.
팬분들이 기다려 왔던 퍼포먼스를 가장 잘 갈고닦여진 형태로 화려하게 선보일 수 있기에 모두가 높은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고, 더 오래 기억에 남게 되는 행사. 그렇기에 콘서트는 팀의 수준과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로 꼽히곤 했다.
즉, 절대 허투루 할 수 있는 일정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와 오랫동안 합을 맞춰 온 댄서들을 데려간다고.’
활동기마다 몇몇 얼굴들은 달라졌지만, 당연히 우리도 ‘친한’ 댄서들은 있었다.
이미 한 번 손발을 맞춰 본 댄서들과 이후의 스케줄도 함께하는 게 우리도, 댄서 쪽도 편하니까. 익숙해지는 시간이 불필요한 만큼 퍼포먼스의 질을 더 올릴 수도 있고.
-이번 넥스트원의 안무 시안 의뢰를 애초에 우리와 친한 댄서들 위주로 돌린 것 같더라. 빠르게 넥스트원 쪽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이후 추가적으로 제안을 하기 쉽게끔. 본격적으로 빼앗아 보겠다는 거지.
때문에 이제 와 새로운 댄서들을 찾아보는 건 우리로서는 꽤나 심력을 소모하는 일이 될 터였다. 한편으로는 어떤 위험 부담을 안는 일이 될지도 모르고.
‘김태석이 어떻게든 우리를 망치려고 하는 이상, 지금은 더더욱 기존에 이미 합을 맞춰 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맞으니까.’
김태석이 우리 쪽으로 어떤 사람을 들여보내 괜한 수작을 부리려 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김태석을 기고만장하게 둘 순 없고.
그러니만큼 현 상황에서의 급선무는 댄서들을 어떻게든 2팀 쪽으로 빼앗기지 않는 것이었으나.
-그래서 말인데, 이야기는 끝냈어.
-……? 무슨 이야기요?
생각해 보면 애초에 도지혁에게 조력을 구한 시점부터 그런 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빼앗길 생각이 없어서 나한테 댄서분들 의중 알아보라고 했던 거 아니야? 2팀이 어떤 제안을 하고다녔는지 캐 보면서 그거 막으라고.
-…최종적인 목표는 그랬죠.
-두 번 일할 이유 없잖아. 확답받아 왔어.
내가 조력을 부탁한 건 도지혁이지 않나.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서도 팀 내 분위기를 주도하고, 어떤 상황에도 지거나 꺾이는 바 없이 제가 원하는 바를 ‘어떻게든’ 이뤄 내던 놈.즉, 이미 도지혁에게 댄서들의 의중을 떠봐 달라고 말했을 때부터 상황은 끝난 것과 다름없었다.
버프: 독사거나 천사거나
“본 조교, 여러분이 하는 바에 따라 악마도 천사도 될 수 있습니다”
분쟁시 설득력 +100, 단결시 동료 전체 의지 +100
-우리랑 일하는 걸로. 그쪽이 편하잖아, 우리도 댄서분들도.
도지혁은 이런 식의 심리전과 알력 다툼에서 그 누구보다도 수월하게 자신의 편을 만들 수 있는 사기급 버프를 가지고 있는 멤버였으니까.
-2팀 본부장이 뭐라고 말을 해 놓은 건지 갈등하는 사람도 없던 건 아니었는데, 이야기 좀 하니까 이해해 주던데. 그쪽보다는 기존의 인연을 이어 가는 게 서로에게 더 득이 된단 걸.
도지혁은 평소 댄서들과의 친분이 깊었다. 시간만 있으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댄스 학원이나 스튜디오를 찾아다니며 춤을 배우곤 했던 데다가, 최근에는 댄서들과의 컬래버를 적극적으로 이어 가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뻗어 있는 연이 많은 만큼, 이야기는 잘 통한 모양이었다.
-대충 눈치는 챘을 거야, 다들. 로드 엔터 내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고, 어느 한쪽 편을 들면 한쪽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될 거란 걸. 그다음에는 본인들이 알아서 판단을 내렸겠지. 어느 쪽 편을 더 들고 싶은지.
-어느 쪽이 더 이득이 될지 형이 잘 설득했다는 걸로 들리는데요.
-아, 그게 말이 그렇게 되나? 그보다는 그냥 평소 관계를 잘 쌓아 둔 덕이 아닐까 싶은데. 다들 의리가 있으시더라고,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2팀에게 제안을 받은 댄서들 중, 넥스트원 쪽으로 넘어간 사람은 없는 것 같으니까.
“쓸 만한 댄서들을 다 원디어 쪽에서 데려간 것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습니까? 이래서야 1팀이 우리에게 빼돌리기를 했다고 비난할 주제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글쎄요. 저희는 빼돌리기가 아니라 콘서트의 질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댄서들이 이쪽으로 넘어오는 것도 쉬워졌고 말이다.
2팀이 1팀의 활동을 망치려 드는 거라면, 우리 쪽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터였다. 때문에 최근 원디어는 콘서트의 규모를 늘리기로 한 터였다.
‘명분은 충분했지.’
이번 원디어의 콘서트의 수용 관객은 약 2만 명이다. 즉, 더 차별화된 퍼포먼스를 보여 주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퍼포먼스의 질을 높인다는 명목하에 2팀의 선택권을 좁힐 수 있었다.
“아쉽게 됐습니다. 저희에게 뭔가를 해 보고 싶었다는 건 알겠는데, 시기가 너무 일렀어요. 섭외할 만한 댄서가 원디어와 연계된 쪽만 있는 것도 아니니, 대체할 댄서들을 찾기엔 아직 시간이 너무 많아서요.”
하지만, 김태석의 말마따나 이건 2팀에 별다른 위협이 되지는 않을 터였다. 김태석이 섭외해 둔 댄서들은 우리와 관련된 쪽만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2팀이 [디어돌> 당시 우리 멘토였던 리오가 소속돼 있는 스튜디오로 연락을 넣은 모양이던데. 어차피 현상 유지만 하게 될 거라면 굳이 2팀 쪽에 갈 댄서들을 이쪽으로 빼 올 이유가 있었을까?
이는 도지혁 또한 의아해한 사항이기도 했다. 2팀 쪽의 공격은 막았지만, 우리도 결국 방어에서 그친 것에 불과했으니까.
물론, 김태석과 도지혁의 말은 틀린 점이 없었다. 에이넷과 더불어 로드 엔터와 친한 댄서는 한둘이 아니고, 그중 김태석은 차선책으로 [디어돌>로 인해 넥스트원에 애정이 있는 전 댄스 멘토, 리오의 스튜디오에 연락을 넣은 듯했으니까.
-이유가 있죠. 애초에 리오 쪽에 연락을 넣길 바라서 그쪽의 댄서들을 빼 온 거니까.
-뭐?
하지만, 그건 결국 큰 재앙으로 2팀 쪽에 돌아가게 될 터였다.
김태석은 ‘안정적인’ 실력을 가진 댄서들을 대거 포섭함으로써, 그가 아직 알지 못하는 위험 부담까지 떠안은 셈이 된 것이었으니까.
‘조금 있으면 터지겠지, 그 사건이.’
내가 기다리고 있는 건, 이후 큰 댄서 판을 둘러싸고 큰 논란이 되었던 사건이었다.
‘수강생 그루밍 사건,’
지금 김태석이 포섭한 리오의 스튜디오 소속 댄서들 중에는 범죄자가 있었던 것이다.
2팀 쪽의 제안을 받아들인 댄서들은 댄서 판에서 꽤 굵직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안무 시안을 비롯해 아이돌 백업 댄서로 참여한 경력이 많은, 이른바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건이 터지는 게 빨랐지.’
계기는 의외의 것에서부터 터졌다. 댄서 판에 호재가 될 것이라 여겼던 공중파 출연이 몇몇 댄서들에게는 독으로 작용한 것이다.
리오의 스튜디오 소속 댄서들 다수는 이번 가을에 있을 예능 프로그램에 팀으로 출연할 예정이었다. 이미 지난해 큰 파장을 몰고 온, 이른바 ‘성공이 예정된’ 서바이벌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와는 달리 첫 방송이 송출된 순간, 인터넷 판은 난리가 났다.
-피어리즈 팀의 범죄 사실을 고발합니다
-안녕하세요. 피어리즈 팀이 소속된 jw 스튜디오에서 일 년을 수강했던 수강생입니다…….
그들의 범죄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거다.
‘상습적이라고 했었지. 여성 수강생들을 그루밍하면서 성범죄를 저지른 게.’
고인물로 댄서 판에 머물러 있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수면 위로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지게 됐다.
그들이 인지도를 얻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즉 ‘어디에서나 보이는’ 사람들이 되면서 피해자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게 된 거다.
그들이 TV에 출연해 얼굴을 보이는 것 자체가 끊이지 않는 2차 가해로 작용하게 되었으니까.
-뭐? 이대로 가만히 있으라고? 무슨 소리야, 우리도 콘서트가 얼마 안 남았는데……!
-그래서 하는 말이에요. 콘서트를 아무런 문제없이 치르고 싶다면, 김태석 본부장이 배정해 주는 댄서들을 거부하지 말라는 겁니다.
때문에 나는 박원효를 불러내 미리 언질을 두게 된 것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오히려 재난을 피해 갈 수 있게 된 건, 김태석의 중요도에서 한참 밀려 버린 탓에 그들과 합을 맞추었던 댄서들을 후배인 넥스트원 쪽에 모두 빼앗겨 버린 라이저스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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