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17)
-너 진짜 우리랑 척지고 싶기라도 하냐?
내 말을 듣고 화를 낸 건 다른 쪽이었다. 박원효는 혼자 온 게 아니었던 것이다.
-야, 영오야. 잠깐 유하 하는 말 좀 더 듣고…….
-기껏 원효를 불러내서 무슨 말을 하려는가 싶더니, 새 본부장한테 항의도 하지 말라고? 말이 돼?
내가 못 미덥다는 듯, 박원효를 따라온 황영오는 내 말을 듣자마자 당장 불만부터 쏟아 내고 봤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뒷전 취급이나 당하라는 거야?
김태석이 2팀의 본부장으로 부임해 온 후부터 라이저스를 향한 지원은 계속해서 허술해져만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넥스트원뿐이었으니까.
‘라이저스에 기대가 없다는 걸 딱히 숨기려 드는 것 같지도 않고.’
김태석은 논란과 함께 출발해 딱 ‘적당한’ 수준의 성적을 보여 주고 있는 라이저스보다는 넥스트원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 판단하고 있는 듯했다.
꽤 자극적이었던 출연자들 덕분인지, [디자인 유어 아이돌> 시즌 3는 꽤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종영을 맞았으니까. 덕분에 넥스트원은 적잖은 팬덤을 확보하게 됐고.
‘선택과 집중을 본인의 팀 안에서도 쓰려는 거지.’
될성부른 떡잎인 넥스트원 쪽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거다. 라이저스 쪽의 지원을 줄여 가면서.
-휴…. 말이 좀 강하긴 하지만 영오 말도 맞아. 유하 너도 이번 우리 컴백 봤을 거 아냐. 갑작스럽게 숍 옮긴 것도 그렇고, 우리 이번 앨범 디자인부터 프로모션까지 허술했어.당연히 팬분들은 화가 났고. 우리가 당연히 불만 터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지. 근데 이 와중에 콘서트의 질까지 포기하라니, 좀 심하지 않냐?
씩씩대는 황영오를 두고 박원효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김태석의 부임 후 쌓여 가던 감정이 이번에 완전히 터져 버린 듯했다.
-부당한 건 압니다. 지금 넥스트원 쪽에 간 댄서들은 라이저스와도 합을 맞춰 본 경험이 있으니 원래대로라면 라이저스 쪽의 콘서트를 함께 준비해 줘야 할 테니까요.
-그래. 그게 아니라면 경험 있는 다른 댄서들을 알아봐 줬어야 했고. 하지만 김태석 본부장은 경력이 아예 없는 댄서들을 이번에 우리와 함께 준비시키기로 한 거잖아. 우리에게 들일 돈과 시간이 아깝다는 뜻밖에 더 돼? 이걸 우리가 언제까지 참아야 하냐?
김태석은 경력 있는 댄서들은 넥스트원 쪽에 몰아주고 라이저스에는 업계 경력이 아예 없는, 즉 페이를 낮게 줘도 괜찮은 댄서들을 섭외해 둔 상태였으니까.
거기에 라이저스 멤버들의 버튼이 눌린 거고.
-불만을 말하지 말란 건 아닙니다. 오히려 생색을 내세요. 선배로서 후배를 위해 양보해 준단 식으로, 김태석 본부장에게도 넥스트원에도 빚을 만들어 두란 겁니다.
-말뿐인 빚을 만들어서 뭐 해? 그런다고 김태석 본부장이 우릴 나중에 챙겨 줄 거 같아? 본부장이 우리한테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 ‘라이저스의 첫 콘서트인 만큼 온전히 하나의 스케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인력을 데려온 거라더라. 오히려 그 인간은 자기가 우리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색을 내고 있다고. 그 인간이 빚으로 받아들일 것 같아?
-우리도 미치겠어, 유하야. 첫 콘서트기 때문에 우리도 경력 있는 댄서들이 필요한 건데. 팬분들이 기대하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 우리도 한소리를 하려는 거야. 이런 마음 이해 못 하는 거 아니잖아, 너도.
내 말에 황영오는 다시 한번 벌컥 화를 냈다. 뒤이어 입을 연 박원효 또한 초조해 보였다. 본부장이 바뀌고 난 후, 라이저스 쪽의 상황이 계속해서 좋지 않게 돌아가는 것에 조바심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예요. 무탈하게 콘서트를 개최하고 싶으신 거잖아요.
-뭐?
-말했잖아요, 들은 게 좀 있다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라이저스 멤버들은 참아야 했다.
-넥스트원의 팬 미팅 직전에 뭔가 일이 터질 겁니다. 제가 알기로 그쪽으로 포섭되어 간 댄서들 중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꽤 많아서.
-……!
-지금은 오히려 그쪽과 연을 끊는 게 더 안전하단 겁니다. 그러니 형들은 형들과 일하게 된 댄서분들한테 잘해 주셔야 하고요. 훗날 무슨 일이 있어도 라이저스를 배신하지 않게.
본인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
-혹은, 형들의 허락하에 본부장 쪽에 빚을 만들어 둘 수 있게요.
그루밍 사건으로 인해 넥스트원 쪽의 댄서들이 펑크를 내면 김태석은 급하게 다른 댄서들을 불러오려 할 것이다. 팬미팅을 망칠 순 없으니까.
‘하지만 펑크 난 스케줄을 대신해 줄 댄서를 찾는 건 꽤 어렵겠지.’
그렇다면 김태석은 기존 댄서들의 연습 과정을 본 적이 있는 쪽, 혹은 이미 포섭된 댄서들을 써먹고 싶어 할 터.
-라이저스 측의 지원을 늘리고 싶죠. 이대로 뒷전이 되는 게 싫은 거잖아요. 그럼 본부장의 힘을 약화시켜야죠. 빚은 만들어 둬야 하고요.
즉, 라이저스 쪽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거다.
경력이 없는, 즉 당장 스케줄이 비어 있는 데다 같은 스튜디오 소속으로서 선배들의 연습 과정을 본 적 있는 신인 댄서만큼 대타로 써먹기 좋은 인력은 없게 느껴질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라이저스를 위해 하나의 콘서트에만 총력을 다할 수 있는 신인을 데려다준 것’이라는 김태석의 말이 유명무실해진다.
즉, 김태석은 라이저스에 빚이 생긴다는 거다.
‘힘은 약화될 테고.’
지금 김태석은 아티스트를 위해서랍시고 벌인 일을 제대로 성공시킨 게 단 하나도 없다.
숍을 옮긴 후에는 팬들의 원성을 들었고, 넥스트원의 뮤직비디오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지 않나.
여기에 팬미팅까지 차질이 생기면, 김태석의 영향력은 위태로워진다.
-김태석 본부장을 갈아 치우는 게 라이저스 측에도 좋지 않겠어요?
-……!
부임한 후 실패만 하는 본부장으로 낙인찍히며 회사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는 거다.
그리고 본부장이 독재를 일삼을 수 있는 명분이 없다면 라이저스나 넥스트원 멤버들에게는 정당한 발언권이 생기게 될 터였다.
회사 내외부적으로 본부장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면, 결국 아티스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활동을 만들어 나갈 분위기가 조성되니까.
-꽤 험할 겁니다. 쉽게 안 물러날 인간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뒷전이 되고 싶지도 않고, 팬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은 거라면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말은 잘하네……. 결국 너희도 김태석 본부장이 싫어서 우리한테 손 뻗는 거면서.
모든 이야기를 들은 후, 황영오는 나를 노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결국 내가 2팀 내부에서 본부장을 공격해 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들을 불렀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부정은 안 할게요. 2팀 본부장이 로드 엔터를 나가 주는 게 저희한테 더 도움이 되어서 형들한테 정보 주는 게 맞기도 하니까.
그 말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나는 황영오를 비롯해 라이저스 멤버들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득을 볼 쪽은 라이저스 아닌가 싶은데. 이대로 캐시 카우로 돌려지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그 인간이 원디어에 이어 라이저스도 해외로 돌릴 일이 없을까요?
-…!
나는 함께 위기감을 느끼고 본부장을 적극적으로 무너뜨려 줄 스파이가 필요한 거니까.
때문에 나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는 황영오에게 물었다.
-김태석 본부장이 생각하는 것처럼 형들도 라이저스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거예요? 형들도 스스로 팀을 포기할 생각인 거면 제가 괜한 정보를 준 것 같긴 한데.
-…말도 안 되는 소리. 이 정도에서 포기할 거면 미쳤다고 서바이벌을 두 번 나갔겠어? 젠장, 우리도 말 잘 들어주는 사람만 만나면 지금 이상으로 잘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면 황영오가 발끈할 걸 알았으니까.
조마조마한 얼굴로 황영오를 바라보던 박원효는 나와 황영오의 대화가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는 듯하자, 곧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터질 거라는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알겠어. 네 말대로 해 볼게. 우리 데뷔 때 너한테 빚진 것도 있고… 솔직히 네가 제안한 방법이 우리에게도 최선인 것 같으니까.
-하, 이게 진짜 맞는 건지……. 만약 생각대로 일이 안 돌아가면 어떻게든 보상해라, 너.
-걱정 마세요. 그때는 오히려 이쪽이 적극적으로 끼워팔기 당해 줄 테니까.
-아, 그놈의 끼워팔기 얘기 그만하라고. 그때도 에이넷이 하려고 했던 거지 우리 의견은 조금도 없었다고! 너랑은 뭔 말을 못 하겠다, 성질나서. 내가 왜 너랑 한 배에 타게 된 건지 진짜…….
그 뒤를 이어 밉상이라는 둥, 일만 아니면 상종할 일이 없다는 등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중얼대던 황영오는 박원효와 함께 회의실을 나가 버렸다.
그게 벌써 저번 주의 일이었고.
“머리를 꽤나 굴린 건 인정합니다만, 유하 씨나 1팀이 원하는 대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겁니다. 그딴 잔꾀가 언제까지 통할 것 같습니까.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잔꾀를 부린 적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단지 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뿐이라서요.”
“정말… 원유하 씨나 원디어 멤버분들은 주제를 모르십니다.”
여전히 김태석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듯했다. 자신이 무언가를 빼앗길 예정임을 모르고 있는 듯했으니까.
“몸 사릴 필요를 못 느끼나 봐요? 내가 어떤 식으로 원디어에 영향 미칠 줄 알고 이렇게 건방지게 굴죠? 직속 본부장이 아니랍시고 너무 건방 떠는 거 아닙니까?”
“글쎄요. 제 나름대로는 이 이상 어떻게 더 예의를 차리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한데. 건방을 떤다는 건 오해시고요. 전 오히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거든요.”
“…감사 인사요?”
“지난번에 전달해 주신 해외 레이블 리스트 말입니다. 그게 참고 자료로 꽤 도움이 되셨던 것 같거든요.”
“……?”
이렇게 위협을 하는 걸로 봐서는 본인이 생각해 둔 또 다른 수가 이미 막혔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고.
“하승혁 대표님께요. 이번 해외 출장에서 앞으로 로드 엔터 소속 아티스트들과 함께할 레코드사와 계약을 하실 예정이라는 것 같으니까.”
“……!”
이번 일만큼은 내가 아닌 하승혁이 막은 것이었지만 말이다.
‘몰랐지. 하승혁이 해외에 나간 이유를.’
하승혁의 이번 해외 출장은 꽤 길었다. 한동안 로드 엔터 내에서 대내외적인 업무와 함께 본사 측의 견제를 막아 오던 하승혁이 어째서 이토록 길게 나가 있나 궁금했던 차에, 나는 이번에 그의 복귀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아니, 하 대표님 진짜 본사 측에 정보통이라도 있나……? 2팀 본부장이 우리한테 해외 레이블 리스트 전달한 건 어떻게 알고 계약처를 만들어 온 거야?
하승혁이 이번에 해외로 나간 건, 앞으로 로드 엔터 소속 아티스트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초석을 쌓기 위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로드 엔터 소속 K-POP 아이돌들이 소속될 레이블을 설립한 하승혁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큰 레코드사와의 계약을 이번 출장에서 합의 완료했다고 했다.
이 사실은 곧 전 회사 직원들을 비롯해 기사로까지 알려질 예정이었고.
‘본사에서는 해외 사업 쪽으로 이름을 날렸었댔지.’
대내외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건 김태석뿐만이 아니란 거다.
그뿐일까, 하승혁은 한 발자국 더 앞서 나가 있었던 듯했다. 본사 측에서의 견제를 예상하고 김태석보다도 먼저 행동을 개시한 걸 보면.
그리고 2팀의 본부장이 전달해 준 해외 레이블 리스트는 정말로 하승혁에게 도움이 된 듯했다.
“어쩌다 보니 그 해외 레이블들과는 조금도 연관이 없는 레코드사와 계약하게 되신 듯하지만요.”
“…….”
그가 전달해 준, 자신과 본사 측의 영향력이 닿아 있는 레이블 리스트.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김태석은 그 리스트를 우리에게 전달해 줌으로써 ‘피해 가야 할’ 함정들을 다 알려 준 셈이 된 것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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