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26)
426화
아이템을 뽑은 후, 나는 대체 시스템이 내가 무엇을 하길 원하는 것인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양 주어진 ‘경고’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시스템이 내가 뭔가를 조심하길 바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뿐일까. 시스템은 친절하게 내게 힌트까지 내려 주고 있었다. 내 ‘주변’을 주시하라고.
“……? 그렇게 좋은 약이에요?”
“그래. 그러니까 가지고 다니다 뭔가 위험하다 싶을 때 먹어. 아까워하지 말고.”
때문에 나는 천세림에게 붕붕드링크를 건네줄 생각을 하게 된 거였다. 지금 상황에서 ‘변화’를 직접적으로 겪는 멤버는 천세림밖에 없는 듯 느껴졌으니까.
“흠, 알겠어요. 일단 가져갔다가 진짜 힘들다 싶을 때 먹을게요. 다른 멤버들은 안 먹어도 되겠어요?”
“우린 괜찮으니까 네 몸이나 챙겨. 너 올 때까지 우린 평소처럼 지낼 거니까. 혹시 모를 일이 있으면 직원분들이나 다른 멤버들한테 도움 구할 수도 있을 거고, 병원 가기도 쉽잖아.”
천세림이 귀국할 때까지 약 10일. 그동안 멤버들은 유찬희의 말처럼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낼 계획이었으니까.
공식 스케줄이 있는 사람은 일정을 소화하되, 다른 멤버들은 대부분 공백기를 위한 개인 콘텐츠를 만들거나 다음 앨범을 위한 곡을 작업하며 천세림의 귀국을 기다릴 예정이었다.
“오케이, 알겠어. 최대한 조심하면서 다녀올게. 원래도 주변을 유의하면서 다닐 생각이긴 했지만… 멤버들이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는데 절대 상하지 않고 와야겠네. 수면 시간도 잘 확보해서 컨디션 챙길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거나 하면 주저하지 말고 주변에 말하고, 정 뭣하면 우리한테라도 전화해. 방법 찾아볼 테니까. 휴대폰이 없어지거나 할 경우를 대비해서 혹시 모르니까 멤버 중 한 명 번호라도 외워 가고.”
그러니, 나는 내 주변의 유일한 ‘변화’를 맞는 천세림의 건강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눈길이 닿지 않는 타지로 떠나는 건 그뿐이었으니까.
‘지금 당장 운 수치는… 큰 변동은 없는 것 같군.’
나는 천세림의 머리 위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지난번 아이템을 뽑은 후부터 줄곧 발동한 통찰안을 통해 보이는, 천세림의 ‘운’이 떠올라 있었다.
천세림의 운은 현재로서는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 어느 때 운이 떨어질지는 누구도 모르지.’
그러나 ‘운’이라는 것은 애초에 변동이 심했다.
당장 하늘까지 치솟아 있다가도 다음 순간 훅 떨어지곤 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던 것이다.
‘다른 멤버들이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문제가 없다. 하지만, 떠나 있는 동안 천세림은 어쩔 수 없이 내 시야에서 벗어나게 돼.’
즉, 무슨 일이 생겨도 곧바로 대응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거다.
때문에 좀 더 유난을 떤 것이 천세림에게는 당혹스러움이 된 모양이었다.
“…뭐지? 형의 걱정이 달가운 한편 좀 얼떨떨한데? 음…… 나 진짜 이렇게까지 좀, 못 미더운 멤버였어요?”
쏟아 내는 내 말을 듣던 천세림이 약간 머쓱한 얼굴로 제 머리를 긁적이는 걸 보면 말이다.
그에 대신 대답해 준 건 도지혁이었다.
“하하. 그것보단 혼자 보내는 게 마음에 걸리는 거 아닐까. 막내가 고생하니까.”
“으음, 확실히 유하는 막내들한테 약하니까.”
“아하. 이게 바로 막내 특권?”
고개를 주억거리다 한마디를 덧붙인 에이든 리의 모습에 천세림은 이번에는 나를 놀리기로 한 모양이었다. 어리둥절해하다가도 바로 건수를 잡기라도 한 양 능청을 떤 것이다.
“좀 귀중한 기회긴 하네요, 유하 형의 걱정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주하다니. 흠, 이쯤 되니 진짜 최선을 다해 몸 챙겨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이내 장난기로 눈을 빛내곤 내 반응을 살피듯 이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모습에,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라면 그만 좀 하라는 식으로 한마디를 쏘아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는 굳이 그럴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라고 부담 주는 거니까, 최대한 몸 사려서 다녀와라.”
“…….”
이번에는 정말로 천세림이 몸조심을 해 줄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런 내 모습에 천세림은 잠깐 동안 침묵한 채 나를 살폈다. 이미 입가에 머물러 있던 미소는 약간 가라앉은 채였다.
“…오케이, 진짜 아무런 일 없게 조심해서 다녀올게요.”
아마도 이쯤 되니, 일련의 대화를 통해 깨달은 듯했다.
“대신 하나만 약속하죠. 형도 조심해요, 뭐가 됐든지 간에.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고.”
“…그래.”
내가 무언가를 아주 크게 염려하고 있으며.
“무슨 일이 있으면 곧장 알려 주고요.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최대한 해 볼 테니까.”
그 이유는, 내가 무언가가 ‘일어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 * *
[천세림: 실은 난 형이 제일 걱정이긴 하거든요? 다른 멤버들이야 알아서 잘하겠지 싶긴 해요. 근데 형은 뭔가 계속 고민 중인 거 있었잖아요.] [천세림: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형도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주기예요. 연락은 계속 받을 거니까.] [원유하: 내가 언제 도움 필요할 때 너한테 말 안 한 적 있었냐] [천세림: 음] [천세림: 그렇게 말하니까 새삼 감동이네? 선물 갖고 싶은 거 있어요?] [원유하: 건강하게 잘 갔다 오기나 해라]직후, 천세림은 출국과 함께 내게 메시지를 남겼다.
눈치 빠른 놈답게 내가 괜히 약을 준 게 아니라는 것, 그보다도 더 전에 내가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던 듯했다.
‘그건 천세림이나 이번 일과는 상관이 없지만.’
이번 일과는 별개로 내가 고민하는 건 하나였다.
“깼어? 유하야.”
“…네.”
바로 주단우 말이다.
결국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천세림을 배웅한 후 잠들었기 때문에, 나는 오늘 느지막이 일어난 차였다. 그렇게 눈을 떴을 때 다른 멤버들은 이미 모두 나간 듯, 숙소에는 주단우밖에 없었다.
‘에이든 리랑 유찬희는 곡 작업하러 간다고 했던가…….’
나는 정수기에서 물을 받으며 다른 멤버들의 오늘 일정을 복기해 보았다.
앨범에 실을 곡 작업은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돌입해 있었다. 때문에 이번 앨범부터 본격적으로 작곡에 참여하게 된 유찬희와 함께 에이든 리는 최근 시간만 있으면 회사 작업실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로 일어난 후 바로 회사로 출근한 듯했다.
“오늘 현진이 형이랑 지혁이 형은 오늘부터 개인 콘텐츠 촬영이었죠.”
“응,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하시던데.”
강현진과 도지혁 또한 앞으로 며칠은 조금 바쁠 듯했다. 내내 준비해 왔던 개인 콘텐츠를 연이어 촬영하게 된 덕이었다.
“형은요? 점심 먹고 작업하러 갈 거죠?”
“으응.”
“같이 가죠. 저도 작업해야 할 게 있으니까.”
물론 주단우와 나도 영 쉬기만 할 수는 없었고 말이다.
나는 점심을 차리는 주단우의 옆에서 허드렛일을 도와주다 말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머릿속에 고뇌가 들어찬 탓이었다.
‘슬슬 나와 줘야 할 텐데.’
골머리를 썩이는 건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콘서트와 더불어 앨범에 실을 개인 곡 또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아직 주제도 못 정했으니.’
에이든 리로부터 개인 곡을 받은 건 벌써 약 2달 전의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래에 맞출 가사 작업을 아직 조금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작사야 매 앨범마다 해 오던 일이니 이제 와 어려워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개인 곡에 맞는 가사를 붙여 보려 할 때마다 매번 한 줄도 제대로 써넣지 못하고 고뇌하기만 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개인 곡을 대체 어떻게 시작해 어떤 방식으로 끝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왜 이렇게 힘들어해? 유하. 쓸 말이 없어?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건가?
그런 내 모습이 에이든 리는 의외였던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작사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한 줄도 쓰지 못하고 있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쓸 말은 많지.’
물론, 아예 쓸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머릿속에는 다른 곡을 작업할 때보다도 더 많은 말들이 떠다니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중 하나를 잡아채지 못하는 건, 그 생각들에 내가 경중을 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터였다.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내가 뭘 말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아.’
허투루 곡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어쩌면 처음으로, 내가 이 노래를 통해 ‘정말로’ 내가 뭘 원하는지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결국 욕심 때문이지.’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선택지가 눈앞에 즐비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쉽사리 그 무엇도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어쩐지 우스웠던 것이다.
‘…우스운 건 하나가 더 있고.’
그렇게 자조하면서 나는 흘긋 주단우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주단우』
세부 특성
특기(노래, 랩): A+
특기(춤): B
매력(외모): A+
매력(분위기): A+
끼(표현력): B+
끼(집중력): B
체력(신체): S-
체력(정신): B
버프: 생각하는 대로
“믿을수록 이루어지는 힘”
자신을 신뢰하고 타인으로부터 신뢰받을 경우 특기 +150, 동료 퍼포먼스 +50
상태: 평온(확인 가능)
그의 시스템 창을.
데뷔 후 이제 3년 차. 지난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주단우는 다른 스텟들 또한 몇 차례의 성장을 이룩해 낸 상태였다. 버프 또한 활성화된 지 오래고.
‘…트리거는 떠올라 있지 않군.’
하지만, 주단우의 시스템 창 안에는 내가 고민하는 문제를 풀어 줄 단서가 떠올라 있지는 않았다.
현재 평온함을 느끼고 있는 주단우의 시스템 창에는 내가 그의 과거를 알아낼 유일할 방법인 ‘트리거’가 떠올라 있지 않았던 것이다.
‘주단우가 혼란을 겪고 있지 않다는 건 지금 당장 뭔가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는 뜻이니 다행이지만.’
물론, 트리거는 떠오르지 않는 편이 좋다. 트리거란 곧 그 소유자에게 상흔으로 남은 큰 트라우마라는 뜻이니, 그런 기억이 굳이 떠오를 필요는 없지 않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통찰안을 통해 자주 주단우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건 지난번 김태석에게서 기묘한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돌 평판이야 한순간이지. 지난번에 들은 말이 있었지. 그걸 기반으로 주단우를 좀 더 캐 봐야겠군.]
주단우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혹은 ‘있었다’는 듯한 말.
내가 알지 못하는 주단우의 과거에 무언가 위험 요소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나는 그 이후 줄곧 주단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김태석이 만약 주단우와 관련해 뭔가 수를 쓴다면, 그 변화는 바로 시스템 창에 나타날 테니까.
‘…실은 물어보기만 하면 될 문제인데.’
때문에 나는 스스로 나 자신을 우스워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먼 길을 돌아가고 있음을 모르진 않았던 것이다.
‘물어본다면 대답해 주겠지.’
주단우는 일부러 문제를 숨길 놈이 아니다. 뭣보다 문제를 ‘일으킬’ 만한 사람도 아니고.
그런 주단우에게 뭔가 약점이 될 만한 과거가 있다면, 아마 무언가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클 터. 그러니 굳이 말을 아낄 이유는 없었지만.
‘…그래서 더 묻는 게 애매해.’
주단우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쉽사리 물을 수가 없었다.
그런 주단우가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 ‘문제’라면, 높은 확률로 그게 주단우 자신이나 그 문제를 일으킨 주변인에게 상처가 되기 때문이라는 뜻일 테니까.
때문에 혹시나 내 물음이 오히려 주단우의 트리거를 떠오르게 하지는 않을까, 주저하던 찰나였다.
“저, 유하야. 나는 오늘 다른 곳에 가야 할 것 같아.”
“……!”
나는 문득 눈앞에서 시작된 ‘변화’에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점심 식사를 위해 그릇을 테이블에 올려놓던 주단우가 입을 연 순간.
“잠깐 시즈레이블에 다녀올게.”
그의 ‘선택’이 입 밖으로 내뱉어짐에 따라, 주단우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던 ‘운’이 급속도로 낮아졌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