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27)
427화
“…왜요?”
그건 꽤나 극적인 변화였다.
“으응, 연락이 왔어, 이번에 시즈에서 새로 아이돌 팀이 데뷔한다고. 같이 연습했던 동생들도 몇 명 팀에 속하게 된 것 같아.”
“…….”
주단우가 말을 할수록, 그의 머리 위에 있던 ‘운’이 실시간으로 낮아진다.
제 머리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조금도 모르는 채, 혹은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주단우는 평온한 투로 말을 잇는다.
“대표님이 지원 사격 겸 챌린지도 한 번 찍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셔서. 나도 지금 작업하고 있는 곡 관련해서 대표님께 조언 구하고 싶은 것도 있고…….”
“형.”
“응?”
그러다 이내 그 수치가 완전히 바닥에 다다랐을 때. 그 ‘운’의 추락이 주는 까마득함에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혹시 저도 같이 가도 돼요?”
“응? …시즈에?”
이걸로 확실해졌던 것이다.
“네. 좀 궁금해서요. 생각해 보면 시즈레이블에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으니까.”
“별로 볼 건 없을 텐데 괜찮겠어? …불편할 수도 있을 텐데.”
“괜찮아요. 저도 나름 목적 가지고 가는 거라.”
“목적?”
“네. 저도 지금 곡이 안 나오고 있잖아요.”
이대로 주단우 혼자 시즈레이블에 보내는 건 사지로 그를 몰아넣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좀, 저 자신에게도 ‘변화’를 줄 필요를 느껴서. 새로운 환경을 봐 두면 어떨까 하고.”
또한, 시스템이 경고한 ‘변화’의 주체는 아마 주단우라는 것을.
* * *
최근 주단우는 자작곡과 관련해 생각이 많아 보였다.
-단우 씨는 혹시 자작곡은 생각 없을까요? 이번에 업로드된 커버곡 관련해서 팬분들 반응이 좋거든요. 그렇다 보니 혹시 따로 작업 중이신 곡은 없는지 팬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럼 조금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내보낼 만한 게 없는 것 같아서…….
-그럼요. 급한 건 아니니 충분히 생각하시고 언제든 들려주세요.
해외 일정을 도는 동안, 유어원들은 주단우가 준비해 뒀던 커버곡 동영상을 먼저 만나 보게 됐다.
평소 멤버들의 개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어 온 데다, 주단우가 꽤 오래 고심하고 준비한 만큼 그의 커버곡은 유어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냈다.
그러다 주단우의 자작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뒤를 이어 유찬희가 자신이 준비한 믹스테이프를 공개했을 때였다.
-원디어 메인래퍼의 축복이 끝이없네
-단우 싱잉랩 커버곡으로도 이미 과식상탠데 여기서 찬희가 쓰껄하게 자작곡 믹테를 말아주네 유어원 행복함으로 채워서 죽이려는 거니
-찬희ㅠ 평소에 비트 열심히 찍고 작곡 연습 많이 한다더니 믹테 개좋다…. 우리 천재 메랩 어떡할거임…..
-하 이쯤되니 단우 자작곡도 개궁금해져…. 단우는 또 얼마나 기깔나는 비트를 찍을까…
유찬희의 개성과 능력이 드러난 믹스테이프의 발매. 이에 따라 유어원들은 자연스럽게 원디어의 또 다른 래퍼, 주단우의 자작곡을 궁금해하게 된 모양이었다.
원디어의 ‘메인 래퍼’는 두 명이고, 남은 한 명의 래퍼인 주단우는 래퍼 전문 레이블로 유명한 시즈레이블에서 연습생 생활을 보낸 만큼, 충분히 비트메이커로서의 소질이 있었으니까.
‘드러낸 적은 없지만.’
주단우가 스스로 자신이 작곡을 할 수 있다는 걸 드러낸 건 ‘어쩔 수 없었던’ 경우뿐이었다. 바로 [디어돌> 2차 경연 때 말이다.
당시 같은 시즈레이블 출신인 박우재의 독단으로 실패를 향해 흘러가던 경연곡은 망설이던 주단우가 마음을 고쳐먹음과 동시에 변화했다.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던 주단우는 이대로 가만히 놔둘 수 없다 결단한 후에는 최선을 다해 제 능력을 발휘해 경연곡을 다듬어 낸 것이다.
그때 그가 주도해 편곡해 낸 곡은 [디어돌> 시즌1의 명곡 중 하나로 불리우고 있었고.
-단우 뎌돌 때 편곡한 거 보면 능력 진짜 개충분한거같은데ㅠㅠ 단우는 자작곡 안 내보내주나
-나는 단우의 감성이 너무 궁금해… 시즈레이블은 공격적인 랩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단우는 뭔가 좀 더 부드럽고 예쁘고 다정한 랩을 해주지 않을까 싶어서ㅋㅋ 물론 공격적인 랩을 해준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그냥 난 주단우면 다 좋은듯ㅎ
덕분에 유어원들은 이미 데뷔초부터 주단우의 자작곡을 꾸준히 궁금해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한 의견이 이번 커버곡을 계기로 좀 더 뚜렷해진 것에 주단우는 요구에 보답할 준비를 하게 된 것이고.
‘솔직히 왜 시즈레이블에 갈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택시에 탄 채 생각했다. 이미 본인 스스로의 능력이 충분한 듯 보이는 주단우가 ‘조언을 구하기 위해’ 왜 굳이 시즈레이블로 가는 건지 조금쯤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시즈레이블을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
걱정도 됐고.
원디어로 데뷔한 이후, 주단우는 시즈레이블로 쉽게 걸음하지 않았었으니까.
‘굳이 갈 이유가 없어서도 있겠지만, 본인도 피하는 것처럼 보였지.’
전체적인 매니징은 로드 엔터가 전부 맡아 진행해 주고 있다. 그러니 활동 면에서 시즈레이블에 도움을 요청할 일이 없었기 때문도 있지만, 제일 큰 이유는 주단우가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간만이다, 단우야. 잘 지냈고? 섭섭할 뻔했잖아,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아…… 죄송합니다. 활동이 바빠서 인사드리는 게 늦었던 것 같아요.”
“그럼, 알지. 원디어 바쁜 것쯤이야. 이번에 2주년이었다며? 축하한다. 요즘 나는 너만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단우 네가 이렇게까지 성장했다니, 하고.”
“…….”
“우재나 다른 애들 중 한 명이 추가로 데뷔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텐데. 아, 이런 말은 좀 그런가? 이미 데뷔해서 다들 친해졌을 텐데. 그냥 아쉬워서 하는 소린 건 알지?”
[디어돌>에 참여했을 당시, 시즈레이블에서 자신에게 기대를 걸었던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는 것을.오히려 대충 해 주고 어서 나가 주길 바랐겠지. 주단우는 당시 처치가 곤란한 장기 연습생으로, 데뷔조인 박우재를 돋보이게 만들 패로 나왔을 뿐이었으니까.
농담이라면서도 뼈가 있는 말을 하던 시즈레이블의 대표, 티엑스는 주단우의 얼굴이 굳었음에도 아랑곳않고 농담인지, 까는 건지 모를 말을 늘어놓았다.
“확실히 사람은 절박해야 해. 단우 너도 회사에 있을 땐 내내 늘지 않던 실력이 [디어돌>에서는 단기간에 늘었잖아. 다른 애들도 좀 너처럼 몸을 갈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 그러고 보니 유하 씨도 마찬가지였죠? [디어돌>에서 실력이 확 는 건. 대단해, 정말.”
그러다 이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곤 웃는 것에, 나는 맞서 미소 짓고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저보다는 선배님… 아, 대표님이라고 불러 드리는 게 맞나요? 호칭이 어렵네요, 꼭 한번 뵙고 싶었던 선배님이어서.”
“오, 날 아나?”
“저희 또래 중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 리가요. 저도 어릴 때 티엑스 선배님 노래를 듣고 자랐는데요. 랩 하는 친구들 중에 티엑스 선배님 노래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재는 듯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던 티엑스의 얼굴이 약간 풀린 건 그다음의 일이었다. 대놓고 숙이고 들어가는 데 흡족해하는 것 같기도 했고, 대충 지껄인 말이 마음에 든 것 같기도 했다.
‘뭐… 거짓말은 아니지. 티엑스는 알고 있긴 했으니까.’
실제로 좋아한다거나 했던 건 아니지만.
티엑스는 내가 가수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무렵 이미 한창 활발하게 활동 중이었던 선배 아이돌이었다.
그는 ‘아이돌 래퍼’라는 말을 타파하기라도 하듯 데뷔 초부터 뛰어난 작곡·작사 능력, 이를 뒷받침하는 뛰어난 랩 실력을 선보임으로써 천재 래퍼라는 별명을 얻고 팀의 핵심 멤버가 되었었다.
‘팀 활동을 그리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다만, 그 ‘뛰어남’ 때문에 티엑스는 그리 오래 팀에 머물러 있지 못했다.
본인의 커리어에 욕심이 많았던지, 팀으로 활동한 지 3년 정도가 되었을 무렵 솔로 활동을 시작해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솔로 활동으로 아예 전향해 버린 것이다.
팀의 핵심 멤버가 빠져나가 버린 티엑스의 팀은 결국 그다음부터 활동이 흐지부지돼, 재계약을 할 시점에는 해체가 이뤄진 듯하고.
“언제나 활동이 어긋나서 아쉬웠습니다. 발매하시는 곡들은 언제나 잘 듣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티엑스는 끝도 없이 승승장구했다. 내보내는 앨범마다 명반 소리를 들으며 아이돌을 배척하던 힙합 씬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획사를 설립하기까지 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른바 ‘정통’ 소리를 듣는 래퍼들로 채울 생각이었던 듯싶지만… 수익 문제로 아이돌 팀을 만들게 되었지.’
관리를 잘해 준 것 같지는 않지만.
“랩도 들을 줄 몰랐네.”
“듣죠, 당연히. 단우 형이 곡 관련으로 조언을 구하러 간다고 하기에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있을까 싶어 따라왔는데 민폐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런 속내를 감추고 의외라는 듯한 얼굴로 티엑스가 내민 손을 잡아 마주 악수했다.
“저도 팀에서 작사를 하는데 최근 애를 먹고 있거든요. 티엑스 선배님을 뵈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 오게 됐습니다. 선배님 가사를 들으며 느끼는 점이 많아서요.”
“…….”
그런 내 모습에 처음에는 조금쯤 경계하는 듯하던 티엑스는 내가 자신을 보기 위해 시즈레이블로 왔다고 받아들인 듯했다.
“폐일 리가, 우리 단우 팀 리더인데. 그나저나 이렇게 금칠을 잘해 주는 사람일 줄은 몰랐네, 유하 씨. 좀 더 딱딱한 사람일 줄 알았어. 내 팬이란 것도 의외고.”
경계심을 조금 버린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해 준 것을 보면 말이다.
‘멋대로 착각해 주면 고마운 일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주 웃었다. 그때였다.
“그럼 유하 씨도 오면 되겠네. 이번에 우리 애들 데뷔 기념 리스닝 파티.”
“네?”
티엑스가 생각지 못했던 제안을 건넨 것은.
나와 주단우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티엑스는 주단우의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보낸 모양이었다.
“이건…….”
주단우가 이내 자신의 휴대폰에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하곤 조금 곤란한 얼굴이 된 것을 보면 말이다.
“이번에 데뷔하는 친구들 앨범 관련 리스닝 파티를 할 생각이야. 단우도 당연히 우리 소속이니까 와 줘야 하고. 너무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그냥 소속사 식구들이랑 친한 업계 동료나 관계자 불러다 놓고 앨범 반응 듣고 작게 파티 하는 정도니까.”
“…….”
“스케줄은 괜찮지? 원디어 바쁜 일은 다 끝나지 않았나?”
“아, 네…….”
“그럼 됐네. 맞춰서 와, 이번에 나랑 다른 친구들이 총력 다해 내보내는 앨범이니까 들어보면 너도 좋을 거야. 새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고. 유하 씨한테도 좋은 기회가 될 듯해서 부르는 거니까, 격식 차리지 말고 편하게 와.”
호의를 베푸는 듯한 목소리로 티엑스가 말하는 것에 나는 주단우가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새로 데뷔하는 시즈레이블 아이돌 팀을 홍보하는, 리스닝 파티의 초대장.
“피커즈 애들 같이 축하도 해 주고.”
그곳에는 훗날 시즈레이블의 몰락을 불러올 이른바 ‘약쟁이 팀’의 사진이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