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28)
428화
피커즈는 [디어돌>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즈레이블에서 데뷔한 6인조 아이돌 그룹이었다.
랩이 가능한 멤버 네 명을 주축으로 둔, 시즈레이블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힙합 팀.
당시에는 시류를 읽지 못한 데뷔곡을 냄으로써 소리 소문 없이 묻혔던 비운의 팀 말이다.
‘이번에는 데뷔가 꽤 늦은 모양이지만.’
하지만, 이번 생의 시즈레이블은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선택하게 된 듯했다.
이유야 알 만했다.
‘주단우의 데뷔, [디어돌>이 끝난 후 중심 멤버인 박우재에게 따라붙은 구설수 때문이었겠지.’
시즈레이블이 데뷔조인 박우재를 [디어돌>에 내보낸 건 데뷔 이전의 팬덤 확보와 홍보를 위해서였다.
적당한 수준에서 박우재가 능력을 보여 준 후, 마찬가지로 적당한 시점에서 떨어지면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연습생을 차출해 에이넷에 생색은 내고, 데뷔를 앞둔 신인 아이돌은 팬을 얻고. 일석이조라 생각했겠지. 연습생 중 누군가를 [디어돌>로 데뷔시킬 생각까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겸사겸사 골칫거리인 장기 연습생을 마지막으로 활용까지 할 수 있다 판단했을 테고.
하지만, 시즈레이블의 계획은 기묘하게 틀어지게 됐다.
내보낼 명분을 만들기 위해 출연시킨 주단우는 예상치 못하게 데뷔권을 손에 쥐게 된 반면, 기대를 걸고 내보낸 박우재는 팬덤은커녕 트러블메이커라는 낙인이 찍힌 거다.
-박우재 얘는 진짜 뭐야?;ㅋㅋㅋㅋ 왜 팀원들 말 ㅈ도 안듣고 지멋대로 편곡하고 지멋대로 파트 나눠?ㅋㅋㅋㅋㅋㅋㅋ 양심이 있으면 메보 당장 단우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솔직히 박우재 저런 실력으로 메보하겠다고 나선 것도 웃긴데 이와중에 지혼자 다른 팀원들 견제 오지는 것도 어이없음..ㅋㅋㅋㅋㅋㅋ 공통의 이득보다 걍 지혼자 잘보이면 된다 이 마인드가 보여서 재수없어..ㅋ 걍 쟤만 있으면 팀 분위기 개삭막해지는 듯
-솔직히 단우 아니었으면 2차 경연에서 상대 팀에 비비지도 못했을 것 같아..ㅠㅠㅠㅠ 가뜩이나 네맘열쇠 팀 레전드 무대 나왔다고 다들 떠들썩한데 박우재가 독단으로 진행했던 편곡대로 나왔으면… 진심 상상하기도 싫어ㅜ 졌잘싸라도 된 게 다행ㅠ
이 또한 박우재 본인의 행실 때문이니 할 말이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당시 제 팀원들을 찍어 누르고 독단으로 편곡을 진행한 박우재의 행동은 많은 아이돌메이커들의 빈축을 샀다. 박우재의 주도로 진행된 편곡과 파트 분배는 멘토들과 시청자들, 양쪽에서 혹평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팀을 살리기 위해 조금은 강압적으로 일처리를 했던 것이라면 모를까, 당시 박우재는 누가 봐도 열의가 없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라 슬슬 떨어져 볼까, 생각하는 티가 났으니.
-박우재는 왜 뎌돌 나온거임? 절박한 애들 사이에서 혼자 권력싸움하고 완장질에 취해서 나대는 거 진심 보기 역겨운데
-다른 팀원들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고 의견 꺼내는데 박우재 혼자 빈둥대다가 아 그건 좀ㅋ 아 별론데ㅋ 이러는거 진짜 짜증나ㅋㅋㅋ 그만하고 싶어도 그 티를 연대책임 미션에서 내면 안되지ㅋㅋㅋ한명 망하면 다 망하는 건데ㅋㅋㅋㅋㅋ
-데뷔할 생각 없으면 서바에 나오지 말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할 거면 혼자 망하시라고요~~~~~~~ ㅆ바 나는 주단우 데뷔하는 거 봐야겠다고~~~~~~~
당연하게도 그 태도는 박우재와 같은 팀에 최애를 둔 아이돌메이커들의 분노를 불러오게 됐다.
그중에서도 같은 소속사인 데다 재편곡 과정에서 직접적인 갈등을 빚었던 주단우의 팬들의 반발이 가장 거셌던 것으로 알고 있고.
-그러고 보니 시즈에서 이번에 새로 아이돌 팀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랑 데뷔 날짜 겹치는 건 아니겠죠?
-으응, 아마 괜찮을 거야. 지금 회사에서 이야기가 좀… 많이 오가는 것 같아서. 이번에 내가 데뷔하게 돼서 텀을 좀 두고 내보내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해.
덕분에 시즈레이블은 이전과는 달리 신인 아이돌 팀의 데뷔를 무기한으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팀의 핵심 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박우재를 이제 와 버릴 수도 없으니, 잡음이 가라앉기까지 기다리기로 한 거다.
‘그게 벌써 2년이고.’
분노가 가라앉고, 박우재의 트러블메이커 이미지가 흐려지기에 충분한 시간.
내내 조용하던 시즈레이블은 이제 때가 됐다 판단한 모양이었다. 꽤 오랜 시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마침내 피커즈의 데뷔가 결정된 것을 보면 말이다.
“애들은 지하에 있으니 편하게 보고 가. 네가 챌린지 찍어 주러 올 거라고 미리 말해 놨으니까 꽤 반가워할걸. 유하 씨도 편하게 구경하다 가고. 작업 관련된 이야기는 파티 끝나고 나서 하자고.”
그 마지막 준비로 티엑스는 피커즈와 주단우의 친밀한 모습을 대중에 공개하는 게 좋다 판단한 모양이고.
격려하듯 주단우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직원을 불러다 준 티엑스와 그렇게 대화를 마친 후, 나와 주단우는 지하층으로 이동했다.
꽤 큰 볼륨의 음악이 틀어져 있는 듯, 지하층에는 음악이 낮게 깔려 흐르고 있었다. 무거운 베이스 탓에 지하층 전체가 울리고 있는 듯했다.
‘사람은… 거의 없군.’
시즈레이블 자체에 소속돼 있는 연습생은 많지 않다. 소속돼 있는 아티스트들은 꽤 있는 편이지만, 다들 개인 작업실이 있는 만큼 지하는 데뷔 팀이 거의 전용으로 쓰는 모양이었다. 즐비해 있는 방들은 모두 사람 하나 없이 비워져 있었으니까.
그렇게 시즈레이블의 환경을 파악하며 불 꺼진 방들을 지나 복도 끝의 연습실로 다가가는 동안, 음악 소리가 커지고.
“……! 형?”
“헉, 단우 형이다.”
이내 문이 열렸을 때, 쏟아지듯 음악 소리가 피부로 짓쳐 들어옴과 동시에 나는 조금쯤 예상외의 광경과 마주하게 됐다.
“형! 와, 진짜 왔네요?”
“진짜 오랜만이다!”
한창 동작을 맞춰 보기라도 하고 있었던 듯 달뜬 열기로 가득한 연습실. 각자 편안한 연습복을 입은 채 춤을 추고 있던 ‘피커즈’ 멤버의 반수가 문이 열림과 동시에 이쪽으로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환영을 해 주네.’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나는 최대한 그것을 티 내지 않고 슬쩍 주단우를 바라보았다. 그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건 주단우도 마찬가지인 듯,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곧 어색하게 달려온 피커즈 멤버들에게 마주 인사했다.
“응. …잘 지냈어?”
“우리야 연습밖에 안 하고 지냈죠. 와, 형은 얼굴이 엄청 좋아졌네. 어, 옆에 계신 분은… 그, 유하 선배님! 형 팀 리더분이죠?”
“…아, 네. 안녕하세요, 원유하입니다.”
뒤이어 내게도 신기해하는 시선이 돌아오는 것에, 나는 얼결에 손을 내밀었다. 그에 달려온 멤버 세 명 중 한 명이 내 손을 잡고 강하게 흔들었다.
“알죠! 우와, 진짜 한번 보고 싶었는데. 단우 형이랑 같이 와 주신 거예요? 저희랑 챌린지 같이 찍어 주시나요?”
“저는 견학으로 온 거라서요. 챌린지는 같은 소속사인 단우 형만 하는 걸로 이야기되어 있다고 듣기도 했고.”
나는 그렇게 대꾸하며 주단우에게 다가온 얼굴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연습생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다가온 세 명은… 주단우와는 인연이 있었던 쪽인가.’
주단우는 시즈레이블에서도 손꼽히는 장기 연습생이었다. 그런 만큼, 지금 반갑다는 얼굴로 다가온 멤버 셋과는 함께 연습을 했던 적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스스럼없이 주단우에게 안부를 묻고 근황을 궁금해하는 걸 보면.
‘그와 반대로 저쪽은 안면이 없나.’
물론 주단우와는 아예 인연이 없는 멤버들도 있어 보였다. 멀리 떨어져 있는 나머지 세 명의 연습생들 중 두 명은 바뀐 분위기에 함부로 끼어들지 못하고 멀리서 머쓱하게 머리만 만지며 머뭇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눈과 얼굴에 호기심이 들어차 있는 걸 보면 딱히 주단우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고, 단지 처음 보는 얼굴이기에 어색해서 다가오지 못하는 듯싶었다.
‘나머지는… 뭐, 그놈이고.’
나는 나머지 한 명을 마지막으로 멤버 구성원에 대한 파악을 마친 후 다시금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직후, 빠르게 손을 잡고 흔들던 피커즈 멤버가 아쉬운 듯 혀를 찼다.
“앗, 그럼 구경만 하세요? 에이… 아쉽다.”
“그러게, 같이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디어돌> 출신끼리.”
함께 촬영을 할 줄 알았다는 듯 못내 아쉬워하며 손을 놓는 그의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서는 것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조금쯤 익숙한 얼굴과 마주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네요, 절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도 같은 팀 된 적은 없었어서.”
붉게 염색한 머리. 내려간 눈꼬리 탓에 어딘가 순해 보이면서도 눈빛을 보면 꽤 성격이 있을 게 분명한 얼굴이 씩 웃으며 날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잠시 동안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기억하죠. 나름 동기니까요, 김산 씨. 저희 경쟁 팀이었잖아요? 2차 경연 때.”
“오, 기억하시네요?”
당시 박우재, 주단우와 함께 [디어돌>에 출연했던 시즈레이블 출신의 세 번째 연습생, 김산이 ‘피커즈’에 소속돼 있었던 것이다.
김산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내 손을 마주 잡았다.
“말 나눠 본 적이 없어서 기억하고 계실 줄 몰랐는데. 전 2차 때 떨어지기도 했고.”
“경쟁 팀에 누가 있었는지 정도는 알아야죠. 잊을 리도 없고요. 재편곡 때 단우 형이랑 같이 편곡하셨잖아요? 도움 많이 받았다던데.”
“…단우 형이 그래요?”
“단우 형한테도 들었고, 방송으로도 봤죠.”
나는 악수한 손을 가볍게 흔들다 말고 자세를 바로 했다. 주단우가 경연 때의 이야기를, 정확히는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내게 해 주었을지는 몰랐다는 듯 김산의 얼굴은 조금 복잡 미묘해 보였다.
그렇게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다 이내 주단우에게 말을 걸고 싶은 듯, 그가 다른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주단우를 향해 몸을 돌렸을 때였다.
“형이 와 줄 줄 몰랐네요.”
김산은 한 발자국을 내딛으려다 말고 이내 멈칫했다. 자신보다도 먼저 주단우가 있는 쪽에 다가오는 또 다른 멤버 때문이었다.
“대표님이 말은 했다지만 솔직히 안 올 줄 알았는데.”
멀리서 주단우와는 안면이 없는 듯 보이는 두 명의 연습생과 가만히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박우재가 어느새 이쪽에 붙어 온 것이다.
“…진짜 좋아 보이네, 얼굴. 잘됐네요.”
2년 전보다 조금 더 날카로워진 듯한 얼굴하며 약간 차분해진 분위기는 시간의 변화를 체감하게 했지만, 나는 단 하나의 면에서 박우재가 그리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형, 데뷔하고 나서는 시즈에 온 적 없잖아요. 애들이랑도 이야기 안 한다길래 나는 형이 인사 한번 못 올 정도로 바쁜 줄 알았지.”
『박우재』
상태: 적개심(확인 가능)
바로 본인도 애써 숨기려 하지 않는 적의 때문이었다. 그것만은 이전과 지금이 조금도 다른 게 없었으니까.
다만, 변화가 있다면 그건 다른 쪽일 터였다.
“응, 시즈에서는 내가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연락이 온 적도 없었고.”
“…….”
이전과는 달리 주단우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지 않았던 것이다.
물끄러미 박우재를 내려다보다 말고, 주단우는 이내 입을 열어 대꾸했으니까. 평온한 어조이기에 더욱 단단하고도 확실한 반박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