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30)
430화
“뭘 봐요?”
“아.”
나는 순간 눈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 내 시야를 가리는 사람의 모습에 고개를 들었다.
“남의 짐을 왜 훔쳐봐, 기분 나쁘게.”
주단우, 김산과 함께 챌린지를 찍을 준비를 하던 박우재가 어느새 이쪽에 와 있는 상태였다.
널브러져 있는 짐더미 속에서 제 가방을 빼내어 빠르게 추스른 박우재는 자신의 것을 내 손이 닿지 않을 구석쯤으로 밀어 넣고는 나를 잠깐 노려보았다. 내가 헛짓 거리라도 할까 두렵다는 양 경계하는 태도였다.
그에 나는 일부러 더 태연히 고개를 기울인 후 입을 열었다.
“봐도 된다는 것처럼 있길래 본 것뿐인데 그렇게 과민 반응 하실 필요가 있나요.”
“…….”
“설마 제가 어디 가서 시즈 신인이 담배 피우고 다닌다고 이야기할까 봐요. 미성년자도 아니고 성인인데, 죄지은 것도 아니고.”
그 말에 박우재의 어깨가 조금 더 긴장하듯 수축되는 것을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 내 시선을 뭐라 생각한 건지, 박우재는 발작하듯 변명을 토해 냈다.
“누가 뭐래? 그냥 남의 짐 쳐다보는 게 기분 나빠서 한 소리지. 구경하러 왔으면 조용히 있다 가기나 해요, 괜히 신경 쓰이게 해서 일 방해하지 말고.”
“박우재!”
“아, 간다고!”
쏟아 내듯 화를 내다 말고 박우재는 멀리서 김산이 부르는 목소리에 마지막으로 한번 나를 일별하고는 가 버렸다.
그런 놈을 물끄러미 내다보다 말고 나는 이내 주단우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박우재에게 괜한 말을 듣고 심기가 불편해진 건 아닌가, 우려하는 얼굴이었다.
“잘해요, 형.”
“…응, 고마워.”
그에 걱정할 필요 없단 뜻으로 한마디 던진 나는 그제야 주단우가 안도한 듯 표정을 푸는 것을 보고 다시 연습실 벽에 기댔다.
그리고 생각했다.
‘맞는 것 같은데, 저 새끼.’
약 하는 거.
* * *
“응? 유하랑 단우 형, 시즈레이블 다녀왔어?”
주단우의 챌린지 촬영이 끝나고 저녁 즈음 들른 회사. 곡 작업을 시작하기 전, 나와 주단우는 내내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에이든 리, 유찬희와 합류해 잠시 식당에 들렀다. 일에 몰두하다 보면 끼니를 거르기 일쑤인 두 명에게 저녁을 먹이기 위해서였다.
메뉴를 주문한 후 두 명에게 곡 작업은 잘 진척되고 있냐고 묻던 중, 나와 주단우의 오전 스케줄을 듣고 그 둘이 서운하다는 듯 입꼬리를 축 늘어뜨리는 것에 나는 당혹감을 느꼈다.
“와, 어떻게 우리한테는 말도 없이…….”
“그러게. 너무하다…….”
“…아니, 가고 싶어 하는 줄 몰랐지.”
솔직히 이런 반응이 돌아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때문에 반사적으로 둘러대듯 대꾸한 나는 곧 드는 의문에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이게 내가 미안해해야 하는 일인 거냐?”
“흠, 아니지? 그냥 시즈레이블에 가 보고 싶었어서 말해 본 건데.”
일단 둘이 서운해하는 것 같아 맞춰 주기는 하는데, 이게 나와 주단우가 잘못한 일인지는 좀 아리까리했던 것이다.
그런 내 대꾸에 두 명이 곧 얼굴을 바꾸고 씩 웃으며 능청을 떠는 모습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거기 좋은 곡 많이 내보내잖아. 하, 어떤 장비랑 프로그램 쓰는지 궁금했는데.”
“어, 형은 그랬어요? 전 반은 진심이었는데. 전 진짜 아쉬워요. 형들 가는 줄 알았으면 나도 묻어서 같이 가 보는 건데 싶어서.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없는 선배님들이 많잖아요.”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두 명이 호들갑을 떨었다는 데 안심이 되는 한편 골치가 아파진 것이다. 장난 좋아하는 놈들이 팀에 여럿 모여 있다 보니 안 그러던 놈까지 옮는 듯했으니까.
“…찬희, 너는 어째 천세림을 닮아 가는 것 같다. 이든, 넌 그냥 너고.”
“형, 그 말 당장 취소해요. 아무리 형이라도 그건 용납 못 하니까.”
그에 정말로 싫다는 듯 정색하며 반박하는 유찬희의 모습에 이번에 웃은 건 내 쪽이었다.
평소 멤버들의 행동마다 감정적인 의미 부여를 하면서 치대는 천세림의 행동을 닮아 온 듯해 말한 것인데, 유찬희는 정말 질색하는 듯했다. 평소 천세림과 투닥대며 내가 더 낫네, 네가 더 별로네 하는 사이니까.
“그럼 네가 천세림 같은 행동을 하지 말든가. 너무 붙어 있어서 그런가, 확실히 너희 좀 닮게 된 것 같으니까. 넌 천세림 장난기 닮고, 천세림은 네 공격성을 좀 나눠 간 것 같고.”
“아니, 뭔 공격성이에요? 누굴 성격 파탄자로 아시나. 어쨌든 저 앞으로 그 자식이랑 2m 간격 유지할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그럼 춤은 어떻게 추려고. 너 무대 안 설 거냐?”
“…형이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요!”
그러다 벌컥 화를 내면서도 쩔쩔매는 유찬희의 반응에 끝내는 에이든 리까지 웃음을 터뜨린 후, 나는 주단우 쪽에 잠깐 시선을 주었다.
그 둘을 정말 서운하게 만든 줄 알고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더니만, 한숨을 내쉬는 걸 보면 이제야 안심하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직후, 나는 그 두 명의 앞에 물잔을 놔 주곤 말을 이었다.
“어쨌든, 견학이 목적이었으면 별 성과는 없었을걸. 작업실이랑 연습실은 대부분 비워져 있었어. 이번에 데뷔하는 팀 빼고는 다들 회사에는 없는 것 같았고.”
“아, 진짜? 에이~ 아쉽다.”
“간 김에 선배님들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긴, 시즈 쪽 선배님들 대부분은 자택이나 다른 쪽에 작업실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하긴 하시더라고요.”
이번에는 정말 아쉽다는 듯 두 명이 중얼거리는 것에 나는 유찬희에게 물었다.
“찬희, 너는 따로 시즈 쪽 선배님들이랑은 인연 없나?”
유찬희는 전문 레이블까지는 아니어도 힙합 콘셉트의 아이돌이 다수 속해 있는 DIO 출신이었다. 게다가 연습생들끼리 크루까지 만들어 랩을 연습해 온 만큼, 그쪽과 인연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유찬희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 없어요. 연습생들 쪽도 아는 사람 없고. 무대도 몇 번 못 본 것 같은데… 저 미성년자였잖아요. 미튜브로만 접했죠.”
열아홉에 원디어로 데뷔한 만큼, 유찬희는 밤에 이루어지는 공연은 몇 번 경험이 없는 듯했다. 특히 미성년자의 출입이 금지된 클럽 등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듯하고.
“애초에 시즈 소속 연습생들은 몇 명 없잖아요? 자기들끼리 놀고 작업하는 경향이 강하기도 하고. 그래서 저 [디어돌>에서 단우 형 처음 만났을 때는 놀랐다니까요, 시즈 소속은 이런 느낌이구나 싶어서. …사람 따라 다르다는 건 얼마 안 있어 알았지만.”
유찬희는 그렇게 대답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주단우와 함께 [디어돌>에 출연했던 또 다른 시즈 출신 연습생인 박우재와 김산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그의 인상을 찌푸리게 할 연습생이라면, 높은 확률로 박우재일 테고.
‘그럼 유찬희를 통해 얻어 낼 수 있는 정보는 없겠군. 아니… 오히려 다행인가.’
굳이 시즈 쪽과 연관돼 봤자 좋을 게 하나 없단 건 아니까.
나는 마침내 나온 음식을 열심히 먹기 시작하는 유찬희를 보며 생각했다. 유찬희가 시즈 소속 연습생이나 선배와 연관되어 있지 않아 다행이라고.
유찬희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줘 버리면 감정에 따라 휩쓸리는 경향이 있었다. 본인의 줏대가 확실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줄은 아니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얼결에 주변을 따라가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아직 박우재만인가? 아니면, 김산이나 다른 피커즈 멤버들도 모두 그런 건가?’
그러니, 유찬희가 누구와 연을 맺었는지는 중요했다. 시즈레이블에는 확실하게 마약이 돌고 있는 듯했으니까.
‘…냄새를 맡아 본 게 아니라 정확하진 않지만, 평범한 것일 리가 없지.’
널브러진 짐 사이로 보였던 담뱃갑. 그 안쪽에 있던 것들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담배와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하얀 필터에 감싸여 있는 마른 잎. 어디 내놓기 꺼려지는 것들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박우재가 가지고 있는 게 담배가 아니라 대마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담배 하나 피운다는 걸로 그 정도까지 예민하게 반응할 놈은 아닌 것 같으니까.’
놈에게 직접 말한 대로 성인이 담배를 피우는 건 죄가 아니었다. 놈의 직업이 데뷔를 앞둔 신인 아이돌이라는 점, 아이돌 사이에서 담배가 터부시된다는 점에서 그런 반응이 아예 나오지 못할 건 아니었지만.
‘박우재가 그런 터부를 신경 쓸 놈인가.’
그 반응을 보인 게 박우재라는 점에서 당연히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놈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떳떳하지는 않더라도 그렇게 당황할 일은 아니었으니까, 원래대로라면.
지난 생, 박우재를 계기로 알려진 시즈레이블 내의 마약 유통은 꽤 큰 문제로 번졌다.
소속 아티스트의 다수가 박우재에게서 마약을 공급받아 지속적으로 복용했다는 것, 무엇보다도 박우재가 소속된 피커즈 멤버 전원에게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점에서 ‘역대급’ 사건으로 남게 된 것이다.
‘약쟁이 그룹, 약쟁이 소속사… 이런 이미지가 붙을 만했지.’
소속사 대표인 티엑스는 회사 내부의 문제를 알지 못했다는 데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표직을 사퇴했다. 다수의 아티스트들이 구속된 탓에 시즈레이블은 이후 존망의 위협을 받게 됐고.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까지는 기억 안 나는군. 솔직히 알 바 아니지만.’
거기에 주단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면 주단우는 어떻게 되었던 걸까.’
그러다 나는 문득 이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다시금 되짚어 보게 되었다.
지난 생, 주단우는 시즈레이블에서 데뷔하지 못했다. 내게 주단우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돌의 기억이 없는 걸 보면 다른 소속사로 넘어가지도 않았던 듯하고.
마지막 기회처럼 [디어돌>에 나온 것이었으니 탈락하고 만 지난 생에는 연습생을 그만두었을 터. 다만 주단우가 그리 쉽게 업계를 떠났을 것 같진 않았다.
주단우가 박우재를 비롯한 다른 연습생들의 무시와 핍박, 소속사의 묵인 아래에서 버틴 건 6년.
타의에 의해 그만두게 될 때까지 꿋꿋이 견뎌 낼 정도로 오랜 시간 노력하고 좋아했던 걸 쉽게 떠났을 리 없다.
“형은 시즈 때부터 자작곡 만들었던 거죠?”
“응, 연습생 시작하고 나서 몇 년은 창작 쪽 레슨을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아. 본인이 쓸 비트는 자기가 직접 작업하는 게 좋다는 게 대표님 지론이기도 하고… 음, 나중에 데뷔할 수 없게 되어도 업계를 떠나는 일은 없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하셔서.”
뭣보다 주단우가 이쪽 일에 재능을 보였다면 더더욱 그렇고.
주단우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즈레이블의 연습생으로 남았다. 그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어찌 되었든, 주단우가 버틸 수 있었던 건 그에게 실력이 있었기 때문일 터였다.
랩뿐만이 아닌 본인 스스로의 창작 능력도 충분해, 까다로운 힙합 전문 레이블에서도 오랜 기간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에이든 리는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근데 우린 왜 형 자작곡을 들어 본 적이 없어요? 데뷔하고 나서 형이 작곡 쪽으로 작업하는 걸 본 적도 없는데. 바빠서 그랬나?”
어째서 우리는 주단우의 한쪽 가능성만 알고 있는지, 왜 [디어돌> 이후 주단우는 랩을 제외한 다른 쪽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 주려 한 적이 없었는지 말이다.
그리고 나는 들려온 말에 고개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서 그랬어. 확신이 안 들어서, 내가 해도 되는지.”
주단우가 어쩐지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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