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31)
431화
“그런 게 왜 필요해요? 그냥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에이든 리는 사이드 메뉴로 나온 제 몫의 튀김을 나와 주단우, 유찬희에게 먹으라는 듯 하나씩 넘겨주곤 말했다. 찌푸린 얼굴을 보니 주단우의 말이 영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으응. 그런데 확인이 필요한 게 좀 있어서.”
그에 주단우는 두루뭉술하게 대답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눈을 내리깐 채 식사에 집중하는 걸 보니, 그 이상은 더 말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입을 다문 건지, 아니면 걱정을 끼칠 순 없다 생각해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때문에 식사를 마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길, 나는 유찬희와 함께 좀 앞서 걸어가는 주단우를 보며 착잡하게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주단우의 반응은 누가 들어도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소속사 대표인 티엑스, 혹은 시즈레이블의 허락이 없다면 곡 작업을 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리지 않나.
그때였다.
“유하, 단우 형이랑 같이 리스닝 파티 간다고 그랬지?”
“……? 어.”
나와 함께 걸어가면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듯하던 에이든 리가 입을 연 것은.
“그래?”
에이든 리는 내 대답을 듣고는 잠시 눈을 굴렸다. 생각을 되짚어 보기라도 하듯, 에이든 리답지 않게 말을 꺼내도 될지 말지 고민하기라도 하는 듯했다.
그러다 이내 결심한 듯, 에이든 리는 내 쪽을 흘깃 바라보곤 입을 열었다.
“가지 말지?”
“…왜?”
뜬금없는, 그리고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욱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을.
내 되물음에 에이든 리는 침묵하며 발걸음을 늦췄다. 나는 그런 놈에게 더 뭔가를 묻기보다는 똑같이 뒤처지는 쪽을 택했다.
“뭐 때문에 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안 좋을 것 같아서. 단우 형이나 유하한테.”
에이든 리가 자신이 말하는 게 주단우 쪽에 들리지 않게끔 속도를 조절하는 것임을 모르지 않았던 것이다.
“뭐 들은 거라도 있어?”
식당에서는 자신도 가 보고 싶다고 능청을 떨었으면서, 굳이 시즈레이블이 여는 리스닝 파티에 참석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에 나는 에이든 리에게 물었다.
그러자 에이든 리는 고개를 끄덕이곤 입을 열었다.
“응. 별로 재밌게 노는 것 같진 않던데, 시즈는. 안 좋은 소문이 좀 있어, 프로듀서들 사이에서.”
“…안 좋은 소문?”
“나도 잘은 몰라, 대표님한테 들은 것뿐이라서. 그런데 프로듀서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것 같았어, 그쪽 더럽게 노는 사람 많다는 거.”
“…….”
에이든 리의 소속사인 나인히트는 프로듀서형 연습생들을 다수 키워 내는 것으로 유명한 중소 엔터사였다. 대표부터 시작해 소속 아티스트 전원이 스스로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을 하고 있었고, 그런 만큼 규모는 작아도 업계 내에서 발이 넓었다.
‘그래서 에이든 리도 작업을 할 때 소속사와는 자주 교류하고.’
로드 엔터에서 매니징을 받게 된 후 원 소속사와는 조금쯤 데면데면한 관계를 유지하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에이든 리와 나인히트의 관계는 한결같았다. 아마 소속사 대표가 꽤 남다른 인물이기 때문일 터였다.
-근데 형네 대표님은 진짜 신기하긴 하네요. 어떻게 이렇게 아티스트한테 호의적인 계약서를 만들어 줄 생각을 했지? 형이랑 그쪽 대표님이랑 자주 연락하고 작업 교류하는 거 보면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나 대표님 하나 믿고 영국에서 한국 온 거였으니까. 제대로 된 사람 아니었으면 아이돌 할 생각 안 했을 거야. 좋은 사람이야~ 존경할 만한 사람이고.
보통의 아티스트들이 소속사 윗선과는 어느 정도 심리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것에 반해, 에이든 리는 나인히트의 대표를 백 퍼센트 믿고 따른다는 걸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으니까. 딱 그만큼 나인히트 쪽도 에이든 리를 잘 대우하고 보살펴 주는 듯했고.
“대표님이 그랬어, 이왕이면 시즈 쪽이랑은 연관되지 말라고. 굳이 좋을 거 없다던데.”
그래서인 듯했다. 에이든 리가 [디어돌>에 나올 즈음, 나인히트 쪽에서 그에게 미리 경고를 해 준 건.
연습생 경력도 짧고, 에이든 리 자체가 돌발성이 강한 놈이니만큼 나인히트의 대표는 그를 내보내면서도 걱정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연습생 생활을 하며 알음알음 들은 것들이 많았을 참가자들 사이에서 놈이 뒤처지거나 실수라도 할까 알아 두면 좋을 것들을 몇 개 일러 주었던 듯하니까.
그리고 그중에는 시즈에 대한 경고도 있었던 듯싶었다. 오히려 연습생들은 모르는, 프로듀서이자 대표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고급 정보라고도 할 수 있었겠으나.
“…너 아주 제대로 연관되지 않았었냐?”
그렇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놈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따로 주의를 받은 놈치고 에이든 리가 [디어돌> 초반부터 주단우와 곧잘 어울렸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한 번도 주단우와 거리 둔 적 없지 않나?’
그뿐일까. 초반부터 곧잘 어울리고 치대다 못해 주단우와 나, 에이든 리, 천세림은 룸메즈로 묶이게 되기까지 했으니, 나인히트 대표의 경고는 아예 무용지물이 된 셈이었다.
그런 내 의문에 에이든 리는 씩 웃고는.
“명령 아니잖아. 그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는 거 아냐?”
“…….”
아주 놈다운 말을 내뱉었다.
경고를 받았음에도 깨끗이 무시한 채 본인의 판단하에 주단우와 친해지는 것이라는 말을 아주 당당하게 내뱉은 것이다.
“후회한 적 없으니까 내 선택이 맞았지~ 대표님이 다 맞는 건 아니라니까.”
“…너 때문에 너희 대표님이 얼마나 골머리 썩이고 있을지 알 만하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인히트 쪽 대표는 먼발치에서만 몇 번 뵈었을 뿐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은 없는데, 그쪽이 느꼈을 고충이 남일 같지 않게 느껴진 것이다.
“나 인간관계 쪽으로는 골머리 썩인 적 없어, 사람 잘 보는 편이라서. 그래서 시즈 쪽도 단우 형 말고는 안 친해졌잖아.”
그러다 에이든 리가 내뱉은 말에 나는 놈을 바라보았다. 멀리 걸어가고 있는 주단우를 보고 있는 에이든 리의 얼굴은 언제 미소를 지었냐는 양 무표정했다.
“그쪽 장비나 프로그램은 궁금해. 근데 사람은 안 궁금해, 별로 친해지고 싶은 타입이 없어. 그래서 궁금했어, 어떻게 단우 형이 시즈에 있었던 건지. 왜 형만 괜찮은 사람인지.”
“…….”
“왜 시즈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건지.”
때문에 나는 알 수 있었다. 에이든 리가 시즈레이블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결국 주단우 때문이라는 것을.
“…그러게.”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
시즈레이블이 앞으로 어떻게 되든, 그런 건 알 바 아니다. 이전 생처럼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든, 어쩌다 불운을 피해 가든 상관없다는 거다.
“리스닝 파티에 왜 가냐고 했지. 그것 때문이야.”
“응?”
“알고 싶다며.”
하지만 그 안에 주단우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알아내야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일이 일어날 건지도.”
시즈레이블 내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필요가, 무엇보다도 주단우가 시즈레이블과 얽혀 드는 걸 막을 필요가 있다는 거다.
“그래서 말인데, 도움 좀 구할 수 있을까. 딴 건 모르겠지만, 그쪽이 어떻게 더럽게 노는 건지는 좀 알 것 같거든.”
“…오?”
그걸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어 보이고.
* * *
직원에게 안내받은 대로 시즈레이블의 3층으로 올라간 순간이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울려오는 음악 소리에 나는 잠깐 인상을 찌푸렸다.
“괜찮아, 유하야?”
“네, 그냥 좀 시끄러워서.”
걱정스러운 듯 그렇게 묻는 주단우의 물음에 짧게 대답한 후,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소 직원들과 아티스트들의 휴식처쯤으로 이용되고 있었던 듯한 로비는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휘황찬란하게 꾸며져 있었다.
시끄러운 노래가 흘러 나오는 가운데, 여기저기 흩뿌려지는 조명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게끔.
무슨 일이 벌어지든 쉬이 깨달을 수 없게끔.
‘영 적응되는 분위기는 아닌데.’
평소에도 볼륨을 높인 음악이 흐르는 환경에서 일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이런 분위기는 영 낯설었다. 시즈레이블은 지금 완벽하게 클럽 같은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으니까.
‘가 보질 않았으니 정확히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돌이라는 직업군에서 터부시되는 것은 많다. 연애니 담배, 술자리를 비롯해 클럽도 그중 하나였다. 목격담이 떠오른 순간 바로 논란이 되기 십상인, 굳이 갈 필요를 못 느끼는 장소 말이다.
가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건 아니다. 놀고 즐기기 위해서, 음악을 들으려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지각색의 이유가 있겠지. 다만 나는 굳이 갈 필요가 있나, 하는 쪽이었다.
‘애초에 평소에도 음악 듣고 춤추는 일을 하는데 뭐 하러 가나 싶지. 번잡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그런 장소를 방문하는 걸 꺼려 하는 건, 섣불리 굴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한번 즐기는 대가로 여럿의 기대를 배신하게 된다면 굳이 안 해도 될 짓을 할 이유가 없었다. 누군가를 실망시킬 생각이 없었다 하더라도 별생각 없이 벌인 내 행동에 누군가는 반드시 속상해할 테니까.
‘어쨌든 오래 있을 만한 곳은 아닌데. 빨리 돌아가고 싶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가늘게 뜬 채 어둠 속에 가려져 있는 인파를 살폈다.
힙합 레이블로 유명한 시즈답게 초대된 손님들은 꽤 많았다. 로비는 시즈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 그들의 지인들, 직원들, 피커즈를 기획하고 앨범 작업에 참여했을 관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오, 왔구나, 단우야. 유하 씨도 잘 왔어요.”
“안녕하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사이를 헤쳐 겨우 티엑스를 찾아낸 나와 주단우는 먼저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티엑스는 리스닝 파티의 주역인 피커즈 멤버 여섯 명과 함께였는데, 피커즈 멤버들의 얼굴에는 벌써부터 피로가 가득했다. 티엑스를 따라다니며 로비에 꽉 들어찬 선배와 업계 관계자들과 안면을 트는 게 적잖이 고되어 보이는 얼굴들이었다.
“와 주셔서 고마워요.”
“뭘요. 다시 한번 데뷔 축하드립니다.”
“축하해, 얘들아.”
그러다 애초부터 안면이 있는 사람과 마주해 좀 속이 편하다는 듯 몇 명이 얼굴을 푸는 것에 주단우는 부드러운 축하 인사를 건넸다. 불편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난 익숙한 얼굴에 피커즈 멤버 여럿이 눈을 빛내는 동안, 티엑스가 주단우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럼 이제 다들 온 듯하니까 제대로 리스닝 시작해 볼까. 꼼꼼히 들어 보고 피드백 부탁한다. 어쨌든 네가 연습생으로도, 아이돌로서도 선배니까 애들한테 도움이 많이 될 거야.”
“…네, 감사합니다.”
“자리는 대충 애들 옆에 앉아 주고. 애들이 너무 긴장해서 너라도 있어야겠더라. 선배들을 어찌나 무서워하는지.”
티엑스는 그렇게 투덜대고는 DJ가 있는 쪽에 손짓했다.
신호를 알아들은 DJ가 장내를 정리하고 피커즈의 데뷔 앨범의 수록곡들을 하나씩 틀기 위한 준비를 하는 동안, 나와 주단우는 피커즈 멤버들과 가까운 쪽에 자리를 잡았다. 로비 중앙에 걸린 스크린을 정면으로 둔 채 벽 쪽에 앉은 피커즈 멤버들의 옆자리였다.
“……!”
“데뷔 축하해, 우재야.”
“…네.”
그렇게 자리를 잡다 별다른 거리낌 없이 박우재의 옆자리에 앉은 주단우의 뒤쪽에서 그를 가만히 바라보는 동안, 나는 문득 옆자리에 다가와 서는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꼈고.
“피드백만 끝나면 가세요.”
“…….”
“오래 있을 곳 아닌 거 아시잖아요? 유하 씨.”
곧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기대 목소리를 죽이고 내게 말을 건네는 김산과 마주할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