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33)
433화
“그래, 유하 씨는 어땠어요?”
피커즈의 데뷔 앨범 전곡을 모두 들은 후, 시즈레이블 로비는 다시금 파티 분위기로 돌아갔다.
대충 들을 의견은 다 들었고 시즈레이블이 내보내는 차기 신인 팀에 대한 소개도 끝났으니, 이제 두 번째 목적인 교류 쪽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 듯했다.
이에 따라 DJ가 튼 음악이 로비에 깔린 가운데, 티엑스는 자연스럽게 벽 쪽에 붙어 서 있던 내 쪽으로 다가와 술잔을 건넸다.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손을 내밀어 받으며 나는 입을 열었다.
“좋던데요. 피커즈도 멤버들이 전곡 작사·작곡한다고 하셨죠?”
“응. 자기 곡은 자기가 쓸 수 있는 애들로 키우려고 애들 입사했을 때부터 노력했거든. 퀄리티 괜찮죠? 심사숙고해서 뽑아낸 건데. 프로듀싱에도 심혈을 기울였고.”
“네, 반응 좋을 것 같습니다.”
내 대답에 티엑스는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 지었다. 그 또한 데뷔곡이 꽤 잘 뽑혔다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확실히 지난 생과 비교했을 때 퀄리티가 남다르긴 했지. 콘셉트도 공들인 느낌이었고.’
지난 생,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데뷔했던 피커즈는 듣도 보도 못한 곡을 들고 나왔었다.
정통 힙합을 모방한답시고 무작정 강한 비트와 거친 가사, 그에 맞는 반항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나왔으니까. 당연하게도 그 결과 첫 앨범을 완전히 말아먹게 되었고.
“원래는 좀 더 힙합 바이브 살려서 내보내려고 했거든, 이 레드오션에서 그나마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남들이 안 하는 걸 해 보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런데 2년간 애들 다듬으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 먼저 내보낸 단우를 봤더니 다른 쪽이 먹히겠다 싶더라고.”
그러나 박우재에게 붙은 구설수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2년간 티엑스는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된 모양이었다. 지난 생과는 달리 이른바 참고할 만한 사례가 생긴 것이다.
“뭐, 나도 아이돌이었으니 팬들한테 어떤 콘셉트가 잘 먹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센터 할 친구도 바뀌다 보니 다른 이미지가 어울리겠다 싶기도 해서 팀 색깔부터 앨범까지 전면 수정 들어갔지. 개인적으로도 잘 뽑혔다 생각 중이야.”
덕분에 피커즈는 이전 생과는 완전히 다른 곡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힙합 바이브는 살리되 이지리스닝으로 노선을 틀어 누구나 호감을 느낄 만한 듣기 편한 곡을 내보내게 된 것이다.
“이것도 단우 덕이지. 아이돌 선배 노릇을 아주 잘해 줬어.”
이에 따라 티엑스가 술을 홀짝이며 공치사를 하듯 피커즈 멤버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주단우를 바라보는 것에 나는 대충 그렇군요, 대꾸하곤 손안의 술잔을 그대로 테이블에 올려 두었다.
굳이 마실 필요를 느끼지 못해, 티엑스가 신인 팀에 들어간 노고를 떠벌리는 동안 술을 치워 둘 속셈이었다.
하지만, 나는 곧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유하 씨는 술 안 좋아하나? 아까 전부터 영 안 마시고 있네. 아니면 자리가 불편한가?”
직후 티엑스가 웃는 얼굴로 내게 그렇게 물어 왔기 때문이었다.
‘미친놈인가.’
그에 나는 반사적으로 욕을 짓씹을 뻔한 걸 겨우 참고 가까스로 미소 지었다. 내가 자신이 준 술을 마시는지, 안 마시는지 내내 지켜보고 있었던 듯 티엑스가 내게 은근한 압박을 가하는 것에 질린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건 아니고, 제가 술에 좀 약해서요. 몇 번 실수한 적이 있다 보니 바깥에서는 최대한 금주하고 있습니다.”
“실수? 단우랑 같이 왔는데 뭐가 문제야, 여기 있는 사람 중 이상한 말 흘릴 관계자도 없는데. 그렇게 술버릇이 나쁜가? 한두 잔도 어려울 만큼?”
“단우 형이랑 같이 있으니까 더 조심하는 거죠. 제 술주정이 멤버들 사이에서는 좀… 유명해서요. 굳이 또 약점 잡힐 만한 행동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지난번에 멤버 중 한 명이 찍은 동영상으로 몇 년째 놀림당하고 있는 중이라서요.”
실제로는 내가 술을 마신다 한들 주단우가 그걸 찍어 멤버들에게 유포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대충 그런 식으로 둘러댔다. 그렇게 말해야 티엑스가 단념하고 물러설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티엑스가 중얼대는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단우가 그런 장난도 치나? 신기하네. 확실히 꽤 친해졌나 봐? 유하 씨랑은 닮은 점이 많아서 그런가……. 술 안 마시는 것도 그렇고, 둘 다 과거가 좀 안쓰러운 것도 그렇고.”
티엑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었으니까.
“네?”
“아, 몰랐나? 그럼 이건 내가 말하면 안 되는 거겠네. 단우한테 들어.”
내가 되묻자, 티엑스는 아차 했다는 듯 그렇게 대꾸한 채 이번에는 다른 잔을 들어 내게 건넸다. 술은 안 마셔도 목은 좀 축여야 하지 않겠냐며 집어 든 주스 잔이었다.
내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티엑스는 선심 쓴다는 듯 내게 말했다.
“단우가 가끔 갑갑하게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리더로서 잘 좀 포용해 줘요. 애가 문제 안 일으킬 수 있게 잘 봐 주고. 단우야 우리 애니 나도 꾸준히 지켜보긴 할 테지만, 원디어 계약 끝나기까지는 내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가 애매하잖아.”
“…….”
그 말을 들은 후, 나는 티엑스로부터 주스 잔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람을 건드리네, 이 새끼가.’
티엑스가 주단우에게 약을 쓰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간질마저 하려는 것 같다고.
[대충 이 정도쯤 되면 알아서 주단우한테 캐묻겠지. 김태석 그 인간 말대로라면 뭔가 문제가 있단 사실을 알았을 때 정에 휩쓸려 덮어 줄 놈은 아닌 것 같으니까. 배척까지 해 주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 그래야 주단우가 나중에 알아서 이쪽에 돌아오지.]주단우를 고립시켜 제 입맛대로 휘두르기 위해서 말이다.
아무래도 이놈인 것 같았으니까, 김태석에게 주단우와 관련된 이야기를 흘린 건.
‘통찰안을 발동시켜 두길 잘했군.’
덕분에 나는 일이 어떻게 된 건지 깨달을 수 있었다.
티엑스는 주단우가 시즈레이블을 벗어나지 못하게끔 올가미를 씌우려 한다. 그리고 김태석은 어떻게든 원디어를 망쳐 놓고 싶어 하고 있다.
즉, 두 쪽 모두 원디어의 계약 연장이 불발되거나 멤버끼리 사이가 벌어지기를 소원하고 있었을 터.
그렇기에 뜻이 맞은 두 명은 일종의 정보 공유를 한 듯했다.
‘김태석이 줄 정보란 기껏해야 멤버들의 성격 정도였을 뿐이겠지만.’
김태석은 나름대로 원디어 멤버들에 대해 조사를 했을 터였다. 그리고 알았겠지, 멤버들이 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에 대해 조금쯤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우리들이 자발적으로 서로 행동을 조심하고 있다는 것도.’
팬분들에게 조금의 의혹도 남기지 않기 위해 일어나는 문제들은 팀 내에서 어떻게든 해결하려 한다는 것까지도 말이다.
원디어 멤버 일곱 명은 그런 쪽에서 마음이 잘 맞았다. 누구 한 명 활동에 진심이 아닌 사람이 없어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고, 일어난 사건은 가만히 내버려 두거나 회피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달려들곤 했던 것이다.
‘데뷔 초 작성한 계약서만 봐도 그렇지.’
솔직히 그 계약서는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을 만한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말이 좋아 데뷔 전의 결심이지, 그냥 서로 감시하자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그게 지금까지 원디어 내에서 문제가 되지 않은 건, 그 계약서 내용에 모두가 동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팀 활동을 위해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 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각자 개인의 이미지를 지킬 필요가 있다는 것까지.
서로 터놓고 말은 하지 않았을 뿐 멤버 모두가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단우 형은 문제 일으킬 만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렇지. 단우만큼 순한 애는 없으니까.”
그래서일 것이다. 티엑스가 내가 어떤 ‘사실’을 알게 되면 주단우를 배척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건.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할 수도 없겠지만. 단우가 어릴 적에는 어떤 성격이었는지 우린 모르는 일이잖아, 그치?”
나뿐만이 아니라 원디어의 다른 멤버들까지도 팀을 지키기 위해 주단우를 스스로 잘라 낼 것이라 확신할 정도로, 그의 ‘과거’가 치명적이기 때문에.
내 반응을 궁금해하기라도 하는 듯, 호기심 어린 눈길로 나를 바라보던 티엑스의 시선이 다시금 내 손에 들린 주스 잔에 닿았다. 그 직후였다.
“그렇네요, 예전에는 좀 더 말랑했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 …후, 확실히 걱정이 되긴 하네요. 단우 형이 어디 가서 이상한 사람한테 휘둘리진 않았을까, 그건 멤버 모두가 우려하고 있긴 하거든요. 사람이 워낙 좋다 보니.”
내가 주스 잔을 들어 그 안쪽의 내용물을 전부 비우고 응수한 것은.
“…….”
자신이 건넨 음료를 내가 모두 마신 것을 본 티엑스의 얼굴이 잠시 무표정해졌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티엑스는 언제 가늠하듯 날 바라보았냐는 양 다시 얼굴 위로 웃음을 덧씌웠다.
“그래. 그건 그렇지? 뭐, 그런 걱정을 덜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자주 멤버와 이야기하는 게 좋겠지. 스트레스가 쌓이면 지속적으로 풀어서 딴 데 시선 팔리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할 테고.”
“네, 그렇겠죠.”
“유하 씨도 마찬가지로 컨디션 관리 잘하고, 주변 기대나 책임감 때문에 꾹 참다가 터지는 애들 내가 한두 번 본 게 아니라. 선배로서 하는 조언이야, 이건. 남들 시선 때문에 어디 가지도 못할 테니 기왕 파티에 온 김에 오늘 잘 놀다 가고.”
그리고 티엑스는 다분히 꼰대스러운 말을 내뱉은 후, 언제 치근댔냐는 양 내게서 멀어졌다. 목적은 다 이뤘다는 듯 미련 하나 없어 보이는 태도였다.
‘…대충 됐나.’
덕분에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주스 잔을 비운 것으로 티엑스가 내게서 완전히 의심을 거뒀다는 사실을.
[산이랑은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요즘 과도하게 제 팀 애들 싸고돌면서 경계하던데, 주단우 관련해서 원유하한테 괜한 말을 푼 건 아닌지 확인해 볼까.]아무래도 티엑스는 내가 시즈레이블 내에 약이 유통되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험해 본 듯했으니까.
주단우에게 손을 써도 되는지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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