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38)
438화
-형, 이거 먹어요.
-이건… 세림이한테 준 거 아니야?
파티에 들어가기 전, 나는 주단우에게 지난번 행운 룰렛 때 뽑혀 나온 붕붕드링크를 건넸다.
티엑스에 의해 리스닝파티에 초대받은 순간, 이 아이템이 주단우를 위해 뽑혀 나왔을 거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런 시점에 나왔을 리 없으니까.’
기존의 붕붕드링크는 몸에 쌓인 피로를 제거해 주는 일종의 각성제였다. 잠을 자지 않아도 몸에 부담이 가지 않게끔 돕는, 뒤탈 없는 에너지 드링크 정도의 아이템일 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된 붕붕드링크는 달랐다.
-네. 불편한 자리 들어가는 거니까 형 기 빨릴 것 같아서요. 마시고 힘내요. 오늘은 좀 추가적인 힘이 필요해 보이니까.
-불편한 자리… 으음. 고마워, 유하야.
추가적인 효과가 덕지덕지 붙어 나온 부스터샷에는 기존의 것처럼 피로를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몸의 이상’까지 완벽하게 처리해 추가 24시간 동안 복용자의 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 준다는 말이 적혀 있었으니까.
이쯤 되면 시스템이 뭘 의도하고 내게 아이템을 준 건지 못 알아볼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몸 잘 지키라 이거지.’
행운 룰렛은 앞으로의 내가 꼭 필요로 할 만한 아이템을 던져 준다. 그렇다면, 붕붕드링크는 주단우를 위해 소모하는 게 마땅할 터였다.
당장 몸을 지켜 줄 ‘조력’이 필요한 건 주단우였으니까.
“뭐? 단우가 먹은 술에 정말 약이 들어 있었어?”
“형! 몸, 몸은 괜찮아요? 어지럽거나… 뭔가 이상한 게 보이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몸은… 괜찮은 것 같은데.”
내 말에 강현진이 경악한 듯 소리침과 동시에 유찬희가 주단우에게 달라붙어 그의 상태를 살폈다. 주단우는 평소와 다름없이 아주 멀쩡해 보였다. 약뿐만이 아니라 술기운조차 조금도 올라와 있지 않은 얼굴이었고.
주단우는 자신도 당황한 듯, 이제 와 새삼스럽게 자신의 몸을 훑어보았다. 나는 그런 그에게 말했다.
“오늘 그쪽이 약을 먹이려 했던 건 확실하고, 실제로도 약이라고 생각한 걸 술에 탄 것도 맞을 거란 거예요. 실제로 형 몸에서 마약이 검출될 일은 없고, 갑자기 약효 돌 일도 없으니까 그건 걱정 말고요. 그 인간이 가진 약은 다른 걸로 빼돌렸으니까.”
“어?”
주단우가 먹은 게 기묘한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라고 밝힐 순 없었다.
‘24시간 동안 뭘 먹어도 괜찮은 약이라니, 세상에 그런 게 있을 리 없으니까.’
있다 해도 그런 걸 내가 구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그렇다면 대충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했다.
“김산 씨도 알고 있던데요, 티엑스가 시즈 소속 아티스트들한테 약 푼다는 거. 박우재가 연결책인 것도 알고 있었고. 덕분에 김산 씨 만날 때마다 경고 들었어요, 조심하라고. 리스닝파티 때 절대 단우 형 혼자 두지 말라고도 했었고.”
“아…….”
내부 조력자 덕에 대충 손을 쓸 수 있었다는 식의, 진실을 섞어 꽤 많은 것을 가리는 방식으로.
시즈레이블 내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는, 주단우를 걱정하는 제삼자.
그런 그가 내게 지속적으로 경고를 해 왔으며, 리스닝파티 때도 주의를 주었다는 사실 정도면 충분했다. 그리고 이 정도면 다들 적당히 머릿속에서 상황을 끼워 맞출 수 있을 터였다.
‘같은 팀의 박우재가 유통책인 걸 알고 있는 김산이 주단우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나와 작당해 티엑스의 약을 바꿔치기 해 주었다고 생각해 줄 테니까.’
실제로 김산은 눈치껏 시즈 내부 상황을 알아차린 것일 뿐, 티엑스가 대표실에 약을 숨겨 둔 장소를 알아차릴 정도로 그쪽과 친밀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어떻게 약을 빼돌렸냐고 굳이 김산을 찾아가 꼬치꼬치 캐물을 놈은 이 자리에는 없다. 주단우도 기껏해야 고맙다는 인사 정도나 할 뿐, 예민한 문제를 굳이 들추려 들지는 않겠지.
“…대충 어떻게 상황 돌아간 건지 알겠네. 그러고 보면 티엑스는 단우가 술을 마시고 나서 어딜 가자고 회유하려고 들었지. 단우가 약을 먹었으니 거부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거구나.”
“네. 그렇게 티엑스가 안내하는 곳으로 끌려갔으면 빼도 박도 못하게 약점이 잡혔겠죠. 몸도 망가졌을 테고.”
그 전에 멤버들에 의해 신고가 들어갔으면, 그것도 주단우에게는 좋지 않은 쪽으로 작용했을 테고.
“…….”
나는 지끈대는 머리에 손을 올렸다. 솔직히 말해 머릿속이 복잡했다. 주단우가 시즈레이블 내부 상황을 전부 아는 채 티엑스를 대면하러 갔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위험을 감지했다면 피하는 게 옳다. 명확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왜.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어요? 시즈레이블과 얽혀 있는 문제에 대해 우리와 상의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높은 확률로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할 정도로 본인도 경계하는 자리를, 굳이 왜 갔어야 했냐고 묻는 거예요.”
주단우는 어째서 부딪치려고 했나. 그러다 본인이 무너지게 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데.
“경계하기 위해 멤버들과 전화 통화를 연결해 둔 것까진 이해했어요. 그런데 언제, 어떻게 약을 흡입할지 모르는 상황인 걸 알았다면 굳이 술을 마실 것까진 없었어요.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짐작했다면 더더욱 그랬겠죠. 안 마실 수 있었어요, 형은. 난 그게 이해가 안 돼요.”
“…….”
“왜 굳이 본인 스스로 위험을 자초한 건지.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정말 있었던 건지.”
그러한 생각하에 물은 질문이었다. 반쯤은 질타였고 반쯤은 속풀이에 가까운,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그대로 내뱉은 것에 가까운 의문.
“…어떻게든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 내가 어떻게 될지 정도는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어.”
“……!”
그에 대해 주단우가 내뱉은 대답은 내 말문을 막기 충분한 것이었다.
멤버들을 걱정시켜 미안하다는 듯 침묵하고 있던 주단우가 그 질문에만큼은 망설임 없이 똑바르게 대답해 왔으니까. 또 다른 이유는 없다는 듯, 이것으로 움직일 이유는 충분했다는 듯.
“예전에, 세림이가 물어본 적 있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시즈에 남아 있었냐고. 6년이나 데뷔를 못 했는데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나올 때까지 한 회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있었던 거냐고… 차라리 다른 회사에 가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고.”
그 후, 주단우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회사랑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원금이 필요했기 때문도 맞는 말이야.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어.”
오랫동안 홀로 침묵해 왔던, 시즈레이블과 김태석이 잡은 주단우의 약점.
“…난, 시즈 말고는 날 받아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오래전에 큰 잘못을 저질렀던 적이 있어서.”
주단우가 본인 스스로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이자, 밝혀진 순간 어떻게든 팀을 나갈 수밖에 없게 되리라 생각한 역린을 드러내기 위해.
* * *
주단우의 가족은 그가 기억도 하지 못하는 아주 어린 시절 붕괴되었다.
어째서 가족이 흩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는 아는 바가 없다. 헤어진 가족이 어땠는지도 모른다. 주단우가 아는 것은, 그가 자아를 가졌을 무렵부터 그의 가족은 엄마와 할머니뿐이었다는 거였다.
-단우야, 엄마 일하고 올게. 할머니랑 잘 있어. 다음에는 좀 더 오래 있을 수 있게 해 볼게.
기억하는 모든 과거에서 그의 어머니는 바빴다.
오래전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진 채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할머니의 삶을 혼자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네. 다음에 봐요, 엄마.
다행스러운 건, 주단우 자체가 순한 아이라는 거였다.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주단우는 무언가를 크게 보채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리광을 부리기에는 주단우가 봐 온 것들이 너무 많았다.
줄곧 혼자 남아 있는 주단우를 염려해 내뱉은 할머니의 질타를 가만히 듣고 있기만 하던 뒷모습, 피곤함에 무너질 것 같은 얼굴로도 주단우를 달래고 어르면서 하루가 어땠는지를 물어보던 나지막하고 느린 목소리.
그러다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날에는 끝내 주단우가 잠든 틈을 타 앓던 등까지.
-그때 내가 너한테 못 보여 줄 꼴을 너무 많이 보여 줬어. 그때 그래서는 안 됐던 건데.
-그런 건 본 기억이 없어요, 전.
그래서 훗날, 주단우의 어머니는 괴로워했다. 주단우가 너무 일찍 철이 들어 버린 것에 대해, 불평 한마디 할 줄 모르고 순하기만 한 아이가 되어 버린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주단우는 정말로 괜찮았다. 그 모습들은 그의 기억에 아직도 선연하게 남아 있었지만, 그 기억이 한 번도 상처로 남은 적은 없었다.
-엄마가 해 주던 이야기만 기억나니까.
그 모습들은 전부 그의 어머니가 주단우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로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피곤함을 참고 주단우가 흥미를 보이고, 부러워하고, 즐거워하던 이야기를 해 주던 그 나지막한 목소리로 주단우의 과거는 충분히 행복했으니까.
‘나도 동생이나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주단우는, 차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주 그렇게 생각했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단우도 역시나 무언가를 자주 부러워했고, 누군가가 자신과 함께 생활하고 챙겨 주고 서로 즐거움을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주단우는 어머니가 해 주는 이야기 중, 피가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서로를 더없이 살뜰히 챙긴다는 형제의 이야기를 제일 좋아하곤 했다.
주단우가 내내 원해 온 관계가 부드러운 목소리 속에, 어머니의 기억 속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단우는 그들을 만나 보고 싶었다. 언젠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같은 ‘엄마’를 둔 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일방적인 친밀감이었다.
-일을 그만둬야 할 것 같아요.
-단우에게는 좋겠지. 네 몸을 생각하면 걱정스럽다만…….
그래서 어머니가 일을 그만두었을 때는 슬픔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어머니가 그와 함께 있을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에 대해서는 기쁨을, 그 형제들과 완전히 헤어지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괴로움을 느끼게 된 것이었다.
어머니가 일을 그만둔 건 몸이 아파졌기 때문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무리했기 때문일까, 그의 어머니는 자주 쓰러지게 되었다. 도무지 한 일을 오랫동안 하지 못하게 될 만큼.
그래서 주단우는 어머니와 함께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가게 되었다. 약간 더 빠듯해졌으나 함께하는 시간만은 늘어났으므로, 주단우는 나빠진 건 없다고 여겼다.
그리고 주단우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언젠가 어른이 되면 어머니를 좀 더 편하게 살게 해 드리고 싶다는, 그 어떤 것도 가족을 상처 입히거나 힘들게 하지 않게끔 지켜 내고 싶다는, 평범하고도 절실한 소망이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대체 어떻게 하면 되었던 걸까.
「발신: xxx-xxxx-xxxx
주단우 번호 맞아?」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부터 연락이 왔을 때.
-엄마는 한 번도 죄책감 느낀 적 없어요? 아빠한테 나 내던지고 단우만 챙겨 나간 거에 대해서.
-그건…….
-이제 와 원망한다거나 그런 말은 안 할 건데, 그냥 궁금해서요. 솔직히 내 인생 망가진 거에 대해서는 엄마 책임도 있는 거잖아요.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형제가 찾아와 가족이 가족을 해치게 되었을 때는, 대체 어떻게 하면 되었던 건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