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41)
441화
주단우가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았던 것은, 그의 개인사가 팀의 약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멤버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에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던 거겠지. 본인의 일로 팀 전체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을 죽도록 피하고 싶었을 테니까.
“저번에 저한테 그랬죠, 조금은 당연하게 멤버들의 걱정을 받아 달라고. 그게 날 위해서만이 아니라 걱정을 하는 멤버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해 달라고.”
“…….”
“그럼 형도 그렇게 해 줘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유라도 대야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주단우의 일을 함께 해결해 줄 마땅한 명분이었던 것이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주단우는 절대 제 일에 우리를 끌어들이려 하지 않을 테니까.
‘팀에 빚을 진 기분이 어떤지는 나도 알아.’
내가 짊어진 문제이기에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마음. 굳이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짐까지 다른 멤버들의 어깨에 얹어 주고 싶지는 않은 그 기분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란 거다.
하지만.
“그래야 나도 나중에 뭔가 잘못됐을 때 형한테 도움을 구할 수 있겠지.”
“……!”
“그러기로 한 거니까. 서로 힘들 때 돕기로. 팀 생활을 하며 모든 멤버가, 모든 상황이 잘 풀릴 순 없을 테니까.”
그러다 멤버 한 명이 모든 피해를 뒤집어쓰게 되었을 때, 다른 멤버들이 어떤 ‘짐’에 짓눌리게 되는지 이제 나는 조금쯤은 알았다.
홀로 일을 해결한다면 나 스스로는 후련할 것이다. 하지만, 그걸 지켜본 쪽은 더없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팀이니까.’
원디어라는 팀은 비즈니스를 위해 묶였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 아니었다면 한 곳에 모일 일도, 같이 살게 될 일도,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 팀은 언제고 찢어질 수 있다. 프로젝트로 묶인, 시한부 팀이니까. 결국 모든 팀이란 멤버 한 명 한 명의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찢어질 수도, 다시 뭉칠 수도 있기에.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 생긴다면 같이 해결할 거예요. 침묵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침묵할 거고, 누군가를 기다려 줘야 한다면 기다려 줄 겁니다. 난 그렇게 할 거예요. 그게 결론적으로 팀을 지키는 길이라고 보니까.”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서로를 도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찢어진다는 거니까.
그리고 그렇게 ‘돕지 않아서’, ‘돕지 못해서’ 팀이 찢어진다면, 그건 너무 큰 후회로 남을 테니까.
“그러니까 나중에 저한테도 동일한 일이 생기면, 그때는 형이 절 도우면 돼요.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고.”
“……!”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전 아마 앞으로 꽤 많은 문제들을 마주할 것 같거든요. 다른 멤버들도 동일한 순간들이 오게 될지도 모르고. 그때마다 전 다른 멤버들한테 도와 달라고 말할 겁니다. …지금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긴 하고, 좀 어렵긴 하지만.”
때문에 난 아마 앞으로 내 삶에서 이 팀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될 터였다.
동료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고, 가족 같기도 하다. 같은 팀을 하게 된 멤버들을 한 단어로 정의 내릴 수는 없다.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이 한데 섞여 들어가면서 결국 모든 것이 모호해져 버렸으니까.
아이돌 원유하로서도, 그냥 개인적인 삶을 사는 원유하로서도 지금 나와 가장 가까운 건 이 팀에 속한 멤버들이기에.
“형을 위해서 돕고 싶은 게 맞아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형은 미안해하겠죠.”
“…….”
“그럼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형을 돕는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게 맞기도 하니까. 우린 우리를 위해서, 팀의 존속을 위해서 서로를 돕는 거예요. 이건 빈말도 거짓말도 아니에요. 그게 더 리스크가 적다고 말하고 있는 거니까.”
나는 주단우를 그냥 둘 생각은 없었다.
내게 시스템의 제약이 없었더라도, 주단우의 일을 완전히 남 일처럼 취급할 수 있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최선을 다해 함께 방법을 찾아보려 했겠지.
“응, 맞지. 나도 단우 네가 혼자 덤터기 다 뒤집어쓰는 경우는 최대한 피하고 싶네. 단우 과거에 대해서는 논쟁할 만한 여지가 충분하니까 굳이 그렇게 하게 두고 싶지도 않고.”
“일단 시즈레이블부터 어떻게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혹시 계약서 관련해서는 가지고 있는 게 있을까? 단우 네가 굳이 그런 방법을 쓰지 않더라도 시즈레이블 쪽 약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면 과거에 대해서는 본인들을 위해서라도 입 다물 수도 있어.”
“…나도, 형 과거에 대해서는 말 안 할래요. 실은 하고 싶은 말 진짜 많지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안 할게요. 대신 진짜, 눈치 좀 보지 마요. 그거는 한마디 해 주고 싶어요. 뭘 그렇게 죄지은 사람처럼 말을 해요, 여기 형 탓할 사람 아무도 없는데!”
“형. 그때 맺은 계약 깨고 싶어요? 일단 나 우리 쪽 대표님한테 좀 물어볼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 쪽 관련해서 우리 회사 쪽에서 도움 줄 수 있지 않을까? 전화해 볼게요.”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이들은 ‘정말로’ 누군가의 조력을 받는 것도, 강제적으로 주단우를 도와야 한다 압박받고 있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다. 같은 팀이니까. 다른 쪽의 생각은 해 볼 필요도 없다는 것처럼.
“아니, 그건…….”
리스크에 대한 말이 나오자마자 내내 입 다물고 있던 멤버들이 기다렸다는 양 말을 쏟아 내는 것에 주단우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멤버들이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본인의 과거를 들은 후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라 여겼던 듯했다.
‘실제로는 그 과거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맞나, 수 짜고 있었던 것 같지만.’
주단우의 과거를 듣고 그를 문젯거리로 볼 놈은 이중 한 명도 없는 듯했다. 지금까지 함께 지내 온 주단우가 어떤 사람인지에 알고 있기 때문도 있겠지만.
“이건 어떤 식으로 폭로되는지에 따라 여론이 바뀔 것 같은데. 시즈가 언제 풀려고 할까? 역시 3년째나 5년째일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솔로 활동 허용될 때쯤 시즈로 단우 복귀시키려고 할 테니까.”
“얼마 안 남았네. 단우 이번에 솔로 활동 안 하겠다고 엄포 놓고 나왔으니까 몇 번 회유해 보려고 하다가 내년 초쯤부터 바이럴 들어가겠는데? 이번에 약을 못 먹였으니 더 빠를 수도 있고.”
“으… 왜 엔터사들은 다 재계약이 불발되거나 아티스트가 말을 안 들으면 아티스트 개인사나 약점 풀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요즘 사람들 그런 거 다 알아보지 않나?”
“으음~ 근데 단우 형 개인사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재밌다고 더 물고 뜯으려고 할 거 같은데. 아티스트 흠집 내기로 나온 사실인 걸 알아도 상관없어할걸?”
“그것도 그렇지. 흠… 이런 쪽은 세림이가 좀 더 잘 알 것 같은데. 검토해 봐야 할 계약서도 있을 듯하고. 지금 세림이 있는 쪽 시간 몇 시인지 아는 사람?”
“열다섯 시간 차이 나니까… 아, 지금이면 오히려 연락하기 편할걸요? 한참 활동 시간일 거 같은데. 전화해 볼까요?”
“촬영 중이지 않을까?”
“그럼 알아서 확인하고 말하겠죠. 걔가 그리고 뭔 일 있으면 바로 연락 달라고 했잖아요. 씹진 않을걸요? 따로 나와서라도 받을 거 같은데.”
“…….”
이런 식의 논란에 얽혀 보지 않은 놈이 없기 때문도 있을 터였다.
다들 [디자인 유어 아이돌> 시절부터 크고 작은 인성 논란이니 사생활, 계약 논란과 무지성으로 나온 억까에 시달렸었으니까.
그렇기에 주단우를 버리거나 탓할 생각이 없는 만큼, 이야기를 듣자마자 팀이 받아야 할 리스크를 어떻게 줄이는지에 대한 방법을 고뇌하느라 바빴을 것이다.
‘일단 주단우의 예측은 틀리지 않아. 왜 피해자 낙인이 낫다 생각했는지는 알겠어.’
나도 마찬가지긴 하고.
확실히 가해자 낙인보다는 피해자 낙인이 낫기는 했다. 가해자, 특히 폭력 쪽으로 한번 범죄자니 폭력범이니 하는 딱지가 붙게 되면 주단우의 이미지는 끝없이 실추될 테니까.
‘연예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건 결국 사회란에 등장하는 거다.’
대중의 시선이 닿는 직업인 만큼, 연예인은 끝까지 무해해야 한다. 범죄와 얽힌 순간부터 이미지는 끝없이 실추되기에, 최악의 경우 결국 팀을 탈퇴하거나 오랫동안 자숙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거다.
‘그래서 주단우는 피해자 낙인이 낫다 생각했을 테고.’
팀 멤버 중 한 명이 좋지 않은 일로 거론되게 되면 결국 팀 전체가 당분간 활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대중은 ‘끼리끼리’라는 말을 좋아하니까.
일이 터진다면 당연히 우리들에게도 ‘정말 몰랐느냐’라는 말이 나오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당연히 우리는 함께 자숙을 해야 할 테고.
‘하지만 피해자 낙인이 찍힌다면 상황은 좀 달라지겠지.’
그 경우, 주단우의 자숙 기간은 극도로 짧아진다.
한두 달, 사람들의 관심과 동정이 가장 강할 때를 피해 잠시 쉰 후 슬쩍 활동을 다시 재개할 수는 있었겠지. 피해자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동정론에서 벗어나는 건… 아마 커리어 내내 어려웠겠지만.’
뭐가 됐든 마약을 한 번 먹었던, 회사에 의해 강제로 강력 범죄에 당했던 사람으로 불렸을 테니 주단우는 본인의 이미지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됐을 터다.
“그럼 지금 일단 해결해야 하는 건 두 개네. 하나는 단우의 과거를 시즈레이블이 풀지 못하게 막는 거고, 나머지 하나는 시즈레이블과 얽힌 단우의 계약을 벗겨 내는 것.”
그러니 지금 현 상황에서 중요한 건, 어떻게든 그런 식의 피해자 낙인을 피하면서 한편으로는 주단우에게 가해자 딱지가 붙지 않게 만드는 것이었다.
시즈레이블이 가져간 주단우의 권리를 되찾아오는 것도 빠질 수 없었고.
어려운 문제다. 한 가지도 어려운데 두 가지 다 빡센, 계약서까지 얽혀 있다면 더더욱 골 아픈 일들이었다.
“혹시 계약서 사본은 가지고 있는 게 있을까? 단우야, 괜찮으면 변호사분들한테 문의를 넣어 보고 싶은데…….”
“…….”
그래서일까, 주단우는 여전히 어두워진 얼굴을 한 채였다.
우리가 자신을 도우려는 이유는 납득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도와 달라 말할 수도 없다는 얼굴이었다.
“…계약서는 보여 줄 수 있지만, 변호사 자문은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아. 기밀 유지 계약이 되어 있어서… 변호사를 통하는 것만으로도 이쪽이 불리해질 거야. 뭣보다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게 발각되면 회사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고…….”
언제고 터뜨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약점을 시즈레이블이 쥐고 있는 한, 쉽게 벗어나기 위해 움직일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던데요.”
“…어?”
“시즈레이블 아마 당분간 정신없을 거라.”
하지만, 다행히 그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나도 리스닝파티를 그냥 간 건 아니었으니까.
“응?”
“…리스닝파티에서 또 무슨 일이 있었어?”
“아니요, 아무 일도. 근데 곧 일어날 것 같아서요.”
“……?”
주단우를 따라 부득부득 시즈레이블까지 따라간 이유, 그 첫 번째는 주단우를 지켜보고 그에게 조력을 해 주기 위함이었지만.
“딱히 단우 형 쪽이 아니더라도 시즈레이블은 찔리는 게 많잖아요.”
다른 이유 때문도 있었으니까.
언제 공격이 걸려 올까 긴장한 채 수비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티엑스 프로듀싱 그룹’ 피커즈 박우재, 건강상의 이유로 데뷔 활동 불참… 시즈레이블 “합류 일정 아직 정해진 바 없어”」
-진짜 가관이다ㅋㅋㅋㅋㅋㅋㅋ어제 이태원 클럽ㄹㅇㅈ 왜 중간에 사람들 다 나갔는지 알아?ㅋㅋㅋㅋㅋ 거기에서 래퍼들이 집단패싸움 벌여서 그래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 다 쥐어터진 애 한명있었는데 걔 활동도 빠진다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일어나도 일어나겠지. ‘진짜’ 문제를 일으킬 사람들은 꽤 많잖아요, 거기.”
시선 정도는 분산시켜 줘야 마땅할 테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