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42)
442화
피커즈의 리스닝파티가 열린 다음 날이자 그들의 데뷔 당일. SNS상에는 새로운 실시간 트렌드가 떠올라 있었다.
=래퍼 패싸움ㅋㅋㅋㅋㅋㅋ 실트 보고 눈을 의심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추어도 아니고 알려질 대로 알려진 래퍼들끼리 패싸움하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래퍼 패싸움?ㅋㅋㅋㅋㅋㅋㅋ국힙 진짜 어떻게 되어가는 거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진짜 미국 따라 갱이라도 만들기로 한 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른바 ‘래퍼 패싸움’이라고 언급된 키워드는 새벽에 올라온 목격담과 인증샷으로 인해 하나둘 이야기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발단은 다급하게 찍은 듯 보이는, 흐릿한 사진 한 장이었다.
반짝거리는 간판 조명이 거리를 비추는 가운데 경찰차 한 대가 건물 앞에 주차되어 있다. 경찰차 곁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고, 그들의 시선은 둥그렇게 빈 인파 중앙 자리로 향한 채다.
정확히는, 볼썽사납게 바닥을 구르는 사람들이 있는 쪽 말이다.
낯익은 패션 스타일과 신경 써 매만진 머리는 피와 먼지로 더럽혀진 상태였다. 그들은 멍과 붓기로 엉망이 된 얼굴을 쳐든 채 서로를 향해 악다구니를 지르고 있었는데, 흐릿한 사진임에도 그것이 논란이 된 건 그들이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싸우고 있었던 것은 힙합 신에서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시즈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이었으니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 것인지는 목격담을 통해 대충 유추할 수 있었다.
-진짜 심장 떨어지는줄;; 오늘 래퍼들 단체로 놀러와서 그런지 가드들도 물관리 개빡세게 해서 눈치보면서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분위기 이상해지더니 가드들 다급하게 어디로 뛰어가더라; 그러더니 말릴 새도 없이 래퍼들이 튀어나와서 지들끼리 치고박고 싸우잖아;;;
시즈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은 당일, 단체로 클럽을 방문해 자기들끼리 놀기 위해 따로 마련된 VVIP룸으로 향했다는 듯싶었다.
그들이 들어섰을 때야 잠깐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지만, 그들이 룸으로 사라진 후 클럽은 다시 평소처럼 돌아갔다는 듯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갑자기 룸 밖으로 튀어나와 주변 시선 따위는 아랑곳 않고 자기들끼리 패싸움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근데 진짜 뭐 때문에 래퍼들끼리 패싸움을 해??? 원래 ㅅㅈ소속 래퍼들 서로 친하지 않아?? 술을 얼마나 처마셨길래 갑자기 싸운거?
-목격담 보니까 저 인간들 가드들이 뜯어말려도 다 뿌리치고 싸웠다는거 같던데 가드까지 다 이길 정도로 힘을 썼다고?? 그정도로 빡칠 만한 일이 있었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진짜 뭔 상황인지 모르겠다 갑자기 래퍼들끼리 패싸움은 왜 벌인 것이며 저렇게 정신나간 것처럼 싸울 수가 있나 싶기도 함 눈 보면 걍 초점이 없어; 좀 이상한 거 같은데;;
대중들은 당연한 의문을 쏟아 낼 수밖에 없었다.
클럽에서, 그것도 알려질 대로 알려진 공인들이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서로 치고받고 싸웠다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었던 것이다.
술을 마신 사람들이 절제력을 잃고 서로 싸우는 일이야 흔하다. 하지만, 그토록 많은 래퍼들이 앞뒤 볼 것 없이 서로에게 달려든 이번 사건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때문에 대체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사람들이 유추하느라 바쁠 때, K-POP 판은 또 다른 한 명의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박우재 얜 깡이 진짜 대단하다 래퍼들이야 원래 클럽 자주 가니까 그렇다 치는데 신인이 클럽에 가서 놀다가 패싸움에 휘말렸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모로 레전드아님?ㅋㅋㅋㅋ
-박우재인지 뭔지 이름 너무 익숙해서 누구였지 생각하다가 깨달음 얘 뎌돌에 나와서 일진짓하던 애잖어ㅋㅋㅋㅋㅋㅋㅋㅋ 1뎌 ㅈㄷㅇ한테 별것도 아닌 일로 고나리질 ㅈㄴ해서 기억에 남아있음
-우재야 씨발 너 때문에 우리 산이 데뷔 밀린 것도 좆같은데 데뷔 전날에 니가 클럽가서 패싸움에 말려들어서 애들 활동에 지장 생기는 것까지 내가 봐줘야겠니 깡패처럼 살고 싶은데 아이돌을 하겠다고 왜 처 나서셔서 이 사단을 만들어
-#피커즈 #박우재 #박우재_피커즈_탈퇴해 #트러블메이커_박우재 #레이즈패싸움_박우재
바로 래퍼들 사이에서도 유독 이질적인 박우재의 존재 때문이었다.
패싸움이 났다는 이야기가 퍼졌을 때, 사람들은 래퍼들이 사고를 쳤다는 사실 자체에는 꽤 무던한 반응을 보였다.
언더와 메이저의 경계가 모호한 만큼 힙합 신에서는 심심찮게 온갖 일들이 벌어지는 데다, 장르 특성상 서로를 디스하고 저격하는 일이 잦다 보니 래퍼들이 싸우는 건 실은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술을 마시다 과해진 래퍼들이 심기가 뒤틀려 서로 주먹다짐을 하게 된 게 아니냐, 한심하긴 하지만 일어나지 못할 일은 아니다, 힙합 신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물론 이번에는 육탄전으로까지 싸움이 번졌다는 것,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메이저 래퍼들까지 다수 얽혀들었다는 점에서 이해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잠깐 이번 사건에 대해 조롱하고 씹으며 즐기던 대중들은 이번 사건도 결국 해프닝으로 끝날 거라 예상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관대한 만큼 래퍼들도 상처의 붓기가 가라앉을 때까지만 자숙을 하다 스리슬쩍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힙합 판과는 달리 아이돌 팬들은 박우재의 존재 자체를 용납하지 못했다. 그는 래퍼가 아니라 갓 데뷔를 앞둔 신인 아이돌이었기 때문이다.
「[이슈] ‘디어돌1’ 출신 박우재 클럽 목격설에 시즈레이블 “사실무근”」
「[공식] 시즈레이블 “박우재, 무리한 연습으로 인한 몸살로 데뷔 활동 불참…합류 시기 조율 중”」
「[현장] ‘티엑스 프로듀싱 그룹’ 피커즈 리더 김산 “아픈 멤버 몫까지 최선 다해 활동할 것”」
「[HOT! 이슈] ‘원디어 주단우 후배’ 피커즈 데뷔 앞두고 불거진 박우재 클럽 패싸움설에 팬들 “탈퇴해” 항의 잇달아」
무결함이 필수 요건으로 꼽히는 아이돌이, 그것도 신인이 데뷔 전날 클럽에 갔다가 패싸움에 휘말렸다는 소식은 K-POP 팬들을 분노하게 했다.
박우재의 경우 직접적으로 사진이 찍힌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클럽 내부에 있었던 사람들이 다수 그를 목격했다는 것, 시즈레이블이 새벽에 다급히 박우재가 몸살에 걸렸다는 공식 입장을 내보낸 것, 몸이 좋지 않았다면서도 전날의 리스닝파티에는 멀쩡히 참석했다는 정황이 밝혀지자 팬들은 공식 입장을 믿지 못했다.
박우재에게는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서 불거진 인성 논란도 있었기에 상황은 더더욱 좋지 않게 돌아갔다. 데뷔 활동에만 빠지는 게 아니라 아예 탈퇴를 하라는 요구가 빗발친 것이다.
다른 의문점 또한 있었다.
-근데 박우재 쟤는 왜 거기 있었던거임??? 그냥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가서 그럼;; 노는 거 좋아해서 갔다 [이거는 알겠는데 까마득한 힙합선배들 사이에 있기에는 박우재가 너무 ㅎㅌㅊ잖아 그냥 쟤 혼자 저 라인업이랑 안어울린다고;
-박우재 근데 연생때부터 지 선배들이랑 개친한걸로 유명하지 않았나?? 디어돌 나왔을 때 김산이랑 주단우 보면 선배들이랑 개 서먹하고 군기잡혀있었는데 박우재만 엄청 여유로워보였잖아 래퍼들도 박우재만 대놓고 응원한다 ㅇㅈㄹ 떨었고.. 박우재 뭐 있음?
-아니 진짜 아무리 놀고 싶어도 그렇지 데뷔 전날에 어케 클럽을 가?? 그리고 어떻게 패싸움에 휘말려??? 나는 그냥 이거 자체가 이해가 안감
힙합 신에서 한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는 다른 선배들과 달리, 박우재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 사이에 끼어 VVIP룸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만한 가치가 그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데뷔를 하루 앞둔 신인 아이돌이 버젓이 자리를 차지한 채 래퍼들 사이에서 놀다 함께 사고를 당하게 됐는가. 아이돌 팬들은 이 의문을 떨쳐 낼 수 없었다.
때문에 피커즈의 팬들은 좀 더 자세한 정황을 알려 줄 것을 시즈레이블에 요구했으나, 시즈레이블은 묵묵부답으로 피커즈의 활동을 지원할 뿐 박우재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말도 내보내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온갖 말들이 들끓는 가운데 약 2주간 이어진 피커즈의 데뷔 활동이 종료될 즈음.
「[단독] 클럽 레이즈에서 벌어진 ‘래퍼 패싸움’, 시즈레이블에서 만연한 ‘마약’ 풍조 때문이었다?」
단독 기사가 터져 나오며 상황은 또 다른 일면에 도달하게 된다.
사건이 벌어진 당일 클럽 레이즈 안쪽의 사진과 클럽에 드나든 사람들의 면면이 그대로 공개된 단독 기사.
관조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던 힙합 팬들, 적당히 박우재를 패고 넘어가려던 K-POP 팬들, 지켜볼 만한 사건의 등장에 웃고 있던 대중들 모두가 한순간에 뒤집어진 것은 당연했다.
그저 래퍼들끼리의 다툼 정도로 끝날 듯했던 문제가 ‘정말’ 큰 사건으로 번져 버린 것이다.
리스닝파티가 끝나고 뿔뿔이 흩어지는 것 같았던 시즈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이 대거 클럽 레이즈로 모였다는 것, 그들이 단체로 마약을 나누고 흡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시즈레이블은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었으니까.
「[공식] ‘시즈레이블 대표 사임’ 티엑스 “대중들께 죄송해…한 명의 아티스트로 돌아가 활동에 힘쓸 것”」
소속 아티스트들의 단체 마약 추문. 그에 소속사의 대표인 티엑스는 공식 입장을 통해 대중들에게 사죄를 구하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말을 내놓았다.
해당 사건에 대해 본인은 정말 몰랐으며, 회사 내부에 만연해 있던 좋지 않은 풍조를 깨닫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 또한 함께였다. 때문에 그는 관리 부족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잠깐의 자숙 후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다시 나타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티엑스는 쉽게 물러나지 못했다.
「[단독] “몰랐다” 티엑스, ‘래퍼 패싸움’ 일어난 당일 클럽 레이즈에 있었다」
「[단독] 티엑스 “약을 먹어야 내 말을 듣지. 물에도 타고 술에도 타. 먹을 때까지 먹여, 그래야 진짜 우리 소속된다” 시즈레이블 내부 직원 범죄 교사한 녹취록 공개」
티엑스를 붙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후속 기사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첫 폭로 기사에서는 일부러 빼놓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클럽에 들어가는 티엑스의 모습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물론 티엑스는 자신이 레이즈에 들어가는 모습을 어떻게든 감추려 했었던 듯싶었다. 리스닝파티에서 나온 후 잠깐 자신의 집에 들러 옷까지 갈아입은 후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감춘 채 뒤늦게 클럽에 들어선 것이었으니까.
단체로 사람들 사이를 뚫고 지나간 다른 래퍼들과는 달리 제 신원을 감추기 위해 일반 손님들 사이에 끼어 VVIP룸으로 사라진 티엑스의 이동 경로와 사진들은 단독 기사에 아주 자세하게 수록된 채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다.
그쯤 되었을 때, 일은 정말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공식] ‘래퍼 패싸움’ 박우재, 결국 탈퇴…피커즈 5인 체재로 활동」
「‘디어돌 출신·피커즈 전 멤버’ 박우재 “티엑스가 내게 유통책 맡겨 아티스트들에게 약 먹이라 지시, 멤버들은 몰랐던 일”」
내내 침묵하던 박우재에게서 결국 마지막 폭로까지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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