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48)
448화
‘언젠가 이 또한 주단우의 후회로 남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주단우는 보내 버린 곡들에 대한 미련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그는 오히려 털어 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것처럼, 자신이 작업하고도 끝을 맺을 수 없었던 것들에 이제야 매듭을 지을 수 있게 돼 더없이 후련하다는 얼굴을 했다.
그에 나는 주단우가 그 당시와 현재에 나름대로의 선을 그었다는 것, 덕분에 지난하게 이어지던 미련조차 떨쳐 내 버렸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티엑스가 단우 형 작업물들을 나중에 자기 이름으로 바꿔서 이용하려고 할까?”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지. 앞으로 티엑스라는 이름으론 활동하기 어려울 테지만, 차명을 만든다면 업계에 기생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테니까.”
사고를 일으킨 공인은 대중 앞에 쉽게 나설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쉽사리 업계를 떠나는 사람은 드물었다.
남아 있는 인맥을 이용해 이름을 바꾸고 정체를 가리며 어떻게든 다시 틈을 파고드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좋지 않은 일로 이어진 인연은 겉으로는 몰라도 뒤로는 꽤 끈덕지게 살아남는 법이니.
“그런데 과연 그게 쉬울까.”
“오?”
하지만 그건 티엑스가 그들의 시야에서 오래 사라지지 않았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티엑스가 손안에 쥐고 있을 다른 사람들의 약점이 유효 기간을 지나 버리거나, 티엑스라는 인물의 존재감이 옅어지면 그도 업계 쪽에 붙을 수 없게 된다는 거다.
“뭐 들은 거 있어? 유하, 이번 일로 어디랑 연락 많이 했잖아.”
에이든 리는 흘리듯 대꾸한 내 말에 호기심 어린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의자 등받이에 얼굴을 기대고 본격적으로 돌아앉은 게, 꽤 궁금한 게 많았던 모양이었다.
그럴 만했다.
“내가 알려 준 정보, 유하가 기자한테 넘긴 거지? 그게 아니면 그렇게 기다렸다는 것처럼 기자들이 클럽 안쪽 사진들을 찍었을 리 없잖아.”
이번 일이 잘 끝날 수 있었던 건 에이든 리 덕택이기도 했으니까.
-프로듀서들 사이의 정보를 좀 알고 싶어. 시즈 소속 아티스트들, 프로듀서들이 어디서 노는지 같은 것. 그들이 몇 시쯤 나타나는지, 어디로 사라지는지, 한 번 방문할 때의 체류 기간이나 방문 주기도 궁금한데. 그들을 따라 클럽에 가 본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 알아볼 수 있겠어?
-흠, 우리 대표님이나 회사 소속 프로듀서들이 시즈 쪽에 몇 번 같이 놀자는 식으로 권유받은 적 있다고 알고 있어. 이번에 일하다 알게 된 프로듀서들은 시즈랑 친한 사람들도 꽤 있고. 그쪽에도 물어볼까? 권유받은 대로 놀러 간 사람들도 꽤 되는 것 같던데.
-그래. 그냥 ‘확인만’ 해 주면 되니까 굳이 위험한 행동을 하진 말고. 물어보되 누군가 의도를 느끼진 않을 정도로만 가볍게 떠봐 주면 좋을 것 같은데. 괜찮겠어?
-응~ 쉬워. 나 원래 이상한 질문 많이 해서. 다들 내가 또 관심도 없는데 심심해서 물어본다고 생각할걸.
당시, 도움을 구하는 내게 대꾸하며 에이든 리는 씩 웃었다.
에이든 리는 평소 궁금한 게 생기면 큰 고민 없이 직설적인 물음을 던지곤 했다. 그렇게 해 놓고는 추가적으로 그 분야에 대해 파 볼 생각 없이 순간의 호기심을 해소했다는 데 만족스러움을 보이곤 해, 놈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에이든 리의 뜬금없는 질문에 익숙했다.
그리고 익숙하다는 말은 경계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았다.
‘에이든 리는 오히려 그 질문들을 통해 얻어 낸 답을 제 안에 잘 쌓아 뒀었겠지만.’
사람들은 에이든 리를 충동적인 놈이라고 곧잘 오해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에이든 리는 확실하게 종잡을 수 없는 듯 행동하고, 별생각이 없는 것처럼 굴고, 일부러 주변을 무시하는 것 같은 말들을 하니까.
하지만.
‘솔직히 원디어 내에서 이놈만큼 기민한 멤버가 없는 것 같은데.’
그건 에이든 리의 판단이 굉장히 빠르다는 것을 모르기에 하는 말이었다.
그 충동적인 행동 앞에 이미 내려 둔 결론이 있다는 것을, 별생각이 없는 것처럼 굴면서도 끝내 모든 질문에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을, 일부러 주변을 무시하는 듯 굴면서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빠짐없이 파악하고 있다는 게 에이든 리의 가장 무서운 점이었으니까.
즉, ‘이상한 놈’이라는 인식만큼 에이든 리가 이용하기 좋은 무기는 없었다. 어떤 말도 흘려보내지 않는 놈에게 사람들은 그 인식을 타고 온갖 말들을 쏟아 내곤 했으니까.
“솔직히 나도 놀라긴 했는데. 이 정도까지 퍼져 있는데 다들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있었던 거. 이번에 알았어, 우리 회사에도 그런 데 얽혀서 대표님이 내보낸 사람들 있었단 것도.”
그리고, 에이든 리는 본인이 단언한 것처럼 수월하게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서 에이든 리는 자신의 회사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모양이었다.
‘에이든 리가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나갈 때 그쪽 대표가 주의를 준 게, 회사 소속 프로듀서와 엔지니어 몇몇이 이미 시즈와 얽혀 피해를 봤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지.’
에이든 리의 소속사인 나인히트의 대표는 만나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에이든 리의 말대로라면, 그는 과정주의적 인간이라고 했다. 결과만 좋으면 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그렇기에 나인히트의 대표는 호기심과 유혹에 못 이겨 약에 손을 댄 사람들을 회사에서 쫓아내게 됐고, 그로 인해 시즈레이블 쪽을 주시하게 됐다는 것 같았다.
덕분에 에이든 리는 그쪽으로부터도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넓은 듯하면서 판이 좁으니까. 이쪽 업계 사람들이 ‘더럽게’ 노는 것도 흔한 일이고. 다들 암묵적으로 모르는 척해 주는 거지.”
“난 별로던데, 그런 거. 약을 안 하면 곡이 안 써진다니, 그냥 능력 부족이잖아.”
에이든 리는 신랄하게 말을 뱉어 냈다. 시즈레이블과 관련된 이야기를 물어보다 이 업계에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약에 손을 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심기가 불편해진 모양이었다.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면서 곡을 쓰고 노래를 불렀는데 그게 왜 자기 거가 되지? 마약에 자기를 통째로 내준 거 아닌가, 그건. 생각도 자존심도 없어. 그냥 놀고 싶었던 거야, 자기가 포기했다는 걸 인정 안 한 거고.”
에이든 리는 본인의 일에 대한 프라이드가 유달리 강했으니까.
그는 자신이 그만큼이나 진지하게 몰두하는 것을, 자신과 같은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즐기기 위한 ‘수단’이자 변명거리로 사용해 먹었다는 데 화가 난 것 같았다.
덕분에 에이든 리는 그 어떤 때보다도 열정적으로 주변에 시즈레이블과 관련된 일들에 대한 정보를 물어다 주게 됐다. 거기에는 내가 요구한 그 이상의 정보들까지 포함돼 있었고.
그렇게 나는 시즈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이 클럽을 하나 정해 두고 고정적으로 다니는 게 아니라 여러 곳을 전전한다는 것, 시즈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끼리는 흩어지고 모이는 게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거점을 여러 곳 두고 분산시킨 거지. 누군가 이상함을 느끼지 않게끔 고정적인 무리와 주기를 만들지 않고, 걸리더라도 전원이 발각되지 않고 꼬리 자르기를 할 수 있게끔.’
골치가 아파진 건 이즈음이었다.
-…일단 들은 말은 여기까지인데, 하나 의외였던 게 있어. 티엑스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던 거.
-말이 없다고?
-응, 자기 소속 아티스트들 자주 모이는 클럽엔 절대 안 간다는 거 같아. 클럽에 아예 안 다니는 건 아닌데, 오히려 사람들 시선 닿는 데에서 가볍게 놀고 오기만 한다던데.
시즈 소속 아티스트들을 일망타진할 기회를 잡는 것도 어려운데, 티엑스는 그렇게 아티스트들이 노는 자리에 절대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생각해 보면 티엑스가 풀려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어.’
지난 생에서 티엑스는 당연히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려났다. 놈에게 그럴싸한 정황 증거가 없었던 탓이었다.
‘티엑스는 유통책을 따로 둬 가며 약을 관리하고, 본인은 마약을 하지 않지. 관리하는 클럽은 여러 개 있는데 책임자는 따로 둔 상태고, 결코 그곳에 발을 디디지 않아.’
즉, 티엑스의 이름은 확실하게 빠져 있다는 거다. 티엑스는 모든 위험에서 자신은 한 발자국 물러나 있었으니까.
어떤 문서에서도 티엑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데, 마약이 돌았던 클럽에 발을 디딘 흔적도 없다. 그렇기에 티엑스는 교묘하게 경찰의 손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티엑스는 이번엔 왜 그 클럽에 간 거야? 이유가 없잖아. 심지어 이번에는 그 클럽에 시즈 소속 아티스트들이 엄청 많이 갈 걸 알았던 거고. 평소라면 피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이번 생은 달랐다. 티엑스는 스스로 본인이 관리하는 클럽 중 하나인 레이즈에 발을 들임으로써 스스로 ‘정황 증거’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으니까.
그런 티엑스의 행보가 의문스러웠던 듯 에이든 리가 미간을 찌푸렸기에, 나는 대답했다.
“확인해 보고 싶었겠지. 자신이 가진 약이 제대로 듣는지.”
“응?”
“말했잖아, 약을 빼돌렸다고. 하지만 티엑스는 그 사실을 몰랐고, 제 약이 제대로 들 것을 확신한 채 단우 형과 내게 준 술잔에 그걸 넣었어. 그리고 원하는 효과를 보는 데 실패했지.”
“…오?”
일이 잘 풀린 이상, 굳이 감춰야 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한 번 무언가에 대한 궁금증을 느끼는 에이든 리에게는 순순히 대답해 주는 게 낫다는 걸 알고 있기도 했고.
나는 소파 쪽에 몸을 좀 더 파묻히듯 기대앉은 채 말을 이었다. 흥미를 느낀 듯, 에이든 리의 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티엑스는 조심성이 많아. 혹시 모를 경찰 조사를 대비해 자신은 절대 약에 손을 대지 않고, 유통책을 가까운 곳에 둬 가며 관리하지. 차명은 기본이고. 그런데, 그런 놈이 자신이 잘 쓰던 약에 문제가 생긴 걸 확인한 거야. 티엑스라면 뭘 하려고 할까.”
“흠, 확인하려고 하겠지?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에이든 리의 대답은 거의 즉답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빨랐다. 직후 깨달음의 기색이 그의 얼굴에 어리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티엑스는 장사꾼이잖아. 자신이 판매하고 애용하는 물품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는 확인하고 싶었을 거야. 하지만 자신이 그 약을 먹는 건 피하고 싶었겠지. 그렇다면 약을 먹일 만한, 먹여도 문제가 없을 만한 사람들이 필요해져.”
리스닝 파티가 이루어졌던 시즈레이블 본사에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쉽사리 약을 먹일 수 있을 만한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말마따나 그가 일을 벌인 곳은 공적인 장소였기에.
“그래서 간 거야. 그곳에서라면 얼마든지 약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테니까.”
오히려 사적인 곳으로의 방문을 피할 수 없게 된 거다.
클럽 레이즈에서는 자신이 어떤 일을 벌여도 괜찮을 것이라 판단했을 테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