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49)
449화
‘무시할 수가 없었겠지.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약을 먹고 멀쩡했으니, 문제가 있어도 단단히 있는 게 아닌가 싶어졌을 테니까.’
티엑스 같은 놈들은 모든 상황을 제 발아래 두고 싶어 하는 법이다. 자신의 기준에서 무언가가 어긋나거나 잘못된 바가 있다면 바로 상황을 확인하고 바로잡고 싶어 한다는 거다.
그러니만큼, 약에 문제가 있다 생각되었을 때 그 효과를 당장이라도 시험해 보고 싶었을 터였다.
‘하지만 당장 일을 벌일 순 없었겠지.’
그날 그곳에는 티엑스의 ‘다른 사업’과는 무관한 관계자가 수두룩했으니까.
물론 현장에는 마약에 이미 손을 댄 사람들도 다수 참석해 있었지만, 무턱대고 그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을 수도 없었을 것이었다.
‘직접 손을 대는 경우라면 몰라도, 누구도 억지로 약을 먹고 싶어 하지는 않으니까.’
속여서 약을 먹일 수야 있다. 하지만 평소 좋아서 약을 하고 있다 한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시점에 생각지도 못한 약을 티엑스에게 받아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었다. 그토록 공적인 자리에서 효과를 알아보고 싶으니 먹어 달란 말도 차마 못 할 테고.
“…그렇네, 클럽에서는 어떤 약이 돌든 이상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분위기 때문에라도 새 약이라고 하면 더 쉽게 체험해 보려고 했겠지, 다들.”
“어. 티엑스는 그걸 노린 걸 거야. 이미 마약과 술로 신경이 누그러질 대로 누그러진 사람들이 스스로 제가 내민 약을 받고 그 효과를 알려 줄 거라 생각했을 테니까.”
때문에 티엑스는 클럽 레이즈로 발걸음 하게 된 것이었다.
티엑스로부터 약을 공급받는 시즈 소속 아티스트들은 그날 모두 클럽 레이즈에서 ‘뒷풀이’를 가지기로 되어 있었다. 원래는 주단우를 끌어들일 함정 삼아 마련됐을, 흔치 않은 자리였다.
‘실험 대상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거지.’
그러니 티엑스가 어떻게 그날 레이즈에 안 갈 수 있었겠나.
리스닝파티의 뒷풀이라는, 누군가 보았을 때 그다지 이상해 보이지 않는 그럴싸한 명분도 세워져 있겠다, 그토록 많은 실험 대상을 통해 약의 효과를 한눈에 알아볼 수도 있겠다.
티엑스는 평소의 조심성을 내려놓고서라도 갈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었다.
“음, 대충 알겠어. 유하는 내가 말해 준 소문들로 티엑스나 시즈레이블 아티스트들이 모일 만한 클럽을 알아 뒀고, 그걸 기자들한테 흘렸다는 거네? 그 사람들이 거기 들어가는 걸 찍으려고.”
“맞아. 기자님들이 고생 좀 하셨지. 그 클럽들을 확인하느라.”
그냥 말뿐만이 아니라, 기자들은 꽤 고생한 듯했다. 리스닝파티에 맞춰 웬만한 클럽들을 다 돌며 내부 상황을 파악하고, 연관된 관계자들과 은밀히 접촉해야 했으니까.
이 모든 것들은 누구도 쉽게 낌새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했고.
‘미래 덕도 좀 봤지.’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그토록 주제가 큰 기사를 준비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내부 사정에 대해 이야기해 줄 만한 소스를 찾아 나서는 것부터가 난관이니까.
하지만, 나는 이미 시즈레이블에 대해 입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몇 알고 있었다.
‘지난 생에 인연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들이 오래 인내해 왔었단 것쯤은 기사를 통해 알 수 있었지.’
티엑스 때문에 피해를 입고서도 힘이 없어 짓눌려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말을 내보내 줄 창구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라 확신할 수 있었다.
오히려 마음을 먹어야 하는 건 다른 쪽이었다.
-유하 씨. 소스를 준 건 정말 고마운데, 우리도 취재를 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그 날짜에 맞춰서 기사 준비해 내려면 밤새워야 된다니까? 이것저것 확인해 볼 것도 많고…….
-이번 기사를 내보내 주시면 후속 기사들은 줄줄이 따라오게 될 텐데요. 취재하시면서 느끼셨을 것 아닌가요. 뭣보다 증언을 해 줄 만한 ‘관계자’ 리스트도 충분히 드렸다고 보는데.
-…하아. 조력해 준다는 거나 잘해요. 나 진짜 이거 목 내걸고 쓰는 거야. 나 혼자 맡기에는 야마가 너무 크다고. 데스크에서도 얼마나 우려의 말을 들었는지 알아요? 다른 기자들도 산발적으로 터뜨려 줘야 돼, 나 혼자 덤터기 쓸 일 없게. 나 혼자 기사 내면 묻힐 가능성도 있어요.
이 사건은 기자들 또한 쉽게 나설 수 없는 크기였으니까.
당연하겠지만, 티엑스가 약을 공급한 대상은 아티스트들뿐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놈에게 힘을 실어 줄 만한 ‘진짜’ 윗선도 포함이 돼 있었으니까.
-그건 걱정 마세요. 오히려 지금은 김 기자님이 늦으신 것 같던데요. 그쪽은 이미 기사를 완성해 둔 상태라고 하니까.
-…뭐라고요?
-이러다 더 늦으시면 첫 단독은 그분이 터뜨리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
하지만, 그런 두려움 속에서도 입을 여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때문에 나는 김 기자에게 티엑스와 관련된 소스를 넘기며, 지난 생에 처음으로 시즈레이블에 대한 폭로를 터뜨렸던 기자에게도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넘길 수 있었다. 그는 지난 생에도 그랬듯 제보된 정보를 무시하지 않았고.
‘덕분에 김 기자는 거의 각성을 했지. 그렇게 주저하더니 첫 단독을 자기 이름으로 터뜨려 냈으니.’
그리고 김 기자의 특종을 향한 열정은 확실한 보답으로 돌아가게 됐다. 김 기자는 기나긴 탐문 조사 끝에 사건이 일어난 당일, 클럽 레이즈의 내부 상황을 포착하고 ‘시즈레이블 게이트’의 첫 포문을 여는 쾌거를 이뤘으니까.
‘원래 시즈레이블에 대한 첫 보도를 이뤄 냈던 기자의 크레딧을 빼앗은 게 아닌가 싶어 좀 주저하기도 했는데… 김 기자에게 소스를 줘서 다행인 점도 있었고.’
지난 생에서 시즈레이블 게이트의 첫 보도를 해냈던 기자는 홀로 압박을 받아야 했다. 당시에는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던 데다 시즈레이블과 관련된 ‘취재원’들을 잃을까 우려했던 동료 기자들도 발을 빼는 바람에, 대중의 주목을 받을 때까진 그 홀로 버틸 수밖에 없었던 거다.
‘나중이 되어서야 후속 보도를 원하는 대중의 요구에 따라 다른 기자들도 사건에 붙었다지만… 이미 티엑스에게 찍혀 버린 탓에 결국 좌천을 면치 못했었지.’
지난 생에서는 모든 것이 너무 늦어 버린 탓이었다. 후속 보도를 위해 다른 기자들이 취재를 시작했을 때에는 티엑스가 더욱 꼼꼼히 마약 사건과 자신의 연관성을 숨겨 버린 후였으니까.
덕분에 경찰의 손에서 풀려난 티엑스는 가장 먼저 자신의 커넥션을 이용해 해당 기자에게 보복을 했다고 하니, 이번에는 김 기자도 첫 보도를 마쳤던 기자도 부담을 던 셈이었다.
확실히 시선과 공로가 분산된 탓에 일종의 보복을 가하기가 어려워졌으니까. 사건의 크기도 지난 생보다는 거의 두 배로 커진 덕도 있고.
물론 이번에는 티엑스를 놓치지 않을 테니 애초부터 그런 보복 따위는 없었겠지만.
“흐음. 근데 아직 설명 안 되는 게 하나 더 있어. 왜 클럽에서 사고가 일어난 거야? 아무리 약들을 섞어 썼다고 해도 패싸움이 일어날 정도로 조절을 못 했다는 건 이상하지 않나?”
다만, 그렇게 준비를 마쳤다 해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김 기자는 원래대로라면 클럽 레이즈의 내부 상황을 포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즈 소속 아티스트들이 사라진 VVIP룸은 관계자가 아니면 쉽사리 발걸음 할 수 없는 곳이었다. 티엑스가 안심한 것처럼, 한 클럽에 아티스트들이 대거 몰려든 건 리스닝파티의 뒤풀이였다 둘러대면 그만이고.
티엑스는 그 지역 공권력과 나름의 커넥션 또한 있었던 듯하니, 무턱대고 신고를 해 일을 키울 수도 없는 상황.
“글쎄. 티엑스가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너무 강력한’ 약을 써 버린 걸지도 모르지.”
“강력한 약?”
그렇다면 사고를 일으켜야 하는 건 내부자들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다른 쪽으로 힘을 쓰느라 숨겨 왔던 걸 가릴 수 없어지고, 공권력이 덮어 줄 수 없을 정도로 소란스러움을 자아내는 걸 그들 스스로가 하면 된다는 거다.
“그래. 무슨 일이든 일어날 법하잖아. 그곳에는 공급자와 수요자, 유통책이 전부 모여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 또한 더더욱 리스닝파티 당일을 놓칠 수 없었다.
『좋은 것은 더 좋게, 나쁜 것은 더 나쁘게(1회용)』
의지는 더욱 강하게, 악의는 더욱 깊게
12시간 동안 사용자와 그 주변인의 감각을 +200% 일깨우는 버프권
적용 대상: 티엑스
“그럼, 본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과해질 수도 있었겠지.”
박우재와 티엑스. 그리고 그들로부터 약을 공급받는 놈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사고를 일으켜 줄 수 있는 날은 그날이 유일했기에.
‘처음에 행운 룰렛에서 그 버프권이 뽑혀 나왔을 땐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처음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싶어 떨떠름하기도 했었다. 득이 되는 감각뿐만이 아니라 해가 되는 감각까지도 두 배로 일깨워 주는 버프권이라니, 잘못 썼다가는 어떤 효과를 낼지 알 수 없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뭣보다도, 원디어에는 그 버프권이 필요 없었다.
‘그런 것 없이도 제 몫을 다할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에게도 도움을 줄 정도의 버프를 가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까.’
원디어에는 자기 자신뿐만이 아니라 팀 전체까지 아우를 정도의 버프를 가진 멤버가 많았다. 게다가 원디어 멤버들은 그런 버프권이 필요할 정도로 ‘의지’가 부족한 놈들도 아니고.
그렇기에 그때는 그런 버프권이 갑자기 왜 튀어나온 것인지 몰라 의문스러웠었지만.
“그럼 정말 사고였던 거야? 다들 한 자리에 모여서 약을 하다 생긴?”
“그래. 누구도 옆에서 말려 주지 않았을 거 아니야. 유일하게 제정신이었을 티엑스마저 제가 가진 약의 효과를 확인하려고 오히려 그들을 말리지 않았을 테니,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지금 와서는 그게 무엇 때문에 튀어나온 건지를 모를 수가 없었다. 그 버프권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효과를 보여 주었으니까.
덕분에 나는 그 사고에 대해 아주 조금의 찜찜함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솔직히 본인들이 자제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 정도까진 오지 않았을 텐데.’
그 사고는 결국 그들이 자초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버프권은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감각을 일깨우는 효과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원래 없던 감정이나 충동을 일깨워 주는 게 아니라는 거다.
약을 더 많이 하기로 한 것도 그들, 서로에게 손을 뻗고 악담을 퍼부은 것도 그들이다.
결국 평소 본인들이 그렇게 행동해 왔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는 것이다.
‘애초에 그런 자리에 참석한 놈들이 제정신일 리도 없지만.’
그 술자리는 주단우를 찍어 누르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정말’ 티엑스와 친한 놈들뿐이었다.
첫 시작은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은 완전히 약에 중독되어 티엑스와 긴밀한 협업을 맺고 있는, 그의 ‘끈끈한’ 친구들.
타인의 고통을 안주 삼아 술이나 마시고 약을 즐기며 그들의 찜찜함을 나눠 질 공범자를 늘릴 생각으로 모였을 놈들 말이다.
‘티엑스에 의해 강제로 약을 먹었던 사람들, 그중에서도 약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약점을 잡힌 후 다시 그쪽에 손을 대지 않았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 없었지.’
그러니 그 자리에 참석한 놈들 중 ‘피해자’는 없다고 봐도 좋았다. 티엑스의 가해 행위에 동조할 준비가 되어 있는 협력자들일 뿐이었지.
함께 있어 봐야 같이 있는 쪽도 피해를 볼 뿐인. 책임감도, 감정도 없는 놈들.
‘…그래서였겠지.’
-뭐? 우재를 말리지 말라고요?
-네. 어디 가겠다고 하면 그냥 두시란 겁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세요, 정말 팀을 위하고 싶으신 거라면.
김산이 박우재를 버린 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