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58)
458화
“……?”
주단우는 정말 처음 듣는 말이라는 것처럼 어리둥절해 보였다. 그에 에이든 리는 잠깐 아차 싶은 모양이었지만, 잠깐 눈을 굴리고는 괜찮겠다 판단한 듯 입을 열었다.
“흠.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말하면 되나? 유하가 단우 형이 제일 좋대요.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고.”
“어?”
“응?”
“헉?”
“오?”
“에이든!”
“와아아!”
뜬금없는 이야기에 말을 듣던 멤버들의 눈이 동그래지고, 때를 맞추기라도 한 양 무대 뒤편에서부터 원유하가 달려오는 것에 관객석으로부터 환호가 터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발언에 모두가 입을 벌린 상황에서 원유하는 어리둥절한 얼굴의 에이든에게로 다가가 뭔가 할 말이 많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꿀밤이라도 한 대 날려 주고 싶지만 참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침묵하는 원유하 대신 입을 연 건 다른 멤버들이었다.
“아~ 유하 형, 실망이에요. 이렇게 대놓고 멤버 차별하기 있어요?”
“흥미롭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유하의 원디어 최애는 단우였구나? 예상이 들어맞았다고 좋아해야 하는 건지, 최애가 아니라는 점에서 슬퍼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긴 하네.”
“어… 단우면 좋아할 만하긴 하지. 이해는 돼. …근데 우리도 멋있다고 생각해 주고 있긴 한 거지?”
“형! 차애는요? 차애는 누군데요?”
“찬희야. 설마 유하 형 차애가 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누가 봐도 형 차애는 나잖아.”
“……! 뭔 소리야, 세상이 두 쪽 나도 절대 너는 아냐. 차애는 누가 봐도 나……!”
“어? 그건 나도 양보 못 해. 내가 유하한테 곡도 써 줬는데 차애는 나 아냐?”
“나는 삼애 정도면 만족해, 유하야. 알지? 나 큰 욕심은 안 부려. 차근차근 위로 향하는 걸 노려 볼게.”
“…혹시 내가 꼴찌인 건… 아니지?”
“유어원 두고 뭐 하는 거예요…. 하, 다들 진정 좀 해……. 그런 뜻 아니었으니까…….”
누군가는 진심으로, 누군가는 장난을 칠 목적으로 잘됐다는 듯 잡은 빌미를 물고 늘어지는 것에 원유하는 머리가 아픈 듯 제 이마에 손을 올리고 한숨을 쉬었다.
무대의 마지막 순서였던 탓에 멤버들보다 조금 뒤늦게 스테이지로 돌아온 것뿐이었는데, 자신이 옷을 갈아입는 사이 어쩌다 일이 이렇게 흘러가게 된 건지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응? 아니었어?”
“아니야. 멋있다고 한 건 맞지만 말이 왜 그렇게 돼? 애초에 멤버들한테 차등 둔 적도 없어. 다 똑같지. 순위 같은 게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겠고.”
“뭐가 되든 1등은 좋은 거야, 유하야.”
“맞죠. 게다가 유하 형 최애를 어떻게 참아요? 놀려 먹기 위해서라도… 아, 이거 취소. 리더에게 사랑받는 멤버 인증 딱지를 놓치고 싶은 사람은 여기 아무도 없을 거라고요.”
“흠, 난 그냥 경쟁에서 지는 거 싫어. 상위 몇 명까지 세이프야?”
“세이프고 뭐고가 어디 있어? 왜 멤버들 사이에서도 서로 서바이벌을 하고 있어. 하위권이면 무슨 페널티라도 따라붙냐?”
“자존심이 상하죠?”
이후 멤버들끼리 절대 경쟁에서는 질 수 없다며 남다른 비장함을 보이는 것에 원유하가 또 한 번 머리를 짚는 동안, 관객석의 분위기는 조금씩 풀려 갔다.
뇌리에 꽂힐 만큼 강렬했던 무대는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짙은 여운을 남긴 한편, 쉽사리 가시지 않을 몰입감까지 선사한 덕에 멘트 타임이 돌아와도 관객석의 분위기는 조금쯤 경직돼 있었던 것이다.
-서바이벌 특: 뭐가 됐든 일단 상위권에 들어야함
-??? : 난 그게 무엇이든 언제나 경쟁을 할 때 최선을 다한다. 그게 리더의 멤버 애정 순위라면 더더욱 말이야..
-서바이벌 PTSD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울다가 웃었잖아ㅠ 책임져 원디어
-너희 무대를 냉온탕처럼 한다고 우리도 냉온탕에 담갔다 뺐다 하면 어떡하니 내 감동 돌려주라
-평소에는 표현 잘 안해주던 리더가 무대를 통해 멤버사랑해♥ 보여줬다? 쌉인정이지;; 나같아도 일단 난 몇순위냐고 물어봄ㅇㅇ
-아 단우 유하가 최애 없다고 하니까 미묘하게 시무룩해진거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 유하 최애 자기라니까 기분 좋았었나봐ㅋㅋㅋㅠㅠ
‘눈물이 쏙 들어가네.’
그것을 자신들끼리의 장난스러운 티키타카로 풀어 낸 멤버들의 재치에 홈마와 언니 팬은 어느새 울컥하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따라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장내의 분위기가 한번 환기되는 동안, 멤버들은 원유하가 ‘멤버들 모두 평등하다, 절대 순위 같은 건 없다.’라고 단언한 말을 들은 후에야 아쉬움을 곱씹고 물러나 주었다.
“…어쨌든, 에이든이 곡해를 좀 많이 하긴 했는데…….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 후에야 원유하는 에이든 리의 폭탄 발언에 대한 해명을 할 수 있었다.
“그냥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을 뿐이었으니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저도 모르는 건 아니니까요.”
원유하는 그렇게 포문을 연 뒤,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욕심이 많았던 것도 같고 생각이 많았던 것도 같아요. 둘 다기도 하겠죠. 그래서 시간이 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오랫동안 한 글자도 못 썼어요. 무슨 말을 하든…….”
그는 거기까지 이야기한 후, 잠시 침묵했다. 무언가를 깊이 고민하듯이, 이 말을 해도 될지 망설이듯이.
그리고.
“…오해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원유하는 끝내 자신이 섣불리 가사를 써내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털어놓았다.
‘아…….’
덕분에 홈마는 원유하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솔로 곡 수록이 밝혀진 이후 유어원 사이에 돌던 기묘한 기류를 원유하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공개 전, 에이든 리로부터 곡을 받았을 때부터 그것을 걱정해 왔던 것이고.
“…….”
때문에, 홈마는 조금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원유하가 이런 식으로 직접적인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원유하는 언제나 팬들을 잘 달래 주는 아이돌이었다. 팬덤에 도는 루머, 논란, 불만을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캐치했고 리더로서 언제나 간접적인 어조와 태도를 통해 팬들을 안심시켜 주었다.
그럼에도 불만을 느끼는 사람은 당연하게 있었다.
-ㅇㅇㅎ는 뭘 맨날 아는 척 나대냐? 정확한 단어로 언급하면 논란될 것 같아서 차마 그렇게까지는 못하겠는데 민심은 얻고 싶어서 팬들 이해해 주는 척하는 거잖아ㅋㅋ
-U하 솔직히 팬들한테 문제 떠넘기고 있는 거 아냐? 팬들이 느끼는 불만 슬쩍 건드려주기만 하면 빠수니들 순해가지고 유HA가 우리 알아줬다ㅠ하면서 확대해석해서 올려치기해 주잖아 빠수니들 맨날 걔 의도대로 움직여주는 거 불쌍해 죽겠음ㅠ
-왜 다들 늊하 감동이라고 빨아주는지 모르겠어 팬들 화낼 때 이해해 주는 척 오히려 입닥치라고 하는 것 같아서 나는 별로야.. 결국 걔 팬사랑도 겉핥기라는게 내 생각.. 걘 그냥 회피하는 거야
결국 원유하는 몸을 사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정확한 말이 아닌, 여러 방면으로 해석되거나 눈치채는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에둘러 꺼내는 건 책임을 떠넘기고 제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 수를 쓰는 것에 불과하다고.
“곡을 받고 가사를 작업하려고 할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잘못하다가는 내가 이 곡을 이용하게 되겠구나, 하는 거요.”
“아아…….”
“그런데 저는 절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제가 수단처럼 에이든이 준 곡을 써먹는 일은 없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원유하는 이번에는 직접적인 말을 선택하게 된 듯했다.
“유어원한테 제 이기심이 닿게 할 순 없으니까.”
혹시 모를 논란을 야기하게 되더라도, 끝내 제 진심을 오해받지는 않기 위해.
“…….”
“그래서 할 말을 고를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든 사심이 섞일 것 같아서. 자신이 없었다는 것도 맞는 말 같습니다. 저 스스로 자제할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래 걸렸는데…….”
원유하는 그렇게 말한 후, 주단우가 있는 쪽을 한 번 돌아보았다. 마주친 주단우의 눈이 동그래지는 것을 잠시 지켜본 후, 원유하는 끝내 말을 이었다.
“단우 형 덕분에 깨달았어요. 결국 고를 필요 같은 건 없다는 거.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는 거요. 해야 하는 말은 입을 열고 손을 움직여야 나오는 거잖아요. 단우 형이 했던 것처럼요.”
원유하는 주단우의 라이브를 보고 오히려 머릿속이 깔끔해졌다고 했다.
주단우가 라이브를 지켜보던 유어원과 함께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것을 전부 담아 마침내 곡을 만들어 내는 것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이다.
주단우가 유어원의 시선과 응원 속, 자신의 감정을 녹여 내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어떤 말은 꼭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거더라고요.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라면요.”
결국 무언가를 담으려고 한 시점부터 의도가 없을 순 없으며.
“그래서 그냥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난 그냥 내 이야기를 누가 어떻게 생각할지 무서워하고 있었던 것뿐이라는 걸요. 그러니 결국 하고 싶은 말을 일단 뱉어 내는 게 답이라는 것도.”
오해받거나 사랑받는 것, 무엇도 자신이 통제할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고.
단지 바라기로 했다고 말이다. 이 곡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이 되기를,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든 제 진심이 진심으로만 다가가기를.
유어원이 원한 건 결국 원유하의 진심이고 ‘이야기’였기에.
“그 의미에서 대단하다고 한 거예요. 전… 음. 솔직히, 속마음을 드러내는 데… 재주가 없어서. 그런데 단우 형은 시간은 걸려도 언제나 저희에게 솔직하거든요. 그래서 단우 형은 멋있는 사람이라고 한마디 한 것뿐이에요. 그걸 에이든이 이상하게 곡해한 거고.”
“음~ 아닌데. 그때 유하, 분명 단우 형이 최애인 것처럼 굴었다니까. 내 눈은 정확해.”
직후, 터져 나오는 관객석 쪽의 환호성에 원유하는 슬쩍 시선을 돌려 다시금 에이든 리를 질타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에이든 리의 얼굴 위로는 어느새 실실대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정확하긴 뭐가 정확해? 쓸데없는 말로 분란 만들래? 어디 가서 그쪽 팀은 리더가 멤버 애정 순위 같은 거 둔다면서요? 몇 위세요? 하는 말 듣고 싶기라도 한 거야?”
“내가 상위권이면 자랑스러워하면서 밝힐 수 있을 거 같은데. 나한테만이라도 순위 알려 주면 안 돼?”
“…너 진짜 아까 내 말 듣긴 한 거냐?”
직후 원유하와 에이든 리가 투닥거리는 것에, 홈마는 집중하며 원유하의 말을 듣고 있다가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렸고.
“…휴지 더 드릴까요?”
“흐윽, 네, 네…….”
이내 다시 한번 울고 있는 언니 팬을 발견하고는 조용히 가방 안에서 이번에는 팩을 그대로 언니 팬에게 건네주었다.
‘하… 코 찡해 죽겠네.’
그리고 홈마는 저도 모르게 덩달아 달아오르는 눈가를 한 번 꾹 눌렀다. 원디어는 정말 극악이었다.
‘뭔 멤버 사랑이 이렇게 지독해.’
웃다가 울다가를 이렇게 몇 번이나 시키는 팀이 어디 있나, 싶었던 것이다.
-유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솔직히 곡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 많이 힘들었는데… 유하가 그러더라고요. 듣는 사람을 위해 쓰라고. …그 덕인 것 같아요. 유어원이 없었다면, 유하가 없었다면 전 못 했을 거예요.
라이브가 끝난 후, 주단우가 말한 대로 원유하는 주단우를 돕고, 반대로 주단우는 원유하를 도운 셈이 되었다는 게.
끝내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본인들 또한 성장했다는 데에서는 ‘오해’를 할 수가 없었으니까.
“갑자기 생각난 건데. 우리 이거 콘텐츠로 만들면 안 돼요? 모든 멤버들의 애정 순위를 알아보는 거죠. 메큐원에 건의해 볼까요?”
“와아아아!!”
“뭘 어디까지 가려고… 애정 순위 같은 거 금지야. 그런 거 절대 안 하니까 그렇게 알아. 이러다 우리 불화 논란 나면 책임질래?”
“불화 논란을 덮을 만큼의 무대를 유하 네가 보여 줬으니 괜찮지 않을까? 나 솔직히 감동 많이 받았는데. 딴 애들도 다들 감격하면서 옷 갈아입었어.”
“그거 알아요? 백스테이지에서 찬희랑 현진이 형이랑 단우 형이 살짝 울었…….”
“……! 야! 천세림! 그런 걸 왜 말해!”
“…그게, 참아 보려고 했는데 인이어로 들리는 게 너무 좋아서. 네가 고생한 거 알고 있기도 하고.”
“너무 수고 많았어, 유하야.”
원유하가 노래한 곡처럼, 원디어 멤버들이 서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서 전해져 오는 감동은 어찌할 바가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럼, 이제 마지막 곡으로 넘어가 볼까요.”
홈마를 비롯한 유어원들은 곧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눈 깜짝할 새 빠르게 스쳐 지나가, 이내 ‘마지막 곡’의 차례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