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59)
459화
“벌써?”
“아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다고요?”
“아아아아!”
색다른 매력과 함께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던 멤버들의 특별 유닛 무대가 끝이 난 후.
그저 몇 곡을 더 봤을 뿐이라 생각했건만, 곧 멤버들에게서 끝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에 관객석에서는 비명 같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뭐야?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
정신없이 무대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고, 프리뷰를 올리고, 그러다 이내 감탄하고.
콘서트를 즐기던 홈마는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는 것에 놀라 시계를 확인한 후 신음하듯 아쉬움을 흘렸다.
아직 하루가 더 남아 있는 데다 콘서트 특성상 ‘마지막 곡’은 정말 마지막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매번 원디어와 헤어지는 순간은 그저 안타깝기만 했던 것이다.
방금까지 원디어가 토롯코(이동차)에 올라타 유어원과 더욱 가까이에서 시선을 맞추고 호흡했던 걸 생각하면 더더욱.
‘하, 오늘도 유하 진짜 미쳤다…….’
홈마는 직전에 눈앞을 스쳐 지나간 원유하를 떠올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빡센 무대 끝에 콘서트의 굿즈로도 판매되고 있는 흰 티셔츠와 밝은 색감의 청바지를 맞춰 입고, 귀여운 액세서리나 인형 따위로 포인트를 준 채 미소 짓던 원유하의 얼굴이 아직도 눈앞에 선연했다. 마주쳐 오던 다정한 시선의 파괴력 또한 여전했고.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생겼지……. 어떻게 그렇게 웃지……. 애가 팬서비스를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그에 감격한 건 옆자리의 언니 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더 심한 것 같기도 하고.
지난 콘서트에는 티켓팅에 개같이 실패해 3층 끝자락에서 면봉 같은 사이즈의 원디어를 봤었다는 언니 팬은 실물을 가까이에서 본 건 꽤 오랜만이라고 했다. 거기에서 오는 감동도 거셌을 텐데.
-……!
-헉, 유하야!
토롯코를 타고 공연장을 한 바퀴 돌던 원유하가 중앙 즈음에서 잠시 멈추고 멘트 타임을 가질 때, 관객석을 훑어보다 제 이름이 적힌 슬로건을 들고 있던 언니 팬과 홈마가 있는 쪽을 향해 웃어 주고 손을 흔들어 주기까지 했으니.
게다가 또 한 번, 자신의 슬로건 두 개를 나란히 들고 있는 그들에게 각도와 방향을 조금씩 바꾸어 가며 한 번씩 짚어 주듯 시선을 마주쳐 준 만큼.
“유하 이쪽 구역 왔을 때 동영상 찍어 뒀는데 보내 드릴까요?”
“……! 전 대신 뭘 드리면 될까요?”
“그냥 오래 원프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다음에 동생분이랑 같이 한 번 뵈어요. 저도 지난번에 저랑 같이 슬로건 판매했던 지인 데려갈게요! 저 해외 투어도 돌 생각인데 종종 계정에 올리지 않는 사진이나 동영상도 보내드릴게요.”
“저 여기서 무릎 꿇을까요?”
홈마도, 언니 팬에게도 원디어가 해외 투어를 육 개월 돌아도 컴백까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만큼의 애정이 충전된 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원디어 이번 해외 투어는 좀 기니까…….’
콘서트 공지가 올라온 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원디어의 콘서트는 정말로 반년가량은 갈 예정이었다. 미주 투어에 아시아 투어에 이어 이번에는 유럽 투어까지도 결정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보니까 원디어 클라스 쩌는거 확인된다… 이 정도면 리터럴리 월드 투어네;;
-ㅁㅊ런던 투어도 있는거ㅠㅠㅠㅠㅠ 이든이 데뷔 후 처음으로 집 가는거야?
-해외투어는 싫지만? 이든이가 자기 가족들에게 멤버들 소개해주는건 좋아
-하 월투는 처음이 아니지만 이렇게 긴 공백기는 처음이라 벌써부터 마음이 헛헛하다….. 그렇게 육개월 돌고 나서 멤버들 개인활동 허용되는 연차가 와서 더더욱…ㅠㅠㅠㅠ
그에 유어원은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원디어의 높아진 인지도에 기뻐하고, 누군가는 유럽 투어를 감으로써 오랫동안 집에 가지 못했던 에이든 리가 마침내 고향에 가게 된다는 것에 좋아하고, 누군가는 오랫동안 이어질 비활동기에 지레 겁을 먹었던 것이다.
다만, 홈마는 큰 걱정은 없었다.
-로드 이번에 비활기 팬들 버티라고 떡밥 많이 넣어준 거 같긴 하다.. 정규 끝나면 연말인데 연말 무대 빠짐없이 소화하고 월투 시작+1월에 더트렌타랑 컬래버+아직 미정이기는 해도 2월까지 간간이 수상식도 있으니까 아예 얼굴 못볼일 없는데 예상대로면 월투 기간에 세림이 여행 예능도 나와주는 거니까ㅜㅠ 충분히 배부른 비활기임…
-최근 입덕하신 분들이 원디어 월투에 대해 걱정하는 시선이 많은 것 같아서 알립니다~ 경험상 애들은 월투 때가 되면 오히려 더 라이브를 많이 틀어 줍니다~ 소통 부족 걱정할 필요 없음ㅋㅋㅋㅋ 호텔 라이브 달달하니까 오히려 기대하셔도 좋아요..
-얘들아 지금 내가 좀 생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들어주라 애들 월투 기간 때 중간에 비어 있는 3주가 있거든? 원디어가 왜 3주를 비워 놨을까 머리를 굴려 봤는데… 애들 이번에 내는 거 “정규”잖아.. 그리고 “정규”에는?
“리팩”이 따른다…….
이거 아니고서는 원디어가 굳이 3주 비워둘 이유 없음ㅋㅋ 말이 비활기지 중간에 활동기 있을것같다 너무 걱정하진 마라..
이어지는 비활동기를 걱정하기에는 그간 원디어를 좋아해 오며 쌓인 데이터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원디어는 유어원이 섭섭해하거나 쓸쓸해하는 걸 두고 보지 못한다는 것, 시간과 기회가 허용되는 한 제 한 몸을 갈아서라도 어떻게든 얼굴을 비춰 주곤 한다는 것을 떠올렸을 때, 실질적인 비활동기는 생각보다 짧을지도 몰랐다.
“그럼 우리 마지막 곡은 역시 그걸로 가는 게 맞죠?”
“응, 유어원이 좀 더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곡 있잖아.”
“저희도 많이 애정하는 곡이라, 아무래도 이 곡을 빼놓고 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힌트는 그럼 여기까지 하고, 우리 일단 인사할까요?”
그렇기에 홈마는 팬들을 위한 안배를 충분히 두고 가는 원디어에게 선물을 주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둘, 셋.”
“BE YOUR WORLD, 지금까지 원디어였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에서만큼은 앞에 ‘TO’를 붙여야 하는 거 아니야?”
“아, TO YOUR WORLD?”
“응, 그게 맞을 것 같아.”
“와아아아!!”
원디어가 마지막까지 빠짐없이 유어원이 보고 싶어 했던 곡을 세트리스트에 넣어 준 값을 하기 위해 말이다.
의미심장한 어조로 멤버들이 마지막 곡이자 최근 유어원이 가장 사랑하는 곡 중 하나가 된 두 번째 팬 송, ‘TO YOUR WORLD’의 힌트를 내뱉은 후 공연장 내부는 완전히 암전되었다.
이에 따라 팬들의 환호성 소리가 현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um um um um um- um um
um um um um um- um um
Can you feel it?
환한 조명 아래, 본무대로 돌아간 멤버들이 동선을 맞추어 또 한 번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해내는 동안.
“3절이죠?”
“네. 3절이요!”
홈마와 언니 팬은 각자의 준비로 바빴다.
이유는 하나.
『아워스 / ONEDEAR_STAFF
1 : 이벤트 또 성공ㅎㅎ 이번에도 당했죠, 유어원?
0 : 매번 원디어한테 당하기만 하는 거 너무 자존심 상해. 우리도 할 수 있어, 서프라이즈!
!!Challenge Accepted!!
자신만만한 원디어를 향해 도전장을 내민 유어원의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유어원의 기획과 마음으로 진행되는 특별한 슬로건 이벤트!
1. 공연장 입장 후 좌석에 배부된 슬로건을 확인해 주세요.
2. 멤버들이 ‘마지막 곡’을 부를 때, 색깔과 멘트가 잘 보이도록 슬로건을 번쩍 들어 주세요!
3. 떼창과 함께 원디어의 반응을 즐겨 주시면 끝!
원디어와 유어원의 치열한 진심 대결 끝 승자는 누구인가? (더 감동 먹은 쪽이 지는 거야)
※주의 사항: 스포 금지. 원디어 멤버들은 눈치가 빠릅니다. 이벤트 타이밍까지 최선을 다해 숨겨 주세요!』
미리 예고된 슬로건 이벤트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유어원이 먼저 로드 엔터로 연락을 넣어 준비되었다는 이번 이벤트는 타이밍을 중요시했다. 너무 빠르게 슬로건을 들어도 실패, 너무 느리게 슬로건을 들어도 실패였던 것이다.
…나는 더 높이 날아가
날 부르는 널 향해 가
그렇기에 노래의 3절이 시작되기 전, 하이라이트가 거의 다가왔을 때 현장의 유어원들은 안무를 소화하느라 바쁜 원디어 몰래 슬로건을 들 준비를 했고.
To the your world
To be your world
oh oh oh oh oh-
“……!”
“어?”
이내 원디어 멤버들이 마지막 3절에 다가섰을 때, 슬로건을 들어 확실하게 펼쳐 보였다.
직후, 스크린에는 유어원이 든 슬로건이 클로즈업되었다.
「영원을 통해 하나를 그려내
‘우리’라는 만남을 놓치지 않기로 해」
원디어의 팬 송, ‘TO YOUR WORLD’에서 따온 슬로건의 문구. 거기까지는 평소와 같은 이벤트였지만.
“…….”
“와…….”
본 무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슬로건 하나를 잡아내던 것에서 벗어나 카메라가 천천히 공연장 전체를 잡은 후, 원디어 멤버들에게서는 조용히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느릿한 움직임으로 모든 유어원을 담아낸 카메라. 공연장 전체를 걸쳐 유어원이 들고 있는 슬로건은 통일된 문구와는 달리 구역마다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다른 색깔을 통해 유어원은 또 한마디를 원디어에게 건네고 있었다.
「ALWAYS OUR WORLD」
「ONEDEAR」
원디어가 팬 송을 통해 유어원에게 건넸던 말.
언제나 시작과 끝인사를 통해 건네곤 하는 ‘당신의 세계가 되기 위해’서라는 팀의 목표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유어원은 슬로건 이벤트를 통해 말하고 있었다.
원디어에게 유어원이 그렇듯, 원디어 또한 유어원의 모든 것임을 알려 주기 위해서.
“…….”
“…….”
마침내 유어원의 서프라이즈 또한 성공한 것일까.
편곡을 통해 길어진 간주. 춤을 추던 것을 멈추고 본 무대에 멈추어 선 채 공연장에 걸쳐진 화려한 슬로건 메시지를 원디어가 멍하니 바라보는 걸, 유어원이 밝은 미소를 머금은 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팔랑-
“……?”
공연장 내부가 조용해진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머리 위로 하나둘 컨페티가 떨어지는 것에 유어원들은 의아함을 느꼈다.
보통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할 목적으로 컨페티가 터져 오르곤 하는 만큼 시기상으로는 이상할 게 없지만, 어쩐지 터진 시점이 이상했던 것이다.
“…어? 이거…….”
그런 유어원 사이, 카메라를 들고 원유하를 찍고 있던 홈마는 곧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언니 팬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뜻밖의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거 메시지…네요?”
언니 팬이 잡아챈, 조금 더 사이즈가 큰 컨페티. 그 위로 낯익은 글씨가 쓰여 있었던 것이다.
「숨이 되어 줘서 고마워요.」
「나아갈 길이 되어 줘서 고마워요.」
「함께해 줘서 고마워요.」
…
“…….”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유어원들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컨페티에는, 또 한 번 예상치 못했던 원디어의 ‘서프라이즈 메시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멤버 한 명 한 명의 글씨체가 담겨 있는, 멤버들이 유어원에게 건네는 고마움의 메시지들. 유어원의 머리 위로 떨어진 수많은 진심들.
그제야 홈마는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이 서프라이즈 또한 예고돼 있었다는 사실을.
「원디어와 유어원의 치열한 진심 대결 끝 승자는 누구인가? (더 감동 먹은 쪽이 지는 거야)」
‘이런…….’
‘대결’은 결국 두 쪽이 맞붙어야만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즉 원디어는 이번에도 유어원에게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던 모양이었고, 원디어도 유어원도 서로의 서프라이즈에 당해 버린 만큼 승자가 어느 쪽인지는 확연하게 드러나 있었다.
양측 모두 감동을 먹을 대로 먹어 버린 탓에 어느 쪽이 이겼다 할 수 없기에, 결국 두 쪽은 모두 지게 된 것이었으며.
-컨페티 타임 돌 때 콘솔 잠깐 잡혔는데 로드 엔터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 개뿌듯하게 웃고 있는 거 진짜 개킹받는데 어떡하냐
-미치겠다 중간에서 관리해주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복병이었음
-이게 바로 어부지리?
-원디어 얼굴 감동과 배신이 함께 섞여 있는데 이게 맞는거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상황에서 결국 승자가 된 건 유어원과 원디어, 양쪽의 서프라이즈 이벤트의 전체 상황을 알고 기가 막힌 타이밍을 조율해 준 로드 엔터가 된 것이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