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65)
465화
“오랜만이네요, 유하 씨.”
“네, 오랜만입니다.”
나는 미소 짓는 얼굴로 내게 물어오는 서안에게 가볍게 대꾸해 준 후, 잠시 그의 뒤편을 바라보았다. 텅 비어 있는 카페에는 서안 말고 다른 인물은 없었다.
“이현이가 따라왔을까 봐 걱정이라도 돼요? 경계할 필요 없어요. 오늘 이현이는 같이 드라마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님들이랑 콘텐츠 인터뷰 하러 갔으니까.”
“…….”
그런 내 시선의 의미를 눈치챈 듯, 서안이 씩 미소 짓는 것에 나는 잠시 침묵했다. 정곡을 찔린 이유도 있지만, 실은 의도하고 서안의 뒤를 주시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도 당한 게 많아서 그런가.’
백이현과 연관돼 있다 치면 일단 경계부터 하는 게 습관이라도 된 듯했다. 상식적으로 백이현이 아무리 할 일이 없어도 멤버의 매체 인터뷰에 따라왔을 리 없는데 말이다.
“연락은 왔지만요. 안부 전하던데요, 시간만 있었으면 만나러 왔을 거라고. 커리어 하이 축하한다고 전해 달래요. 310만 장이었다면서요? 이번 초동. 대단하네.”
“…드라마도 방영을 앞두고 있으니 할 일이 넘쳐흐르는 줄 알았는데, 후배 초동이나 챙길 정도로 여유로운지는 몰랐네요. 카르마가 좀 더 힘내야겠습니다. 괜히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않게.”
곧 백이현이 ‘상식적인’ 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도 모르게 빈정대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건 반쯤 진담이기도 했다. 같은 시간, 다른 스케줄이 짜인 덕에 백이현의 얼굴을 보지 않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오늘, 나는 백이현의 드라마 [어느 날 하늘 아래>의 메인 OST의 작곡가인 서안과 함께 독점 인터뷰를 하러 나와 있었다. 아무래도 주연이 백이현인 만큼, 놈과 친밀하게 얽혀 있는 서안과 나 또한 프로모션 스케줄에 함께 동원된 것이다.
‘솔직히 기분 나빠할 스케줄은 아니지만, 달갑지도 않군.’
정규 2집에 수록돼 있던 ‘숨’의 공개 이후, 팬분들은 나의 또 다른 솔로곡도 얼른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셨다.
그러니만큼 이번 OST 공개는 예상보다도 일찍 팬분들의 소망을 이뤄 드린 셈이었으니 내게도 이득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반가워할 수만도 없었다.
‘백이현은… 웬만해서는 안 보는 게 나으니까.’
어쨌든 이 스케줄은 백이현과 얽혀 있는 것이지 않나.
나는 지난 유출 사고의 마무리를 위해 로드 엔터 본사에서 놈을 만난 후 다시 그를 본 적이 없었다. 나도 백이현도 굳이 서로를 볼 일이 없었기 때문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내가 놈을 피했기 때문이었다.
‘이쪽 이야기가 백이현에게 넘어가는 걸 완전히 막을 순 없겠지. 그렇다면 큰 틀은 넘어가게 두되 자잘한 건 숨기는 게 나아.’
백이현이 이쪽의 정보를 얻기 위해 업계 여러 곳에 줄을 대고 있다는 것은 나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백이현은 ‘표면적인’ 이야기만 알 뿐이었다.
그렇다면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는 백이현을 피하는 게 옳았다. 그 자식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이상, 정보는 숨기는 게 맞았으니까.
“말에 뼈가 엄청나게 있네, 기분 나쁜 건 알겠는데 티를 내서야 되겠어요? 그러다 불화설이라도 뜨면 어쩌려고 그래. 뭣보다 유하 씨가 어떻게 이현이한테 그냥 후배예요, 하나뿐인 동생이지. 유난인 건 나도 인정하지만.”
그러다 충고하듯 서안이 엄격한 투로 말하는 것에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물었다.
“제가 백이현을 함부로 대해서 기분 나쁘세요?”
“아뇨? 그냥 재밌는데요. 유하 씨랑 얽히면 이현이 꼴이 웃겨지잖아. 걔를 이렇게 함부로 대하고 영향 끼칠 수 있는 게 유하 씨 말고 또 누가 있어요? 그러니 태도는 유지하되 조심해 달란 거예요. 불화설 뜨면 피차 힘들어지잖아. 최근 원디어는 더 그렇겠고.”
“…….”
그러다 이내 서안이 말하는 것에 나는 약간 지긋지긋해져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나야 백이현과 얽힌 게 있으니 놈에게 함부로 말하고 있다지만, 백이현의 측근인 서안이라면 충분히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다 싶어 물은 말의 대답에 곧 괜한 소리를 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큐멘터리 나온댔죠? 콘텐츠 관련으로 과거 이야기 풀어도 되냐고 이현이한테 연락했다면서. 좀 의외긴 했어요, 난 유하 씨가 그런 거 싫어하는 줄 알았거든요. 저번에 이현이랑 크게 다툰 것 같길래 앞으로 연락 안 할 줄 알았고.”
서안의 말처럼, 완전히 백이현과 연을 끊고 살 수도 없다는 게 조금쯤 한탄스럽기도 했고.
“연락할 생각 없었습니다. 싫어하는 것도 맞고요. 하지만 그렇다 해서 저만의 이야기가 아닌 걸 허락 없이 다루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과거 이야기로 휘둘리는 기분이 얼마나 나쁜지는 제가 가장 잘 알아서요.”
“오, 또 한 번의 치명타. 이현이가 여기 없는 게 아쉽네요.”
“들어도 웃고 있었을 텐데요.”
“응, 그건 그렇죠. 이현이가 그런 말 들었다고 새삼 죄책감을 가질 리 없으니까.”
“서안 선배님, 헷갈려서 그러는데 백이현을 좋아하시는 겁니까, 아직 싫어하시는 겁니까? 하나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오히려 말하시는 거 보면 가끔 저보다 더 백이현한테 박하신 것 같은데요.”
“아니, 난 팩트만 말하는 거지. 오해하지는 마요, 난 걔 좋아해. 말했잖아요, 이현이는 눈에 넣으면 아픈 우리 막내라니까?”
“…보통은 눈에 넣으면 안 아프다고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난 거짓말은 못 해서. 그렇게 큼지막한 놈을 눈에 넣는데 어떻게 안 아파요, 밉상이기도 하고. 어쨌든 난 알면서 받아들이는 거고, 유하 씨는 그래서 이현이랑 계속 거리 두는 거고. 그 정도 차이만 있을 뿐이에요. 유하 씨는 이현이를 받아 줄 생각이 조금도 없잖아.”
“…….”
그렇다 해서 백이현과 친밀해질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디어돌> 시절 백이현이 나와 자신의 과거를 무단으로 밝혔던 것처럼, 실은 나 또한 그렇게 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을 터였다.놈과 내가 함께 얽혀 있는 이야기인 데다, 백이현은 과거를 이용하는 데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으니까.
-보육원 시절에 엄마랑 우리가 같이 찍힌 단체 사진이 있어. 그 사진이 진실이라는 것부터 시작해 이번에 찍게 된 다큐멘터리에서 과거 이야기를 좀 풀게 될 거야. 너한테 엄마를 다시 본 적이 있는지, 단우 형이랑은 관계가 어떤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생길지도 몰라. 대비해 둬.
하지만, 그렇다 한들 놈처럼 멋대로 굴고 싶지도 않았다. 적어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건 굳이 안 물어보고 해도 되는데. 뭔가 도움이 필요한 건 없어?
-없어. 네 스스로 불리해지지 않을 말이나 잘 포장해 둬. 그러라고 알려 주는 거니까.
적어도 그런 ‘준비할 시간’만이라도 주어지면 좋았겠다고, 나도 몇 번이고 생각했었으니까.
이후 혹시라도 빼면 좋겠는 이야기가 있느냐는 물음에, 백이현은 어떤 말이든 해도 된다고 답했다. 놈과 내가 보육원에서 ‘어떻게 헤어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대중들이 알고 있는 백이현과 내 관계도를 완전히 망쳐 버릴 사건만 아니라면 뭐든 괜찮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의외더라고. 그래서 신기했어, 유하 씨가 본인이 먼저 이현이와 얽혀 있는 과거를 풀려고 할 줄은 몰랐거든.”
“어떤 과거는 입에 담을 필요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먼저 선수 쳐 건드려 버리니까?”
“…….”
직후, 서안이 말하는 것에 대답하기 위해 나는 입을 달싹였지만.
“미안해요, 늦었네. 일단 우리 사진부터 찍고 시작할까요?”
“김 기자님, 간만에 뵙네요. 최근 특종 축하드려요~ 취재원 대체 어디서 찾은 거예요? 나 진짜 궁금해서 만나자마자 물어봐야지 싶었다니까요.”
“…하, 하하. 그건 일급 비밀이죠. 저 편집장님한테도 안 알려 줬어요.”
곧 독점 취재 인터뷰를 위해 김 기자가 사진 기자와 함께 카페로 들어오는 통에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티 나나.’
서안까지 그렇게 물어올 정도로, 내 의도가 티가 나고 있는 건지.
“하하, 내 걱정하지 말고 원디어 쪽이나 잘 챙겨야 하는 거 아닌가? 그쪽은 아티스트 관리나 잘해요. 지금 어떤 이야기가 돌고 있는지 1팀은 진짜 모르는 겁니까?”
“뭐라고요?”
“아티스트 인성 관리, 과거 조사, 그런 것 좀 확실히 하라고요. 이거 내가 김 본부장 생각해서 하는 충고니까 괜히 선입견 가지고 듣지 말고요. 걱정돼서 그래요. 무슨 일이 나도 단단히 날 것 같아서. 지금 커뮤니티 분위기 이상하던데, 그쪽?”
“…….”
지금 이쪽의 ‘의도’는, 누군가는 절대 몰라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 * *
“합동 콘서트요?”
“그래요. 2팀에서 갑자기 그런 걸 제시하더라고. 웃겨, 대체 언제부터 유대감을 중시했다고? 내가 보기에는 그냥 자기 잘못 덮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아요. 뭔가 새로운 실적이 필요한 거지.”
활동이 막 끝난 후, 나를 비롯한 원디어 멤버들은 1팀의 회의실에 모여 앉아 김송하 본부장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원디어, 라이저스, 제뉴아에 넥스트원, 그리고 로드 엔터에 소속된 다른 분들까지 합쳐서 합동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열자… 이거죠? 시기를 잘 맞춰서 내년도 [디자인 유어 아이돌> 시즌 4의 첫 무대도 만들고요.”
“네. 이 김에 에이넷 쪽에 점수도 좀 따 보겠단 거죠. 시즌 지날수록 관심도가 떨어지는 와중에 로드 엔터 합동콘으로 연습생들 첫 공개하면 화제 불러 모으기 쉬울 테니까. 에이넷이야 당연히 좋아 죽을 제안이고, 김태석은 실적 쌓으니 좋고요.”
“시선 돌리기 딱 좋은 제안이긴 하네요. 최근 2팀 김 본부장님 쪽 분위기가 나빴으니.”
“흥, 그러니까 누가 댄서 가지고 장난 치랬나. 그쪽 잘못이죠. 호시탐탐 우리 팀 노리더니 꼴좋다.”
도지혁의 중얼거림에 김송하가 비웃듯 말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최근 2팀의 김태석에게는 악재가 계속되고 있었다. 지난번 예상했던 대로 억지를 써 넥스트원의 팬 미팅 쪽으로 데려갔던, 리오가 속한 jw스튜디오 소속 댄서들의 ‘수강생 그루밍 사건’이 터지며 일이 꼬인 것이다.
덕분에 라이저스 쪽을 담당하고 있던 댄서들을 급하게 기용하게 되어 자신이 책임지는 라이저스에도, 넥스트원 멤버들에게도 불편함을 안겨 준 데다 회사 직원들의 시선도 나빠졌으니.
‘김태석이 로드에 들어오고 난 후 제대로 한 게 없으니, 타 팀에서는 이제 슬슬 그쪽을 무시한다고 했던가.’
그로서는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법했다. 로드 엔터를 휘어잡기 위해 들어와 놓고, 계속해서 벼랑 끝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지 않나.
“하지만 회사 측에 나쁜 제안도 아니네요? 솔직히 유대감이 필요한 건 맞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하승혁 대표님도 그 제안에는 긍정적이더라고요.”
때문에 김태석은 넥스트원의 팬 미팅과 라이저스의 콘서트까지 모두 마무리를 한 후 내년도의 실적을 위한 제안을 하게 된 것이었다. 서바이벌 전문이자 ‘임시직 엔터사’라는, 로드 엔터가 슬슬 벗고 싶어 하는 이미지를 깰 방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일단 각 팀 리더들 모아 두고 함께 회의를 한번 나눠 보기로 했어요. 유하 씨, 시간 되죠? 이건 각 팀 본부장들이랑 대표님도 같이 들어올 거예요.”
때문에 김송하는 김태석의 말을 들어줘야 한다는 데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이번에는 크게 반대를 할 생각은 없어 보였지만.
“원디어의 무대를 줄인다고요?”
“콘서트가 열릴 즈음에는 원디어의 개인 활동이 시작될 때니까요. 배려를 해 주는 거죠. 솔직히 그때 가서 멤버들이 어떻게 될지, 1팀도 확신 못 하잖아요?”
“무슨 말이에요, 그게?”
곧 또 한 번 벌컥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솔직한 말로, 모두 활동 가능할지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김태석이 또 한 번 김송하의 속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