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68)
468화
김태석은 합동 콘서트를 위한 첫 번째 단체 회의에서 물을 먹고 난 후, 오히려 더 노골적인 태도를 보였다.
“에이든의 곡을 2팀이 빼 가려고 한다고요?”
“그래요! 내가 정말 화가 나서.”
이번에는 당장 내년도의 앨범을 위해 각 팀의 A&R 담당 직원들이 수급을 시작한 곡들 중, 에이든 리의 곡에 욕심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팀이 나뉘기 전, 당시 A&R 직원들끼리 아껴 뒀던 에이든 씨 곡이 하나 있어요. 언젠가는 꼭 원디어 앨범에 넣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만큼 잘 만들어지기는 했는데, 지금까지는 활동 콘셉트에 안 맞아 묵혀 뒀던 거였죠. 그쪽이 탐내는 건 그거예요.”
이번 회의를 통해 콘서트가 열리기 전 미리 발매될 합동 앨범의 구성은 어느 정도 방향성이 결정된 상태였다.
각 팀마다 타이틀이 하나씩. 그리고 지금까지 로드 엔터테인먼트에 수급된 곡을 셀렉해 각 팀의 멤버들을 섞어 ‘합동 앨범’다운 컬래버 곡을 또 다섯 곡, 마지막으로 모든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단체 곡을 하나.
“넥스트원에 작곡하는 멤버가 없는 것도 아니고. 2팀 일은 그쪽이 알아서 할 것이지, 꼭 이런 식으로 우리 팀 일에 제동을 걸려고 들어, 화나게.”
그런 상황에서 김태석은 A&R 팀이 공유하고 있는 로드 엔터테인먼트 내의 곡들 중, 에이든 리의 곡을 2팀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했다는 말이 가관이었다.
“합동 앨범이면 합동 앨범답게 서로 곡을 공유하고 스위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뭔 개소리예요, 그게? 지금 우리가 서바이벌 교환 미션 하는 줄 착각하는 거 아냐?”
김태석의 목적이 실은 김송하의 혈압을 오르게 해 쓰러지게 만드는 건가, 싶을 정도의 억지가 튀어 나왔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내뱉을 수 있는 의견이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도 아니긴 하지.’
로드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의 유대성을 보여 주기 위해 기획되는 앨범이니만큼, 굳이 에이든 리가 만든 곡을 원디어가 소화할 필요가 없기는 했다. 김태석의 의견이 완전히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 우리 곡을 우리가 쓰고 싶은 거라면 다른 곡이라도 함께 공유하고 이야기를 해 보자는데, 그 빌미로 이쪽에 수급된 곡들을 파악해 보겠다는 속셈인 걸 누가 모르나?”
김태석의 의견을 가만히 받아들이기에는 1팀이 2팀에 당한 게 좀 많았다.
‘곡을 교환하기 위해 각 팀이 가지고 있는 곡들을 공유하자’는, 어딘가 의미심장한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김태석에게 전적이 있었던 것이다.
김태석이 그런 방식으로 1팀의 곡을 파악해 보려는 이유는 대충 알 만했다.
“우리가 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네요?”
김태석은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디어가 조만간 쉽게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추문에 휩싸이리라는 것을.
‘그 틈을 타 에이든 리가 작곡한 곡들을 자기네 팀으로 빼돌리려는 거겠고.’
아이돌 활동에 필요시되는 것은 수십 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것을 고르라면 그것은 바로 ‘좋은 곡’일 터였다.
대중들은 아이돌을 ‘곡’으로 접하게 되니까.
‘그 곡을 소화할 능력이 되는지, 개성이 얼마나 뛰어난지도 뒷일이지. 결국 곡이 준비되어 있어야만 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모든 엔터사는 경쟁적으로 곡을 수급하곤 했다. 좋은 엔터사와 그렇지 않은 엔터사는 ‘곡’에 들이는 자본과 노력으로 갈리기도 했고.
“전력부터 알아보겠다 이거구나. 미리 곡들을 파악해 두고, 우리가 당장 내년도의 준비를 하기 전 좋은 곡들은 움직이지 못하게 정지시켜 두겠단 속셈이고.”
그래서 김태석은 이런 식으로 1팀에 손을 뻗게 된 것일 터였다. 좋은 곡을 선점함으로써 우리의 전력을 깎고, 훗날의 ‘이득’을 꾀하기 위해.
로드 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를 나누어 본부를 분리시킨 이후, 각 팀의 A&R 담당 직원들의 재량껏 곡을 수급해 오고 있었다.
다른 팀과의 교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김태석이 2팀의 본부장으로 부임해 오고 난 이후부터 직원들 사이에는 서로의 전력을 공개하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김태석 스스로가 타 팀을 경쟁자로 인식하며, 무엇보다도 본부장으로 온 직후 공개된 1팀의 정보를 이용해 수작을 부린 탓이었다.
김태석이 2팀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는지 알게 된 다른 팀들은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해 갔다. 내부의 적에게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결국 문을 닫아 거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가장 큰 전력인 ‘곡’, 그중에서도 타이틀감인 곡들은 팀 내에서만 공유하게 된 상황. 이에 따라 김태석은 우선 원디어의 전력부터 파악할 ‘명분’부터 만들게 된 것이었다.
원디어의 활동이 예상치 못하게 멈추게 된다면, 에이든 리가 만들었다 한들 결국 ‘로드 엔터테인먼트’에 수급된 곡을 자신들의 팀으로 빼돌릴 수도 있게 되리라 생각했을 테니까.
‘원디어가 굳건하다면 에이든이 만든 곡은 당연히 우리가 쓸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리의 활동이 정지된다면.’
당장 그 곡들로 ‘수익’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김태석이 미리 파악해 둔 1팀의 곡을 2팀으로 가져갈 명분이 생겨 버리고 마는 것이다.
원디어가 멈추는 것과는 관계없이 2팀은 활동을 지속해 나갈 테고, 그렇다면 로드 엔터의 지원은 2팀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몰리게 될 테니까.
“김태석 본부장님은 진짜… 별 방법을 다 쓰시네.”
“뭐, 슬슬 내년도 기획안 올려야 될 때기도 하고. 2팀 쪽으로 지원 몰아 오려고 지금 혈안이 돼 있겠죠, 이번에 우리 팀 물 먹여 보겠다고 수 쓰다가 되레 자기가 손해 본 것들이 좀 있으니.”
이에 멤버들은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의 분위기로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김태석이 이렇게 대범하게 나오는 것에 더욱 경각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걸로 확실해진 거네요. 김태석 본부장님이 어떻게든 우리를 끌어내리려고 한다는 건. 그것도 생각보다 더 빠른 시일 내로.”
“그래.”
김태석이 이런 방법을 쓸 수 있는 건, 결국 ‘원디어가 내년도의 활동을 쉽게 이어 나가지 못할 것이란 확신이 전제돼 있기 때문 아닌가.
혹은, 자신이 그렇게 만들겠다는 선전포고이거나.
“…미안해.”
“형! 미안하단 말 금지랬잖아요!”
“……! 미… 아니.”
주단우는 또 한 번 습관적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다, 이내 벌컥 화를 내는 유찬희에 의해 놀라 얼결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복잡한 얼굴로 머리에 손을 올리는 걸 보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저번에 이야기 다 끝났잖아요, 형. 미안하다는 말은 됐어요. 형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와 팀을 위해서이기도 한 거잖아요.”
“…하지만.”
“하지만은 없어, 단우야. 그것도 이미 저번에 이야기 다 끝난 것 같은데. 그때 우리 약속했잖아, 정말 잘못한 게 아니라면 서로 미안하다는 말 하지 않기로. 서로 기꺼이 돕기로도 했었고.”
그에 내가 내뱉은 말에도 주단우는 망설이는 얼굴이었다. 이후 도지혁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다독이듯 꺼낸 말에, 주단우는 결국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얼굴이 그늘져 있는 걸 보니, 상황이 완전히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심적으로 고생을 꽤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을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일 다 끝나면 고맙다는 말만 해 줘요. 김태석 본부장이 무슨 짓을 하든, 난 형이 꼭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거니까.”
“…응.”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겨우 그 정도일 뿐일 테니까.
심적인 고통까지 걷어 내 줄 순 없다. 주단우에게 향하고 있는 압박들을 입에 발린 말로 치워 줄 수도 없겠지. 무슨 말을 해도 주단우는 압박을 고스란히 느낄 테고, 자신이 팀에 폐를 끼치고 있다는 괴로움을 떨쳐 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떻게든 이 상황을 끝내도록 노력하겠다’는 한마디일 터였다.
어떤 고통을 겪을 때, 희망이 있는 것과 희망이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가져오니까.
그런 내 말에 주단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직후였다.
“근데 있잖아, 굳이 미리 수급된 곡으로만 합동 앨범을 낼 이유 있어?”
“응?”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하던 에이든 리가 마침내 입을 연 것은.
내내 조용하던 놈이 입을 연 것에, 우리들의 시선은 에이든 리에게로 꽂혔다. 그 시선을 마주하며 에이든 리는 고개를 기울였다.
“아니, 합동 앨범이면 합동 앨범답게 하는 게 좋잖아.”
“……?”
그리고 아주 놈다운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그냥 지금부터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아티스트 다 참여해서 정말 합동 앨범다운 걸로. 그럼 그쪽이 우리 곡에 손대는 거 막을 수 있잖아.”
“너 다음 회의에 들어와라.”
당장 채택하지 않을 수 없는,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의문이 들 만큼 아주 확실하고도 간단한 ‘정공법’을.
* * *
“젠장!”
2차 합동 앨범 회의가 끝난 후, 김태석은 씨근거리며 욕설을 토해 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팀이 낸 방안이 로드 엔터테인먼트라는 소속사의 ‘색깔’을 만드는 데 더 유효하겠군요. 시간을 들이더라도 지금부터 곡을 준비하는 방안으로 가 보죠. 작곡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아티스트들은 당장 지금부터라도 교류를 시작하는 것으로 하고.
-네~!
1팀을 파고들기 위해 준비했던 계획이 완전히 엎어지고, 오히려 바라지 않았던 결과만 나오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넥스트원이나 라이저스가 괜히 이상한 물이라도 들여 오게 된다면 다루기가 어려워지는데.’
김태석은 2팀에 속한 아티스트들이 다른 팀과 교류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 대상이 원디어라면 더더욱.
‘자신들이 무슨, 회사 직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고 있어.’
그도 그럴 게, 원디어만큼 건방진 아티스트들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회사, ‘모든 능력치가 완벽한’ 아이돌을 뽑는다는 [디자인 유어 아이돌> 출신들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래서 프로듀싱 능력이랑 작곡, 작사 능력 있는 사람들 많고. 그게 로드 엔터 색깔 아니에요? 그럼 합동 앨범도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아티스트들한테만 맡겨서 그런 거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할 수가 있겠습…….
-우리 타이틀도 항상 거대한 프로젝트였는데, 잘못된 적 없어요. 넥스트원이랑 제뉴아랑, 라이저스 멤버들도 꾸준히 작사·작곡 하고 있지 않아요? 서바이벌 때 보니까 잘하던데.
-데뷔 후랑 데뷔 전이 어떻게 같겠습니까.
-음~ 그래, 다르긴 해요. 이상하게 다른 팀은 데뷔하고 나서 기회가 없어진 거 같았거든요. 이유가 뭐예요? 다들 하기 싫대요? 그냥 준비해 준 곡 그대로 하는 게 편해서 안 하는 건가? 아니면… 누가 막고 있는 건가?
-……!
직원들이 전부 모인 회의에서 그딴 발언을 아주 당당하게 하는 아이돌이 원디어 말고 누가 있겠는가.
문제는 원디어만이 아니었다.
-…그건 아니에요. 저희 멤버들도 의사는 충분히 있습니다. 할 수 있어요.
-야, 우리도 데뷔하고 나서 논 건 아니야. 쌓인 게 많아.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할 수 있어.
넥스트원의 리더, 최해솔과 라이저스의 리더, 박원효가 그렇게 말한 데 이어.
-할 수 있다면, 해 보도록 하세요. 필요한 지원은 충분히 해 줄 테니.
끝내는 대표, 하승혁까지 그런 식으로 아티스트들의 월권행위를 두둔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회사를 통째로 아티스트들에게 넘겨줘도 별 불만 없다는 듯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