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7)
6조의 리버스 포지션은 주단우와 박우재, 또 이전 미션에서는 보컬 포지션을 보여 주었던 연습생 한 명이었다.
주단우와 박우재의 경우 랩에서 보컬로 포지션이 변경되었고, 나머지 하나는 메인 래퍼 자리를 맡았다.
리버스 포지션 발표 당시 스크린에는 두 명 모두 메인 보컬 아니면 서브 보컬 1로 포지션이 배정되었는데, 그중 메인 보컬은 박우재가 맡게 된 모양이었다. 주단우는 서브 보컬로 밀려난 듯했고.
이와 더불어 대형을 정리하는 모습이나 구도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센터도 박우재, 리더도 박우재인 듯했다.
‘저쪽 팀은 박우재 주도로 가고 있나 보군.’
팀 내에서 한 명의 영향력이 너무 강할 경우 가끔 저런 일이 발생하고는 했다.
전략적인 선택일 가능성도 있지만, 나로서는 메인 보컬 자리를 주단우가 아닌 박우재가 맡은 현재의 포지션이 최선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리버스 포지션이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주단우의 보컬 실력은 뛰어난 편이었고, 반면 박우재의 경우 랩에서는 괜찮은 능력을 보여 주었지만 보컬 쪽으로는 특색을 드러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6조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내 말을 증명하듯, 6조의 무대는.
“…음, 이게 정말 최선일까?”
멘토들에게서 호평을 얻어 내지 못했다.
가장 먼저 인상을 찌푸리며 마이크를 든 건 차미나였다.
“우재, 키는 왜 이렇게 많이 내렸어요?”
“…보컬 키를 맞추기 위해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Same And Different’는 ‘봐’보다도 낮은 키잖아요. ‘봐’를 충분히 잘 소화해 낸 단우 정도면 그 음을 낼 수 있는 거 아니었을까? 단우, 어떻게 생각해요?”
“예?”
격렬한 안무 때문에 숨을 헐떡이고 있던 주단우가 퍼뜩 고개를 들고 차미나를 바라보았다. 차미나는 냉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단우가 불러 봐요. 이번에는 원키로.”
“…….”
주단우는 머뭇거리는 얼굴로 잠시 침묵했다. 차미나의 요구에 박우재가 차마 숨기지 못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주단우를 흘긋 노려보는 것이 보였다.
주단우는 그 시선을 느낀 듯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었으나, 곧 차미나가 튼 원곡 버전 ‘Same And Different’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키를 한참 내린 편곡 버전을 겨우 소화하던 박우재와는 달리 주단우는 깔끔하게 음정을 맞추었다.
주단우의 노래가 끝나자 차미나가 그것 보라는 듯 입을 열어 말했다.
“잘하잖아.”
“…….”
“이쪽은 포지션을 어떻게 정한 거예요?”
“각 연습생의 희망대로 정했습니다!”
“단우가 메인 보컬 말고 서브 보컬 1을 하고 싶다고 한 거예요?”
“…네.”
잠시 동안의 침묵 후, 주단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박우재는 그 말에 더불어 변명하듯 말을 덧붙였다.
“단우 형이 아무래도 소화하기가 좀 힘들 것 같다고 양보해 준 거예요.”
“다른 연습생들은 포지션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이 포지션 그대로 가면 된다, 다들 이 생각에 동의해?”
“…….”
박우재를 제외한 다른 연습생들이 눈치를 보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는 연습생들을 답답한 듯 바라보던 차미나가 “전 여기까지만 할게요.”라며 마이크를 놓았다.
“편곡은 왜 이렇게 했어?”
그다음으로 마이크를 든 건 도민이었다.
“일단 원곡의 컨셉추얼한 분위기를 최대한 바꾸고 반전 매력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저랑 단우 형이 아무래도 힙합에 좀 더 가깝다 보니 힙합 쪽의 편곡으로 저희의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잘 보여 준 것 같다고 생각해?”
“…저흰 잘 보여 드린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6조의 편곡은 전체적으로 그들이 의도한 힙합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키를 너무 낮춰 버린 탓에 분위기가 애매해지고, 곡의 특색이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사라졌다는 단점이 보였다.
게다가.
“난 아무것도 못 본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6조의 ‘Same And Different’는 심심하기 짝이 없었다. 가사와 서사는 곡에 남아 있지만 그에 맞춰진 콘셉트가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곡이 이도저도 아닌 분위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도민의 혹평에 6조 연습생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도민은 그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미 잘하는 걸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한데, 난 너희들이 잘하는 것도 제대로 못 본 것 같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채우겠습니다.”
“아니, 아니, 그건 정말 당연한 거지. 내가 궁금한 건 너희가 이 미션의 핵심이 뭔지를 알고 있는지에 대한 거야.”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야. 너희가 지금 이 미션에서 대체 뭘 해야 하는 건지, 리버스 포지션은 왜 있고 각자의 역할이나 능력은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는 거.”
그 말과 함께 도민은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이후로도 6조는 멘토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어 내지 못했다. 원곡의 장점을 죽여 버린 편곡과 각자의 능력을 살리지 못하고 그들이 의도한 ‘반전 매력’도 보여 주지 못한 무대 때문에 족족 혹평만 터져 나온 것이다.
“…감사합니다.”
누구는 딱딱하게 굳어 버리고, 누구는 복잡한 얼굴을, 또 누군가는 분노한 표정을 한 채로 ‘Same And Different’ 중간 평가는 그렇게 끝이 났다.
* * *
“어쩔래?”
“네?”
“연습.”
중간 평가가 끝나고 연습실로 돌아가는 동안 도지혁이 물은 말에 나는 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배터리 교체를 위해 마이크를 잠시 뺀 틈을 타 도지혁은 이후 연습에 대한 대책 회의를 하려는 듯했다.
“찬희, 아마 안 도와주려고 할 텐데. 지금 자기 일로도 급급하잖아. 유하 널 싫어하기도 하는 것 같고.”
…확실히 이런 말이 녹음되게 둘 순 없을 테니까.
‘마이크 하나 없다고 사람이 이렇게까지 필터가 사라지는군.’
돌려 말할 필요가 없으니 이게 편하긴 하지만.
나는 목소리를 낮추고 앞서 가는 유찬희를 흘끔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그렇겠죠.”
“넌 도와줄 생각 있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만 한다면요. 어차피 제가 도와주겠다고 말해도 성격상 밀어낼 것 같긴 하지만.”
“흠, 왜 이렇게 자존심 세우나 모르겠네……. 결국 떨어지면 다 끝인데.”
“…그래서 더 그런 것 같은데요.”
마음이 급해질수록 사람은 더욱 자기 자신에 골몰하며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니까.
트라우마는 트라우마대로 자극되는데 막상 실력은 또 안 늘고,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놈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건 죽기보다 싫고, 그놈한테 도움 주기도 싫고.
유찬희는 아마 딱 이런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급한 만큼 끝까지 저 입장을 고수하진 못할걸요.”
“계획이 있어?”
“글쎄요, 이걸 계획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도지혁의 물음에 앞서가는 유찬희를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내가 저놈에게 취해야 하는 전략은 딱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당근과 채찍.
* * *
“한 번만 해 보실래요?”
“예?”
“싸비요.”
“…….”
유찬희는 반은 어리둥절한 듯한 얼굴로, 그리고 반은 불쾌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놈은 왜 내가 갑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었는지 의아해하는 듯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카메라가 도는 연습실에서는 서로를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굴을 맞대 봤자 갈등 서사로 이용될 만한 장면들만 나올 것 같아, 우리는 카메라가 켜져 있는 동안에는 서로를 상대하지 않기로 암묵적인 룰을 정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나는 그 룰을 어떤 신호도 없이 깬 거였다.
“…봐주시게요?”
“멘토님들께서 해 주신 말이 맞다고 생각돼서요. 얼마나 도와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의견 교류를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전 영오 형한테 부탁드릴 생각이었는데.”
“네, 영오 형이 해 주시는 거 좋죠. 거기에 더해 저도 같이 연습해 보려고요.”
“왜요?”
“찬희 씨, 처음에 랩 하실 때 어떤 식으로 시작하셨어요?”
“…….”
노래와 마찬가지로 랩 또한 보통은 이런저런 곡을 불러 보며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 가기 마련이다. 곡 하나를 정해 놓고 내 스타일은 이거라며 확정하고 진행하지는 않는다.
연습 방법도 마찬가지다.
발성을 하는 법을 비롯해 목을 어떻게 쓰는지, 나쁜 쿠세(버릇)를 어떻게 없애는지 등, 개인마다 가지는 노하우나 배운 바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게 중요했다.
유찬희 또한 아이돌 연습생이기에 소속사에서 보컬 트레이닝이야 당연히 받아 왔을 터였다. 연습 방법도 많이 알고 있겠지. 하지만.
“지적해 줄 사람 필요한 거 아니에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객관적인 귀였다.
특히 고음의 경우 목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소리를 내는 데 더 까다로운 테크닉을 필요로 했다.
그건 연습하는 당사자는 쉽게 알아챌 수 없었다. 내가 듣는 나의 목소리와 타인이 듣는 목소리는 꽤 큰 차이가 나니까.
그리고 내가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때 가장 마음에 새겼던 말은, ‘내가 듣는 나의 목소리’를 믿지 말라는 거였다.
“지금 내가 뭘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실 것 같아서요. 저도 그랬고 모두가 그러니까.”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혼자 하는 연습이 위험한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제대로 지적해 주는 사람 없이 잘못된 방향으로 연습을 하게 되면 그게 고착화되어 버리니까.
제대로 된 방향으로 연습하는 법을 터득한 채 혼자 연습을 한다면 모를까, 아직 유찬희는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상태였다.
‘봐’를 연습할 때 도민으로부터 어떻게 목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들은 모양이지만, 아마 연습을 하면서 그 감각을 잃어버린 거겠지. 숨 한 자락이나 힘을 주는 법, 다양한 이유에 따라 발성은 천차만별로 바뀌니까.
“……일단은 알겠어요. 하지만 오늘은 개인 연습을 좀 하고 싶어서요. 내일부터 부탁드려도 돼요?”
“네, 혹시 중간에 필요하시면 말씀해 주시고요.”
“네.”
유찬희는 잠시 동안 침묵하다가 곧 주변의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노려보듯 나를 흘기고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멘토들의 조언도 그렇고, 카메라가 도는 이상 나를 무턱대고 밀어내기도 애매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다만 놈은 애매모호한 말로 유예 기간을 두었다.
그에 나는 유찬희가 오늘 나와 담판을 짓기 위해 연습실로 찾아올 거라 예상할 수 있었다.
‘화 좀 내겠네.’
지금 나는 어찌 보면 카메라를 믿고 일단 유찬희를 밀어붙인 거라 할 수 있었다. 카메라가 보는 앞에서 내가 이런 말을 한 이상 제작진들은 나와 유찬희가 서로 교류하며 연습을 하는 과정을 담아내길 원할 테니까.
그리고 어떻게든 방송 분량을 얻어 내고 싶은 유찬희로서도 그런 압박을 피하지는 못할 터였다. 그러니 불쾌감은 느끼겠지만, 내 말에 응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게 말린 느낌이 들 테니 경고를 하기 위해서든 분노를 쏟아 내기 위해서든 내게 한마디는 하려 할 터였다.
물론, 나는 그걸 피할 생각이 없었다. 나 또한 그걸 바라고 있었으니까.
‘이 소모전은 좀 끝낼 때가 됐지.’
당근을 주었다면 이제 채찍을 줄 차례였으니까.
‘뭐, 애초부터 파탄이 날 만한 관계도 아니지만…….’
그게 관계의 파탄을 부르게 되더라도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