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71)
471화
“먼저 잘게요.”
“네~!”
“잘 자, 유하야.”
“…다들 너무 오래 떠들지 말고 일찍들 자요. 그러다 내일 리허설 컨디션 망칩니다.”
저 형은 쓸데없는 곳에서도 눈치가 좋다니까.
천세림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을 삼키며 손을 흔들었다. 그 자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무해함을 얼굴에 덧씌운 채였다.
“…….”
하지만, 최선을 다해 꾸며 낸 자신의 미소에도 원유하는 영 꺼림칙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그를 비롯해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멤버들을 바라보더니, 마지못해 먼저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자, 그럼 계획을 한번 되짚어 볼까요.”
문이 완전히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천세림은 거실 한편에 마련돼 있는 화이트보드를 끌고 와 보드마카로 하얀 표면을 탁, 두드렸다.
이렇듯 원유하를 먼저 방에 들여보내 놓고 남은 멤버들끼리 따로 회동을 갖게 된 이유는 하나.
“제3차 원유하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를 위해.”
바로 당장 다음 날로 다가온 원유하의 생일을 위해서였다.
“지난 11월에는 성공하지 못했었죠……. 단우 형을 완벽하게 속였어야 하는데.”
“그, 미안해… 세림아.”
“아뇨.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이건 제가 준비를 덜했기 때문인 거니까. 하, 내가 단우 형의 프로 의식을 너무 물로 봤어. 그게 문제였죠.”
천세림이 기획하고 주도하는 멤버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는 이제 팀의 문화가 돼 있었다.
처음에는 즉흥적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멤버들 또한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한숨 돌리고 생일자들의 반응을 지켜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뜻깊은 날 중 하나.
무엇보다도 멤버들의 생일은 자칭·타칭 서프라이즈 중독자, 천세림이 본인의 재능을 시험대에 올리는 날이기도 했다.
‘아, 단우 형한테도 더 제대로 된 서프라이즈를 해 줄 수 있었는데.’
천세림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지난 11월 13일, 정규 2집 활동의 끝과 맞물려 주단우의 생일이 다가온 것에 당시 그와 멤버들은 유어원까지 함께하는 미니 팬 미팅 겸 생일 파티를 기획했었다.
주단우가 제일 기뻐할 만한 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정규 활동을 기념해 진행됐던 오프라인 행사 장소를 빌려 유어원들과 함께 일종의 뒤풀이를 가지려 했던 것이다.
때문에 천세림은 각자의 여유 시간을 빌어 틀곤 하는 개인 U라이브를 멤버들이 모두 확인하지는 않는 점을 이용해 주단우의 생일 당일, 유어원에게만 깜짝 생일 파티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예정대로 모든 활동이 종료된 저녁 미니 팬 미팅을 가졌으나, 주단우는 기뻐하되 놀라지는 않았다. 그에 천세림이 의아해하자, 주단우는 머뭇대다 말고 결국 ‘실은 라이브를 봤다’고 말해 주었다.
-뭐야? 형, 설마 우리 라이브 다 보는 거예요?
-다 보는 건 아니고, 그냥 시간이 있을 때만…….
-우리 시간 없었잖아요, 활동하느라! 난 그거 믿고 회심의 한 수를 뒀었던 건데. 이 시기에는 다들 바빠서 개인 라이브는 잘 못 켜니까, 확인 못 할 줄 알고 형 눈치 못 채게 새벽에 켰는데.
-…실은, 그래서 더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 유어원을 자주 만나는데도 세림이 네가 활동 중에 개인 라이브를 켤 정도면 뭔가 중요한 할 말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던 거라,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 했거든.
-……!
그리고 경악한 천세림의 물음에 이어진 말은 정말이지 프로다운 대답이어서, 그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따로 물어보지 그랬어요.
-이미 새벽에 했을 이야기를 또 묻는 건 세림이 널 힘들게 할 것 같아서. 피로가 쌓였을 거잖아. 그래서 혼자 확인하려고 했는데… 서프라이즈를 망치게 됐네. 미안해, 세림아.
-…형이 그렇게 기특한 말을 하면 원망도 못 하잖아요. 하, 졌다……. 완패다. 내가 감동 주려고 한 건데, 오히려 내가 형한테 감동 받게 되잖아요, 이러면.
배려를 받은 같은 팀 멤버로서 뭐라 할 수도 없어서 더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었고.
최근 이것저것 신경을 쓸 게 많을 주단우를 위해 생일을 명분 삼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려고 한 것이, 되레 또 한 번 본인이 주단우를 기특하게 여기는 날이 되어 버린 것에─물론 주단우가 형이지만─천세림은 낙담하고야 말았다.
때문에 오늘, 천세림은 비장했다. 이번에야말로 멤버, 그중에서도 원유하의 놀란 얼굴을 보겠다는 생각뿐이었던 것이다.
천세림은 이번 서프라이즈를 성공시키기 위해 머릿속으로 온갖 기상천외한 계획들을 떠올려 놨었다. 하지만, 끝내 선택한 것은 정공법이었다.
“일단 단우 형, 아침 준비는요?”
“유하가 회사에서 돌아오기 전에 미리 다 해 뒀어. 내일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면 문제없이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
“오케이. 현진이 형, 케이크는요?”
“저번에 유하가 잘 먹었던 케이크 집에 주문해 뒀어. 매니저 형이 도와주실 테니까 늦지 않게 픽업할 수 있을 거야.”
“좋습니다. 찬희랑 지혁이 형은요?”
“연습실 꾸밀 만한 것들은 미리 택배로 주문해 뒀어. 직원분들이 받아 두셨다고 했으니까, 회사 도착해서 우리가 바로 가져와 꾸미기만 하면 될 거야.”
“하… 그거 말인데요, 유하 형한테 들켰을지도 몰라요. 유하 형이 저번에 연습실 들어오다 말고 ‘1팀 직원분들이 택배를 많이 시킨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배달 기사분이랑 딱 마주쳤다고. 이삿짐인 줄 알았다고 하던데요. 너무 양이 많아서.”
“으음. 대처는 어떻게 했어?”
“일단 최대한 무표정 유지했어요. 솔직히 뭐라고 둘러대든 제가 말하면 유하 형한테 들킬 것 같아서 그냥 아무 말 안 하니까 유하 형, 그냥 넘어가던데요.”
“아, 그럼 괜찮을 거야. 더 의심했으면 아마 직접 올라가서 뭔가 캐 보려고 했을 거니까. 그대로 연습 진행한 거면 일단 세이프네.”
“후… 옳은 판단이었어, 찬희야. 네가 뭐라고 덮을 말을 꺼냈으면 돌이킬 수 없었을 거야. 넌 거짓말 진짜 못 하잖아.”
“야, 넌 칭찬하는 거냐, 욕하는 거냐?”
“어쨌든, 마지막으로 이든이 형은요? 형 역할이 제일 중요한 거 알죠? 우리가 파티 준비할 시간을 벌어 주는 거, 그게 성공해야 나머지도 다 제대로 이어질 수 있는 거예요.”
“걱정 마~ 나 유하 정신 빼놓는 거 잘해.”
“좋아. 계획은 다 점검했으니 각자 일 잘해서 이번 서프라이즈도 한번 제대로 해 보는 거예요. 유하 형이 오히려 너무 큰 서프라이즈를 경계하느라 클리셰에 약할 거라는 걸 노려 보자고요.”
정석적인 생일 파티처럼, 아침에는 생일상을 차려 먹이고 저녁에는 누군가 시선을 끄는 틈을 타 연습실을 열심히 꾸며 둔 후 그를 데리고 와 생일 초를 불게 하는 것 말이다.
‘슬슬 소박해질 때도 됐지. 오히려 이런 게 유하 형한테 더 잘 먹힐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천세림은 이 서프라이즈가 제대로 먹힐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만에 하나 놀라지 않더라도 높은 만족을 안겨 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마따나 이번 생일 파티도 원유하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꽉 채울 예정이었으니까.
집밥에 본인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선호하는 게 분명한 달달한 디저트하며 멤버 모두가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 같은 것.
‘그러다 보면 잠시 동안만이라도 딴생각을 하겠지.’
유하 형도, 다른 멤버들도.
계획을 모두 점검한 후, 천세림은 보드마카의 뚜껑을 닫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때에도 최선을 다하던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번 생일 파티에 천세림이 조금 더 비장함을 느끼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곧, 원디어라는 팀에는 큰 사건이 일어날 것이고.
-단우 형 일 말인데. 시즈레이블만 알고 있는 건 아니에요.
-어?
-김태석 본부장도 알고 있거든요. 더 자세한 상황을 캐고 있고요. 그러다 충분한 ‘이야깃거리’가 모였다고 판단되면, 아마 터뜨리려고 하겠죠.
-……!
그에 따라 멤버들이 경계를 이어 온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기 때문이었다.
시즈레이블 게이트가 열리기 직전, 원유하는 주단우와 함께 참석했던 리스닝 파티에서 돌아와 그렇게 말했다. 지난번, 김태석과의 대화를 이어 가다 수상한 점을 포착한 끝에 그들이 또 한 번의 1팀을 헤집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었다.
-…….
당시, 주단우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원디어를 거꾸러뜨리려 해 왔고, 스윗밤과 리얼폼 일로 인해 1팀에 더욱 큰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 2팀이라면 어떻게든 주단우의 과거를 이용해 원디어를 무너뜨리려 할 터였다.
어떤 교섭도 설득도 애원도 통하지 않을 터였다. 애초에 김태석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주단우의 약점을 틀어쥔 것일 테니.
똑같은 미래를 예감하고 있던 멤버들 앞에서 원유하가 의외의 말을 꺼낸 건 그때였다.
-터뜨리게 두죠.
-뭐?
-무슨 소리야?
-2팀이 단독을 터뜨리는 건 못 막아요. 다들 알고 있잖아요.
직후 놀라 되묻는 멤버들 앞에서 원유하는 초연하게 대꾸했다. 그리고 당황하는 멤버들 앞에서, 그는 제안했다.
-그러니까, 우리도 그걸 이용하죠.
‘약점’을 잡힌 상황에서 그들이 가장 덜 피해를 볼 수 있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폭탄을 터뜨릴 사람 쪽에 원래대로라면 그들이 받았을 리스크를 되돌려줄, 어쩌면 그들이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완벽하게 피할 순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이 방법이면 우리가 받을 피해를 감소시키는 건 가능할 거예요. 우리도 그쪽의 ‘약점’을 잡을 수 있을 테고요. 하지만, 여기에는 단우 형뿐만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동의가 모두 필요해요.
-…….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해야 될 수도 있고, 불편한 시선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어요. 쓸데없는 질문도 받을 테고.
-…….
-그래도 괜찮겠어요?
멤버 모두의 합의가 필요한 타개책을.
-그걸로 가자. 우린 괜찮아.
그리고 원유하의 ‘제안’을 거절하는 멤버들은 없었다.
‘이렇게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할 줄은 몰랐지만.’
그날, 그렇게 회의를 마친 후 멤버들은 우선은 기다리기로 했다. 김태석이 충분히 정보를 모으고 행동을 개시하는 것을. 그들 나름대로의 준비를 끝내 놓고 말이다.
그렇게 2팀의 행동을 주시한 지 벌써 거의 네 달째. 그들이 일을 벌일 때까지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기에, 멤버들은 조용히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평소와 같은 일상이라 해서 모두가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아닐 터였다.
‘당장 유하 형만 하더라도 계속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것 같고.’
2팀이 주단우를 공격할 준비를 하는 데 이어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1팀과 원디어를 물고 늘어지는 통에, 원유하는 최근 김태석을 감당하느라 바빠 보였다. 팀의 대표로서 회의에 참석해 원디어의 영역을 지켜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오늘은 이만 해산. 저도 내일 일찍 일어나서 아침 준비 도울게요, 형. 다들 내일 봐요!”
“응, 잘 자, 세림아. 멤버들도.”
“내일 봐~!”
“아. 들어가서 단우 형, 포커페이스 유지하는 거 잊지 말고요. 내일 유하 형 안 깨게 조용히 나와야 해요, 알죠?”
“응, 그럴게.”
때문에 천세림은 원유하의 생일을 빌어, 하루 정도는 멤버들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을 만들겠다 다짐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의 아침부터 천세림의 계획은 순조롭게 이어지는 듯했다.
“…뭐야?”
“특급 딜리버리 서비스~!”
“아침이 상쾌해졌죠, 형?”
“악몽 같은데…….”
당장 아침에는 식사를 준비한 후, 멤버들끼리 키득대면서 원유하의 방으로 쳐들어가 직접 식탁에 차린 아침상을 옮겨다 주는 것으로 하루를 상쾌하게─원유하는 눈 뜬 순간 멤버 전원의 얼굴이 보여 심장이 멎을 뻔했다고 했지만─시작했고.
“네, 저희 리허설 끝나면 저녁 즈음일 것 같은데. 유하 형 생일 라이브는 언제 한다고요? …11시, 오케이. 알겠어요. 그럼 그 전에 생일 파티 다 끝내야겠네요.”
가요페스타 연말 무대의 리허설을 위해 장소를 옮긴 후에는 회사에 있는 직원들과 오늘의 파티 계획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리허설도 순조롭게 끝이 났으니, 마지막으로는 회사에 도착해 본격적인 서프라이즈 파티를 진행하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미리 짜 두었던 대로 돌아갈 것이라 예감했건만.
“얘들아. 오늘은 일단 유하랑 단우 빼고는 다들 먼저 숙소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네?”
“…무슨 일 있어요?”
“…….”
지난 11월처럼, 천세림의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는 이번에도 ‘완벽하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떴어, 단우 과거에 대한 기사가.”
예상했던 일이, 예상하지 못했던 때에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놀란 얼굴을 한 멤버들의 얼굴을 빠르게 훑던 천세림은, 한 명의 얼굴에서 문득 시선을 멈추고야 말았다.
“…….”
누군가는 침음하고, 누군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눈을 내리깔고, 누군가는 주먹을 말아 쥐는 사이 원유하만이 조용히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없이 초연한 얼굴로, 일이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다는 듯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