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74)
474화
타탁……
[다시. 타이밍 제대로 맞추자.] [형, 자리!] [sorry!] [원 앤 투 앤 쓰리 앤, …네, 포까지. 그다음에 다운, 슬라이드. 각도 확실히 하고요.] [좀 더 강하게!]크리스마스의 시작과 함께 세상에 공개된 원디어의 다큐멘터리. 그 오프닝은 조용하고도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검은 배경으로 시야가 어두워진 가운데, 들려오는 것은 가쁜 숨소리와 어딘가 건조하고도 사무적인 멤버들의 목소리다.
웃음기나 장난기가 어려 있던, 팬들에게 익숙한 평소와는 달리 묘하게 단조로운 음성. 운동화가 마른 바닥과 마찰되어 생기는 삐걱거리는 소음과 낮게 깔린 채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따라 화면에 반짝, 빛이 들어온다.
그렇게 처음으로 화면에 나타난 것은 얼굴이 온통 땀으로 젖은 원유하였다.
[후…….]세팅되어 있지 않은 머리는 축축하게 젖은 채 늘어져 있고, 화장기 없는 얼굴 위 떠올라 있는 표정은 힘겨워 보인다.
허리를 굽히고 숨을 헐떡이며 어떻게든 호흡을 조절해 보려고 하는 모습이 로우 앵글로 비추어지는 동안, 옆으로 누군가가 가벼운 뜀박질을 하며 다가온다.
[마셔요, 형.] […고맙다.]천세림이다. 자주 있는 일이라는 양, 어떤 루틴과도 같이 그는 당황하지 않고 익숙하게 물통을 내밀고 원유하는 자연스레 그것을 받아 든다.
물 반 통을 비우고 다시금 숨을 고르는 원유하의 어깨를, 천세림은 가볍게 도닥이고 떠난다. 직후 어깨에 힘을 뺀 채 무릎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원유하의 옆으로 또 한 번 누군가 다가와 묻는다.
[괜찮아? 조금 쉬었다가 할까?] […아뇨.]걱정스러운 목소리의 주단우다.
그에 원유하는 숨을 끊어 쉬다 말고 이내 고개를 젓는다. 길게 숨을 후, 내쉰다.
그러고는.
[괜찮아요. 지금 가요.]언제 그랬냐는 듯, 단숨에 고된 표정을 얼굴에서 지운 채 몸을 완전히 일으켜 멤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한다. 평소 같은 무던함을 덧씌운 채로.
원디어의 일상이자 유어원 앞에 나서기까지의 그들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준비 과정. 너무 ‘날 것’ 그 자체이기에 어딘가 압도감이 느껴지는, 화려한 퍼포먼스 뒤에 숨겨져 있었을 노력들.
그에 따른 고단함을 한순간에 감추어 낸 원유하의 뒷모습을 끝으로 카메라는 흐려진다.
직후 뿌옇게 변하며 빛이 번지듯 하얗게 물들어 버린 화면. 그 위로 쓰이는 다큐멘터리의 제목, 「ONEDEAR: FOR Eternity」.
망막에 새겨지는 듯 인상적이던 오프닝과 함께, 이후 다큐멘터리는 ‘현재의’ 원디어를 짧게 소개한다.
[최종 그룹명은 바로 원디어(ONEDEAR)입니다!] [와아아아!!] [BE YOUR WORLD, 원디어!] [신인상은, 원디어!] [올해의 글로벌 루키 상은 원디어!] [베스트 음원상, 원디어! 축하합니다!!] [얘들아!!] [WE LOVE YOU, ONEDEAR!]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속, 100여 명의 연습생 가운데 살아남은 7명으로 한 팀이 된 순간부터, 리더를 결정하고 첫 단체 인사를 하던 순간, 데뷔 쇼케이스-콘서트, 첫 타이틀 곡으로 활동을 마쳤던 때, 팬미팅과 단독 콘서트, 해외 투어, 시상식.‘원디어’라는 팀이 천천히 성장해 온 궤적들을 자료 화면과 함께 짧게 보여 준 것이다.
이와 함께 겹쳐진 것은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원디어의 시간들 속, 슬로건과 응원봉을 든 채 함께해 주는 팬들의 모습이었다. 유어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원디어라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멤버.
그렇게 이어지던 파노라마의 끝에.
[얘들아!] [아아아……!]화려한 컨페티가 흩날리는 가운데, 무대에 선 일곱 명의 멤버들의 모습이 비추어진다.
유어원의 응원봉이 밤하늘 속의 별처럼 반짝이고 있는 콘서트장. 눈시울이 붉어진 채 울고 있는 에이든 리를 비롯해 누군가는 코를 훌쩍이고, 누군가는 우는 멤버들을 달래고, 누군가는 미소하고, 누군가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다가 이내 서로를 부둥켜 안는 모습들.
그러다 끝내 어느 한순간, 웃고 있었든 울고 있었든 상관없이 환한 미소가 일곱 명의 멤버들의 얼굴 위로 걸리는, 두 번째 단독 콘서트의 마지막 날의 모습이 다큐멘터리에 담긴 것이다.
직후, 일곱 멤버들은 얼굴을 가다듬고 한 줄로 나란히 서 손을 잡고 허리를 완전히 굽혀 인사한다.
[고마워요, 유어원!]행복이 넘쳐 흐르는 것 같은 목소리로, 원디어의 역사를 만들어 줘 고맙다는 것처럼.
그렇게 원디어의 궤적을 함께 지켜봐 왔던 유어원들의 가슴이 뭉클해질 때쯤, 화면 위로 까만 배경을 뒤로한 채 어색하게 인터뷰 의자에 앉는 멤버들의 모습이 담긴다.
쭈뼛대거나 어색한 얼굴로 수줍어하거나, [디자인 유어 아이돌> 시절이 생각난다며 너스레를 떨거나, 할 이야기가 많다는 듯 벌써부터 상기된 얼굴을 한 멤버들의 인터뷰가 담기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먼저 물은 것은 그들의 ‘시작’에 대해서였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서 처음 만났을 때. 아~ 첫인상이라면 아직도 확실하게 기억하죠.] [비속어 가능할까요? …안 되겠죠, 네, 그럼 ‘저 사람 대체 뭐지’ 정도로만 해 두겠습니다.] [그게, 생각보다 유어원이 모르는 [디어돌> 시절 썰들이 정말 많거든요? 근데 이거 지금 얘기해도 될지 모르겠어서. 회사랑 협의 좀 하고 와도 될까요?]‘원디어’라는 팀을 만들어 주었던 [디자인 유어 아이돌>. 그들이 어떻게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었는지,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와 같은 팬들이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이에 따라 멤버들이 누군가는 한숨을 쉬고, 누군가는 웃으면서 유어원이 미처 알지 못했던 비하인드 몇 개를 풀어놓는다.
[솔직히 이 멤버로 잘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실은 제가 [디어돌> 때 형들한테 잘못한 것도 좀 있었어서. 멤버들보다는, 제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어요.] [유어원이 눈치채셨을 수도 있는데… 비교적 최근까지 저랑 단우는 좀 어색한 감도 있었고요. 나중에 이야기를 했을 때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 챙겨서 그랬다는 걸 알게 돼서 고민한 시간에 비해 비교적 단숨에 풀어졌지만.]일곱 명이 ‘팀’이 되어 간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고 말이다.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어떤 앙금 없이 돈독해졌기 때문에 꺼낼 수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원디어라는 팀을 설명한 멤버들. 직후, 다큐멘터리는 ‘팀’에서 ‘개인’으로 변해 카메라 앞에 선 멤버들에게 각각 묻기 시작한다.
아이돌로서의 자신을 어떻게 설명할지, 여기까지 어떻게 당도하게 되었는지.
‘아이돌’로서의 본인에 대해 묻는 듯 보이지만, 실은 조금 더 멤버 개개인의 본질에 다가서야 하는 질문들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간 풀린 콘텐츠에 따라 이미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멤버들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유어원이 알지 못했던, 더 깊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굳이 한국에 올 필요가 있었던 거냐고요. 클래식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영국에서 잘하고 있었으면서 왜 올 필요 있었냐고. 누나도 싫어했고. 그 이야기까지 들었거든요, 저. ‘넌 한국 가면 절대 제정신으로 못 살 거야’라고.] [‘넌 스스로 못 버티고 나오거나, 멤버들이 널 쫓아내거나 둘 중 하나일 거야’라면서, 누나는 이해 못 한다고 했어요. 왜 굳이 아이돌 ‘팀’이냐고, 차라리 할 거면 솔로를 하라더라고요. 어차피 넌 어떻게든 팀을 나오게 될 테니 다를 거 없지 않겠냐고요.] [넌 팀을 할 능력이 없다고, 남도 너에게 못 맞추고 너도 남에게 못 맞출 테니 괜한 꿈 꾸지 말라는 거예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아, 확실히 그건 좀 상처였어.]그런 멤버들 중, 에이든 리는 그렇게 말하며 씩 웃었다. 웃고는 있다지만 심각한 남매 싸움이었을 것임은 틀림이 없었다.
유어원 또한 에이든 리의 누나, 엘리노어 리에 대해서는 적당히 들은 바가 있었다. 에이든 리와는 매번 배틀을 하듯 싸워 대지만 실제로는 사이가 좋다고 했던가.
그런데 그토록 냉철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니. 거의 악담에 가까운 소리가 아닌가.
때문에 그게 에이든 리에게 어떤 트라우마로 남은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팬들의 걱정 사이 그는 말을 이었다.
[근데 난 그냥 확실했어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단 거예요. 팀을 동경했거든요. 나 홀로가 아니라 멤버 하나하나가 모여 함께 악보를 완성해 나가는 게 좋았어요. 그럼 내가 할 수 없는 것까지 하고 만들 수 없는 것까지 만들어 낼 수 있잖아요.] [더 다채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끊이지 않는 꿈을 꿀 수 있을 거 같았어요. 내가 할 수 없는 일일 것 같아서 더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였어요, 내가 여기 온 건. 나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을 같이 해 나가려고.]본인 또한 닿을 수 없는 꿈일 것 같아서 더더욱 노력해 보고 싶었다고, 에이든 리는 말했다. 그래서 자신에게는 원디어가 중요하다고.
원디어로서 쌓아 나가는 이야기와, 그것을 지탱해 주는 유어원이 자신에게는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그렇게 영국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하던 시절의 자료 사진과 동영상이 흘러가는 동안, 에이든 리는 내레이션으로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나가고는 있었지만 어딘가 부족함을 느꼈었던 때의 이야기.연습실에서 홀로 피아노를 치다 문득, 고립되는 것 같다는 감정을 느꼈던 시기에 대해.
[오히려 혼자가 되면 더 안 될 거 같았어요. 그럼 평생 이렇게 살다 똑같은 모습으로 죽을 것 같았거든요. 싫었어요. 유어원이랑 멤버들은 다 알겠지만… 전 변화가 좋거든요.]그러다 자신을 완전히 바꾸어 버릴 기회를 만나 한국에 오게 되었다는 에이든 리의 말을 끝으로 다큐멘터리는 무대에 오르는 그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주었다.
[몰랐는데… 나 생각보다 사람들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난 내가 싫어하는 줄 알았지. 근데 아니었어. 난 누구랑 같이 있는 걸 좋아했던 거예요. 원디어 돼서 알았어요.]노래를 부르고, 웃으면서 춤을 추고, 팬들을 만나 하이파이브를 하고, 멤버들의 어깨에 스스럼없이 손을 올리고, 능글맞은 얼굴로 멤버들에게 질척대다 거부당하고 나서도 시원스럽게 웃는 ‘아이돌’ 에이든 리를.
[그래서 행복해요, 지금. 멤버들 만나고 유어원 만나는 거.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게. 그래서 누나 말 안 듣고 여기 온 거 후회 안 해요. 앞으로도 안 할 거예요. 그게 내 목표예요.]지금까지 어떤 콘텐츠에서도 듣지 못했던 에이든 리의 속마음. 그에 먹먹해진 팬들은, 곧 영상이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숨을 죽인 채 멤버들의 이야기를 지켜보게 되었다.
팀이 되어 간 과정에 대해서는 조금은 장난치듯 부드럽게 풀어 내던 것과 달리, 멤버들은 좀 더 내밀한 속마음과 과거를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자신이 두려워했던 것, 실패했던 이야기, 그럼에도 아이돌을 꿈꾸었던 이유와 ‘원디어’라는 팀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
그리고 이루어 나가고 싶은 목표까지.
[목표…….]주단우의 이야기는 그런 과정에서 공개되었다.
주단우는 자신이 아이돌을 꿈꾸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짧게 이야기했다. 역시나 그는, 지난번 리얼리티를 통해 말했던 덧처럼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겁고 싶었다고.
하지만, 그는 거기에서 말을 끝내려 하지도 않았다.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조금은 힙겹게 입을 열어 어떤 고민을 털어놓게 된 것이다.
[데뷔가 결정된 순간 생각했던 게 있어요. 이게 맞는 걸까. 내가 정말, 아무런 의식 없이 행복을 꿈꾸어도 되는 걸까.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그런 말을 해도 되는 사람인 걸까…….]그렇게 이야기한 후, 주단우는 마침내 내뱉었다.
[…외동으로 살아서 내내 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여겼어요. 그래서 팀에 속하게 됐을 때,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듣던 유하를 만나게 됐을 때 많이 기뻤고… 그래서 더더욱 두려웠어요. 제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될까 봐서요.]주단우 본인이 오랫동안 감추어 두고 있던 ‘과거’를.
주단우는 자신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외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본인에게 형이 한 명 있다고 고백했다. 연습생 시절 어릴 때 헤어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형과 만났고, 얽히게 되었으며,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말이다.
어떻게 하면 좋았을지 수없이 고민했지만 여전히 나오는 답은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고 했다.
[누군가를 다시는 상처 주고 싶지 않아요.]그래서 주단우는 자신이 외동이라고 말했다. 그를 ‘형’으로 삼을 순 없다고 말이다. 가족을 상처 입히는 사람을 위할 수는 없으니까.
때문에 그의 후회는 한 곳으로 집중된다. 본인의 손으로 누군가를 상처 준 것에 대해.
그렇기에 본인 또한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했다. 그 또한 누군가를 상처 준 사람이기에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웃어도 되는 것인지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이다.
그러다가 주단우는 문득 깨닫는다. 그 후회를, 그 고민을 지금 와서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주단우는 분명하게 욕심을 부렸다. 민폐가 될 것을 앎에도 과거를 숨긴 채 팀으로 데뷔를 했고, 아무렇지도 않게 활동해 왔다.
[과거로 돌아가면 제가 같은 선택을 하게 될까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원디어가 되었기 때문에.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누군가의 즐거움이 되고자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기 때문에.
[…저는, 허락된다면 원디어로 살아가고 싶어요. 이번에는 정말로, 모두에게 상처 주지 않는 사람으로서.]주단우는 말했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덜 상처 주는 쪽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유어원과 멤버들에게, 오래 고통받았던 가족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말이다.
그게 끝내 욕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택하고 여기까지 달려와 버린 주단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일 테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