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79)
479화
크리스마스가 지난 다음 날 아침, 휴일 다음 날의 직장가가 으레 그러하듯 로드 엔터테인먼트의 분위기도 침체돼 있었다.
“…….”
그러나, 공기는 다른 회사에 감도는 것과는 달랐다.
“정말 우리 회사 안에 있는 거예요? 단우 씨 기자한테 찌른 직원.”
“그렇다던데요. 말도 안 되죠, 단우 씨 1월에 우리 쪽으로 아예 이적해 오는 거 모르는 직원이 없는데. 알게 됐어도 당연히 침묵해야 하는데, 그걸 찔렀다는 건 그냥 어떻게든 원디어랑 로드 엔터에 흠집 내겠다 작정한 거나 다름없잖아요.”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지만, 로드 엔터테인먼트는 긴장감으로 조용히 끓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였으니까.
김태석은 길을 지나다 말고 짜증스러움이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출근하다 말고 벌써 몇 번을 이런 말을 들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선배님, 진 기자 쪽 이야기가 새어 나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진 기자 입막음 확실하게 하고, 연락했던 기록들 다 없애. 박 팀장, 당신도 입조심하고!
크리스마스에도 로드 엔터테인먼트는 바쁘게 돌아갔다.
당일 대부분의 아티스트에게 공식 일정이 있는 만큼 직원들 또한 쉴 수가 없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큰 사건이 터져 준 덕에 모든 직원이 총출동하게 되었기 때문도 있었다.
김태석, 자신이 주도한 주단우의 단독 기사 말이다.
‘그게 그런 식으로 마무리될 줄 누가 알았겠어.’
김태석은 차오르는 화를 참으며 다시 한번 깊게 한숨을 쉬었다. 몇 개월에 걸쳐 판을 만들며 공을 들인 탑이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줄은, 그는 정말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망할 거면 좀 더 자세히 말해 주고 망할 것이지.’
이건 애초부터 그가 잡은 ‘약점’이 영 부실했기 때문일 터였다. 티엑스가 자신에게 이야기해 주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지금은 구속되어 들어간 시즈레이블의 전 대표, 티엑스로부터 주단우의 과거를 알게 된 후, 김태석은 수소문 끝에 주단우의 친형을 찾을 수 있었다.
마침내 만난 주단우의 형은 행색이 초라했다. 단독을 맡긴 진 기자가 접촉 끝에 알아낸 바에 따르면, 그는 좋지 않은 사건에 연루되어 약 2년 정도 형을 살다 나왔다고 했다.
-일정 부분의 사례금이 있다면 어떤 증언이든 해 주겠답니다. 필요하다면 당시의 진단서도 제공해 주겠다고 하던데요.
주단우의 친형은 동생에 대한 우려라고는 조금도 없는 인간이었기에 구슬리기는 쉬웠다. 적당한 돈을 지불해 준 것으로 단독 기사를 써내는 데 필요한 자료들을 모두 제공해 주었으니까.
‘주단우가 망하길 평생 바라 왔던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고.’
주단우의 친형은 출소 이후, 동생이 아이돌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 쪽으로 몇 차례 연락을 했었다는 것 같다. 일정 부분 생활비에 대한 지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딱 한마디 하더라고. 먼저 자신들을 끊어 낸 건 내 쪽 아니었냐고. 개같은 소리를 해, 그냥 이제 와 돈 더 줄 생각 없는 거면서…….]
하지만, 주단우의 어머니는 그와의 연락을 이어 가려 하지 않았다. 주단우의 약점이 되어 버린 과거 사건 이후 나름의 결단을 내린 것이다. 본인 또한 ‘가족’을 어떻게든 지키는 것으로.
다만, 그 선택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적당히 돈을 줬으면 주단우의 친형은 평생 비밀을 지켜 주었을 것이다.
‘돈이야 주기적으로 뜯어내긴 했겠지만.’
그런다 한들 돈 나올 구석이 하나뿐인 만큼 훌륭하게 입을 다물어 줬을 것이다. 오히려 누군가 그 사건을 들춰 내려 하면 최선을 다해 막아 주려고도 했겠지.
그러나 주단우의 어머니는 스스로 아들의 약점을 방치해 버리는 것으로 주단우를 지키는 데 실패해 버리고 말았다.
거절은 악의가 되어 쌓였고, 이는 기회가 온 순간 주단우의 친형이 어떤 주저도 없이 동생을 타인에게 팔아 버리게끔 하는 계기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그러니까 잘못이 있다면 주단우의 친형과 진 기자 쪽일 텐데, 왜 애먼 곳에서 찾아.’
주단우의 농구부 시절 일화도 마찬가지였다.
진 기자가 주단우의 또 다른 폭력 전과를 알아냈다 떠들었을 때부터 영 불안하기는 했다.
그는 주단우가 부상을 입고 부를 나온 건 자발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떠들어 댔다. 당시 큰 패싸움이 농구부 내에서 일어났고, 그에 대해 증언을 해 줄 사람을 찾았다고 말이다.
김태석은 농구부 시절의 일까지 단독으로 터뜨리는 데에는 회의적이었다. 주단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만드는 데에는 이용할 만했지만, 명확한 증거 없이 일방적인 증언만으로 기사를 만든다면 훗날 어떤 식으로든 반박을 당할 여지가 충분하다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진 기자는 더 자극적인 기사를 위해서는 하나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장했다. 몇 개월 전부터 돈을 풀어 진행했던 바이럴로 이미 충분히 주단우의 이미지가 나빠져 있지 않냐며, 이 기세를 놓치지 말고 확실하게 물타기를 해야 한다 말한 것이다.
-본부장님, 실은 기사의 모든 부분이 진실일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일정량의 진실과 조금 더 부풀려진 거짓을 섞으면, 결국 사람들은 그걸 다 진짜라고 믿고 받아들이거든요. 반박하는 입장에서도 더 까다롭다 느낄 수밖에 없고요.
사람들은 확실한 입장을 원한다.
어떤 인물에 대해 판단할 때도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확실하게 판단을 내리는 걸 선호하고, 한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릴 때도 진실인지 거짓인지에만 집중해 ‘팩트’를 확인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니 거짓이 얼마나 섞이든, 진실이 들어 있는 이상 진 기자가 주장하는 바는 모두 사실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확실하게 감별하지 않을 테니까.
이는 곧 1팀 쪽에서 입장문을 정리하는 데 더 고전할 수밖에 없게 되는 장애물로 작용할 터였고.
‘그땐 그거면 충분하다 싶었는데.’
당시 김태석에게 중요했던 건, 1팀이 어기적대며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이었다.
해외 투어를 앞둔 원디어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는 사이 공백기를 맞이하고, 그들이 한국을 떠나 있는 동안 주단우에 대한 악의적인 여론이 대세가 돼 해당 사건이 끝내 원디어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것.
그를 위해서는 진 기자의 말처럼 ‘한 방’이 중요했기에 김태석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야 말았다. 실제로 폭력 사건이 일어났던 것은 맞으니, 어떻게든 주단우에게도 책임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운도 더럽게 없지.’
하지만, 주단우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인간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단우랑 초등학교 시절 짝꿍이었는데 단우 진짜 그런 사람 아님ㅋㅋㅋㅋㅋ 기사 뜨자마자 동창끼리 신나게 웃었다 우리끼리는 단우가 그 얼굴로 태어난 건 성격대로 태어나면 호구잡힐까 봐 신이 안배한 거라고 떠들었을 정도로 순한 애였는데ㅋㅋㅋㅋㅋㅋㅋ
-단우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이었습니다. 연습생 생활한다고 수업 시간에 딴짓하지도 않았고 할 수 있는 만큼 학교생활에 모범적으로 참여했으며, 무엇보다 주변인을 정말 잘 챙기는 친구였습니다. 어머니께도 정말 효자여서 조퇴를 한다 하면 무조건 어머니를 돌보러…
-주단우 씨께 감사드리는 부분이 정말 많아요 제 한 마디가 어떻게든 도움이 되었으면 싶은 마음에 적습니다 꾸준한 기부 덕분에 저희 아이 남부럽지 않게 교육을 해 줄 수 있게 됐어요…
기사가 뜨자마자 온갖 사람들이 들러붙어 주단우를 두둔하고 들 줄, 정말 누가 알았겠느냐고.
크리스마스 당일 떴던 농구부 후배와 간호사에 그치지 않고, 그날 밤 사방에서 주단우와 관련된 ‘미담’이 떠오르는 것에 김태석은 거의 졸도할 뻔했다.
초등학교 짝꿍, 고등학교 선생, 꾸준한 기부를 통해 생활비를 지원받았다는 미혼모 가정의 어머니까지 온갖 사람들이 달려 나와 주단우를 칭찬하기 바빴던 것이다.
덕분에 여론은 이제 완전히 돌아선 상황이었다.
「원디어 주단우 “상처 주지 않는 사람이고 싶어” 다큐멘터리 공개로 정면 돌파한 전과 의혹」
「“주단우, 의심할 여지 없는 좋은 사람” 계속해서 등장하는 미담글에 상황 ‘반전’」
「‘폭력 전과 의혹’ 주단우, 폭로→다큐멘터리 공개→미담글→입장정리까지 48시간 동안의 ‘초스피드 해명 완료’…이후 활동 계획은?」
이제는 기사까지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있었던 단독 기사를 완전한 해프닝으로 판단한 상태였으니까.
그가 기막혀하듯, 상황이 신기한 건 대중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주단우는 진짜 뭔 인생을 살았길래 이렇게까지 감싸고도는 사람이 많냐? 난 어떤 연예인 일 터졌을 때 얘같은 반응 붙는 경우 처음 봄
-좋은 일하면서~~살아온 청년. 앞으로 복받았으면 좋겠어요~~좋은사람들하구.~같이앞으로도 활동열심히하길~~액땜했다생각해요~~*^^울딸이좋아하는데애가어제 울더니~~오늘은 방긋방긋웃네요~울딸웃을수있게.앞으로도화이팅~~^^노래도잘하네~~~
-솔직히 얼굴 보고 학폭관상이네 했는데 줄줄이 뜨는 미담에 그냥 어리둥절하고만있음…… 뭔 일인지 궁금해서 다큐찾아봤는데 원디어 뭔데 이런 이야기까지 팬들한테 해줘? 진짜 신기한 그룹이네
평소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대중까지도 사건을 찾아보고 그런 댓글들을 써넣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단우는 본인의 자리에서 언제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앞만 보지 않고 언제나 옆도 함께 보면서 걸어온 사람이었구나 난 네가 정말 존경스럽고 사랑스러워 단우야
-얘들아 내가 말했잖아 단우는 천사라고
-어제 가요페스타 보다가 나 울뻔한거 시발ㅠㅠ출근길에서 애들 똘똘 뭉쳐있는것도 유어원한테는 눈물이었는데 단우랑 연 있는 연예인들이 한번에 자리 모일 때 한 번씩 단우 토닥이고 지나가는 거 봄??? 얼마나 좋은 사람이면 논란에 예민한 애들까지 그러겠냐고
-그냥 혼자 깔깔 웃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 고난은 유어원을 더 강하게만 할 뿐이다 이번 사건으로 내가 얻은 건 이틀 동안 먹은 술에 대한 술병과 원디어를 향한 뻐렁치는 마음뿐임 하 다큐멘터리 제작해 준 사람 진짜 복받아줘
원디어의 팬덤 쪽은 상황이 더했고 말이다.
그들이 원디어에게서 실망해 떨어지길 바래 일을 벌인 것인데, 이번 사건은 오히려 원디어를 향한 유어원의 신뢰를 더 굳세게 하는 계기로만 남게 된 것 같았다.
‘그 X같은 다큐멘터리만 아니었어도.’
때문에 김태석은 또 한 번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1팀 쪽에서 OTT 서비스와 협력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 안에 설마 그런 내용이 담겨 있을 줄 알았다면 김태석은 계획을 다시 재고해 봤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본인이 원해서 만들어 놓은 타 부서와의 거리가 이렇게까지 아쉬워질 줄은 몰랐다. 팀끼리 서로 작업에 대한 공유를 잘해 왔다면, 직원들끼리 친밀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본부장님!”
“……? 왜? 무슨 일 있…….”
“…그게, 대표님 호출이요. 지금 올라오시랍니다.”
“…….”
이런 식으로 하승혁에게 불려 갈 일 또한, 생기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