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86)
486화
“…들어 봐. 난 지금 원유하 씨한테 살길을 알려 주려는 거야. 당신이나 나나 결국 윗선에 휘둘렸을 뿐이잖아. 악감정 따위 접어 두고, 모두가 살길을 찾아보자는 거라고.”
그 모든 설명을 김태석은 당연히 믿으려 들지 않았다. 본인의 말마따나 살길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하승혁의 의도를 밝혀내거나, 혹은 만들어 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똑똑하게 굴어,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먹는 듯 굴지? 누군가는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해. 나도 보고를 해야 하고. 나는 지금 거기서 원유하 씨 이름을 빼내 주겠단 거야.”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대로 올리세요, 제 이름.”
“뭐?”
“애초에 저는 KC ENM에 밉보일 만한 짓을 하지 않았으니 문제될 건 없죠. 애초에 믿어 줄 사람도 없을 듯하고. 제가 대체 본사 분들에게 어떤 식으로 위협이 되겠습니까.”
하지만, 나는 그런 김태석에게 넘어갈 일이 없었다. 애초에 나는 하승혁의 형제들이 견제를 할 만한 대상조차 아니지 않나.
‘KC ENM 측에 있어 원디어란 하승혁의 가장 큰 실적에 불과해.’
언제든 거꾸러질 수 있는, 혹은 자기들이 빼앗아 팔 수도 있는 상품 정도의 가치.
그들에게 원디어는 겨우 그렇게나 보일 터였다. 김태석 또한 로드 엔터테인먼트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우리를 얕잡아보지 않았나.
그들에게 아이돌이란 상품에 불과하다. 동등한 위치에서 그들에게 반격을 가할 만한 인간으로 여겨질 일이 없다는 거다.
그 시선을 이용해 나는 하승혁이 휘두를 적당한 명분이 되어 줄 수 있었던 거였고.
“애초에 인과관계도 확실하지 않나요. 여기에 저희를 물고 늘어질 일이 뭐가 있나 싶은데요.”
“이제 와 발뺌이라도 할 생각인가? 그게 설마 통할 거라고 생각……!”
“발뺌이 아니라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뿐입니다. 저희는 하던 대로 팬분들께 최선을 다했을 뿐이잖습니까. 저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방어한 것밖에는 죄가 없는데, 그게 본사 분들에게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일이 뭐 있겠습니까.”
“……!”
그 덕분에 안전할 수도 있었다.
우리가 덫을 놓았다는 걸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저희의 활동 계획에 잘못 끼어드신 건 김태석 본부장님이시죠. 그렇다면 책임은 온전히 김태석 본부장님 것 아니겠습니까? 시기와 아이템을 잘못 고른 건 저희가 아니니까요.”
그러니, 여전히 모든 덤터기는 김태석의 것이었다.
원디어는 하던 대로 활동했다. 거기에 김태석이 꾸민 일이 잘못 끼어들어, 이쪽은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적절한 수순을 밟아 방어했을 뿐이다.
그에 반해 하승혁이 모습을 드러낸 걸 제 입지를 넓히기 위한 수작질로 착각한 것도, 주단우의 과거를 입수한 후 단독 기사를 터뜨린 것도 김태석이지 않나.
이 과정에서 원디어가 불이익을 당할 일은 없었다.
“본인이 능력이 없었을 뿐인 걸 이쪽 탓으로 돌리지 마시죠. 그러니 하고 싶으신 대로 하세요. 언제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나…….”
“이……!”
“꼭 지금까지는 저희를 봐주면서 행동하셨던 것처럼 구시네요.”
모든 것은 김태석이 선택을 잘못했기에 일어난 일일 뿐이니까.
김태석이 어떤 식으로든 개인적인 복수를 감행하려 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조차도 큰 위협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김태석은 지금까지도 단 한 번도 우리를 봐준 적이 없었던 주제에 결국 모든 것을 실패하지 않았었나. 그렇다면 이 이상 경계할 필요도, 두려워할 일도 없었다.
이쪽이야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면 될 테고, 실제로는 이 이상 더 골치 아파질 일도 없을 테니까. 김태석에게는 이제 휘두를 수 있는 무기가 거의 없지 않나.
‘지금까지야 본사의 지원도 있고, 자리가 만드는 영향력도 있으니 사람을 움직이는 게 쉬웠겠지.’
하지만 본사가 김태석에게 책임을 묻고, 그가 자리에서 밀려나고 나면 그 힘은 사라진다.
매번 누군가를 밀어내고 짓누르며 위에 서 왔던 인간인 만큼, 그를 구명해 주거나 도울 사람은 없을 터. 자리를 벗어난 김태석은 정말 모든 걸 잃은 셈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업계의 소문은 정말 빠르다.
김태석이 밀려났다는 건 빠르게 알려질 테고, 사람들은 곧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이번 일의 책임이 김태석에게 있고, 그가 본사에서 버려졌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재기 가능성이 거의 없단 판단이 뒤따를 테니.
“그런데 이렇게 낭비할 만한 시간이 있으신 줄은 몰랐네요. 체면을 조금이라도 챙기시려면 최대한 빠르게 짐을 정리하시는 게 좋을 텐데.”
“……!”
“…아직 사람들이 김태석 본부장님이 밀려난 걸 모를 때 가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뭘 하려 들었든, 김태석은 성공하지 못할 터였다. 그저 우스운 꼴이나 당하고 말겠지.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은 마지막으로 남은 김태석의 인내를 완전히 바닥내 버리고 만 모양이었다.
“넌 안 버려질 줄 알아!”
“…….”
“네가 지금 이따위로 기고만장하게 굴면서 하승혁을 감싸는 게 네게 득이 될 것 같아? 대표가 언제까지나 널 비호해 줄 것 같으냐고!”
이제 완전히 겉치레 따위는 완전히 던져 버린 채 윽박지르는 꼴을 보면 말이다.
나는 뭐라 말하는지 들어나 보자는 심산으로 팔짱을 낀 채 조용히 그를 응시했다. 손을 올리고 싶기라도 한 듯 주먹을 쥔 채 김태석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고함쳐 댔다.
“잘난 듯 굴어 봤자 넌 결국 수단이자 상품에 불과해, 본사를 칠 목적으로 하승혁이 손에 쥔 장기 말일 뿐이라고! 지금이야 쓸 만하고 목적이 같으니 위해 줄 뿐이지, 훗날 네가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대표는 널 누구보다도 먼저 외면할 거란…….”
그렇게 듣는 둥 마는 둥 김태석이 언제 자리를 비켜 줄지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김태석!”
나는 문득 들려온 분노에 찬 고함 소리에 옆을 돌아보았고.
“제정신이에요? 남의 팀 아티스트에게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고!”
엘리베이터 문에서 빠르게 뛰쳐나온 김송하 본부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번에 이쪽으로 뛰어온 김송하는 곧 나를 뒤쪽으로 끌고 김태석을 막아섰다. 그녀는 대표실 앞을 가로막은 채 이성을 잃고 소리 지르고 있는 김태석을 보고 대충 상황을 파악한 듯했다.
“이곳에서 당장 나가요. 이제 외부인이 된 인간이 소중한 아티스트에게 같잖은 말 쏟아붓는 거, 가만히 들어 줄 생각 없으니까. 하물며 그게 들어줄 가치도 없는 말이면 더더욱!”
바로 공격적인 기세로 김태석을 몰아붙이기 시작한 것을 보면 말이다.
김송하는 같은 직급이기에 겨우겨우 차리고 있던 예의를 이제 완전히 벗어던진 채였다. 위협적인 시선과 말투에는 거리낌이 조금도 없었다. 그건 일견 후련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 당신이 뭔데……!”
“내 아티스트 지키겠다는데 지금 여기서 나보다 자격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곳에 있을 권리가 없는 건 당신이야. 사람 부를까? 개처럼 끌려 나가고 싶어?”
“……!”
그리고 거리낄 것이 없는 김송하는 조금도 참지 않았다.
그에 김태석이 분한 얼굴로 한 발자국 물러나는 것을 계기로, 김송하는 한 발자국씩 다가가 그를 완전히 대표실 문 앞에서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김송하는 붙박인 듯 서 있는 김태석의 앞에서 위협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후였다. 엘리베이터 쪽에서 로드 엔터테인먼트의 로비를 지키고 있던 경호 팀이 올라온 것은.
움찔하던 김태석이 곧 경호 인력에 의해 이쪽에서 떨어지자, 김송하는 그제야 걱정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리며 내게 시선을 돌렸다.
“이쪽은 더 신경 쓰지 말고 먼저 들어가 있어요. 나는 저 인간이 회사 나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돌아올게. 미안해요, 뒤처리 좀 하고 온다는 게 저 인간 마음대로 떠들 시간을 마련해 주는 셈이 됐네. 저 인간이 괜한 짓 한 건 없고요?”
“별일은 없었습니다. 그냥 고함치신 것밖에 없어서요. 이런 시점에 손 올렸다가 본인이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를 만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몸의 상처도 그런데, 마음이라고 다치지 않는 건 아니니까. 폭언을 듣는데 사람 기분이 좋을 리 없잖아.”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송하는 영 걱정스러운 얼굴이었기에, 나는 결국 웃으며 조금쯤 장난치듯 말을 이었다.
“굳이 듣지 않아도 될 말들이었긴 하지만, 저도 나름대로 할 말은 해서요. 저쪽이 제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의 배로 제가 저쪽을 짜증 나게 했으니, 손해 본 건 없습니다.”
“으음, 그거야 알지. 유하 씨가 가만히 털려 줄 사람이 아니란 것쯤은. 그래도 괘씸하니 나가는 내내 저 인간 속을 최대한 긁어 줄게요. 나도 그렇게라도 복수해야겠다. 저 인간 때문에 고생한 게 너무 크잖아.”
그렇게 말하며 김태석이 있는 쪽을 향해 눈을 부라린 김송하는 진심이었던 듯, 경호 인력과 함께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는 김태석에게 몇 마디 말들을 건넸다.
거리가 멀어지는 탓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으나, 김송하는 직급 때문에 지금까지 참아 왔던 말들을 다 토해 내고 있는 듯했다. 옆을 돌아보는 김태석의 눈이 흉흉해지는 것을 보니.
그런 그들이 곧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라타는 것을 본 후, 나는 마침내 대표실 안쪽으로 들어왔고.
“…….”
“왔습니까.”
곧 평소와 다름없이 정적인 태도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하승혁과 마주할 수 있었다.
안경을 얼굴에 쓴 채 시선을 아래로 두고 있던 하승혁은, 문이 닫히고 내가 안쪽으로 들어서자 안경을 벗고 일어서 소파 쪽으로 고갯짓했다. 앉으라는 투였다.
“밖이 시끄럽던데.”
“마지막으로 보는 얼굴일 테니까요. 하고 싶었던 말들을 좀 했죠. 자연스럽게 말다툼으로 번졌고요.”
“다치지는 않았고요.”
“다칠 일은 없었죠. 애초에 그럴 거라고 확신해서 바깥으로 안 나오신 거 아니셨습니까?”
나는 소파에 앉으며 대꾸했다. 언뜻 들으면 왜 행동하지 않았냐는 비난으로도 받아들일 만한 말이었지만, 나는 하승혁이 그것을 건방지다 생각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 이상 본인의 약점을 만들려 들 사람은 아니니까요. 원유하 씨도 지금까지 못 해 왔던 말들이 있는 듯해 일단은 내버려 두었습니다만, 하고 싶은 말은 했습니까?”
“필요한 배려는 아니었습니다만, 이왕 기회가 생긴 김에 말은 했습니다. 시간 낭비를 했다는 감각만은 어쩔 수 없지만요.”
“그런가요. 김송하 본부장은 시간을 내서라도 김태석 본부장에게 소리를 지르고 싶다는 것 같았는데.”
“충분히 하고 계십니다. 돌아오실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걸요. 확실히 본부장님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해서. 저보다 더 자주 얼굴을 맞대셨을 테니, 고생도 저보다 더하셨겠죠.”
하승혁은 딱히 곡해해 받아들이는 일이 없었으니까. 애초에 본인이 상정해 둔 상황이었을 테고.
“이번 일은 잘 마무리될 겁니다.”
“…….”
그렇게 몇 차례 신변잡기식 말이 끝난 후, 하승혁은 천천히 입을 열어 그가 날 부른 본론을 꺼냈다.
“본사 측에서 직접 꾸린 팀, 반강제적으로 내려보낸 지원 인력이 로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자주 잡음을 일으키며 일을 방해해 온 것, 이번 사건으로 원디어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뻔했다는 사실로 명분은 충분해졌습니다.”
“그런가요.”
“원하는 대로 앞으로 KC ENM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이번 일로 운영 측과 관련된 어떤 간섭도 더 받지 않을 수 있게 될 테니까.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내가 들어야 하는, 이번 사건의 마무리이자 하승혁이 앞으로 어떻게 원디어를 지켜 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실한 방향성과.
“제대로 된 실적을 냈다면 그만한 보상이 있어야겠죠. 그러니, 뭐든 말해 보십시오. 지금 현 상황에서 원디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인지.”
“…….”
“…원유하 씨 개인에 국한된 것도 좋고요. 뭐든 들어 드리죠, 내 능력 선에서 적법한 요구라면. 당신은 이번에 내게 확실한 도움을 주었으니까.”
이번 일에 따른 적법한 보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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