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87)
487화
“…딱히 그런 걸 바라지는 않습니다. 보상을 받을 만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나는 하승혁의 말에 고개를 기울였다.
하승혁은 KC ENM의 견제를 떨쳐 낼 필요가 있었고, 나는 더 이상 활동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목표와 지향하는 지점이 같아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인데, 여기서 하승혁이 내게 보상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한 말이었으나, 하승혁은 나와는 생각이 다른 듯했다.
“나는 이번 일로 확실하게 이득을 얻었고, 원디어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잘해 봐야 현상 유지, 구설에 시달린 것을 두고 보면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도 할 수 있겠죠.”
“…….”
“원유하 씨가 명분이 되어 주지 않았다면 내가 목표하는 것을 달성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었을 겁니다. 그건 로드 엔터테인먼트 내부적으로 꽤 큰 손실을 불러오게 되었을 테고. 그러니 당신이 그 리스크를 줄여 주는 대가로 감수한 손해는 내가 보상해 주겠습니다.”
“사후 처리를 해 주시겠다는 겁니까.”
“그렇게 되겠군요.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았기에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이기에 제안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나 또한 손해를 막기 위해 움직였다고는 해도, 그 행동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 건 사실이기에 그에 따른 조치를 해 주는 것도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던 것이다.
‘…보상이라.’
그러나, 이유를 납득했다고 한들 딱히 그럴싸한 게 떠오르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내가 하승혁에게 요구할 만한 게 뭐가 있겠는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았다면 또 모를까, 하승혁은 내가 굳이 최선을 다해 달라 말하지 않아도 우리를 ‘잘’ 팔아 주기 위해 지금도 본인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주고 있었다.
활동에 대한 조력을 요구하기도, 다른 도움이 필요하다 말하기도 애매한 상황.
“…그럼,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렇기에, 나는 이번 기회에 평소 궁금했던 지점이나 해소해 보기로 했다.
“왜 로드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셨습니까?”
“…….”
줄곧 마음에 걸려 있는 것 같았던 한 가지의 의문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승혁은 언젠가 로드 엔터테인먼트의 설립 이유를 묻던 기자에게 그렇게 대꾸했다.
이미 KC ENM에서 해외 사업 쪽으로 충분히 일하고 성과를 내 봤기에 문화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고. 최근 들어 K-POP의 위상이 남달라진 만큼 현장에서 직접 뛰는 식으로 문화를 만들어 내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말이다.
전형적인 대답이다. 그럴싸한 동기이기도 하고.
하지만 하승혁이 어떤 인간인지를 생각해 보면, 그건 좀 이상했다.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 대표님은 그런 류의 야망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아서요.”
“…….”
“새로운 필드를 개척하고 싶다든가, 현장과 가까운 곳에서 본인만의 문화를 창조해 내고 싶다든가. 그런 건 전혀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아서 궁금했습니다. 왜 대표님이 로드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게 된 건지.”
한 회사의 대표답지 않게, 하승혁에게는 그 어떤 열망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저 주어진 조건에 맞추어,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다할 뿐이라는 듯 어떤 순간에도 정도를 다할 뿐이다.
그 순간에 가장 ‘최선’인 방향을 골라 주기는 한다지만, 선택지 또한 하승혁 본인이 만들어 내는 건 아니었다. 그 최선의 방향 또한 하승혁 본인이 원하는 바는 아니었고.
‘제 손안에 쥔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 그들이 나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길. 하승혁은 그들을 대표해 선택해 주는 것에 불과해. 길을 만들어 주는 거지.’
때문에 하승혁은 좋은 관리자가 될 수 있었다.
각자 자신들의 목표가 확실하고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을 모아 제 휘하에 두고 그들을 최선을 다해 지원해 주며, 선택이 필요한 순간 가장 옳은 길로 나아가게 해 주었으니까.
그건 일종의 상부상조와도 같아 보였다.
하승혁 본인에게는 어떤 열망도 없기에, 그는 아랫사람들의 목표를 필요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야만 움직여야 하는 마땅한 계기와 명분이 생기니까.
즉, 하승혁은 꼭 필요한 일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본인의 소망이나 개인적 목표 같은 것은 끼어들어 있지 않았고.
‘그러니까 더 이상할 수밖에.’
해서, 궁금했다. 하승혁이 어째서 로드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게 된 건지.
김태석의 말을 들어 보면 누군가 하승혁에게 그런 직무를 맡긴 건 아니다. 무엇보다도, 제 아랫사람들을 위해서라면 하승혁은 KC ENM에서 본인의 위치를 지키는 게 옳았을 터였다.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니 본사에서도 충분히 추가적인 실적을 쌓을 수 있었을 테고, 제게 붙어 있는 사람들을 지키고 지원해 주기 위해서는 본사에서 위를 목표로 하는 게 더 옳았을 테니까.
‘굳이 엔터사 대표가 되겠답시고 본사를 박차고 나올 일이 없단 거다.’
하지만 하승혁은 굳이 로드 엔터테인먼트를 차려 독립했다.
본사에서의 견제가 부담되어서? 차라리 스스로 환경을 꾸려 나오는 게 본인과 아랫사람들에게 더 유리하다 판단되었기 때문에?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하승혁은 굳이 본인이 몸담고 있던 환경을 벗어나려 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대표님이 뭘 원하시든, KC ENM에서도 충분히 하실 수 있었던 거 아닌가요. 그런 분이 왜 로드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 나오신 건지, 여쭙고 싶습니다.”
하승혁은 본인을 옥죄고 있는 환경을 충분히 깨부술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내가 명분이 되어 주지 않았더라도 하승혁은 언젠가 본사의 견제를 떨쳐 버릴 수 있었을 터였다.
조용히 제 손안에 쥔 말을 움직여 환경을 만들어 내는 사람. 철통같은 방어선을 구축한 뒤 그를 통한 반격을 꾀할 수 있을 만한, 끝내 장애물들을 모두 치워 내 버리고 제 영역을 확실하게 다듬을 수 있는 인간이 하승혁이었기에.
“…….”
내 질문에 하승혁은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표정은 덤덤하기 짝이 없어, 여전히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조금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잠시간 이어진 침묵. 물으면 안 되는 질문이기라도 했나 싶어 내가 망설이다 못해 다시금 입을 열려고 했을 때였다.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
문득 들려온 하승혁의 목소리에 나는 그대로 다시 입을 다물었다.
착각이었을까. 잠깐 동안 하승혁의 입가에 미소가 어린 듯하더니, 이내 그는 느긋하게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지금은 그 말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겠습니다. 그 이유 하나로 나온 것뿐이라서.”
나는 하승혁을 조용히 마주 보았다. 스치기는 했지만 분명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하승혁은 언제나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떤 감정 하나 떠올라 있지 않은.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진실임을 알 수 있는 얼굴.
그것을 응시하다가, 나는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해야 할 일은 성공적으로 하고 계신 겁니까?”
“그건 모르겠군요. 성공의 기준을 판단하는 건 내가 아니라서. 다만, 나는 나름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거기까지면 되었다.
“그렇군요.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정도면 내가 원하던 답은 충분히 들은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진짜 사후 처리에 대해서는 김송하와 나누면 될 일이다. 이쪽은 스케줄 때문에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었고.
그에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보상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세요. 지금의 대답은 보상으로 치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입을 연 하승혁에 의해, 나는 자리에 멈추어 섰다.
여전히 소파에 앉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하승혁에게 나는 고개를 기울여 보이며 답했다.
“굳이 말해 주지 않으셔도 될 걸 이야기해 주셨으니 보상으로 갈음하셔도 됩니다만.”
“당신의 행동이 불러온 결괏값과 동등하지 않습니다. 이건 당신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건 아니니까요. 그러니, 보상에 대해서는 천천히 생각해 이후 말하세요.”
“…….”
“언제가 되었든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겁니다.”
그에 나는 하승혁에게 한 번 더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방 밖을 나왔다.
다만, 여전히 보상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됐으니까, 정말로.’
내내 목구멍 안에 걸려 있는 것만 같았던 의문은 어느새 해소된 후였으니까.
* * *
-요즘 로드 행보 진짜 개 마음에 든다
-쇄국정책 풀린 거야? 요즘 로드 엔터 애들 왜 이렇게 서로 친한 거 같냐
주단우와 관련된 논란이 폭탄처럼 터져 올랐다 사그라들기 시작한 연말. 로드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덤들은 하나같이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해솔이가 라이브에서 ㅇㅇㅎ 얘기하는 거 보고 나 솔직히 충격 먹었음;; 아니.. 너 그거 얘기해도 되는 거 맞아….? 직원들한테 안 혼나…?
-같회사라 나오는 보여주기식 챌린지 말고 애들끼리 서로 연말에 친한 척 하는 거 보고 나 진짜 놀랐어… 얼마 전부터 애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서로 닿지도 않더만 이번 가요전쟁 무대에서 보니까 서로 터치하고 이야기하고 난리 났더라…
-솔직히 나는 ㄹㅇㅈㅅ는 그렇다 쳐도 1뎌가 ㄴㅅㅌㅇ이랑은 절대 못 친해질 줄 알았음;; 그쪽 팀이 1뎌한테 끼친 피해가 얼만데ㅋㅋㅋㅋ.. 어쩌다 친해진거임 진짜?
-가요전쟁 때 원디어랑 넥스트원이랑 라이저스랑 제뉴아 붙어 있는 거 봤어? 지금까진 서로 뿔뿔이 흩어져 있더니 갑자기 뭉쳐서 서로 이야기 나누고 있더라 그렇게 보니까 진짜 같회사같아서 왠지 마음 뭉클해졌음..ㅇㅇ
바로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한 로드 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에 대해서였다.
로드 엔터테인먼트는 K-POP 팬덤에서 ‘임시직 소속사’로 유명했다. 대부분의 소속 아티스트가 에이넷이 주최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인 데다, 수십 개의 기획사에서 각자의 삶을 살다 모인 아이돌들인 만큼 ‘합’이 맞지 않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문제인 건 로드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이 서로 친하지 않다는 거였다.
활동 홍보를 위한 필수 콘텐츠가 되어 버린 챌린지 촬영을 제외하고는 붙어 있는 모습을 보여 주지도 않을뿐더러, 서로에 대한 언급조차 없지 않았나.
스케줄에 치여 서로를 제대로 알아 갈 시간이 없기 때문도 있겠지만, 그들의 교류를 막는 건 하나가 더 있었다. 회사 내부적으로 각 팀이 경쟁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짜하게 퍼져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 소문 진짜인가? 최근 사건이 로드 엔터 내부 정보 유출이었다는 거; 근데 그 정보 유출시킨 게 애들 교류 막고 팀끼리 경쟁 부추기던 인간이라 슬슬 로드 엔터 분위기 풀어질 거라고 올라온 거 있었잖아..
때문에, 팬들은 곧 얼마 전 올라왔다가 삭제된 하나의 게시글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회사 앞으로 더 좋아질 거야
로드 엔터테인먼트 │ illiilllii
진짜 꼴같지도 않아서 직원들 다 좆같아했던 인간 이번에 나갔다
지금 회사 직원들 거의 축제 분위기야ㅋㅋㅋ』
직장인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한 익명 사이트에 올라온, 한 ‘관계자’ 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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