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9)
엔터 바닥은 좁다. 그런 만큼, 연습생들은 소문으로든 아니면 한 다리나 두 다리를 건너서든 서로를 알고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잦았다.
‘기획사를 옮겨 가며 연습생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기도 하고.’
그리고 나는 1차 미션이 끝난 이후, 주단우에 대한 이야기를 그런 식으로 KRM으로 이적한 시즈레이블 출신 연습생에게서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단우 형이요? 아직 거기 붙어 있는 게 용하다 싶죠. 2년 전쯤인가 연습생 하나 들어오고 나서 시즈에서 탈주자 많아졌었거든요. 저도 그놈 때문에 나왔고…….
연습생들 사이에서 파가 갈리고 서로 견제하기 위해 정치질이 일어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같이 연습하고 있다 한들 한 팀이 되기 이전에는 결국 모두가 경쟁자일 뿐이니까.
다만 시즈에서는 그것이 좀 도가 지나쳤던 모양이었다.
-그때 들어온 놈이 정치질에 도가 터서 연습생 몇몇이랑 편먹고 한 명씩 타깃으로 잡아서 나갈 때까지 괴롭혔거든요. 시즈는 제대로 대처도 안 했어요, 강한 놈만 살아남으란 것처럼. 거기 실망한 애들도 많았죠.
그는 주단우 또한 정치질 피해자 중 한 명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도 주단우는 꿋꿋이 자리에서 버텼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말 ‘버텼을’ 뿐이었다.
-솔직히 단우 형이 아직까지 시즈에 있다는 게 진짜 놀라워요. 저 회사 나올 때쯤 단우 형은… 음.
그는 거기까지만 말하고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았지만, 나는 이후 일어났을 일을 알 수 있었다.
‘점점 헤맸겠지.’
자존감의 하락에 따라 실력은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았을 테고, 그럴수록 주단우를 향한 비난과 빈정거림은 힘을 얻었을 것이다.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주단우는 더더욱 시야가 좁아져 회사를 이적할 생각조차 못한 채 이젠 데뷔보다는 그저 버티는 데만 골몰하는 상태가 되었을 테고.
주단우는 중학생 때부터 시즈레이블에서 연습생 생활을 지속했다.
당시 갓 만들어진 신생이었던 시즈레이블은 아이돌 연습생을 모집해 놓고서는 그룹 결성보다는 래퍼 지원에 힘썼고, 그런 식으로 주단우는 수납된 채 시간만 보내야 했었을 터였다.
주단우는 언제나 평이 좋은 연습생이다. 다만 그것이 주단우가 발이 넓다는 소리는 아니다.
시즈레이블이 첫 회사이자 마지막 회사인 만큼, 그리고 주단우 자체가 누군가와 깊은 인간관계를 잘 쌓지 않는 듯 보이는 만큼 놈은 업계 소식을 들을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곧 데뷔하겠지를 생각하며 시즈에서 버티다 나이를 먹었겠고, 고립된 채 연습만 지속하다가 정치질에 당해 자존감이 깎이고 나서는 실력에 대한 자신감도 사라졌겠지.
‘거기까지 생각하면 주단우가 어째서 시즈에 붙어 있는지 답이 나와.’
아마도 어느 순간부터 주단우에게는 시즈만이 데뷔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처럼 느껴졌을 터였다. 나이도 먹었고 실력도 떨어진 이상 기획사를 옮길 수 없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그런 식으로 주단우를 망가뜨린 게 박우재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첫 등급 평가 당시 박우재는 자신의 연습생 기간을 2년이라고 소개했었고, 주단우와의 구도를 보면 정황상 그놈이 가해자인 게 맞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6조가 멘토들로부터 혹평을 들었다 한들 편곡 방향이나 포지션을 급작스럽게 바꾸진 않았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었다.
6조의 분위기는 누가 봐도 박우재가 주도하고 있었고, 어차피 박우재는 현상 유지만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깜방 간 놈들 중 한 명이었지, 그 자식.’
왜냐하면, 놈은 시즈레이블의 데뷔조가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차 미션 평가 당시, 스크린을 통해 본 무대 위 박우재의 얼굴에서 나는 기시감을 느꼈다.
그에 기억을 되짚어 본 결과, 나는 놈이 회귀 전 마약 관련으로 물의를 빚었던 시즈레이블 출신 아이돌 그룹 멤버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정확히는 물의를 ‘빚을’ 멤버 중 하나지.’
아직 사건은 일어나기 전이니까.
어찌 됐든 내가 놈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박우재를 뉴스 화면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법정 안으로 들어가는 멤버들의 무대 활동 당시 사진들이 연관 자료로 등장했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과거를 떠올려 내자, 나는 현재 6조의 상황이 어째서 그런 식으로 나이브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박우재는 미션에 사활을 걸 이유가 없다.’
그런 만큼 노력할 이유도 없는 거다.
어차피 데뷔는 약속돼 있는 바다. 적당히 잘하는 모습이나 보여 주고 다음 미션으로 이어 가면 좋고 떨어져도 아쉬울 게 없는 입장.
인지도를 목적하고 나온 만큼 적당히 목표치는 달성했을 테니 이제 떨어지면 시즈에서 데뷔 준비나 하면 그만.
오히려 잘하는 힙합이나 보여 주고 2차 미션 즈음에서 떨어져 일찍이 데뷔 준비에 돌입하는 게 더 이득일 수도 있었다.
물론 그건 박우재 단 한 명의 경우에 한해서지만.
‘주단우나 다른 6조 연습생들은 다르다.’
그들은 진짜 데뷔를 목표로 하고 나왔을 테니, 오늘의 일로 적잖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나는 수척한 얼굴의 주단우를 바라보았다. 주단우는 여전히 어색한 얼굴로 문가에 서 있었다. 나는 그런 주단우에게 궁금한 점을 대놓고 물어보기로 했다.
“형네 조는 편곡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요?”
“아… 우리는…….”
내 물음에 주단우는 가만히 침묵하고는 대답 없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미소 지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뜻대로 안 됐군.’
예상대로였다. 이번에도 주단우를 비롯해 다른 6조 연습생들은 박우재의 기세에 밀려 버린 거다.
박우재는 시즈에서 탈주자를 다수 만들어 낼 만큼 정치질에 강하다. 아마 불만이나 불안감이 있는 팀원들까지도 휘어잡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끌고 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 이어질 6조의 미래가 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남은 기간 동안 주단우는 박우재에 의해 털릴 대로 털릴 테고, 또 한 번 너덜너덜해진 자존감을 가진 채로 집으로 돌아가게 될 터였다.
지금까지 시즈레이블에서 그래 왔듯이.
그러한 미래를 예감했음에도, 나는 주단우를 바라보며 침묵할 뿐 뭔가를 더 말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 주단우와 나는 경쟁자야.’
왜냐하면, 이 모든 사실을 짐작했다고 한들 나는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와 주단우는 현재 하나의 경연곡을 두고 서로 생사 쟁탈을 벌이는 처지다.
주단우가 떨어지면 내가 붙고, 내가 붙으면 주단우가 떨어진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주단우를 돕는답시고 말을 보태는 건 기만에 불과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나는 지금 6조가 이 상황 그대로 고착화되는 것이 더 이득이었다.
‘이렇게 진행이 되면 아마 다음 미션으로 진출하는 건 높은 확률로 4조일 테니까.’
현재의 포지션과 편곡으로 가면 6조에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그렇다면 나를 비롯해 유찬희가 어떤 식으로 개차반 같은 실력을 보여 주든, 이변 없이 승리는 4조가 차지하게 될 거다.
그렇게 되면 박우재는 시즈레이블로 돌아가 데뷔 준비를 하고, 주단우는 높은 확률로 시즈레이블에서 방출되어 강제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주단우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선택권 하나 없이.
“…형.”
“응?”
그러니까, 만약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는 거죠?”
“……!”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주단우일 수밖에 없었다.
주단우 스스로가 아니면 놈을 구제해 줄 사람은 누구도 없었으니까.
“할 수 있는데 못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그건.”
“뭘 하든 형 마음이지만…….”
나는 당황한 얼굴의 주단우를 보며 잠시 망설였다.
여기서 멈추어야 하나, 아니면 끝까지 말을 해야 하나, 마음은 복잡했지만 생각은 짧았다.
“후회하지만 마요.”
도움은 줄 수 없지만, 그렇다고 주단우의 노력까지 배반당하는 걸 바라는 건 아니었으니까.
‘어떤 방향이든 후회가 남지 않게만 한다면, 어떤 결과를 보든 자괴감은 덜하겠지.’
가장 괴로운 건 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도 시간을 흘려보내고 기회를 놓쳐 버리는 거니까.
적어도 최대한 발버둥이라도 쳐 본다면 평생 남을 후회는 없을 거였다. 그게 어떤 결과를 낳든 적어도 최선을 다했다는 기억만은 남을 테니까.
이대로 멈춰 손 놓고만 있을지 아니면 똑같이 힘들 거라면 뭐라도 해 보는 쪽을 선택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쨌든 주단우가 최대한 발버둥 쳐 보는 쪽을 택하길 바랐다.
해 볼 걸 그랬다는 미련은 쉽게 마음에서 떨어지지 않고 놈을 갉아먹을 테니까.
‘…그렇게 치면 내 회귀도 그 미련이 날 갉아먹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군.’
내게 닥쳐 온 죽음의 위협이나 별 말도 안 되는 이 미션도 모두 어쩌면 과거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된 결과물들인지도 모른다.
어쩐지 마음이 복잡해져 작게 한숨을 쉬던 나는 곧 계단에서 일어서 자리를 비켜 주었다. 주단우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계단참을 나와 불 꺼진 복도를 걷다가, 나는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니.
‘…나 어디 가냐.’
연습실엔 유찬희, 계단참엔 주단우. 각각 한 명씩 자리를 잡은 탓에 정작 내가 연습할 구역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
그 때문에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이번엔 내가 솜사탕을 잃어버린 라쿤인 양 갈 곳을 잃은 채 황망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 * *
“유하, 어제 식당에서 연습했어?”
나는 식판을 들고 옆을 지나가다 궁금증 어린 얼굴로 그렇게 물으며 스쳐 지나가는 에이든 리를 피곤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막상 그렇게 물은 주제에 대답을 듣는 대신 내 얼굴을 보곤 장난스럽게 씩 웃으며 다른 테이블로 가 앉는 에이든 리의 모습에 나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천세림이 킬킬 웃고는 나를 팔꿈치로 툭 쳤다.
“형, 벌써 소문 다 퍼졌나 봐요. 웬 연습생이 식당에서 달밤에 체조하고 있었다고. 주의 끌려는 거였으면 성공했네요!”
“…조용히 해라.”
피곤해 죽겠다.
나는 차마 뒷말까지 잇지 못하고 의무적으로 수저를 들어 밥을 퍼 입에 넣었다. 꼭 영혼이 반쯤 빠진 기분이었다. 우황청심환의 힘으로 체력적인 피로는 느끼지 않았지만, 정신적인 피로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달밤의 체조라니.’
어제 연습실은 유찬희에게 넘기고 계단참은 주단우에게 넘긴 후 연수원을 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영 비는 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복도를 점거하고 연습을 할 수는 없어서 사람이 비어 있는 연습실을 찾아보려 했지만 꼭 팀마다 한 명씩은 각자의 연습실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빈 공간은 문이 잠겨 있기도 해서,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식당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식당에서 혼자 연습을 하다 물 마시러 내려온 다른 연습생과 마주쳐 머쓱한 상황을 겪게 된 것이다.
“어제 찬희랑은 이야기 잘했어?”
“음.”
나는 함께 밥을 먹고 있던 도지혁의 물음에 침음했다.
‘그걸… 잘했다고 해야 하나.’
아직 결과는 까 보지 못한 상태여서 어떻게 대답할지 난감했기에, 나는 그냥 적당히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그러고는 우리 셋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같은 방을 쓰고 있는 황영오, 유민성과 같이 밥을 먹고 있는 유찬희를 잠깐 바라보았다.
유찬희는 피곤한 얼굴로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듯 고개를 퍼뜩 들었고, 나와 잠시 눈이 마주쳤는데.
“…….”
“……?”
놈은 슬그머니 눈을 내리고는 시선을 피해 버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약간의 어리둥절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유찬희는.
-뭘 봐요? 구경났어요?
-신경 쓰이니까 안 보면 안 돼요?
…이런 식으로, 나와 눈이 마주칠 때면 불쾌감을 참지 못하고 꼭 노려보든가 아니면 한마디를 하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유찬희는 짜증을 내거나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시선만 피하고 있었다. 오히려 약간 머쓱하다는 듯한 얼굴로.
‘…뭐지?’
나는 그 변화에 미약한 당황을 느꼈다. 지난밤 내가 쏘아붙인 걸 생각해 보면 유찬희는 지금 내게 더 큰 적대감을 보여야 마땅했기 때문이었다.
‘지쳤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멈추었던 식사를 이어 갔지만, 나의 당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