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93)
493화
“일어나서 떡국 먹어.”
“으으…….”
한 해의 마지막 날, 언니와 함께 3대 방송사의 연말 무대 중 하나인 가요대전쟁을 보고 느지막이 잠들었던 대학생 팬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힘겹게 눈을 떴다.
전날 무대를 본 후 즐거운 마음에 새벽 늦게까지 깨어 있었기 때문일까, 오늘은 유독 눈을 뜨는 것이 어려웠다.
-[등산 안 가냐?]
-저 못 가요……. 못 일어나겠어요… 언니도 자요.
-[아이고, 내 그럴 줄 알았다. 새해 일출 같이 보러 가자고 연락 왔을 때 너희가 할 수 있나 싶었는데……. 듣고 있냐? 자? 그냥 나만 가마, 그럼.]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함께 등산을 가기로 했던 할아버지와의 약속조차 파투 낼 정도로 말이다.
돌아오는 해부터는 조금 더 성실한 삶을 살아 볼까, 싶은 마음에 대학생 팬과 언니 팬은 매일 등산을 가는 할아버지와 미리 약속을 잡아 두었었다.
그러나 평소에도 아침잠이 많아 일어나기 어려워하던 게 해가 바뀌었다고 달라질 리 없었다. 자매는 결국 그대로 다시 곯아떨어지고 말았고, 덕분에 대학생 팬은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쯤에야 잠에서 깨어나게 된 것이었다.
‘아니, 일상만 성실하게 보내면 됐지, 뭐……. 일출이야 언제든 볼 수 있고…….’
정초부터 계획이 엎어지기는 했지만, 이후로 잘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스스로를 달랜 대학생 팬은 먼저 습관처럼 휴대폰부터 확인하고 봤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유하] (해가 떠오르고 있는 사진)
이번 한 해도 잘 부탁해요, 유어원」
대학생 팬이 못 본 새해 일출을 그녀의 최애가 찍어 올려 준 것이다.
‘하… 귀엽다. 일찍 일어나서 찍었나 봐, 피곤했을 텐데.’
원유하가 담아낸 붉은 해를 본 대학생 팬은 그제야 슬쩍 아쉬워졌다. 피곤하더라도 일어나 역시 일출을 보러 갈 걸 그랬나, 싶었던 것이다.
대학생 팬은 뒤늦은 아쉬움을 삼키며 떠오른 알림을 차근차근 확인해 보았다. 일찍 일어난 건 원유하뿐만은 아닌 듯했다. 다른 멤버들까지도 모두 가지각색의 일출 사진과 함께 새해 인사를 담은 게시글을 올려 둔 상태였으니까.
‘어… 이거 산 같은 데서 찍은 건가 보네?’
덕분에 대학생 팬은 멤버들이 오늘, 단체로 등산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원유하가 올린 사진만으로는 장소를 특정하기 어려웠지만, 이후 떠오른 멤버들의 사진으로 인해 그들이 자리한 곳이 산꼭대기임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밥 안 먹어?”
“먹어요!”
그러다 사진을 모두 확인하기 전에 바깥에서 부모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에 대학생 팬은 서둘러 바깥으로 나갔다. 건너편 방의 언니 팬은 아침조차 마다하고 아직 자고 있는 듯했다.
“어, 할아버지.”
“지금까지 잤어?”
그에 자리를 잡고 앉으려던 대학생 팬은 곧 할아버지와 마주치게 되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등산복을 입고 있는 할아버지는 먼저 떡국을 들고 있었는데, 새해를 맞아 가족끼리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하산 후 방문한 듯했다.
“죄송해요, 약속 깨서……. 일어나고 싶었는데 진짜 너무 졸려서.”
“됐다~ 너희 안 올 거 알고 미리 친구들이랑 약속 잡아 놨었어. 그 친구들이랑 같이 갔다 왔어. 위에서 재밌게 놀다 왔고.”
“그건 그거 나름대로 서운한데……. 저희가 갈 수도 있잖아요. 왜 먼저 단정 지으세요.”
“이놈들이, 서운하긴 내가 서운하지. 왜 그렇게 빠릿하지가 못해? 거기 정상에서는 아침부터 일하는 청년들도 있었는데.”
“산꼭대기에서 무슨 일을 해요?”
의자에 앉아 숟가락을 드는 자신을 보고 자연스럽게 잔소리를 시작하는 할아버지의 말에 대학생 팬은 말도 안 된다는 듯 투덜거렸다.
“거, 미튜버인지 뭔지 와 있더라. 새해 일출 본다고. 거기서 아침부터 춤도 추고, 영상도 찍고, 온갖 일을 다 하다 갔어.”
“오…….”
대학생 팬은 고개를 끄덕이며 떡국을 퍼 입에 가져다 넣었다. 명백하게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하는 모습에 할아버지는 고개를 젓다가, 본인 또한 식사를 마저 이어 나갔다.
그러다가.
“아, 그러고 보니 나 그 아기도 봤지 뭐냐. 현진이.”
“……?”
문득 떠올랐다는 듯 반가운 얼굴로 그렇게 말을 꺼내는 것에, 대학생 팬은 숟가락을 들어 올리다 말고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
“현진이요? 강현진이요?”
“너도 알아?”
“알, 알죠, 당연히? 모를 리가 있어요? 현진이가 위에 있었다고요? 미튜버들이랑요?”
“그래. 같이 사진도 찍고 춤도 추던데. 나도 도와줬다. 얼굴이 훤칠해서 그런가, 뭐 어떻게 찍어도 예술 작품이더라. 나도 욕심이 나서 힘 좀 썼지. 내가 생각해도 잘 나왔어.”
그럴 리가 없는데?
대학생 팬은 떨려 오는 몸을 느끼며 숨을 몰아쉬었다. 오늘 아침, 강현진은 분명 다른 멤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듯했다. 같은 장소에서 찍은 일출 사진이며 셀카 사진 따위가 그걸 증명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할아버지가 정상에서 ‘춤도 추고 영상도 찍는’ 친구들과 함께 강현진을 목격한 거라면…….
“봐, 같이 기념사진도 찍었지. 훤칠들 하지?”
“아악!”
“뭐, 뭐야? 왜 소리는 질러?”
당연히 원디어일 수밖에 없었다!
대학생 팬은 할아버지의 휴대폰을 들어 그 안의 사진을 확인하자마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 안에는 가지각색의 패션을 뽐내는, 아무리 봐도 범상치 않은 얼굴의 일곱 명이 할아버지와 친구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언니! 언니!”
“……? 뭐야…… 왜. 나 아침 안 먹는다니…….”
“아침이고 나발이고 이거 봐, 이거!”
“…할아버지 등산 사진? 벌써 다녀오셨어? 근데 이게 뭐… 어? ……아아악!”
“뭐, 뭐야? 왜들 그래?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다들 소리는 왜 질러, 귀신이라도 봤냐?”
때문에 대학생 팬과 언니 팬은 정초부터 옛 속담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최애를 본다는 격언을 이보다 더 마음 깊숙이 깨달을 순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격언을 깨달은 건 두 명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엄마랑 아빠가 등산갔다가 원디어본썰푼다ㅋㅋ……. 물론 난 없었다..
-있자나 내가 지금 이상한 사진을 봣는데 이게 맞아? 우리 할머니가 가족 단톡방에 일출 사진 올려줬는데 여기 왜 원디어가 있을까?
-미친 오늘 아침에 졸려가지고 그 산에 등산가려다 그냥 처잤는데 왜 그랬냐고 미친아 왜 그렇게 똑바르게 살지를 못해서 원디어를 놓쳐!!!!!!
-300만장 앨범파는 거대아이돌을. 정초부터 산 정상에서 마주치다?ㅋㅋㅋㅋㅋ 얘들아 나 오늘부터 인생 성실하게 살게 이유는 하나야 피곤함을 참고 갔던 등산에서 원디어를 만나서 함께 숏폼 찍었기 때문이지……. ㅈㄴ큰 빅스포도 받음ㅋㅋㅋ
└전생에 나라 구하셨나요?
└성지글로 좌표찍어두겠습니다 그 빅스포 대체 뭔데요ㅠㅠㅠㅠㅠㅠ
부모님이, 조부모가, 혈육이, 친구가, 혹은 본인이. 새해를 맞아 일출을 보러 정상으로 향했던 등산객들로부터 하나둘 ‘썰’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 ㅈㄴ골때려 도지혁 아무리 봐도 얼굴이 너무 훤칠하다고 진짜 미튜버냐고 연예인 아니냐고 의심하는 우리 할아버지한테 저희가 그래서 잘나가는 미튜버가 됐어요~^^ 얼굴만 봐도 재밌죠? 이렇게 구라쳤대 진짜 미치겠음
-유어원인 우리 언니 애들끼리 놀러온 것 같아서 민폐 안끼치려고 조심조심 있다가 얼결에 애들이랑 같이 숏폼 촬영까지 했다는데 끝나고 나서 세림이가 슬쩍 유어원이죠? 고마워요 했대 진짜 천재 아냐? 말도 안했는데 어떻게 알아봤지
-단우가 정상이라 추워하는 우리 할머니한테 본인이 가지고 있던 핫팩 챙겨줬대.. 그리고 가방에서 따뜻한 차도 건네줬다더라 애가 어쩜 이렇게 따뜻하지…⸝⸝ʚ̴̶̷̆ ̯ʚ̴̶̷̆⸝⸝
-애들이 정상에서 틀고 숏폼 찍은 거 공개 안 된 곡 같은데 등산객들이 그 곡 너무 좋다고 이름이 뭐냐고 하니까 이든이가 엄청 신나하면서 일주일 후면 거리에서 들을 수 있을 거라고 했대ㅋㅋㅋㅋㅋ 작곡가의 근거 있는 자신감 진짜 멋지지 않아? 어딜 가든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잘될 거란 거잖아ㅋㅋㅋㅋ
-찬희 진짜 쿨앤카인드캣이야ㅠ.. 우리 엄마 일출보러 갔는데 체력이 딸려서 일출 놓치고 너무 힘들어서 산 중턱에서 멍하니 앉아 쉬고 있었대 그러다 손에서 등산스틱 떨궈놓고는 가지러 갈 힘도 없어서 그냥 바라보고 있었대
근데 하산하던 어떤 친구가 주워줬는데 그게 엄청 잘생기고 귀여운 친구였다는 거.. 고맙다고 하다 너무 낯익어서 생각해보니 내 휴대폰 화면에 있던 애라는 걸 깨달았대 찬희가 정상까지 15분 남았어요! 파이팅! 해주고 갔다더라..ㅠ 엄마가 내가 왜 좋아하는지 알겠대
-아 너무 웃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현진이 산 정상-중턱-하산 완료했을 때 사진들 보면 손에 들려있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 어두울 땐 다들 못알아보는데 해 뜨니까 등산하던 사람들이 알아보고 뭐 엄청 준 거 같더라ㅋㅋㅋㅋ중장년의 아이돌ㅠㅠ
-사석에서 팬들 생각하는 아이돌 어떻게 생각해? 원디어 단체로 쭈그려 앉아서 일출 바라봤다는데 유하가 해 다 뜨고 숏 폼도 다 찍고 난 다음 하늘 파랗게 변하는 거 보고 유어원 색깔이네 한마디 했다더라..ㅠ이 원수종 대체 어떡하냐고…..
원디어와 함께 자리를 지켰던 등산객들로부터 풀려 나온 목격담과 인증 샷은 아침부터 빠르게 SNS와 커뮤니티를 타고 여기저기에 전파되었다.
원디어가 산 정상에서 무엇을 했고, 등산객들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 나가며 유어원들은 또 한 번 신기함과 함께 한탄에 가까운 기특함을 느꼈다.
새해 첫날부터 합심해 등산을 갈 정도로 멤버끼리 사이가 좋은 데다, 이들이 활발하게 등산객들과 교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지 않나.
-애들 엄청 즐거워보인다
-단체사진 속 애들 얼굴에 그늘 하나 없다는 게 난 너무 안심되고 뿌듯해..ㅠㅠ 그 루머 때문에 타격 입고 힘들어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잘 일어섰구나 진짜 다행이야..
물론 그중에서도 유어원의 대다수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안도였다.
주단우와 관련된 논란이 가라앉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 온갖 구설수에 휘말려 멤버들이 혹시나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까 우려하던 것을 달래 주기라도 하듯 목격담이 떠오른데다, 사진 속 원디어는 타격 따위는 전혀 없다는 듯 말갛게 웃고 있었다.
덕분에 걱정을 이어 가던 유어원들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멤버들이 사석에서 보여 주는 즐거운 얼굴만큼 그들이 ‘괜찮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 떠오른 또 다른 목격담에 유어원들은 곧 웃을 수 있었다.
-애들 유하 생일 파티 해줬나봐
내내 가슴속에 남아 있던 ‘한’이 풀렸기 때문이었다.
혼란 속에 스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원유하의 생일 파티를 멤버들이 놓치지 않고 열어 주었다는 듯했으니까.
다만, 그 사진은 이번에는 그냥 감동만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
-?? 저거 뭐임?
-..저거 대체 어떻게 공수한거냐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디어 니네 진짜 뭐하냐고ㅋㅋㅋㅋㅋㅋ
원디어는 개그 그룹이라는 별명답게 뒤늦은 생일 파티 또한 평범하지는 않게 기념한 듯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식당 한켠에 자리 잡고 앉은 일곱 명의 눈앞에 자리한 거대한 케이크 더미와 그것을 마주한 채 혼란해하는 원유하의 표정을 보고 웃지 않을 도리가 있는 유어원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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