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495)
495화
“현진이 형 진짜 오랜만에 본가 간 거지?”
“어.”
“집 싫어하잖아.”
“…그렇지.”
에이든 리의 물음에 나는 그렇게 대꾸했다. 활동 4년차. 이제 강현진이 그의 부모님에게 가지고 있는 거리감을 모르는 멤버는 없었다.
“또 기분 안 좋아지겠다.”
“…….”
강현진이 본가에 다녀오면 한동안 어떤 상태가 되는지도 말이다.
‘나는 아주 잠깐 강현진의 트라우마를 들여다봤을 뿐이지만.’
서바이벌 오디션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부모님에게 온갖 말을 들어먹으며, 자신이 노력해 손에 쥔 기회를 포기당해야 했었던 강현진이다. 아이돌이 되어 본격적으로 무대에 서고 있는 지금이라고 좋은 말을 들을 리 없었다.
그 때문인지 강현진은 본가만 다녀오면 한동안 어두운 얼굴이 되었고, 한동안은 본가에 가는 것을 몹시 피하곤 했다. 그러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현진이 형을 담당하는 멤버가 좋은 여행 계획 짜서 마음이라도 좀 달래 줘야죠, 뭐.”
“응~ 여행하다 보면 형도 즐거워지겠지.”
“그래서 말인데, 형들, 계획은 다 짰어요?”
“최대한 생각해 보고는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고민이 되는 것 같아. 일단 최대한 자료 조사는 해 보고 있지만.”
“다들 분발해야죠. 간만이잖아요.”
그에 강현진을 우려하던 멤버들은 곧 내가 직전까지 골몰하던 주제를 꺼냈다.
“원디어 게임. 뭐, 이번에는 많이 변형되기는 했지만.”
월드 투어 중간에 촬영할 리얼리티에서 우리는 변형된 원디어 게임을 진행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원디어 여러분들은 멤버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온 깜짝 서프라이즈 파티로 유명하시잖아요?
-하하, 네.
-그만큼 멤버 골리기에도 진심이신 걸로 유명하고.
-…으음, 네.
-그래서 말인데, 원디어 게임을 적용한 여행 리얼리티를 진행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요.
이번 리얼리티를 담당하게 된 PD의 제안은 이랬다.
원디어 멤버들은 각자 제비를 통해 마니또를 뽑는다. 그리고, 그 마니또가 좋아할 만한 하루의 여행 플랜을 만들어 제작진에게 제출한 후, 멤버들과 함께 여행을 즐긴다.
그리고 마니또는 해당 여행 플랜이 자신을 위해 짜였다는 것을 간파하면 되는 것이었다.
“함정이 문제죠.”
“흠, 나인 걸 알려 주되 나인 걸 감춰야 하니까.”
물론, 그 안에서도 하나쯤 함정을 넣어야 했다. 마니또가 자신을 위한 것인지 긴가민가해할 수 있는, 그리고 마니또가 ‘누가’ 자신을 위해 여행 계획을 짜 준 것인지를 예측할 만한 플랜 또한 함께 넣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당 하루씩, 7일의 여행이 끝난 후에는 각자 누가 자신을 위한 여행을 짜 준 것인지를 밝혀낸 후, 알아내지 못한 사람은 벌칙을 받아야 했다. 물론 마니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여행을 짜 왔을 경우에도 벌칙이 주어질 예정이었고 말이다.
“중요한 건 하나가 더 있잖아. 좋아함에서 그치지 않고 ‘깜짝 놀라게 할 것’. 나는 오히려 그게 관건 같은데.”
“형, 그것 때문에 계속 고민 중인 거였어요?”
“…어렵잖아.”
무엇보다도 나는 ‘상대방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는 룰 때문에 고뇌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수로 멤버를 놀라게 할 수 있을지 도통 그럴싸한 게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착잡한 내 반응에 천세림은 고개를 기울이다 씩 웃었다.
“생각보다는 재능 있던데요, 형? 나 이번에 깜짝 놀랐잖아요, 제 생일에.”
그에 나는 천세림의 생일이었던 지난 1월 27일의 일을 떠올렸다.
-자, 그럼 이번에도 세림이 생일 계획을 짜 볼까. 이번에는 정말 놀라게 해 주자.
매번 멤버의 생일마다 생일자를 놀라게 해 주기 위해 제 한 몸을 불사지르는 놈이다. 때문에, 매년 천세림의 생일이 되면 으레 그렇게 해 왔던 것처럼 멤버들은 이번에도 머리를 맞대고 모였다.
눈치도 비상한 데다 태도도 비범한 천세림을 놀라게 해 주려면 평범한 방법으로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토론은 한참 동안 이어졌지만, 괜찮은 수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어. 세림이 눈치가 워낙 좋아야지…….
-어쨌든 생일에 우리가 뭘 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을 거고요. 저번 생일에 파티 준비하다가 그 자식이 고개 들이밀고 쓱 확인하더니 ‘재밌겠다. 더 분발해.’라고 해서 얼마나 얄미웠는데요.
이제 우리가 본인의 생일에 천세림이 어떤 방식으로든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 줄 것임을 알고 있듯, 천세림 또한 자칭·타칭 서프라이즈의 대가로서 쉽게 당해 주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던 것이다. 우리가 뭘 하려고 움직이든 놈은 빠르게 알아채곤 했으니까.
때문에 나는 제안했다.
-각개 전투로 가죠.
-응?
-문제는 우리가 뭉칠 걸 천세림이 알고 있다는 거잖아요.
-……! 그럼.
-네. 이번에는 뭉치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으면 되죠. 정신을 빼 놓는 걸로 가요.
이번에는 멤버 전원이 함께 움직이는 게 아니라, 따로 움직여서 천세림을 긴가민가하게 만들자고 말이다.
여섯이 모여 하나의 계획을 가지고 움직일 것이라 생각하는 천세림의 예상을 깨 주자는 것이었다. 여섯 명이서 각각의 계획을 가지고 움직이면, 천세림은 어리둥절해질 테니까.
그리고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이거였다.
-오~ 형. 내가 뉴욕에서 쇼핑 좀 하고 싶다고 한 거 기억하고 있었구나.
나는 우선 아침부터 멤버들로부터 몇 개의 서프라이즈를 당한 천세림을 놈이 가고 싶다고 하던 패션 편집 숍에 데려갔다.
-그래. 그러니까 골라 봐.
-응?
-가지고 싶은 거 다 고르라고, 제한 없이.
-……!
-지난번에 디저트로 플렉스했다고 했지.
-…….
-이번엔 내가 플렉스해 보려고.
그리고 현금 박치기를 했다.
“나 그때 형한테 무릎 꿇을 뻔했잖아요, 형 뒤로 휘광이 보이는 것 같아서.”
천세림은 그때 아주 끝장나는 쇼핑을 했다. 그는 확실히 기회를 잡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때 했던 식으로 좋아하는 걸 위주로 해서 허를 찌르면 되지, 뭐가 문제예요?”
“맞아~ 너무 깊게 생각하면 될 것도 안 돼. 어, 어머니. 제가 옮길게요.”
“그래 줄래? 고마워, 이든아.”
“네~!”
“…….”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쉬운 방법도 아닐 터였다.
나는 한가롭게 엄마로부터 찜통을 받아 들고 자리를 옮기는 에이든 리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말이 쉽지.
「당신의 마니또는: 에이든 리입니다.」
그런 말을 들어도, 나는 여전히 천세림보다 더 허를 찌르기 어려운 놈을 대체 어떻게 놀라게 해 주나 고뇌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었다.
* * *
설날이 끝나고, 또 한 번 투어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내린 직후부터 에이든 리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도 그럴 법했다.
“우리 집 갈래요?”
에이든 리에게는 이것이 햇수로 치면 거의 오 년만의 귀향이었기 때문이었다.
히드로 공항에 내리자마자 눈을 빛내던 에이든 리는 평소보다도 배는 더 텐션이 올라 있었다. 런던 공연을 위해 며칠 일찍 도착한 만큼 우리에게는 시간이 꽤 있었는데, 밴에 올라타자마자 씩 웃으며 그렇게 물을 만큼 말이다.
“미리 말은 하고 가야지, 이든아. 그냥 가면 실례잖아.”
“괜찮아요~ 내가 집부터 들를 거 다들 알고 있을걸. 비행기 탈 때 이야기했으니까 지금쯤 나 도착할 거 알고 준비했을 거예요.”
“그럼 호텔에 짐만 풀고 가자. 캐리어에 선물 사 놓은 거 있으니까 가져가야지.”
“OK~!”
그런 에이든 리의 텐션을 멤버들은 적당히 받아 주었다. 한국에 집이 있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에이든 리는 오랫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했으니, 영국에 있는 동안은 에이든 리가 충분히 즐길 만한 시간을 주자 미리 합의한 덕이었다.
“그래도 미리 연락은 드려. 아무리 그래도 일곱이서 우르르 찾아가면 놀라실 수도 있으니까.”
“우리 부모님은 그런 거 신경 안 쓸걸, 오히려 다른 멤버들 궁금해해. 저번에 유하 말고 못 봐서 아쉬웠대.”
“으… 좀, 좀 떨리는데. 좋은 인상 드릴 수 있겠죠?”
“괜찮아, 괜찮아~ 우리 부모님 멤버들 다 좋아해.”
멤버의 부모님은 엄마를 제외하고 처음 보는 유찬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심호흡하는 것에 에이든 리는 씩 웃으며 휴대폰을 집어 들고 흥얼거리며 연락을 남겼다. 그에 옆자리에 앉은 주단우가 빙긋 미소 지었다.
“이든이가 기분이 많이 좋은가 봐.”
“저렇게 텐션이 높은 건 좀 처음 봐서 반대로 좀 걱정스럽기도 하지만요, 괜히 사고 칠까 봐.”
“괜찮겠지. 무슨 일이야 있겠어. …그런데, 유하 너도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 보이네.”
“…저요?”
에이든 리를 바라보며 함께 미소 짓던 강현진이 문득 내게 화제를 돌리는 것에 나는 잠깐 움찔했다. 그러자 강현진은 고개를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응. 보통 때면 장기 비행을 하고 나면 좀 지쳐 보이는 티가 났는데, 오늘은 괜찮아 보여서.”
“…에이든 텐션이 옮았나 보죠.”
“그래?”
강현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신기하다는 듯 여전히 의문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나는 굳이 무언가를 덧붙여 말하지 않았다.
‘…그냥 걱정이 사라져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것뿐이라고 말할 순 없으니까.’
비행기 안에서 내가 기분이 좋아진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업적 달성 완료!』
당신은 데뷔 후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 내 최연소 초동 300만장 달성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이뤄 냈습니다.
보상: 운 +30point
『업적 달성 완료!』
당신은 데뷔 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국내 최대 실내 공연장 입성이라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보상: 운 +30point, 스텟 확정 상승권(1회)
『업적 달성 완료!』
당신은 국내 굴지의 시상식 최소 5개 분야에서 5관왕 이상을 차지함으로써 여전한 대세임을 입증했습니다.
보상: 운 +30point, 우연의 일치(1회권)
나는 이번에도 무사히 일 년을 버텨 냈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설날 직후에 있었던 마지막 시상식 스케줄이 끝난 후, 쉴 새도 없이 바로 비행기에 올라 잠깐 눈을 붙이고 있을 때였다.
귓가를 울리는 익숙한 알림 소리에 눈을 뜬 나는 내가 이번에도 일 년을 잘 버텨 냈다는 것을 시스템으로부터 확인받을 수 있었다.
『육감 스텟 성장!』
육감: B+ → A- (스텟 1 상승!)
스텟 확정 상승권을 통해 추가적인 스텟 성장도 꾀할 수 있었고 말이다.
‘이번 년도에는 해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찜찜한 감은 적잖이 남아 있긴 했다. 지난해, 시나리오의 성공 조건으로 남아 있던 두 개의 잠금 조건 중 하나가 풀린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다만 이번 해에 오른 육감 스텟을 통해 언젠가는 그 조건 또한 해금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나는 굳이 조급하게 마음을 먹고 있지는 않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과거의 재현이 떠오른 지도 꽤 된 데다, 큰일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조금쯤은 느긋하게 있고 싶었던 것이다.
“와, 형네 집 궁금했는데.”
“부모님께 인사는 한국말로 드려도 돼?”
“네~ 부모님 다 한국말 잘해요.”
“누나분은?”
“엘리노어? 아, 신경 쓸 필요 없…….”
그렇기에 지금은 오랜만에 영국에 돌아온 에이든 리가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두고 나도 옆에서 조금쯤은 여유를 가져 볼까, 했는데.
벌컥-
촤악!
“으악!”
“아하하하!!”
…생각해 보면 ‘여유’는 불가능할 듯했다.
“멍청아, 그걸 못 피해? 너는 진짜 발전이 없어.”
“…엘리노어!”
“오…….”
“와우…….”
“이게 뭐, 무슨…….”
“…깜빡했네.”
이미 지난번에도 경험한 바가 있었던 것이다.
“으악, 물감 묻은 손으로 만지지 마!”
“네가 끼얹었잖아!”
“오, 이든이 결국 당했구나.”
“반가워요, 어서 들어와요. 애들은 알아서 놀게 두고, 배는 안 고파요? 좋은 레스토랑을 예약해 뒀는데. 맛없는 영국 식당들 중 유일하게 진짜 음식을 파는 곳이에요.”
“어, 안, 안녕하세요.”
“만, 만나 뵈어서 반갑습니다…….”
에이든 리의 가족은 좋은 의미로도, 조금쯤 나쁜 의미로도 평범하지는 않다는 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