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5)
‘…유아연의 ‘New Life’?’
연습생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선곡이었기 때문이었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출연하게 된 연습생들은 모두 춤과 노래를 동시에 보여 줄 수 있는 곡을 준비해 올 것을 사전에 미리 연락받았다.그렇기 때문에 현재 먼저 레벨 테스트를 거친 연습생들은 모두 선배 아이돌 그룹들의 댄스곡을 연습해 온 상태였다. 적당히 인지도도 있으면서 자신의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가려 줄 수 있는 곡 말이다.
특히 연습생들은 대개 자신이 소속된 기획사 선배들의 곡을 선택해 왔다. 선배 아이돌 그룹과 후배인 자신의 연결점을 보여 주면서 각 기획사의 색깔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물론 원유하 연습생 또한 자신의 소속사 선배의 곡을 선택하기는 했다. 그런데 문제는.
‘…저거 유아연 선배님이 KRM 나가고 난 후 발매한 싱글이잖아.’
선배기는 선배인데, 소속사를 탈주한 선배의 곡이라는 점이었다.
유아연은 KRM에서 7년 전에 데뷔시킨 여자 아이돌 그룹 ‘루미엘’의 센터이자 메인 보컬이었다. 그녀는 데뷔 초부터 빼어난 미모와 청아한 목소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많은 안티를 끌기도 했는데, 그 꼬투리가 된 건 바로 성의 없는 듯 보이는 춤 선이었다.
실제로는 춤에 재능이 없어 연결점을 제대로 끊지 못하는 게 문제였던 거지만, 대중은 재능이 아닌 성의가 없는 거라고 떠들어 댔다.
게다가 ‘루미엘’에는 퍼포먼스적으로 뛰어난 멤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부족한 춤 실력을 가진 유아연이 더욱 눈에 띈 탓도 있었다.
물론 KRM의 당초 계획은 춤 멤버들에 유아연을 좀 수납하려 하는 거였을 터였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어서인지 유아연은 가려진다기보다는 더욱 눈에 띄게 보였다. KRM이 차마 데뷔조에서 놓지 못했던 그 외모 또한 절로 시선이 가게 했고.
KRM 측에서는 시간이 좀 지나면 유아연의 실력이 나아질 것이라고 본 모양이지만, 사람에게 한계는 있는 법. 유아연은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발전된 춤 실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자기도 학을 떼었는지 유아연은 5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 미련 없이 KRM을 나섰다. 그러고는 전격 솔로로 나서기 위한 기틀을 닦기 시작했는데, ‘New Life’는 그걸 위한 발판이 된 곡이었다.
‘루미엘’ 출신이기 때문에 춤을 완전히 놓지는 못하지만, 이 노래의 핵심은 춤이 아니라 노래야, 라고 말하는 듯한 곡.
가벼운 스텝과 포인트 동작만 넣어 두었을 뿐 결국 주목할 만한 퍼포먼스는 없는 곡이 바로 유아연의 솔로 데뷔곡 ‘New Life’였다.
게다가 ‘New Life’는 분위기 또한 애매한 편이었다. 분명 어두운 편이지만 스텝이나 포인트 동작을 넣을 수는 있게끔 멜로디컬한 편이어서 축 가라앉아 있지는 않은, 어쩐지 붕 떠 있는 것만 같은 느낌.
어딜 봐도 오디션용 댄스곡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적막한 방안에는
회색빛 소음만
인트로를 들으며 가볍게 몸을 움직이던 원유하 연습생이 입을 열었다. 덤덤한 표정을 통해 나온 목소리는 깨끗했다.
‘…오.’
‘New Life’는 여성 솔로곡답게 남자가 소화하기는 좀 어려운 감이 있었는데, 원유하 연습생의 목소리는 여성 솔로곡에도 무척 잘 어울렸다. 깔끔하고 뚜렷한 미성이 멜로디를 타고 울려 퍼졌다.
길었던 몸부림은
deep in blue
가려진 진짜 모습
지우고 싶은 상처까지
고요히 눈을 감아
다시 되돌아봐
원유하 연습생이 가볍게 포인트 동작을 해 보였다. 몸의 선을 보여 주듯 움직이며 팔을 이용해 가볍게 허공을 터치하는 동작.
‘…깔끔하긴 한데.’
좀 부족한데?
연습생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를 비롯해 다른 연습생들 또한 날카로운 눈으로 원유하 연습생을 뜯어보고 있을 때, 노래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listen
이제 들리니
네 목소리
Hello stranger, it’s a new life
You call it dream
But the future is now
유아연보다 기교는 현저히 좋지 않았다. 그러나 목소리 자체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곡 자체가 원래 자신의 것처럼 음색과도 잘 맞고, 무엇보다도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탓에 기술적인 면이 부족함에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엄청 여유로워 보여.’
가볍다 한들 춤과 함께 노래를 선보이고 있는데도 원유하 연습생의 호흡은 흐트러지지 않고 있었다.
그건 어떤 순간에 숨을 들이마시고 어떤 순간에 숨을 내쉬어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일 테다.
게다가 무대에 올라 그 자리를 비집고 뭔가를 억지로 보여 준다기보다는, 무대 또한 자신을 보여 줄 수 있는 요소로 활용하는 듯한 그 자연스러움.
그런 건 수없이 무대에 올라 춤과 노래를 함께 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터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선배들 또한 데뷔를 하고 나서 수백 번, 수천 번 무대에 선 다음 그 감을 알게 된다고 했으니까.
스펙트럼 속
새롭게 찾아낸 기적
캔버스에 펼쳐진
새로운 colors
Better than I
That’s my new world
채워진 미래
펼쳐지는 세계
그러나 원유하 연습생은 부족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라이브를 너무나 안정적으로 해내고 있었다. 그 여유는 처음으로 A등급을 받은 도지혁 연습생과 비견될 만했다.
즉, 원유하 연습생에서는 감히 연습생에게서는 느껴지지 않는 ‘짬밥’이 느껴졌다.
조용히 숨을 내쉬어
이제 눈을 떠
그 안에 있을 테니
너의 new life
곧 노래가 잦아들며 원유하 연습생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마이크를 내리고, 무덤덤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가 감탄하던 담대함이 느껴지는 태연한 얼굴로.
* * *
‘…끝났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그대로 멈추었다. 체력이 D이기 때문인지 춤을 최소화한 노래 한 곡을 겨우 해냈을 뿐인데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근육이 떨렸다.
‘…이 곡이 최선이었어.’
원래 내 계획은 선배 아이돌 그룹의 곡을 대강 아무거나 선택하는 거였다. KRM에는 잘나가는 선배 그룹이 많았고, 애초에 나는 완벽한 춤을 보여 줄 생각이 없었으니까.
적당히 다른 연습생들이 하는 것처럼 무난한 곡을 선택해서 적당한 등급이나 받는 것, 그게 내 목표였으나.
“…후우.”
내가 하나 감안하지 못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내 체력이 쓰레기라는 거였다.
‘온 몸에 무거운 추를 백 개쯤은 달아 놓은 것 같네…….’
회귀 이후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내 몸이 굉장히 쓰레기 같은 체력과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귀 전과 비교해 보면 근육은 퇴화라도 된 것처럼 뜻대로 움직이질 않고 노래는 나오다 만 것처럼 나온다. 배운 만큼의 지식은 있는데 그걸 보컬로 녹여 낼 몸 상태가 아닌 거다. 답답한 일이었다.
‘게다가 한 곡 끝내고 하루 동안 근육통을 앓았으니.’
보이그룹의 안무는 안 그래도 격한 것들이 많은데, 어설프게나마 완곡을 한 후 나는 거의 죽음을 맛보아야 했다.
결국 다음 날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근육통에 하루 온종일을 앓았다. 그 정도였으니 보이그룹의 안무를 추며 노래까지 라이브로 진행하는 건 무리였다.
결국 나는 몸을 좀 덜 움직여도 되는 곡을 찾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유아연의 ‘New Life’였다.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떻겠니?
평가곡으로 ‘New Life’를 선택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권 실장님은 그렇게 우려를 표했지만, 나는 현재의 내게 이만한 곡은 없다고 생각했다.
체력을 덜 써도 되는 곡이기도 하지만, 이 곡은 서바이벌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애매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잔잔한 곡이야. 기교나 실력을 뽐낼 만한 구석이 크게 보이지도 않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1화는 중요하다. 시청자들이 첫인상으로 이후 표를 줄 연습생을 결정하는 만큼, 대부분의 ‘데뷔권’이 이즈음 정해진단 소리다.
이미 나는 대형 소속사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기 유리한 위치에 자리해 있다. 그리고 내 보컬 등급은 B-. 지금까지 지켜봐 온 바로 B-는 연습생들 사이에서는 그럭저럭 보컬 능력이 어느 정도쯤은 갖춰져 있다고 보이는 정도였다.
그러니 춤은 그렇다 쳐도 보컬적으로 실력을 보여 준다면, 적당히 시청자들의 눈 안에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내 목표를 정확히 빗겨 나가는 거지.’
나는 주목도를 천천히 떨어뜨려 탈락을 이뤄낼 생각이었다. 그러니 언제나 ‘적정선’을 유지해야 했다.
비난을 들어 먹을 만큼 낮은 실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차기 데뷔조로 꼽을 만큼 높은 실력도 아닌 애매함. 그걸 보여 주기 위해서는 이 곡이 딱이었다.
권 실장님은 끝까지 내 선곡을 마땅치 않아 하기는 했지만, 결국 이 곡이 쓰레기 같은 내 체력이 노래와 함께 표현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곡이란 걸 인정하고 눈감아 주었다.
‘유아연과 최근 관계도가 좋다고 생색낼 필요도 있었을 테고.’
유아연은 타 소속사로 솔로 데뷔를 이뤄 낸 이후 한동안 KRM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건 업계 관계자들과 팬들 모두가 알고 있는 소문이었고, 권 실장님은 이제 와 그 평판을 바꿔 볼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과거 유아연이 솔로 데뷔를 할 무렵, KRM은 회사를 탈주한 유아연에게 앙심을 품고 그녀의 데뷔에 맞추어 KRM의 탑 아이돌 그룹 두 팀의 컴백을 강행해 버린 적이 있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해 활동을 방해했고.
결국 유아연의 솔로곡은 상대적으로 묻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에 유아연의 팬들이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으나 KRM은 한동안 유아연을 배척하는 분위기를 계속해서 보여 주었다.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란 엄포를 소속 가수들에게 놓고 싶었기 때문일 테다.
그게 좀 가라앉은 건 최근의 일로, 유아연이 ‘루미엘’로서의 컴백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사를 표명해 온 이후부터였다. 구체화된 건 아직 아무것도 없이 그저 논의 단계기는 하지만.
어쨌든, 소속사의 묵인과 내 체력에 대한 타협으로 나는 ‘New Life’를 선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게 어떻게든 춤 실력을 좀 감춰 보려는 시도라는 것쯤은 모두가 눈치를 챘을 터였다.
“원유하 연습생, 다른 춤 혹시 준비한 거 있을까요?”
바로 이런 질문이 들어온 걸 보면.
“네.”
나는 대답하고 폼을 잡았다. 멘토들의 의심스러운 눈길이 나를 향하고, 곧 댄스 멘토의 고갯짓에 준비한 다른 음원이 흘러나왔다.
“……!”
“어머.”
그리고 나는 모든 연습생들이 알 법한 유명한 댄스곡에 맞추어 ‘기본기’ 동작들을 선보였다.
“저거 완전…….”
“하하.”
열심히 기본기 동작을 약간씩 변형한 가벼운 춤을 선보이는 모습에 멘토들의 얼굴에서 어이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연습생들 또한 각자 그리움이 가득한 눈으로, 또 한편으로는 비웃는 듯한 기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희는 비웃어라, 나는 이것만 넘기면 된다…….’
춤 실력을 감추려는 게 아니라 체력이 후달려서 춤이 최소화된 노래를 선택했던 거였으니, 굳이 격한 댄스를 선보일 필요는 없었다.
‘이 춤이 현재의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제일 안정적인 춤이기도 하고.’
5년을 매일같이 연습한 기본기 동작이다. 체력이 낮아졌다 한들 어느 정도는 안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다들 첫 단계로 밟은 만큼 익숙하기도 할 테고.’
그렇기에 나는 그냥 기본기 동작을 약간 변형한 식의 춤을 선보였다. 이 정도쯤은 귀엽다고 넘어가 줄 수 있으리란 판단하에서였다.
“잘 봤어요, 원유하 연습생.”
과연 판단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모든 춤을 끝내고 난 후 멘토들의 표정은 썩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좀 머리를 써 보려다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듯, 오히려 좀 안타까우면서도 귀엽게 바라봐 주는 모양이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든 건 남자 보컬 멘토였다.
“원유하 연습생.”
“…허억, 네.”
“연습생 기간이 어느 정도라고 했죠?”
“올해로 5년입니다.”
“음, 그래요. 짧지 않았네.”
“네…….”
나는 마이크를 붙잡고 가만히 숨을 고르며 보컬 멘토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남자 보컬 멘토인 발라더, 도민이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말을 이었다.
“일단 목소리는 좋아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실력이 부족해. 그건 본인도 알고 있죠?”
“…네.”
“5년이면 어느 정도 보컬적인 테크닉을 배웠을 법도 한데, 노래에서는 그런 것들이 완전히 빠져 있어. 음정은 잘 맞춰요, 고음도 깨끗하게 올라가고. 근데 그게 다야. 뭐가 표현이 안 돼. 호흡도 줬다 빼는 느낌이 없이 다 일정하게 들려서 심심하고.”
“…….”
음, 신랄하군.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를 보며 도민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노래에서 감정이 전혀 안 느껴져요. 노래 가사를 전부 이해하고 부른 건 맞죠? 게다가 ‘New Life’는 춤에 시선이 가는 노래도 아니잖아. 그럼 그만큼 남는 에너지를 노래에 집중시킬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어. 나는 그게 좀 아쉬웠어요.”
“…네, 감사합니다.”
뒤를 이어 전문적으로 아이돌들의 보컬을 봐 주는 선생인 차미나가 마이크를 들었다.
“제 의견도 도민 씨랑 같아요. 근데 한편으로 저는 원유하 연습생이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차미나가 장난스럽게 반짝이는 눈으로 말을 이었다.
“전 원유하 연습생이 지금 백지같이 느껴져요. 어떤 보컬리스트로 성장할지 기대되는 가능성 많은 백지 말이에요. 원유하 연습생 목소리, 정말 좋아요. 잘만 하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감사합니다.”
도민도 차미나의 말에 공감하는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약간 얼떨떨한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차미나가 내게 용기를 주었다고 생각하는지 조금 뿌듯한 얼굴로 마이크를 내렸다.
“원유하 연습생.”
그다음으로 마이크를 든 건 댄스 멘토 중 하나인 댄서, 제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