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505)
505화
-원디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웸블리에 잡힌 심상치 않은 얼굴의 일곱 명 가지각색 리액션 n번째 돌려보고 있다가 지금 추가로 뜬 사진에 입 벌리고 있는 중
-얘들아 영국을 아주 제대로 즐기고 있구나
웸블리 스타디움의 관중석에 잡힌 ‘원디어 목격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 유어원들은 뒤이어 전해진 또 다른 목격담에 혼란을 감출 수 없었다.
리얼리티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작은 레스토랑. 그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원디어의 사진 옆,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몰라볼 수 없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오웬 허스트랑 원디어가 무슨 인연으로 같이 있는 건데요
-진짜 1도 접점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식사를 하게 된 거임?
한국에도 적지 않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전설적인 팝 밴드, 프리시즌의 보컬 오웬 허스트 말이다.
오웬 허스트는 본인의 트레이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복장을 한 채였다. 오래 입은 듯한 흑갈색 가죽 재킷에 역시나 파파라치 샷에서 자주 목격되곤 하는 갈색 헌팅 캡, 안쪽에 받쳐 입은 검은 와이셔츠와 물 빠진 청바지까지.
사람들이 오웬 허스트를 떠올리려고 할 때면 으레 상기되는 패션 그대로, 그는 편안한 복장으로 자리해 원디어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의외의 조합에 당황하고 있는 건 유어원뿐만이 아니었다.
-오웬 저렇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냐
-아저씨 혹시 약점이라도 잡히셨음? 왜 저렇게 누그러진 얼굴이심?
-오웬 젊은 사람들 볼 때면 항상 호통만 치고 있었는데 저렇게 따듯하게 사람 반길 줄도 알았음? 대체 쟤네 뭐길래 저런 시선을 받냐
-허스트 씨 당신 지금 눈에서 꿀떨어지고 있는 거 알고 계십니까
오웬 허스트가 속한 프리시즌의 팬덤도 당혹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이다.
프리시즌을 이끄는 리더이자 보컬인 오웬 허스트는 괴팍하기 짝이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었다. 그는 이른바 ‘꼴리는 대로 하고 절대 말조심을 하지 않는’ 사고뭉치 캐릭터로 유명했던 것이다.
자신의 음악을 좋아해 주는 팬들에게는 비교적 누그러진 태도를 보인다지만, 그는 동료 아티스트들에게는 더더욱 가차 없었다.
친목을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닌 데다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고 나서부터는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도 없어져, 오웬 허스트는 팝 쪽에서 자발적인 아웃사이더로 생활하고 있었다. 특히나 그를 존경한다는 후배들에게는 더더욱 심술궂게 군다는 소문도 있었고 말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나이를 먹음에 따라 파파라치 샷을 제외하면 외부 노출을 극도로 삼가는 데다, 체력적인 문제로 투어 공연조차도 줄이고 있는 추세 아닌가.
그런 와중에 떠오른 목격담에서 ‘그’ 오웬 허스트가 한국의 아이돌 리얼리티 촬영에 함께하고 있다니. 게다가 저렇듯 ‘어른스러운’ 얼굴로 웃고 있다니.
-오웬 갈 때 된 거냐
-망할놈아 망하지 마쇼;;; 갈 땐 가더라도 한국 투어는 제발 와 주고 가라고요
-아니 아저씨ㅠㅠㅠㅠㅠ당신 절대 한국 안 올 거 아니까 내가 가겠다고 그때까지만 좀 버텨 줘ㅠㅠㅠㅠㅠㅠㅠ
-파파라치 혹시 뭐 오웬 병원 가는 거 목격한 거는 없지…? 오웬이 저러는 거 보니까 괜히 쎄한데
프리시즌의 팬덤에는 날벼락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히려 유어원보다도 더 큰 인지 부조화를 겪고 있는 건 그들 쪽이었던 것이다.
오웬 허스트가 원디어 혹은 리얼리티를 촬영하고 있는 에이넷 측에 약점을 잡힌 것이다, 정말 ‘우연히’ 만난 것이다, 노망이 난 거다, 갈 때가 된 거다, 온갖 추측들이 떠오를 때였다.
-[재밌는 친구들이던데? 그래서 갔지.]
오웬 허스트는 수년 만에 틀어 준 SNS 라이브를 통해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주었다.
원디어 멤버 중 한 사람이 같은 팀의 멤버를 위해 자신과 만나고 싶다 연락을 해 주었으며,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그를 설득하고 능숙하게 ‘어그로’를 끌어 준 끝에 그곳에 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한 달간 즐거웠지. 어디까지 하나 싶어서 꽤 이런저런 증거를 요구했는데, 그걸 다 하더라고. 덕분에 알았지, 그 친구가 진심으로 나를 제 멤버와 만나게 하고 싶어하는 걸 말이야.]
자신이 요구하는 모든 증거를 내보여 준 ‘멤버’가 떠오른 듯 킬킬대던 오웬 허스트는 그 후 그가 다른 때와는 달리 후배를 만나 준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내가 그들을 만날 의무가 있는 건 아니잖아. 실은 무시할까도 생각했어, 적당히 즐겼으니까. 그런데 아주 건방지게 굴더라고. 그러니까 이번엔 오히려 내 쪽이 만나고 싶어지지 뭐야, 어떤 놈들인가 궁금해졌으니까.]
후배라고 내내 저자세로 구는 것도 아니고, 팬이라고 경외하듯 바라보는 것도 아니라 만남을 요청하되 동등한 입장에서, 그리고 대선배이자 누군가의 ‘아이돌’로서의 책임감을 요구하는 모습에 흥미가 생겼다며 오웬 허스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다 그 멤버가 자신을 꾀어낸 말이 어떤 것이었는지까지 알려 준 후, 오웬 허스트는 모든 한국 팬들에게 또 한 번의 날벼락을 내려 주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 한국 간다. 다음 투어 때 보자고. 그 친구들이 나한테 약속한 게 있는데, 그 전에 내가 그놈들을 내 공연에 초대하고 싶어져서 말이지. 거기 맛있는 게 많다고 영업도 당했고. 그간 소외시켜서 미안, 책임 다하러 갈 테니 준비하고 기다려.]
단 한 번도 와 준 적 없던 한국 투어 공연을 와 주겠다 공언한 것이다.
이후 정말로 투어 일정표가 뜨고, 그 안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확인된 후.
-여기가 프리시즌을 한국에 데려와 준 “빛”의 팬들이 있는 공간입니까?
-성지순례 겸 절하러 찾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데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웬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그로 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삼보일배하며 로드 엔터까지 가겠습니다.
-세상에 70억명의 원디어 팬이 있다면, 나는 그들 중 한 명일 것이다.
세상에 1억명의 원디어 팬이 있다면, 나 또한 그들 중 한 명일 것이다.
…세상에 단 한 명의 원디어 팬도 없다면, 나는 그제야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프리시즌을 한국에 데려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어떻게든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고 싶은데 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공연 예매하면 될까요?
└일단 여기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고 저희 애들 좋아해 주실 마음 먹어주셔서 또 고마운데요 티켓은 저희도 없습니다 제발 그러지 말아주시고 지지는 앨범 구매와 스밍으로 부탁드립니다
프리시즌의 팬들은 압도적인 고마움을 원디어와 그들의 팬덤 유어원에 표했다. 한국 팬들이 수년간 요청해도 되지 않았던 투어 공연이 잡힌 것에 기쁨을 표하지 않을 길이 없었던 것이다.
이렇듯 K-POP 아이돌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지지와 고마움의 인사를 위해 원디어의 직캠을 찾아보고 스트리밍을 돌려 주는 등, 원디어가 비활동기임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핫’하게 떠오르고 있던 때.
유어원은 다른 이유에서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프리시즌 만나고 싶어 했던 멤버 백퍼센트 이든이지
-에이든 맨날 프리시즌 더 트렌타랑 같이 언급했잖아 자기가 웸블리에서 본 첫 팝 공연이 프리시즌이었다고….ㅠㅠㅠㅠㅠㅠ 예전 U라이브에서 매번 영국 공연 열릴 때마다 갔는데 한국 오고 나서 못 왔다고 아쉽다 했었는데 얼마나 기뻤을까 진짜ㅠㅠㅠㅠ
-얘들아 근데 나만 그 생각 들어? 오웬 허스트를 낚을 정도로 어그로 잘 끔+최근 웸블리 언급했던 멤버+끈질김+정중한데 건방짐+에이든의 허를 찌를 만한 애 = 원유하 아냐….?
└솔직히 제일 가능성 높다 인정
에이든 리의 오랜 소망이자 꿈을 이루어 준 멤버가 누구인지에 대한 추측을 나누느라 바빴던 것이다.
목격담이 떠오른 후부터 오웬 허스트를 이끌어 낸 멤버가 누구일지에 대해서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후보는 점차 좁혀져, 이제 유어원들은 에이든 리와 오웬 허스트를 만나게 해 준 멤버는 원유하이지 않을까 거의 확신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유하가 런던 공연에서 웸블리 언급한 것도 이유 있었던 거겠지 나름의 다짐이지 않았을까 꼭 오웬 불러다 주겠다는 그리고 이든이 꿈 이뤄 주겠다는
-이든이가 얼마나 든든해했을까 생각하면 나 그냥 눈물 나… 유하가 어떤 성격인지를 알아서 더 유하 발언이랑 오웬 불러다 준 거가 고마워…ㅠㅠㅠㅠ
-원유하 건방떤다 했던 새끼들 나와봐 ㅅㅂㅋㅋㅋㅋㅋ 얜 자만하는 게 아니라 멤버랑 같이 꿈을 꾸려고 한 거고 정말 그걸 이룰 능력까지 가지고 있는 거라고 이제 좀 알겠니
최근 원유하의 발언은 팬덤 안팎으로 꽤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목표를 높게 잡는 것까지야 아이돌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러나 한국을 벗어난 영국에서, 가장 큰 공연장까지 꼭 도달하겠다 공언한 원유하의 행동은 몇몇 사람들에게는 건방으로 비춰진 모양이었다.
-ㅋㅋㅋ니가 어떻게 거길 갈건데
-앨범 좀 팔았다고 자만심 씹오지네ㅋㅋㅋㅋ 누가 보면 한국 공연도 매번 주경기장에서 하는 줄 알겠다 일단 한국 관객부터 채우고 말해봐ㅋㅋㅋㅋㅋㅋ
-자기 능력 너무 과신하는 거 아니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돌이 겸손해야지 당연히 갈 것처럼 구네 ㅉ 그러다 못 가면 어쩌려고 저런대 가오 개떨어져ㅋㅋㅋㅋㅋㅋ
-유하야 허세그만~! 너 그정도 급은 아니야~!
너무 자세한 목표는 일종의 빌미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돌에게 한계를 만들고, 잣대를 들이밀고, 겸손과 절박함을 요구하는 쪽에는 아이돌이 스스로 잡은 목표가 그를 ‘깔 만한’ 꼬투리가 되기도 하는 법이었으니까.
-알못들 씨부리는 거 진짜 좆같아 미치겠음 아이돌이니까 당연히 더 많은 팬들 만나고 싶겠지 저게 잘못임? 깔 이유가 됨? 높은 목표 잡는 게 왜 안 돼? 니들은 승진 안하고 싶어? 더 나은 대우 받고 싶지가 않아? 니들이 목표잡는 건 되는데 왜 애들은 안 된다는 거임?
-웸블리 가고 싶다는 걸 “한국 벗어나서 국제적인 인기 얻고 싶어요ㅠ”로 받아들이는 거 진짜 어이없음 저기요.. 원디어라는 팀에는 에이든 리라는 영국인이 있답니다… 더 높게 올라가고도 싶겠지 근데 한편으로는 애들은 이든이를 금의환향시켜 주고 싶은 거라고요…
└멤버 대다수의 모국인 한국에서 아이돌의 최대 목표는 당연히 주경기장임 그러니까 애들은 영국에서도 동일한 목표를 잡을 수밖에 없음… 이든이의 고향은 영국이고 거긴 제일 큰 경기장이 웸블리니까..ㅠ 인과관계 모르고 멤버 백그라운드도 모르면 말을 하지마 제발~
때문에 원유하의 발언이 짜깁기돼 온갖 커뮤니티에 돌아다니자, 유어원들은 분노와 함께 답답함을 토로하게 되었다.
원유하가 어째서 구체적인 목표를 공언했는지 그들이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든이가 팀을 위해 어떻게 희생하고 있는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유하는 항상 말해 왔음.. 그러니까 유하도 이든이를 위해 주고 싶었던 거임 이해가 어렵니
-유하는 절대 모호한 말 안 하는 애잖아 자신이 할 수 있고 이미 계획된 것만 이야기하는 친구인데 그 높디 높은 목표가 누군가에겐 빌미가 여겨질 수 있단 걸 정말 몰랐겠느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꺼낸 건 그게 이든이의 꿈이기 때문이야 같이 이뤄 주고 싶어서
원유하는 에이든 리에게 가장 와닿는 희망을 안겨 주고 싶었던 것일 테니까.
같은 꿈을 공유하는 입장이기에, 에이든 리가 멤버들과 자신의 목표를 이뤄 주기 위해 노력하듯 그 또한 동일하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건네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원유하는 언제나와 같이 그 꿈을 헛된 말로만 끝낼 생각은 없었던 듯했다.
-오웬 허스트까지 한국으로 불렀는데 원디어가 뭘 못하겠냐ㅋㅋㅋㅋㅋ
-프리시즌 한국 투어 오게 하기VS원디어 웸블리 가기 난이도로 따지면 후자가 오히려 더 쉬워 보이는데 이미 원디어는 전자도 해결해버렸죠? 후자는 이제 더 쉽죠?
-멤버를 위해 미친 듯이 노력해서 팝계 전설까지 불러내는 애가 우리 팀 리더인데 뭘 못하겠어 난 유하가 자기 달도 따올 수 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음 이제ㅋㅋㅋ
원유하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증명해 주지 않았나.
에이든 리의 꿈이자 목표를 당장 그의 눈앞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누구도 가능할 거라 생각지 못했던 일을 해내는 것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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