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507)
507화
“하… 긴장된다. 호응 잘해 주실까요?”
“호응을 잘해 주시게 힘내 보면 되지 않을까, 우리가.”
지난 2월, 한 해를 총결산하는 마지막 음악 시상식 스케줄 참석차 잠시 들른 것을 제외하고는 오랜만의 귀국. 멤버들은 피로를 풀 새도 없이 바로 다음 일정을 위한 연습을 하러 회사로 이동했다.
“아니, 최선은 다할 거지만. 노력으로는 안 되는 것도 있잖아요. 배우분들만 있는 자리에는 처음 가는 거니까.”
“흐음. 그렇게 걱정이 돼?”
곧 있을 간만의 국내 스케줄은 바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예술 시상식의 축하 무대였기 때문이었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익숙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닌, 여전히 공고한 벽이 존재하는 탓에 다수의 아이돌들이 어려워하는 곳 말이다.
“걱정되죠. 혹시 저희가 무대 해서 분위기가 싸해지기라도 하면…….”
때문에 연습을 하면서도 유찬희는 못내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배우들이 축하 무대에 선 가수들의 공연에 호응을 해 주지 않거나 도외시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잡힌 리액션이 문제가 되어 몇 차례 잡음이 난 탓에, 이젠 배우들도 적당히 표정 관리는 해 주는 것 같긴 했지만.’
젊은 배우들 중에는 아이돌을 비롯해 가수들과 적극적으로 연을 쌓고 호응을 해 주는 사람도 많아졌고 말이다.
“그런 건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러 가는 것뿐이니까. 그 후 분위기가 싸해지면, 좋은 날을 망친 쪽이 문제가 되겠지. 분위기는 한쪽만 만들어서 되는 게 아니니까.”
“그럴까요…….”
때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만전을 기해 나쁠 건 없다지만, 정도 이상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해 보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 걱정 때문에 딱딱하게 굳어 무대를 망치면 오히려 분위기를 망쳤다는 빌미만 이쪽으로 넘어오게 될 터. 우리는 우리대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될 듯했다.
‘무대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배우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를 포함해 자신의 태도에 따른 결과물은 본인이 감당할 문제다. 게다가 우리는 무대를 하러 갈 뿐, 결국 그날의 시상식은 본인들을 위한 날이지 않나.
그런 날을 쓸데없는 우월감에 취해 스스로 망치는 멍청한 놈들을 굳이 의식할 필요는 없었다. 조금만 머리를 굴릴 줄 알면 그게 본인에게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테니까.
“유하 말이 맞아, 찬희야. 크게 걱정하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 우린 우리 프라이드만 지키면 되잖아? 괜히 반응을 의식하느라 제대로 된 무대를 보여 주지 못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창피한 일이 될 텐데, 굳어 있을 순 없지.”
“……! 그건… 맞네요.”
뭣보다 직업에 대한 자존감은 우리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이었고 말이다.
이어진 도지혁의 말에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유찬희가 깨달았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유찬희의 어깨를 토닥이던 도지혁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장난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에 나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유하는 좀 걱정이 되네. 우리 무대까지 혼자 있어야 할 텐데, 그분들 틈에서 잘 버틸 수 있지?”
“에이~ 형이 어떤 사람인데, 잘 버티겠죠. 형한테 설마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겠어요? 우리 형도 정정당당히 초청받고 가는 수상 후보자인데.”
“그럼. 자랑스러운 OST상 유력 후보자인데.”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놀림이 또 한 번 시작될 기미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유하 씨, 이번에 [어느 날 하늘 아래>로 백룡예술상 OST상 부문 후보에 올랐어요! 축하해요!
예술상 후보로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한창 유럽 투어가 진행되고 있던 때였다. 1팀의 김송하 본부장으로부터 축하 인사가 도착한 것이다.
이번 해의 예술상 축하 무대는 연초부터 이야기가 오갔던 것이기에 놀라울 게 없었지만, 그 이후 들은 소식에 나는 조금은 얼떨떨한 감정을 느꼈다.
‘백이현의 드라마가 잘된 건 알고 있었지만.’
놈의 드라마가 예견되어 있던 성공을 거두며 종영한 것에 따라 백이현이 예술상에서 연기상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나는 그 여파가 내게까지 미칠 줄은 솔직히 조금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터였다.
백이현의 드라마가 한창 흥할 때 팀 안팎으로 꽤 소란스러운 일상을 보낸 탓에 솔직히 OST에 대한 반응은 크게 살피지도 못했었고.
“아~ 아쉽다, 다음번에는 꼭 내 노래로 OST상 받아 줘야 돼.”
“어허, 어딜? 이든이 형, 번호표 뽑고 기다려요. 형이 소중한 멤버인 건 맞지만, 이제 유하 형의 위상이 달라졌다고요. 첫 OST 발매에 바로 그해의 OST상 부문 유력 후보자가 된 자랑스러운 보컬이자 리더인데. 형 몸값 비쌉니다, 아무리 이든이 형이라고 해도 기다려야죠.”
“그건 천세림 말이 맞아요. 이든이 형, 학연, 지연, 혈연, 멤버연은 지양해야죠. 사회의 독이라고요, 그건.”
“하지만 유하는 내가 가장 먼저 알아봤는데. 억울하다……. 나 서운해해도 돼?”
“유하야, 설마 그렇진 않겠지만 주변에서 견제 들어와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어야 해. 축하 무대 설 때 우리가 꼭 구해 주러 갈 테니까…….”
때문에 전해진 소식은 나에게뿐만이 아닌, 멤버들에게도 뜻밖이자 기쁜 일이 된 모양이었다.
“…….”
소식을 들은 후부터 이런 식으로 사람을 놀리는 데 여념이 없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이죽대고 있는 도지혁과 천세림, 에이든 리과 유찬희를, 그 옆에서 은은하게 미소하고 있는 주단우, 강현진을 훑어보곤 머리를 짚었다.
처음이야 무슨 소리냐며 대응했지만, 이젠 그럴 체력조차 없었다.
“…못 버티겠으면 냅다 자리라도 박차고 일어나 가수 대기실로 도망이라도 칠 테니, 그만 당부해도 됩니다.”
때문에 나는 적당히 맞장구치며 넘어가려고 했지만.
“오, 그건 멤버로서 기뻐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약간 판단이 안 서네.”
“으음, 멤버들을 의지해 준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기뻐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리더가 스스로 팀의 체면을 구기는 점에서 애석해해야 할까요?”
“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그거 셰익스피어죠? 여기서 그 대사를 하다니. 형 진짜 영국인이구나.”
“전 기뻐하는 쪽에 한 표 줄래요. 형, 근데 일단 객석에 있는 김에 우리 올라올 때 환호 크게 해 줘야 돼요. 알았죠? 기 세워 주고 무대에 참여해 주기예요.”
“…….”
내가 무슨 반응을 보이든, 이놈들의 놀림은 끝이 나지 않을 듯해 보였다…….
‘안 되겠다. 상을 받든, 받지 못하든 빨리 예술상이 끝나야 이런 소릴 더 안 들어 먹지.’
나는 놈들을 무시하기로 결정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빨리 음악을 틀어야 이놈들의 합동 공격을 막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내가 연습을 지속하기 위해 스피커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려 할 때였다.
“유하야.”
“……?”
나는 내내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강현진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슬슬 몸을 풀고 다시금 대형을 잡는 멤버들 사이, 강현진은 목소리를 낮추어 내게 물었다.
“…좌석에 대해서는 전달받은 거 있어? 어디에 앉게 되었다든가, 그런 거.”
“일단 [어느 날 하늘 아래>에 출연한 배우분들 쪽에 앉게 될 것 같긴 했는데요.”
대부분 예술제나 영화제의 경우, 같은 부문이나 작품으로 묶어 출연진들의 자리를 배정해 주곤 했다. 그러니 이번 예술상이라고 다르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야말로 볼 수밖에 없겠군.’
그렇기에, 나는 또 한 번 떨떠름한 기분을 삼키고 있기도 했다.
「발신자: 백이현
OST 부문 후보에 오른 것 축하해, 유하야.
그날 보자.」
이번에는 끝내 백이현을 피할 수 없을 듯 보였던 것이다.
이렇듯 내가 달갑지 않은 인물을 만날 생각에 조금쯤 우려심을 느끼고 있다면, 그건 강현진도 마찬가지였던 듯했다.
“…그래. 그럼, 미리 말해 둘게.”
“네?”
“그곳에서 무슨 말을 듣든 무시해. 마음에 담아 두지도 말고, 반응하지도 마.”
“…….”
“좋을 것 하나 없을 거야. 우리 아버지는 분명 널 존중하지 않으실 테니까.”
[어느 날 하늘 아래>에는, 강현진의 아버지 강석호 또한 출연했으니까.그날, 나는 백이현을 제외하고 또 한 명의 달갑지 않은 인물과 마주쳐야 했던 것이다.
*
“잘 지냈어? 유하야. 투어 기간 동안 꽤 즐겁게 지낸 것 같던데.”
레드카펫 행진을 마치고 예술상이 진행되는 내부로 입장한 후, 나는 미리 입장해 있던 백이현과 드디어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백이현은 여전히 말끔하고 덤덤했다. 태도 또한 조금의 변화도 없었고.
-네 주변에 있는 모든 게 거꾸러져도 결국 네가 살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 유하야.
-같잖은 말로 날 통제하려고 들지 마. 내가 널 공격하게 하지 말라고, 백이현. 나도 내 것을 지키기 위해서 어디까지 할지 모르니까.
지난번,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놈과 내가 그렇게 말다툼을 벌였던 게 자신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바쁘게 지낸 줄 알았는데.”
“바빠도 네 소식을 알아볼 시간은 낼 수 있지.”
“그 시간에 본인을 위한 일이나 하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네 소식을 알아보는 게 날 위한 거라는 생각은 여전히 못 하고 있나 봐, 유하야.”
“…….”
그렇기에, 대화할수록 속이 꼬이는 건 여전히 나뿐인 듯했다. 내가 어떤 말을 하든, 백이현에게는 조금의 타격도 되지 않는 듯했으니까.
‘…됐다.’
나는 끝내 더 대꾸하지 않고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더 언쟁을 벌여 봤자 손해를 보는 건 나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서운하더라, 유하야. 이번에 만든 만두는 얼굴도 보지 않고 주고 갔잖아. 그렇게 싫었어? 집에 와 본 적이 있으니, 택배보다는 그냥 한번 방문해도 됐을 텐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불화설 만들고 싶으면 계속 떠들어.”
“네가 절대 그런 잡음을 내지 않을 거란 걸 아는데, 내가 어떻게 입을 다물 수 있겠어.”
그렇다고 백이현을 향한 거리낌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이 자식은 역시나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계속 무시했어야 했는데.’
나는 또 한 번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놈과 다툰 이후로 나는 백이현과 일방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공식적인 스케줄에 응하되 놈과 얼굴을 마주칠 일을 만들지 않았으며, 걸려 오는 연락도 최대한 피했던 것이다.
-유하야, 혹시 이현이에게도 전해 줄 수 있겠니? 연락이 와서.
-…그럴게요.
하지만, 엄마의 부탁만은 거절할 수 없었다.
백이현이 어떤 수를 쓴 건지 알려 주지 않았음에도 엄마의 연락처를 받아 가 연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백이현과 내가 어떤 사이인지 모르는 엄마는 ‘지난번에 전해 주신 만두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백이현의 문자에 이번에도 놈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 두셨고.
‘일부러였겠지.’
누구에게도 의미를 두지 않는 놈이 굳이 엄마와의 인연을 다시 이어, 마음에도 없는 안부를 묻기 시작한 건.
“투어 끝나고 나서는 한동안 해외 나갈 일 없지? 여름쯤인가, 완전히 귀국하는 게.”
“…….”
“그럼, 그때 단우 씨와 엄마를 데리고 한번 와. 그때쯤 솔로 콘서트가 열리니까. 한 번쯤은 보여 주고 싶었거든.”
놈은 어떻게 해야 나를 움직일 수 있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아니까.
백이현의 소식을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엄마를 이용해 또 한 번 다음번의 일정을 만들려는 백이현에게 내가 무어라 말하려고 할 때였다.
“원유하 씨, 맞나?”
“…….”
나는 어딘가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끝까지 대꾸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예상했으나 피하고 싶었던 또 한 명의 인물과 마주하게 되었다.
“반가워요. 강석호입니다. 알겠지만, 강현진 아버지입니다.”
강현진이 미리 경고했듯, 말을 들어 봤자 좋을 게 하나 없을 듯한 사람.
“…네, 반갑습니다. 현진이 형과 같은 팀을 하고 있는 원유하입니다. 현진이 형에게는 매번 신세 지고 있습니다.”
“하하, 그럴 리가. 높은 확률로 현진이가 그쪽한테 신세 지고 있을 텐데? 그 애는 되지도 않는데 자주 욕심을 부리니까.”
“…….”
“내 아들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애잖아요. 취미로만 해도 충분한 것에 목숨까지 걸려고 하는 애니까. 얼마나 번거롭겠어?”
본인의 아들까지 포함해 아이돌을 경시하다 못해 경멸하는 배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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