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514)
514화
“그런데, 정말 여긴 어쩐 일이야? 지금쯤 엄청 바빠야 하는 거 아닌가?”
환호하는 사람들 속에서 원디어와 강현민을 데리고 나온 [초이스 타임>의 MC 혁과 호석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내 말이. 대체 얘네가 왜 여기 있냐고.’
그건 MC들뿐만이 아니었다. 관중들을 비롯해 바로 어제 있었던 백룡예술상 초청 무대를 바로 오늘 아침까지도 복습하고 온 직장인 팬의 머릿속에도 의문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있었던 것이다.
원디어가 간만의 귀국 후 컴백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으리라는 것은 스케줄표를 보지 않아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으니까.
“원래는 오늘 따로 일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오후가 통으로 비어서요, 시간이 난 김에 멤버끼리 밥을 좀 먹으러 나왔죠. 그러다 형 얼굴 보여서 와 봤고요. 어제 백룡에서 잠시 만났었는데 무대하느라 인사도 못 했잖아요.”
그에 대해 천세림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 시간이 떠 버려, 잠깐 숨을 돌리기 위해 바깥으로 나왔다고.
“아, 어제 무대. 원디어가 찢어 놨었지. 진짜 재밌더라. 호석이도 옆에서 냅다 응원봉 없냐고 하던데? 너무 입 벌리고 본 탓에 이 친구 입에서 침 떨어지는 줄 알았지 뭐야.”
“아니, 형님! 뭘 그런 것까지 이야기해요. 초면에 동생 체면을 이렇게 구겨 놔도 되는 거예요, 예?”
그 대답에 MC인 혁과 호석이 능청스럽게 서로 티키타카를 나누는 동안, 직장인 팬은 천세림의 태연한 대답 속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을 눈치채고는 고개를 기울였다.
‘오후가 통으로 비어? 스케줄이 취소된 건가……? 무슨 일이지?’
아이돌의 컴백 일정은 정말 빡빡하게 짜인다. 특히 그것이 투어 중간에 일부러 시간을 내 들어온 것이라면 더하겠지.
야외 로케로 촬영이 예정되어 있었을 경우에는 악천후 등을 이유로 일정 자체가 캔슬되거나, 출연진의 건강상 문제로 불참이 이루어질 때가 있긴 하다.
하지만 오늘은 날씨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데다, 나란히 선 일곱 명을 보아하니 멤버들의 문제도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일정을 취소한 건 원디어가 아닌가 본데?’
원디어를 섭외했던 쪽이 모종의 이유를 들어 갑작스럽게 촬영을 취소했다는 게 맞을 듯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갑자기 저 일곱이 한가롭게 거리를 걸어 다닐 이유가 없지 않나.
“현민 씨는요? 실은 나는 세림이 덕에 원디어분들은 얼굴이 익숙하긴 한데, 강현민 씨는 처음 봐서. 어떻게 원디어랑 같이 있어요?”
“아, 저는…….”
그러다 이내 화제가 다른 쪽으로 넘어가는 것에 직장인 팬은 깊어지려던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강현진의 동생인 강현민이 평소와 같이 차분한 얼굴을 한 채 서 있었다.
‘형제 두 명이 저렇게 선 건 처음 보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직장인 팬은 문득 강현진과 강현민이 나란히 선 모습이 꽤 생소하게 느껴진다는 데 놀랐다. 생각해 보니 강현진이 자신의 동생과 함께 대중 앞에 서 있는 것을 처음 보는 듯했던 것이다.
그들이 아직 어린아이일 때, 강석호와 윤희연은 공식 석상에 몇 번 세 남매를 세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강현진이 아역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이어 가지 못하게 되며, 언젠가부터 대중들은 공식 석상에서는 강현아와 강현민 남매의 투 샷만 볼 수 있게 된 터였다.
‘그러다 현진이가 데뷔하고 나서부터는 가족 전체를 볼 수 있게 됐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현진이 가족과 공식적인 자리에 함께 서는 일은 없었다. 분야가 철저하게 달랐던 탓이었다.
물론 강현진이 동생들과 무척 돈독한 사이이며, 바쁜 스케줄 중간에 짬이 날 때마다 동생들과 여행을 가거나 따로 시간을 보낸다는 건 유어원이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긴 했다.
동생들이 작품을 할 때마다 강현진이 매번 커피차나 화환을 보내 주는 것도 유명했고.
하지만.
“어제 원디어 숙소에 신세를 졌다고요?”
“네, 어제 백룡에서 마주치고 형이랑 좀 더 이야기하고 싶어서 숙소까지 따라갔거든요. 지금까지는 기회가 없어서 형의 동료분들과도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어쩌다 보니 저희 모두 시간이 되어 식사 자리까지 동행하게 됐네요.”
“아하, 오랜만의 형제 만남 겸 형의 동료들과의 친목 다지기를 통해 만들어진 낯선 조합이었던 거군요. 이야, 이렇게 보니 다들 너무 훤칠해서 눈 호강하는 느낌인데. 뭣보다 이 두 형제가 함께 선 모습을 보게 되다니, 오늘 우리 촬영 뭐 있나? 횡재한 기분인데.”
“다들 시간이 되셔서 우리도 너무 다행인데요? 이렇게 낯설고 귀한 조합을 카메라에 담아 낼 수가 있게 됐잖아요. 다른 분들도 좋아하시고. 굉장한 ‘우연’ 아니에요? 혹시 강 배우님이나 윤 배우님, 국민 여동생인 현아 씨는 없나요?”
“호석아, 거기까지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이지.”
“아이, 형님도. 너무 드문 그림이 나오니까 완전체가 궁금해질 수도 있잖아요~.”
생각해 보면, 이렇게 사적으로나마 연결 고리가 보이는 세 남매와는 달리 부모 쪽과 강현진이 함께하는 것은 대중이 오래 못 본 그림인 것 같았다.
같은 연기 카테고리에 묶여 있는 강현아·강현민과 달리 강석호와 윤희연은 맏아들인 강현진에 대해서는 극도로 언급을 삼가고, 사적으로도 따로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던 것이다. 세 남매와는 달리 파파라치 샷이 떠돌지도 않았고.
마치 평소에 전혀 만나고 있지 않다는 것처럼.
“하하. 아쉬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대신 원디어 완전체는 잡으셨는데, 이걸로 만족해 주시면 안 될까요?”
“아, 당연히 원디어 완전체로도 만족이죠! 형님이 말씀하셨잖아요, 나 팬 될 뻔했다니까.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어떻게, 잠깐 시간들 되실까요? 지금 우리 출연자분들께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우리 원디어랑 현민 씨를 바라보고 있거든요.”
“저, 저!”
그에 문득 찜찜한 기분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을 무렵, 곧 들려온 목소리에 직장인 팬은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헬퍼 두 분 데려올 수 있댔죠? 혹시 원디어분들 중에서 데려와도 될까요?”
“팬이에요! 현민 씨,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요?”
“저, 저요?”
MC와 대화하는 여덟 명의 연예인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초이스 타임>의 다른 퀴즈 출연자 세 명이 손을 들고 헬퍼를 지목하겠다 아우성치기 시작한 것이다.
‘안 돼!’
누군가 간절한 눈으로 원유하를 바라보는 것에 직장인 팬은 자신 또한 얼결에 손을 들고 말았다. 당장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최애를 놓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에 모두의 집중을 받게 된 원디어 멤버들은 누군가는 멋쩍은 듯, 누군가는 우려된다는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행히 시간은 괜찮지만… 정말 저희로 괜찮으시겠어요?”
“도와드릴 수는 있지만, 실망하실 수도 있는데……. 보고 계신 관중분들 중에 퀴즈를 더 잘 풀 수 있게끔 도와주실 분들이 있을지도 몰라요.”
“존재만으로도 힘을 주실 것 같은데 실망이요……? 그럴 리가……. 나는 단 한 번도 원디어 얼굴을 보고 실망한 적이 없는데요…….”
“잠깐. 이분, 주접력이 장난 아니신데? 솔직히 말씀하세요, 누구 팬이에요?”
“……! 노, 노코멘트는 안 될까요?”
“안 되죠, 이런 기회를 놓쳐서야 쓰나. 최애 앞에서 사랑을 고백할 기회인데. 어때요?”
그러다 자기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진지한 주접을 토해 낸 한 출연자가 끝내 MC들에 의해 ‘일코’를 해제당하는 것에 직장인 팬은 움찔하고 말았다.
“대리님, 잘 선택해요!”
“…….”
후배가 보는 앞에서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느냐. 지금 한순간의 행복을 쫓느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본인을 포함한 출연자 네 명의 만장일치로 원디어와 강현민이 헬퍼 후보자로 나란히 서게 됨과 동시에 원유하가 자신을 알아보았을 때.
‘순간의 행복을 쫓자.’
직장인 팬은 결심했다. 원유하를 지목하자고.
체면이야 잃고 나서 잠깐 쪽팔리면 그만이지만, 기회는 놓치면 평생을 후회하게 되는 법 아니겠는가.
세상이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원유하를 영접할 기회를 주었는데, 그걸 걷어찰 순 없었다.
“자, 그럼 헬퍼 팀은 이렇게 짜였습니다. 원유하 씨와 도지혁 씨, 주단우 씨와 에이든 리 씨, 유찬희 씨와 천세림 씨, 마지막으로 강현진 씨와 강현민 씨로.”
“출연자분들은 한 분씩 한 팀을 선택해 골라가시면 됩니다. 와, 이렇게 팀을 미리 정하고 헬퍼를 분배하는 건 처음이네요.”
“부디 현명한 선택하시길! 당신의 선택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초이스 타임> 헬퍼 선정 시작합니다!”
때문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MC들의 비장한 선언을 듣고 있던 직장인 팬이 때가 도래함과 동시에 냅다 원유하와 도지혁의 이름을 외치려 했을 때였다.
“대리님, 대리님! 현민 씨 쪽!”
“원유, 뭐?”
“…전 도지혁 씨랑 원유하 씨 팀이요!”
“……!”
직장인 팬은 입을 벌린 채 말을 잃고 말았다.
뒤에서 들려온 후배의 말에 자신이 반응하는 사이, 옆에 서 있던―MC에 의해 ‘일코’를 해제당한―출연자가 냅다 자신의 최애인 도지혁이 속해 있는 팀을 뽑으며 원유하까지 데려가 버린 탓이었다.
환호하는 출연자 곁으로 도지혁과 원유하가 다가섰다. 그들은 아까 전, ‘일코’를 해제당하며 해당 출연자가 유어원이라는 게 밝혀진 순간부터 떠올라 있던 다정한 웃음을 머금은 채였다.
“뽑아 주셔서 고마워요. 최선을 다해 볼게요.”
“잘, 잘 부탁해요! 지혁 씨, 유하 씨!”
“네. 승리하실 수 있도록 잘 도와드리겠습니다.”
“잠, 잠깐…….”
그리고 기특하게도, 그리고 이런 상황이기에 애석하게도 그녀의 최애는 덩그러니 남겨진 또 한 명의 유어원을 케어해 주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화이팅이에요.”
“…유, 유하…….”
민첩하지 못했던 본인에게 충격을 받아 반쯤 영혼이 나간 자신을 바라보던 원유하가 아쉽다는 듯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를 남기고 떠나 버린 것이다.
“…….”
그 때문일까. 직후, 얼이 완전히 빠져 버린 직장인 팬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해 버리고 말았다.
“대리님, 그러다 빼앗겨요! 현민 씨요!”
“…어, 전 그럼 강현민 씨 쪽으로…….”
“네, 그럼 강현진 씨와 강현민 씨는 이분의 헬퍼가 되셨습니다!”
“……!”
충격에 빠져 있는 사이 제멋대로 입이 움직여 버림으로써, 생각지도 못했던 강현진·강현민 형제를 데려오게 된 것이다.
“아……! 놓쳤다.”
강현민을 데려가고 싶어 했던 다른 출연자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울상을 짓는 동안, 형제는 천천히 자신에게로 걸어왔다.
그리고 강현진과 눈이 마주친 순간, 직장인 팬은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잘 부탁드립니다……. 꼭 이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볼게요.”
“…음, 저도요. 그… 아쉬우시겠지만, 꼭 승리하실 수 있게끔 해 보겠습니다.”
“…….”
강현진이 원유하의 팬인 자신을 알아봤다는 사실을….
‘…그래, 우리 이야기를 많이 나누긴 했지.’
유어원으로 지낸 세월이 몇 년인가.
어떻게든 최애를 가까이에서 볼 기회를 잡기 위해 자신의 ‘덕질 메이트’인 홈마와 함께 오프라인 행사란 행사는 모두 다니던 자신을 다른 멤버들이 몰라볼 리 없었다. 팬 사인회에서도 몇 번이나 이야기를 나누었으니까.
때문에 그는 원유하가 가 버린 쪽을 잠시 돌아보고는, 힘을 내라는 듯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유하를 놓친 대신 승리를 안겨 주겠다는 듯, 무던하고 다정한 위로의 빛이 그 눈길에 어려 있었다.
그에 직장인 팬이 울컥 치솟는 아쉬움과 함께 자신을 신경 써 주는 강현진을 향해 떠오르는 고마움을 삼켜 내고 있는 동안.
“잘됐다. 이기실 수 있을 거예요, 대리님! 현민 씨는 똑똑하고 차분한 배역 많이 맡으니까 분명 머리도 좋으실 거예요!”
“…….”
이 모든 일의 원흉인 후배는 해맑기만 했다.
‘아니야…….’
강현진에게는 분명 고마웠다. 최애를 놓쳤다 한들 좋아하는 팀의 애정하는 멤버와 함께 게임을 하게 된 것이니 낙담할 것도 없었고.
하지만, 직장인 팬은 자신의 고생길을 예감하며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디어 내에서 퀴즈니 문제, 미니 게임 쪽에 특출난 쪽은 따로 있다는 것을.
“유하야,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했다고 했지?”
“그냥 적당히는요.”
“‘적당히’라기에는 지난번에 공개된 학교 성적표에 1이 너무 많던데. 우리 예전에 자컨으로 아바타 방 탈출 할 때도 세림이가 못 푼 수학 문제를 유하 네가 푼 적 있었잖아. 헬퍼로서 네 도움 기대 많이 해도 되지?”
“할 수 있는 건 해 볼게요. 대신 형은 단순 암기나 추리 쪽 부탁드려요. 그쪽은 좀 약해서.”
“역시 브레인…….”
단순히 ‘머리’를 쓰는 쪽이라면 원유하와 도지혁이 강하고.
“나 클래식이랑 게임, 미디어 콘텐츠 쪽은 잘 알아요.”
“저는 스포츠라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 같아요.”
“으으, 제발 그쪽 문제가 나와 주면 좋겠다…! 꼭 이겨요, 우리!”
“응, 같이 열심히 해요! 나 이기고 싶어.”
“파이팅해 볼게요.”
분야를 나눠 담당한다면 예체능 쪽으로는 에이든 리와 주단우가 제일 강할 것이며.
“일단 저, K-POP이랑 잔머리 쓰는 거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습니다. 예능 쪽 콘텐츠나 밈 쪽으로는 완벽하고요. 아, 법률 쪽도 대충은 가능할 것도 같다.”
“어, 전 K-POP도 그렇긴 한데, 외국 POP도 강해요! 그리고 넌센스 문제라면 가능할 수도… 동생들이 넌센스 좋아해서 좀 알거든요.”
자잘한 퀴즈로는 천세림과 유찬희가 의외로 막강할 것임을.
그리고…….
“…형, 혹시 퀴즈에 강해?”
“…춤 장르 쪽은?”
…명실상부 원디어의 퀴즈 최약체는 강현진이라는 것까지.
창작부터 춤과 몸을 쓰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잘하는 원디어의 자랑스러운 메인 댄서라지만, 강현진에게 의외의 허당기가 있다는 걸 유어원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직장인 팬은 기대보다는 걱정을, 설렘보다는 초조함에 따른 두근거림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래도 강현민은 후배 말대로 분위기 있는 배역만 맡잖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후배가 말한 대로 평소의 이미지가 있는 만큼 그의 동생 쪽에 기대를 걸어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아, 이거 글렀다.’
직장인 팬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곧 그 생각조차 접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형, 저 문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돼? 왕이 넘어지면 어떻게 되냐니? 아프겠지. 걱정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현민아. 이건 넌센스 퀴즈인데…….”
…아무래도 피는 물보다 진한 듯했던 것이다.
연습 삼아 나온 첫 번째 문제. 넌센스 퀴즈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진지한 얼굴로 걱정하듯 미간을 찌푸리는 강현민에게서 직장인 팬은 아주 익숙한 예감을 느껴 버렸으니까.
오늘 강현진과 강현민 형제는 본인들은 진지하되 남에게는 폭소를 이끌어 내는 말과 행동을 함으로써 아주 ‘예능적인 면모’로 활약하게 될 것이라는 것.
“그,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저희만 하나도 못 맞춰서…….”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어요. 파이팅.”
“눈, 눈에 영혼이 없으신데요……!”
…그에 따른 대가로 노트북은 영영 물 건너갔다는 것과.
“현진아, 아니, 현진 씨, 현민 씨, 잘 들어요.”
“네?”
“…?”
“지금 보니 현민 씨는 배역 연구하면서 얻은 지식들이 꽤 있으신 듯하니 일단 대충 안다, 싶으면 주변 상관하지 말고 손부터 들어요. 시선 끌기는 내가 해요. 경쟁으로 몸 써야 하는 일 있으면 그건 현진 씨가 갑니다. 조율은 제가 하고, 모르는 문제도 내가 처리해요.”
“어, 네, 네?”
“네…?”
“대답! 장렬하게 한 문제도 못 맞추고 망하고 싶어요?”
““…! 아, 아뇨!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아요. 다음 문제부터 심기일전해서 갑니다. 시작, 들리면 냅다 손부터 들어요, 이제.”
아무래도 오늘의 ‘헬퍼’는 강현진·강현민 형제가 아닌 자신인 것 같다는 사실을.
‘유하야. 네 멤버는 내가 지켜.’
유어원으로서 팀 멤버와 그 동생이 예능적 모먼트만 뽑아내고 장렬히 무너지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