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516)
516화
컴백을 위한 막바지 준비로 한창 정신이 없을 즈음이었다.
잡혀 있는 스케줄을 뛰고, 공개되는 티저에 따라오는 유어원의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마지막 디테일을 맞춰 보며 날짜를 카운트하고 있을 즈음.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현진 씨.”
“……? 네.”
연습실로 찾아온 김송하에 의해 강현진은 잠시 위로 불려 갔다.
“그럼, 우린 10분 휴식하고 다시 시작할까?”
“형! 아까 전에 발동작 디테일 잡아 준 거 있잖아요…….”
남겨진 멤버들은 잠깐 강현진이 나간 쪽을 돌아보다 이내 할 일을 지속했다.
활동을 앞두고 김송하가 멤버들을 따로 불러내곤 하는 건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멤버 개인의 의견을 구하거나 확인을 필요로 하는 경우야 언제고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멤버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고 개인 디테일을 점검하는 등, 잠깐 생긴 틈을 타 각자가 할 일을 하며 강현진을 기다렸지만.
“…좀 늦네.”
“그러게요.”
강현진이 연습실을 빠져나간 지 거의 한 시간이 다 되어 감에도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멤버들은 슬슬 의문을 느끼기 시작했다.
“좀, 걱정되는데.”
“무슨 일 있나?”
이건 평소와는 달랐던 것이다.
김송하는 평소 우리가 연습을 할 때면 흐름이 끊기지 않게 각별히 신경을 써 주곤 했다.
멤버 중 누군가에게 짧게 용건이 있을 때는 따로 말을 남기진 않되 십 분 안쪽으로 보내 주고, 긴 용건일 경우에는 목적을 알려 줌으로써 우리가 그에 맞춰 연습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끔 배려해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떤 말도 남기지 않고 강현진을 데려갔음에도 김송하는 쉽게 그를 보내 주지 않고 있었다.
그 경우, 대부분 이유는 하나였다.
달칵-
“……!”
따로 말을 남기지 못할 정도로 시급한 문제가 생긴 거다. 그것도 쉽게 해결하지 못할 만큼 꽤 심각한 문제가.
“현진아.”
“형, 무슨 일 있었어요?”
약 삼십 분가량이 더 지났을 무렵. 들려오는 문소리에 화색을 띤 얼굴로 문을 돌아본 멤버들은 이내 놀라 반강제로 연습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
강현진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힘없이 연습실로 들어오고 있었던 탓이었다.
쏟아지는 시선에 강현진은 무언가를 대답하려다 말고 입을 벙긋대다 이내 다무는 것을 반복했다. 꽉 쥔 주먹하며 갈 곳을 잃은 시선 따위는 강현진이 현재 극도의 혼란을 느끼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내 주고 있는 듯했다.
그에 내가 강현진에게 말을 붙이려 했을 때였다.
“유하 씨, 잠깐만.”
강현진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송하가 이번에는 나를 부르는 것에 나는 끝내 강현진과 대화하지 못하고 연습실을 빠져나갔고.
“유하 씨도 KRM 쪽을 다시 한번 확인해 봐 줘요.”
“…일단, 무슨 일인지 물어도 될까요.”
“하… 아니, 그게.”
곧, 김송하와의 독대에서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드림엑터스가 말을 바꿨다고요.”
“그래요. 갑자기 일이 이렇게 돼서 우리도 혼란스러워요.”
강현진의 소속사인 드림엑터스가 1팀 쪽으로 일종의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알겠지만, 원래 드림엑터스는 현진 씨에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개인 활동을 따로 시킬 생각도 없어 보였고. 아시다시피 그쪽은 배우 소속사니까.”
각자 자신들의 존재감을 어떻게든 드러내곤 했던 다른 멤버들의 소속사와는 달리, 강현진의 소속사인 드림엑터스는 지금까지 로드 엔터 쪽으로 어떤 입장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드림엑터스는 신인 시절의 윤희연을 담당했던 전 매니저가 세운 회사로, 내내 배우들을 서포트하는 데에만 총력을 다해 왔다.
때문에 드림엑터스에는 아이돌을 키우고 활동시킬 만한 여력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강석호와 윤희연이 드림엑터스에 강현진을 소속시킨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지.’
부족한 체계에 강현진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길 바란 거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출연하기 전, 그들은 강현진에게 3년이라는 시간 제한을 두고 기한이 지날 때까지 데뷔하지 못한다면 아이돌을 깨끗이 포기하라 종용했었으니까.엔터사의 체계는 중요하다. 연습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는지에 따라 그들의 실력과 스타일, 데뷔 이후의 커리어까지 모두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그렇기에 대다수의 연습생들은 갓 만들어진 신생 기획사보다는 자리가 확실히 잡힌 대형 기획사를 선호하곤 했다.
연습생 시절의 교육도 문제지만, 데뷔를 한다 해도 소속사가 그럴싸한 입지와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제대로 날개를 펴 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거꾸러질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그리고 강현진은 드림엑터스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
그런 와중에 강현진을 데뷔시키고 어떻게 활동시킬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 뒀을 리가 없었다.
강석호와 윤희연의 속셈은 훤히 보였다.
빠르게 무너져 가고 있던 강현진을 어떻게든 일으켜 세우기 위해 기한을 주기는 했다지만, 아이돌로 활동하는 꼴을 보기는 싫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강현진을 자신들과 연이 닿아 있는 배우 소속사에 명목상의 ‘아이돌 연습생’으로 처박아 두고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린 거다.
-춤과 노래에 대한 기본적인 수업은 받았어. 하지만 그 모든 게 그저 허울뿐이란 걸 모르지 않았지. 실제로 부모님이 내가 받길 원하는 수업은 따로 있었거든. …무대 위의 표정과 제스처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시키던 연기 연습 말이야.
강현진이 끝내 포기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길을 걷길 바라면서.
-하지만 그때의 내게는 연습실이면 충분했어서.
하지만, 강현진은 그들의 의도대로 행동해 주지 않았다.
드림엑터스가 자신에게 지원해 주는 수업이라는 것이 본인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 아주 기본적인 레슨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발로 뛰기 시작한 거다.
댄스 스튜디오를 찾아가 댄서들에게서 춤을 배우고, [캐치 탤런트>를 통해 알게 된 지인들을 통해 선생님을 물색한 후 부족한 노래 실력을 메꾸어 나갔다.
그리고 회사가 자신에게 내어 준 연습실에 틀어박혀 수천 번의 연습을 반복했다.
-눈치 볼 것 없이 연습할 공간이 있단 것만으로 충분했어. 그거면 됐었지.
그것만으로도 강현진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무너진 폼을 정돈해 다시금 일어선 후 [캐치 탤런트>를 통해 알게 된 자신의 문제점들을 되짚어 나갔다.
본인의 실력을 갈고닦았고 회사를, 그리고 방송계의 분위기를 주의 깊게 살폈다.
-내가 준비가 된다 하더라도 드림엑터스는 절대 팀을 꾸려 주지 않았을 거야. 솔로로는 리스크 핑계를 댔을 테고. 하지만 어떻게 포기하겠어, 내가.
데뷔할 기회를 잡기 위해서.
강현진은 드림엑터스의 최초이자 유일한 아이돌 연습생이었다. 동기가 없는데 팀을 꾸릴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솔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었고.
그렇기에, 강현진은 데뷔를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드림엑터스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데뷔를 할 수 있는, 그때의 강현진에게는 거의 불가능으로 여겨지던 ‘기회’를 3년간 홀로 연습실에서 묵묵히 연습을 이어 가며 기다린 거다.
-그때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 방영된다는 소식을 들었지.
그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정말로 기회가 찾아온 거다.
수십 개의 기획사가 참여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에이넷이라는 강력한 윗선을 두고 있는 덕에 드림엑터스와 제 부모의 압력은 거의 통하지 않을, 일단 뽑히기만 하면 무조건 활동을 할 수 있는.
강현진이 데뷔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
그리고 강현진의 계획대로 데뷔 후 지금까지 드림엑터스는 그에게 쉬이 손을 뻗지 못했다.
에이넷이라는 강력한 뒷배, 원디어로서 활동하는 동안 로드 엔터에 양도할 수밖에 없게 된 매니징 권리까지. 그들은 강현진이 아이돌로 활동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 때문에 드림엑터스는 바로 최근까지도 강현진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듯 행동해 왔었다.
강현진이 아이돌로 데뷔해 버린 이상 자신들이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듯, 개인 활동에 대해서도 아티스트 본인이 그룹 활동을 중시하고 싶다는 입장이라면 그렇게 하라고 한발 양보했었으니까.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말을 바꾸다니. 현진 씨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하고……. 하, 슬슬 회사들이랑 이야기를 끝내야 원디어의 하반기 일정을 픽스할 수 있는데.”
‘누군가’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강현진을 잡기로 입장을 바꾼 모양이지만.
“유하 씨는 괜찮은 거 맞죠? KRM가 유하 씨한테 개인 활동을 시키되 일단 그룹 활동을 우선시하겠다고 말해 주긴 했지만, 이쯤 되니 그쪽도 걱정되어서요. 솔직히 제일 변수 많은 회사잖아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쪽을 엿 먹이려고 했던 회사니까.”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적어도 원디어로서의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괜한 헛짓을 하려 들진 않을 테니까.”
나는 김송하의 다급한 물음에 그렇게 대답했다.
KRM가 약속된 5년이 끝나면 계약을 연장시키지 않고 나를 데려가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는 탓에 걱정이 된 모양이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아직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권 실장님에 대해서는 너무 우려하지 마, 유하야. 지난번에 우리 팀과 너희를 동발시켰던 것도 그렇고, 지난번 이현 선배님 건 때문에 네가 카르마에 찍혔단 소문이 자자하잖아. 대중들 눈치 때문에라도 당분간은 네가 그룹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놔두실 생각이신 듯해.
현지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권 실장 쪽으로는 아직 시간이 있었으니까.
‘그러니 문제는 내가 아니야.’
다른 멤버들의 경우 소속사와 말이 거의 맞춰진 상태였다.
한참 잘 ‘팔리는’ 원디어를 찢어 놓을 이유가 없단 데 모두가 동의했기에, 원디어는 개인 활동을 병행하되 그룹 활동을 최우선하기로 한 거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강현진이 빠져 버린다면, 일이 완전히 어그러지게 될 터였다.
‘완전체를 원하는 팬분들은 불안해하게 되실 테고, 다른 소속사들도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멤버들을 빼 가려 하겠지.’
당장 내 쪽도 쉽게 넘어가지는 못할 테고.
“…두 개의 선택지를 받았어.”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당장 강현진의 멘탈을 잡는 것이었고 말이다.
“현아를 설득해서 [디어돌>을 포기하게 한다면, 원디어의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봐주신다고 하셨어.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
“당장 그룹 활동에서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들어 주겠다더라. 드림엑터스는 그럴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하하, 끝도 없이 민폐를 끼치는 멤버가 되게 해 주겠다고 하시던데.”
지난 생에 일어났던 일. ‘과거’가 이번에도 강현진의 발목을 붙들고 기어오르려 하고 있는 듯했으니까.
“나는 결국 회사가 하라는 대로, 그 뒤에 있는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잖아. …애초에 그런 조건으로 도전할 기회를 부여받은 거였으니까.”
“…….”
“이게 진짜… 다 뭐하자는 건지.”
강현진이 아이돌을 완전히 그만두게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