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523)
523화
강석호와 윤희연은 그렇게 합의를 봤다.
일단 강현진을 부른다. 잘 설득해 지금 떠도는 소문들을 가라앉힐 수 있을 만한 콘텐츠에 함께 동반 출연을 하면 된다.
인터뷰가 되었든, 예능이 되었든, 개인적으로 올리는 사진이 되었든 동영상이 되든 상관없다. 대중에게 보여 줄 거리가 필요할 뿐이니까.
웃고 넘기면 될 일이었다. 사람들이 저희 가족을 너무 사랑하시다 보니 걱정이 지나치셨던 것 같아요, 부모가 자식을 증오할 수 있을 리가요, 그렇게 이야기하고 끝내면 된다.
그리고 이 가족에 누를 끼친 강현진은 당연히 자신들이 세워 둔 일정에 동행할 터였다…….
“싫습니다.”
“뭐?”
그래서 강현진이 뻗대고 들었을 때, 그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 부부에게 있어 강현진은 정말이지 구제 불능 같은 아이였다.
갓 태어났을 때에야 무척 예뻐했다. 두 사람의 외모에서 가장 좋은 부분만 타고난 것처럼 예쁜 아이였다. 어릴 때부터 순한 편에 속해 까다롭게 군 적도 없었고 부모 말을 거역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강현진에게 연기자로서의 재능이 없다는 게 확인되었을 때, 그들은 화가 났다.
실망스럽다 못해 분노가 치밀었다. 그들이 실패한 것만 같아서. 대중이 선망하는 두 연기자가 ‘만들어 낸’ 자식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그런 아들을 세상에 내보였다는 게 수치스러워서. 강현진이 대중에게 비웃음당할수록 자신들의 재능까지 모욕당하는 듯해서.
그러니 그들의 행동은 정당했다. 더 가열차게 강현진을 밀어붙이고, 자신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애를 쓰는 건 당연했다.
자식이, 나아가 가족이 불명예에 휩싸이는 걸 어떻게 가만두겠는가.
-저 춤을 추고 싶어요.
그러다 끝내 강현진이 완전히 엇나가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끝내 뮤지컬까지 강현진을 보낸 게 실책이었던 걸까. 연기는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했던 아이가 스포트라이트 아래 춤을 추는 데에는 왜 그리 관심을 보인 건지.
사람들은 왜 그들의 자식에게, 그들과 관련되어 있지 않은 재능을 타고났다 말하는지.
‘아이돌이라니, 그런 헛된 걸.’
한편으로 그들은 걱정스러웠다. 부모로서 강현진이 헛된 일에 마음을 쏟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둘 수만도 없었던 것이다.
다수의 대중에게 끝도 없이 자신을 보여 주어야만 살아남는 직업이다. 끝도 없이 트집 잡힐 테고 애완동물이라도 된 것처럼 아양을 떨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업신여겨지는 강현진의 뒤에는 언제나 자신들이 있을 거다.
대중은 강현진을 귀애하는 듯 굴면서, 자신들이 함부로 입에 올리고 적선하듯 애정을 주듯 굴면서 끝내 자신들도 하찮게 보게 될 거란 뜻이다. 선망받아 마땅한 ‘완벽한 가족’이 강현진의 존재로 우습게 변하고 마는 거다.
“우린 언제나 널 위했어. 널 위해 가장 최선의 길을 마련해 주려고 했을 뿐이야, 어떻게 그걸 그렇게 몰라! 어떻게 우리 마음을 그렇게 이기적으로 알아들어!”
“그게 어떻게 절 위한 게 될까요. 그 길은 온전히 두 분의 관점에서 나온, 두 분의 최선이었을 뿐인데. 그 안에 제 의견이 단 한 번이라도 포함된 적은 없었지 않나요.”
그러니 고마워해야 마땅한데. 부족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으면 순순히 굴 줄 알아야 하는데. 자신들의 맏아들은 또 어째서 이러나.
왜 이렇게 실망만 시키나.
“전 단 한 번도 부모님이 원하는 가족이었던 적이 없잖아요.”
왜 이렇게 몰라주나.
“제가 왜 두 분을 알아줘야 하죠?”
왜 이렇게 이기적으로…….
“두 분은 단 한 번도 절 인정한 적도, 알려고 시도한 적도 없는데. 왜 항상… 저만 그렇게 해야 하죠?”
“……!”
강호석과 윤희연은 당황한 채 자신들의 맏아들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들이 강현진과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거의 처음이라는 것을.
자신들이 윽박지를 때, 강현진은 언제나 고개를 숙인 채였다.
식탁에 앉은 채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으고 강현진은 가만히 자신들의 말을 들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붉어지는 귀를 통해 그들은 강현진이 제대로 듣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언제나 반성하는 마음으로 귀를 붉힌 것이었을 테니까. 부족한 자신을 수치스러워하는 마음이 그렇게 드러난 것이었을 테니.
그런데.
“한 번도 제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신경 쓴 적 없으시잖아요. 제가 어떤 마음으로 두 분의 고함을 듣고 있었는지 따위에 대해서는 물어보신 적조차 없잖아요. 그런데 제가 왜 부모님의 힘듦을 알아줘야 하나요. 그건 이미 지난 이십여 년간 충분히 했는데.”
실은 아니었던 걸까.
그 붉어진 귀는, 실은 수치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던 걸까. 강현진은 그때 주먹을 쥔 채 다른 무언가를 참아 내고 있었던 걸까.
“그러니 이젠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오랫동안 스스로 생각을 거부했지만… 이제야 겨우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실은 언제나 알고 있었던 사실을, 이제 인정할 수 있으니까.”
“…….”
“전 단 한 번도 부모님의 가족이었던 적이 없단 걸요.”
울분을.
매순간 가족으로부터 내쳐지는 데서 오는 좌절을, 그로부터 비롯된 슬픔을 누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지금 얼굴을 든 강현진은. 자신들과 똑바로 마주 본 채 그들이 처음 보는 냉막한 얼굴을 하고 있는 강현진은 대체 무엇을 결심한 건가.
“그러니 제가 지켜야 하는 건 두 분이 아니에요. 다른 쪽이죠.”
“뭐?”
“전 현아랑 현민이를 지킬 겁니다. 그리고 원디어를, …지금 제게 가장 소중한 걸 어떻게든 지켜 낼 겁니다. 그래서 온 거예요. 이제야 부모님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대체 자신의 부모에게 뭘 하려 드는 건가.
“두 분을 가족으로 대하지 않기로 결정한 후에나 할 수 있는 거니까, 이건.”
“……!”
강현진은 잠시 심호흡을 한 채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 식탁에 올려 두었다. 계약서에는 강현진이 데뷔할 당시, 자신들의 참관 아래 드림엑터스와 그들이 나누었던 계약 내용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파기해 주세요. 저는 드림엑터스에서 시키는 개인 활동을 거부할 겁니다.”
“뭐라고?”
“연기는 다신 하지 않겠습니다. 팀 활동에만 집중하겠습니다. 개인 활동이 시작되는 때를 기점으로 소속사도 로드 엔터로 이적할 거고요.”
같잖은 말에 강석호와 윤희연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강현진은 말도 안 되는 요구 조건을 자신들에게 들이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받아들일 리 없는, 이미 본인도 알고 있을 부탁을.
“내가 저번에 말했지. 그렇게 하고 싶다면 현아를 먼저…….”
두 명이 가르치는 듯한 어조로 강현진을 향해 입을 열었을 때였다.
“현아에게서도, 현민이에게서도 손 떼시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시면 단독 인터뷰를 잡고 두 분이 그렇게 지켜 내고 싶어 하시던 완벽한 가족의 이미지, 제가 파탄 내 드릴 테니까.”
“…뭐?”
그들은 곧 들려온 단조로운 음성에 순간 굳을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좋을까요. 어릴 때 두 분이 절 아역 배우로 만들려다 실패하자 강제로 작품을 포기하게 만드셨던 것? [캐치 탤런트>가 실은 자진 사퇴가 아니었다는 것? 드림엑터스가 절 방치한 사실과 그 뒤에 두 분이 있었다는 것?”
“강현진!”
“매 순간 두 분이 절 수치스러운 아들 취급했다는 것부터 말할까요?”
이런 순간은 그들이 정말이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펴질 대로 지펴진 불 사이로 기름통을 들이붓는 꼴이 되겠죠. 당사자가 직접 입을 여는 것이니 사람들은 좋아할 겁니다. 논란은 절대 쉽게 가라앉지 않을 테고요.”
언제나 고개를 숙인 채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던 강현진이 이런 식으로 자신들에게 부탁이 아닌 협박을 건넬 날이 올 줄은, 정말로 알지 못했으니까.
“넌… 넌 절대 그렇게 못 해. 그렇게 되면 네 동생들까지…….”
강석호는 더듬거리는 음성으로 일단 부정하고 들었다. 강현진이 설마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들은 강현진이 어떤 성격인지를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에 대한 강현진의 반박은 빠르고 정확했다.
“현아랑 현민이는 괜찮을 겁니다. 잘못한 게 없으니까. 지금까지 한 것이라고는 부모님의 강압에 따라 움직인 것밖에 없으니 사람들은 그 애들을 동정하겠죠. ‘더 좋은 활동으로, 원하는 활동으로 보답해 달라’고 하겠고요. 문제는 오로지 두 분에게만 있을 겁니다.”
“…….”
“완벽한 가족을 원하셨죠. 지금까지 이미지 메이킹을 열심히 하셨고요. 하지만 대중의 성격은 두 분이 오히려 저보다 잘 아시잖아요.”
평소 완전무결한 이미지를 보여 주었을수록, 아주 작은 티끌도 치명적일 정도로 커다랗게 보이는 법이라는 걸.
그 티끌 하나가 끝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두 분을 끌어내릴 수도 있으리라는 걸.
“제가 그렇게 되도록 만들 겁니다. 두 분이 절대 쉽게 대중 앞에 복귀할 수 없게 할 거예요. 현아랑 현민이가 저 같은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면, 전 뭐든 합니다. 그게 두 분을 대중 앞에 먹잇감으로 던져 주는 일이라고 해도 기꺼이 하겠습니다.”
“너라고 무사할 것 같아? 너는 지금 우리 덕에 그 자리에 있는 거야! 우리가 추락하면 너는 멀쩡할 것 같아! 너라고 대중에게 공격받지 않을 것 같냐고!”
윤희연은 분노해 소리쳤다. 배은망덕하기 짝이 없단 생각에 온몸이 떨렸다.
그 얼굴도, 그 인지도도 모두 자신들이 만들어 준 건데. 부모로서 조금 엄했다 한들 끝내 지금 제가 아이돌이 된 데에는 자신들의 몫도 있는 법인데.
하지만, 강현진은 조용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공격받지 않을 거예요. 완벽하다 생각한 사람들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무결한 희생양이 필요한 법이잖아요.”
“……!”
“대중들은 더 확실하게 두 분을 끌어내리기 위해서라도 절 가만히 놔둘 겁니다. 지금, 판은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온갖 지지를 보내려고 하겠죠. 동정론이란 무서운 거니까.”
강현진의 얼굴에는 웃음기조차 없었다. 그 때문일까, 두 명은 더럭 겁을 먹었다.
그가 진짜 그렇게 할 것 같아서. 정말로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스스로 고발자가 되어 버릴 듯해서.
그렇게 자신들의 완벽한 이미지를 나락으로 끌어내릴 것 같아서.
치솟는 두려움에 그들이 침묵하는 동안, 강현진은 단호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이제 와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제가 아이돌이 된 건 제가 노력했기 때문이에요. 그 안에 두 분의 지분은 조금도 없습니다.”
“……!”
“두 분이 절 강제하려 들었음에도 포기하지 않은 건 저였고, 첫 번째 슬럼프를 이겨 낸 건 온전히 제가 노력한 덕이었어요. 두 번째 슬럼프는…….”
그리고, 강현진의 얼굴에는 곧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
그 미소는 자신들에게 보이는 표정과 질적으로 너무나 달랐다. 그 표정은 비웃는 것 같지도, 위협하는 것 같지도, 억지 같지도 않았다.
“…당시에는 제가 싫어했던 친구가, 부모님이 저와 함께 막으려 들었던 제 멤버가 절 이끌어 준 덕분이었어요. 그건 지금도 그렇고요.”
그 미소는 강현진 스스로가 원해서, 아주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이었으니까.
다만 그 미소는 그리 오래 입가에 머물러 있지 못했다. 회상하듯 잠시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시선이 강석호와 윤희연에게 다시 고정된 후, 강현진의 얼굴은 다시금 굳어진 거다.
그 후 강현진은 말했다.
“단 한 번도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지 않으셨으면서. 절 도울 생각조차 하지 않으셨으면서 저와 멤버들의 노력에 조금이라도 발 들이미시는 거… 불쾌합니다.”
이제는 그 어떤 간섭도, 그 어떤 주제넘은 착각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강현진은 자신이 제 부모에게 배운 유일한 것을 제대로 사용해 먹었다. 이것만큼은 그 두 사람이 강현진에게 아주 제대로 물려주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듯했다.
“요구 조건을 받아 주시지 않는다면 당장 행동하겠습니다. 만약 저와 현아, 현민이를 놓아주신다면 두 분의 완벽한 가족 놀이를 망치지는 않겠습니다. 지금까지처럼 명절 때마다 본가에 방문해 원하는 대로 행세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뿐이에요.”
“가족 놀이……?”
“두 분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방패가 되어 드리겠단 뜻이에요. 하지만, 제가 두 분에게 아들 취급당할 일은 더는 없을 겁니다. …그건 평소에도 그랬던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강현진은 평생을 그 두 사람에게서 같은 모습을 보아 왔기에 그 모습을 따라 할 수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강석호와 윤희연은 언제나 강현진의 앞에서는 우위에 선 채 무기를 손에 쥐고 자신만의 입장을 강요해 왔었으니까.
“그러니 선택하세요. 두 분이 주장하시는 대로 자식들의 앞길을 위해 끝까지 저희를 강제하고 본인들의 이미지를 포기하시든가, 아니면…….”
“…….”
“…두 분의 이미지를 지키고 저희를 놓아주시든가. 그 하나를요.”
그로 인해 끝내 원하는 것을 어떻게든 얻어 내고야 마는 집요함을 보여 왔었으니.
언제나 피해자의 입장에서 침묵하고 있던 강현진이 이제는 그 모습을 꾸며 내고 되돌려 줄 수 있게 된 것. 그렇게 자라난 것.
그것만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단 하나일 터였다.
“…….”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무기를 휘두르는 쪽은 원하는 것을 얻어 낼 수 있게 될 터였다.
수십 년을 참아 온 강현진에게는 틀어잡혀 반격당할 약점 따위는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그가 품고 있는 ‘이야기’란, 가족의 탈을 쓰고 폭력을 이어 온 입장에선 그 누구보다 무서운 것이 될 수밖에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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