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530)
530화
원디어가 또 한 번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것은 꾸준히 성장해 온 덕도 있었지만 이른바 ‘상황’이 도와준 덕도 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상황은 온전히 좋은 것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
월드 투어를 위해 한국을 비운 동안 진행된 해외 아티스트와의 챌린지. 뜻밖의 만남을 통해 커뮤니티마다 언급됨으로써 내내 이슈의 주인공으로 자리를 지켰던 덕도 있다면, 컴백 직전까지 터져 올랐던 온갖 구설수와 논란도 ‘상황’을 만들어 주는 데는 한몫했던 것이다.
좋은 일은 좋은 일이기에, 나쁜 일은 나쁜 일이기에 모인 대중의 ‘시선’들. 그는 곧 인지도와 호기심이 되며 원디어의 활동을 밀어주는 효과를 낳았다.
-얘들아 난 그 말 원디어 보면서 항상 느낀다 빠만 많다면 그건 매니아지만 진정한 슈퍼스타는 까와 빠를 둘다 미치게 만든다는 거ㅋㅋㅋㅋ
-원디어 그냥 아이돌 되려고 태어난 애들의 집합체야 너무 잘나가는 애들이라 어디에나 멱살 잡혀서 끌려나오는데 또 정신 차리고 보면 억까랑 논란 다 빗겨 나가 있고 악재가 호재가 돼 있음ㅋㅋㅋㅋ
-유어원만큼 멘탈 강철인 팬덤 없을듯ㅋㅋㅋㅋ 무슨 일 있든 우리 애들 괜찮아요ㅎㅎ 사고칠 애들 아닙니다^^ 이러고 있어 유입 초기인 팬들만 어떡해요?!ㅠㅠ 이러다 몇 달 지나면 그사람들도 괜찮아요^^우리애들 그런애들 아니에요 하고 믿음풀충전됨ㅋㅋㅋ
-사건사고가 일어나도 일단 팬들을 믿게 하는 아이돌.. 그리고 그 믿음을 절대 배반 안하는 아이돌… 정말 귀하다..
이에 팬들은 조금은 더 단단해진 시선으로 원디어를 지켜볼 수 있게 된 터였다.
원디어가 자신들에게 붙는 억까를 어떻게 부정하는지, 자신들의 활동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것을 유어원에게 어떻게 증명해 내는지 이미 몇 번이고 지켜보지 않았나.
-원디어는 정말 끊임없이 성장한다
-매 활동기마다 말하는 건데 원디어는 진짜 유입이 끊이질 않네;; 이쯤이면 멈출 때 됐지 슬슬 들어올 만한 사람들은 다 들어왔다 문 닫아 걸리겠지 싶은데 그냥 문 상시오픈돼있고 사람들 언제나 쏟아져 들어오는 중임ㅋㅋㅋㅋㅋ
-유어원이 신기한 팬덤인 이유: 멤버 전생(디어돌 이전) 유입 디어돌 유입 데뷔초 유입 월투 공백기 유입 덕질 1개월차 덕질 하루차 이 모든 사람들이 한 팬덤으로 공존함
-원디어가 대체 어떤 그룹이야 하고 들어온 사람들 맨날 멱살잡혀서 정신 차리고 보면 티켓팅하고 있는 거 유어원 종특아니었음?
그것은 멈추지 않는 성장세를 원디어라는 팀에 붙게 할 수밖에 없었다.
본업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팬들에게 믿음을 주고, 그것을 안정적으로 지켜 내는 아이돌이 무너질 일은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위기가 기회로 작용해 원디어가 또 한 번 사람들의 시선 속 다수의 유입을 이끌어 내며 유의미한 기록을 세웠다는 데 유어원은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활동이 마무리될 무렵 팬덤에서는 아쉬운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씨 아쉽다.. 활동 좀만 더 길고 프로모션 조금만 더 붙어 있었으면 더 좋은 성적도 가능했을 것 같음
-원디어 커하 찍은 김에 모르는 척하고 일주일만 더 활동해주면 안되냐 그냥 내가 다 아쉬워서 그래ㅠ 뒤에 콘서트 쫙 잡혀 있는 건 아는데요 그냥 제가 개아쉽다고요ㅠ
이번 활동기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반면, 원디어의 활동기는 짧기만 하다는 것에 여전히 아쉬움이 느껴졌던 것이다.
초반의 프로모션을 조금 더 공격적으로 이어 갔다면. 무엇보다도 활동기가 좀 더 길게 이어졌다면 음원 부문 1위도 문제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뒤따른 탓이었다.
그런 가능성을 앞두고 또 한 번 공백기 시작이라니. 자연스럽게 안타까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지만.
-아 우리 애들 개바빴지
-ㅁㅊ 저희 활동기 끝난 거 아니었냐고요
-얘들아 기버 언제 차트에서 내려가는거냐 지금 몇주째야?;
쓸쓸함을 느낄 일은 없었다.
「원디어 천세림, ‘형님’들과 멕시코 일주로 ‘예능 블루칩’ 활약 예고」
「프리시즌 오웬 허스트 출연? “무대는 유럽” 원디어 리얼리티 시즌3 공개 임박」
「“휴식기 끝” 원디어 자체 컨텐츠 ‘메이크 유어 원디어’ 새 시즌 돌입」
「로드 엔터테인먼트 합동 콘서트, 드디어 베일 벗는다…원디어→넥스트원까지 7월 고척으로 ‘총출동’」
「원디어, 첫 영어 싱글 ‘call on me’로 “글로벌 공략 준비 완료”」
공백기에도 다음 활동을 위한 추진력을 모아 보겠다는 듯, 원디어가 지금껏 해 온 노력의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어질 공백기를 가장 크게 경계한 것은 실은 멤버들이었다는 듯, 멤버들이 시간과 체력을 갈아 넣은 스케줄들이 차례차례 공개되며 화제성은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니까.
* * *
7월 첫째 주가 되었을 무렵, 반년을 넘겨 가며 이어진 원디어의 두 번째 월드 투어는 마침내 공식적으로 끝을 맞이했다.
그 후 오랫동안 준비한 로드 엔터테인먼트의 합동 콘서트를 위해 귀국한 우리는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하기 전, 수일 정도 짧은 휴가를 가지기로 했다.
다만, 그 짧은 휴식기는 재정비 기간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게 더 옳을 터였다.
“멤버들은?”
“회사. 다들 할 일이 있어서.”
그 시간 동안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멤버는 별달리 없었던 것이다.
‘조금 있으면 개인 활동이 시작되니까.’
로드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도지혁, 주단우는 1팀과 함께 개인 활동에 대한 조율을 하고 있었고, 강현진은 드림엑터스와의 계약을 마무리 짓고 로드 엔터로의 이적을 공식화하는 것을 앞두고 있었다.
자신들의 회사가 따로 있는 에이든 리, 천세림, 유찬희는 각자 상황이 조금씩 달랐다.
-우리 대표님 헛짓 안 해. 말했잖아, 계약서에 내가 원하는 것만 하겠다고 조항 넣어서 온 거라고. 우리 대표님은 내가 영국 안 돌아가는 걸로 만족이래. 알아서 하라던데.
에이든 리의 경우, 나인히트 대표의 방침대로 스스로 원하는 활동을 이어 갈 생각인 듯했다. 대부분 작곡과 관련해 원래 하던 일을 그대로 지속하려는 듯싶었고.
-저는 솔직히 좀 쫄았는데…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더라고요. 대충 이야기 들어 보니 얼결에 김진우 덕을 본 것 같아요.
유찬희의 경우 회사 내부에 유찬희를 견제하는 놈이 있다는 게 오히려 그에게 좋게 작용했다는 것 같았다.
데뷔 초 마주쳐 원디어와는 잠깐 갈등을 빚기도 했던 하이어스의 김진우가 여전히 DIO 내부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덕에, DIO에서는 유찬희에게 따로 개인 활동을 시키거나 새 팀으로의 재데뷔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 같았으니까.
때문에 유찬희도 은근슬쩍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이어 나갈 생각인 듯했다.
-이번 해에 가람기획에서 새 아이돌 팀 나오거든요. 그런데 제가 거기 끼면 여러모로 분위기가 망할 것 같은지 일단 거기서는 제외됐어요. 예능 쪽으로는 개인 활동을 좀 할 것 같은데, 팀 활동은 걱정 안 해도 돼요. 2년 후나 좀 경계하면 될 것 같아요.
천세림은 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게 될 듯했다.
중소 기획사인 가람기획의 최고 아웃풋은 명실상부 천세림이기에, 회사 측에서는 어떻게든 천세림을 끼워 넣은 팀을 만들거나 솔로 활동을 시키고 싶은 듯했던 것이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차기 아이돌 팀을 내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인 상태라, 천세림의 솔로 활동은 앨범 발매보다는 예능 출연 쪽으로 집중될 듯했다.
그리고 나는…….
“이리 줘, 유하야. 물은 내가 따를게. 넌 일단 침대에 눕는 게 좋겠다.”
“…….”
…일단 몸부터 낫는 게 최우선이었다.
‘하필 또 열이 나서.’
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서 물통을 빼앗아 드는 현지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테이블 쪽에 앉았다. 현지오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테이블 위에 있는 약을 내게 건네주었다.
“침대에 누우라니까.”
“손님 초대해 놓고 어떻게 그래.”
“…몸 많이 안 좋아? 왠지 네가 귀국하고서도 운동하러 안 온다 싶기는 했는데, 역시 아팠던 거였구나. 하긴, 유하 너는 예전에도 며칠 밤을 새워서 연습하다가 평가 끝나고 자주 앓아누웠었지.”
“…그때랑 지금은 좀 달라.”
“다르긴. 그때랑 지금이랑 똑같은 것 같은데.”
“아니…….”
진짜 다른데.
나는 나무라듯 고개를 젓는 현지오에게 무어라 더 항변하려다 말고 입을 꾹 다물었다. 여기서 더 뭘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간만에 페널티를 맞고 있는 거라고 말할 순 없으니까.’
내가 ‘왜’ 아픈 것인지를 이야기하기에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것들이 꽤 많았던 탓이었다.
『업적 달성 완료!』
당신은 과거의 ‘불운’을 ‘행운’으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보상: 불운 룰렛권(1회)
‘과거의 재현’을 잘 넘겼다는 걸 알게 된 건 리패키지 활동이 끝이 나고 남은 투어를 위한 출국을 앞두었을 때였다.
공항으로의 출발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개인 짐을 점검할 즈음, 마침내 떠오른 시스템 창에 안도하다 말고 나는 완전히 굳어 버리고 말았다.
띵동!
『과거의 재현!』
당신의 ‘운’이 재현됩니다.
이번에는 ‘불운’을 ‘행운’으로 만들어 보세요.
이번에는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버그가 또 한 번의 오류를 내 눈앞에 들이밀었기 때문이었다.
‘연속이라고?’
한 번 과거의 재현을 넘기면 버그는 재정비 시간을 가지기라도 하는 듯 한동안 잠잠해지곤 했다. 시스템에 끼어들어 오류를 만들어 내는 데에도 일종의 제약이 있다는 것처럼, 한 번의 실패가 뒤따르면 그 후에는 바로 숨을 죽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바로 또 한 번 과거의 재현을 내던졌다는 건.’
버그가 강해졌거나, 혹은 버그의 침입이 쉬워질 정도로 내가 불안정해졌다는 뜻일 터였다.
…어쩌면 그 둘 다일 수도 있고.
“피곤해? 자꾸 눈을 만지네.”
“…좀, 눈앞이 침침해서.”
“유하 네가 시력이 안 좋았던가……?”
그 때문이었다. 이번의 페널티는.
과거의 재현은 과거 내 삶에 일어났던 사건을 현실로 끌어 오는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미리 알 수 없기에, 내내 경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하. 요즘 뭐 신경 쓰이는 거 있어?
-…왜?
-흠, 아니~ 시간만 되면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서. 우리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했지. 꼭 우리를 살피는 거 같잖아.
때문에 나는 바로 최근까지도 통찰안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 경계는 갑작스럽게 무너지고 말았다.
-…윽!
-유하야!
예상하지 못했던 디버프를 마주하게 되었으니까.
통찰안을 켠 채 몇 개월간 생활해 가며 몸에 부담이 쌓이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기는 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정보가 축적되어 뇌에 과부하가 걸리고, 스스로 피로를 느껴도 멈추기보다는 더 집요하게 ‘눈’을 유지했으니까.
‘…너무 오래 발동했기 때문인지, 종종 이상한 것들이 보이려고도 했고.’
그럼에도 멈출 순 없었다. 멤버들의 머리 위 운은 언제나 가볍게 흔들렸지만, 높은 폭으로 하락할 기미를 보이진 않았던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는 사실은 확실한데, 그 전조가 보이지 않는다.
시스템 창이 뜬 이상 안도할 수는 없다고 느낀 나는 어떻게든 단서를 잡기 위해 통찰안을 유지시켰다. 그리고 그 강박적인 행동의 대가는 이번에는 버그가 아닌 시스템을 통해 확실히 내게 부여되었다.
『WARNING!』
‘통찰안’의 힘을 과용한 당신에게 디버프가 주어집니다.
진행 페널티: 1주일간의 강제 휴식, ‘통찰안’ 강제 잠금(D-60)
※통찰안이 잠금되어 있는 동안 시력 기능이 저하됩니다.
통찰안을 사용한 대가로 주어진 과부하를 그대로 몸으로 맞게 된 거다.
‘디버프는 간만이었지.’
지금까지는 시스템에 의해 디버프가 주어질 일이 없었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 끝난 후 미션을 받을 일은 없었던 데다, 주어진 ‘운’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룰렛만 굴려 왔었으니까.
몸살까지는 괜찮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 때와는 달리 피로감을 느끼되 몸을 움직일 필요 없이 그대로 누워 쉬기만 하면 됐으니까.
“눈까지 침침해졌을 정도면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 대화할 수 있고 얼굴 마주 볼 수 있으면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하지만 눈은 달랐다.
‘통찰안이 없으면 일어나는 일에 곧장 대응할 수가 없어져.’
과거의 재현이 떠오른 지금, 디버프를 그대로 감당하는 건 꽤나 뼈아팠으니까.
그 때문이었다.
“그 말 너희 멤버들이 들으면 화내지 않을까, 유하야.”
“…난 네가 이르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방심하지는 마. 나 이든이랑 자주 연락하는 거 알잖아.”
“…….”
“…유하 너는 가끔… 나도 너를 많이 걱정한다는 걸 잊는 것 같아. 아픈 애 상대로 화낼 생각은 없지만. 네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고맙다.”
“됐어, 나도 네가 나쁜 상황과 맞닥뜨리는 건 싫으니까.”
현지오에게 숙소까지 와 달라 부탁한 것은.
“일단 지금 알아낸 것만 말해 줄게. 지금 권 실장님의 방향성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불리한 상황일수록 중요한 건, 어떻게 앞일을 미리 내다보고 대처하는가였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