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531)
531화
“지난번과 비교했을 때 방침 자체가 달라진 건 아냐. 권 실장님은 여전히 대중의 눈치를 보고 있어. 그러니 네가 그룹 활동을 하는 건 그냥 내버려 둘 거야.”
“그럼 권 실장이 따로 계획해 두고 있는 건 없다고 보면 되는 건가?”
“아니. 그분이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건 유하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권 실장님은 그저 방식을 다르게 쓰기로 한 것뿐이야. 기존의 방법은 실패했으니까.”
현지오는 내가 몸살 약을 먹는 것을 모두 보고 난 이후에나 이야기를 시작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는 듯 제 관자놀이를 꾹 누르던 그는, 이내 한숨을 쉬곤 입을 열었다.
“9월에 KRM 합동 콘서트가 열릴 거야. 유하, 너는 그 콘서트에서 솔로 무대와 함께 컬래버 무대를 두어 개 정도 준비하게 될 거고. 곧 로드 엔터 쪽으로도 통보가 가겠지.”
“…그런 쪽으로 나가기로 한 건가.”
그리고 나는 현지오의 말을 들은 후에야 여러 가지로 의문점이 많았던 권 실장의 태도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권 실장이 로드 엔터테인먼트 측에 순순한 태도를 보이는 건 당연한 반응이었다. 권 실장은 원디어를 압박하기 위해 LON과 오키드를 패로 써먹음으로써 유어원을 비롯해 다수의 팬덤으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지 않나.
본인이 백이현에게 큰 실책을 저지르기도 한 만큼, 권 실장은 팬덤 앞에 예전만큼 떳떳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나를 압박하고 있지 않은 척 한동안 날 내버려 둔 거고.
그러나 개인 활동에 대한 논의가 오가기 시작했을 때, 원디어를 데뷔시켜 주었던 [디자인 유어 아이돌>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당연히 지킬 것이라며 몸을 빼는 것에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원디어 일곱 명의 본 소속사 중 KRM만큼 데뷔 초부터 변치 않은 스탠스를 보여 왔던 소속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개인 활동이 시작되는 때부터 슬슬 나를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 왔었으니까.
눈치를 보고 있다고는 한들 나를 풀어 두지 않겠다는 입장만은 변하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순순한 태도에 현재 KRM이 뭘 꾸미는 건지 알아 달라고 현지오에게 부탁한 것이었는데, 권 실장의 이후 방침을 들으니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제는 훤히 보이는 듯했다.
“억압으로는 눈치가 보이니 이젠 회유해 보겠다는 거군.”
“응, 맞아. 그걸 위해 권 실장님은 너와 KRM 소속 아티스트들과의 연결 고리를 이용할 생각인 것 같고.”
권 실장이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이번에는 옥죄는 게 아닌 꾀어내는 쪽을 선택했다는 걸 말이다.
‘컬래버 무대를 꾸리게 된다면 그 대상은 현지오 본인과 백이현이 되겠지.’
문제가 될 일도 아니다. 난 확실히 KRM 소속이고, 그런 내가 합동 콘서트에 나서는 건 실은 당연한 일이니까. 그 둘과의 무대라면 내가 KRM과 엮인다는 데 불편함을 드러내는 팬분들의 호기심도 쉽게 끌 수 있을 테고.
권 실장은 지금까지 원디어를 억압하는 쪽으로 내 목줄을 틀어쥐려 했다. 활동을 방해하고, 제 권력을 과시하며 내가 KRM를 두려워해 스스로 몸을 낮추게끔 짓누르려 했단 거다.
‘하지만 그건 정면으로 실패해 버렸다.’
그러나, 그 방법은 수많은 구설수만을 낳은 채 성과 없이 종료되었다. 치명적인 리스크만 남긴 채 오히려 본인이 몸을 수그리게 되는 결과만 낳은 것이다.
“대놓고 널 빼 가려는 티를 내려고 하진 않을 거야. 하지만 지속적으로 네가 카르마 식구라는 걸 알려 주려고 온갖 행사에 참여시키고 널 동원할 거야. 그렇게 네 팬들을 꾀어낼 테고.”
“…노리는 건 분란인가?”
“맞아. 카르마만이 네게 줄 수 있는 색깔, 지원, 관계도, 그 모든 것들을 미끼로 내걸고 유혹하려 들겠지. 분명 네 팬분들 중에는 그쪽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그 때문에 권 실장은 이제 대놓고 방향성을 바꿔 나를, 그리고 나를 지켜보는 팬분들을 꾀어내기로 결정한 듯했다.
‘KRM는 충분히 자신이 있을 테니까.’
‘원유하’를 원디어에서와는 다르게 써먹는 방식으로 나를 지지하고 있는 팬분들을 혹하게 만들 자신이.
KRM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자본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형 엔터테인먼트다. 그만큼 아이돌을 키워 내는 노하우와 아티스트의 색깔을 만들어 주는 데 최적화돼 있는 전문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나를 리브랜딩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
로드 엔터테인먼트와 원디어가 내게 만들어 주는 색깔과는 전혀 다른 식으로 ‘원유하’라는 아이돌을 재창조하면서, KRM에 소속된 채로의 활동도 나쁘지 않다는 걸 어필하는 거다.
“벌써 네게 줄 곡 수급 시작한 것 같아. A&R 팀이 한참 바쁘다는 것 같으니까. 당장 솔로 활동까지 시킬 생각은 없는 것 같지만… 아마 합동 콘서트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음원 발매 정도는 하게 될 거야.”
“그러다 반응이 좋으면 바로 다음 곡을 준비해 활동시키려고 하겠지. 그렇게 그룹 활동은 뒷전으로 둔 채 솔로 활동의 지분을 넓혀 갈 테고.”
“응. 분명 그렇게 될 거야.”
원디어를 나선 원유하도 괜찮을 것이라는 착각을 대중에게 심어 주기 위해서.
‘이 방법은 먹히겠지.’
그리고, 나는 권 실장의 바뀐 방침이 팬분들에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현재 나를 지지해 주시는 팬분들은 대부분 내가 원디어를 지속하기를 바라고 있다. 내가 꾸준히 원디어로서의 활동을 원해 온 데다 팀으로서 굵직한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는 것에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본 소속사인 KRM가 계속해서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 이상에야 더더욱.’
그러나 KRM의 태도가 변화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근데 카르마에서 활동하는 유하도 한번쯤 보고싶긴 해ㅋㅋㅋ 카르마라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잖아 카르마 대한민국에서 제일 곡 수급 잘하고 회사 색깔도 잘 가져가면서 아티스트 정체성 만들어주는 데 특화돼있으니까..ㅇㅇ 유하도 궁금하긴 하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엔터 업계라 나 항상 IF의 상황을 예상하면서 사는데 혹시 UH가 솔로 활동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게 되면 로드 엔터가 나을까 카르마가 나을까? 개인적으로 활동 지원 더 잘해주고 미래 탄탄히 만들어 줄 곳은 카르마같긴 해서
-윶하가 LON으로 데뷔했으면 어땠을까[이 상상 실은 안해보는 건 아니라서ㅋㅋ 카르마가 윶하로 뭔 계획을 갖고 있을지가 좀 궁금하긴 함.. 윶하 중심에 두고 새 팀 짜주려고 할지 솔로 시키려고 할지.. 하 시발 개짓거리만 안했으면 기대했을수도있는디ㅅㅂ
KRM에 소속된 채 활동하는 원유하를 궁금해하는 팬분들 또한 분명 있으니까.
‘KRM이 원하는 건 그거겠지.’
나를 리브랜딩하는 데 총력을 쏟아 주며 대형 엔터사로서의 매력을 어필하는 거다. 로드 엔터가 해 줄 수 없는 것을 본인들이 해 줄 수 있다고 대놓고 팬분들을 흔들기 위해서.
‘그리고 팬분들은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이돌 원유하의 수명이 늘어나기를, 더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건 팬분들의 당연한 호기심이고 요구니까.
현재 나를 지지해 주고 계시는 팬분들 사이에서 KRM의 평판은 그야말로 바닥을 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내가 연습생이었던 시절부터의 이야기가 워낙 널리 퍼져 있는 데다, 원디어로 데뷔한 이후 자사 소속 아티스트와의 동발 따위로 KRM가 대놓고 장난질을 친 탓에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으신 분들도 많으니까.
‘하지만 순순한 태도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잊기 시작하겠지. 괜찮아졌을 거라고 생각하게 될 테고.’
분명 넘어가지 않는 팬분들도 있을 것이다. KRM가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절대 잊지 않고 끊임없이 우려하는 팬분들도 많을 테니까.
하지만, 분명 KRM로서의 회귀를 원하는 팬분들 또한 생길 터였다.
-소신발언 하겠습니다.. 전 솔직히 유하가 꼭 1뎌여야만 한다고는 생각 안해요 솔직히 유하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만 완벽하다면 솔로든 새 팀이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함..
-지금 팀 멤버들한테 정 안 든 건 아닌데 커리어적으로 생각했을 때 더 빨리 더 위까지 밀어줄 수 있는 건 실은 카르마라고도 생각해 신분세탁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냥 좀 더 오래 1U하라는 아이돌을 볼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해서
-칾마 뭐 잘못 처드심? 요즘 왜이렇게 사근사근함? 솔직히 지금만큼 팬들한테 고개 잘 숙이고 아티스트 지원 잘해주면 안 돌아갈 이유도 없을거같긴 해;;; 우리가 계속 신경 쓰는 거 알 테고 U하 아까운 건 지들이니까 잘해주겠지 그럼 돌아가도 ㄱㅊ지 않아?
-어차피 카르마가 자사 소속 아티스트 안 놔줄 거란 건 기정사실이라.. ㅇㅎ 줏대 잘 알고 있어서 난 실은 좀 걱정이야 괜히 법적 소송까지 가면 시간만 버리고 활동 못하고 서로 손해일 것 같아서ㅠ 법적 소송까지 갈 거면 난 그냥 조용히 돌아갔으면 해…
내 활동을 바라는 팬분들의 시선은 모두 다르니까.
팀을 포기할 수 없다 여기는 팬분들도 있지만 당연하게도 ‘원유하’의 활동만 지속된다면 문제가 없다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는 거다.
‘로드 엔터가 내 활동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들면 로드 엔터테인먼트를 밀어주시겠지. 하지만, KRM가 더 커리어에 이득이라고 생각하게 되시면 입장을 바꾸실 거다.’
나를 지켜본 지 얼마 되지 않으신 팬분들이라면 당장 KRM이 보여 주는 지원에 넘어가실 수밖에 없게 될 테고.
그리고 KRM는 당장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 될 테다.
‘재계약시, 나를 데려갈 우선권을 쥐고 있는 건 KRM이니까.’
KRM가 나를 데려가도 괜찮겠다는 식으로 대중들의 시선이 변화한다면 어느 정도의 불만과 아쉬움은 무시할 수 있게 될 터.
‘원유하가 KRM로 돌아가는 건 말도 안 된다’는 현재의 인식만 없어지면, KRM는 손쉽게 나를 회수해 갈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내가 KRM로 돌아가면 일은 돌이킬 수 없어진다.
“만약 내가 로드 엔터를 벗어나게 되면 권 실장은 언제 그랬다는 듯 얼굴을 바꿀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그분의 방침은 아티스트를 짓누르는 거니까.”
KRM가 순식간에 돌변해도 팬분들을 비롯해 나 또한 할 말이 없어진다는 거다.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내던진 건 이쪽이니까.
“당장 내게 벌을 주려고 하지는 않겠지. 이용해 먹기 위해 데려가려는 걸 테니.”
지난번에 이야기된 대로 차기 남자 아이돌 팀의 초기 인지도를 비롯해 코어를 쌓기 위한 디딤돌 정도로 이용될 거라는 게 가장 큰 가능성이 될 터다.
“…물론 내가 이대로 계속 저항한다면 보여 주기식으로 완전히 찍어 눌릴 가능성도 있겠지만.”
“…….”
물론 그건 내가 권 실장에게 제대로 고개를 숙였을 경우가 되겠지만 말이다.
자본력이 있고, 아티스트 풀이 넓으며, 활동을 지원해 줄 전문 인력이 많다는 것은 다른 말도 될 테니.
“솔직히 카르마에 내가 그렇게까지 필요 있는 인재는 아니지 않나. 쓰기 편한 도구일 뿐이지.”
권 실장에게 저항하며 KRM를 빠져나갔다가 본보기식으로 눌려진 루미엘의 유아연처럼, 나 또한 주변 아티스트들에게 공포를 줄 도구로 사용된 채 영원히 침묵할 수도 있단 거다.
KRM는 아티스트 한 명 한 명이 아쉬울 급의 소속사는 아니니까.
그러니 내가 KRM으로 되돌아가게 된다면, 나는 권 실장이 뭘 시키든 고분고분 따라야 할 터였다. 그게 아이돌을 지속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될 테니.
하지만.
“그런데 별로 고개 숙이고 싶지는 않네.”
“유하야…….”
“그 앞에서 매번 고개를 숙이고 착하게 굴었다가 한 번 크게 얻어맞아서 그런가. 어떤 쪽으로든 불쾌한 상황에 처해진다면.”
“…….”
“…차라리 내가 원하는 대로 하다 짓눌리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만약 모든 일이 어긋나 내가 정말 KRM로 되돌아가게 된다 해도, 다시 고개를 숙이고 싶진 않았다.
“살 만해지긴 했나 봐. 도구 취급이 싫어진 걸 보면.”
여전히 나는 힘에 의해 휘둘리는 상황이 싫었으니까.
그러다 끝내 쥐고 있던 모든 것을 빼앗기는 결과가 온다 해도, 다시금 내 인생을 온전히 타인에게 맡기고 싶지는 않다 생각이 들 만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