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54)
고등학생 팬이 원유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도 무대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흐릿했던 내 삶 속에
-진실의 파편이 드러나
뒤바뀐 운명도 삼켜 내
-마침내 우리를 마주해
-위태로울수록 널 향해
다시금 바뀐 보라색 조명과 함께 스크린 뒤의 도시 위로는 마치 오류가 난 것 같은 단어와 메시지가 송출되다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뒤틀리는 피아노 음 위로 삼각형으로 대형을 이룬 연습생들은 눈을 가리는 포인트 동작을 선보이며 앞으로 나와 서로를 마주보고 섰다.
그리고 상체를 튕기며 몸을 꺾고는 다시금 서로의 몸을 교차하듯 스쳐 지나가는 안무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
빨라지는 bpm 속에서 음악이 고조되었고, 연습생들은 다시 대형을 정비하듯 중앙으로 모여들었다.
그 사이로 등장한 천세림이 중심에서 걸어 나오고, 천세림의 손짓을 중심으로 모였던 대형이 다시금 퍼지며 연습생들은 깔끔한 스텝의 동작을 이어 나갔다.
-Woo~
알 수 없는 너의 play
-출구를 찾은 듯한 표정에
목표를 잃은 sniper가 돼
-피할 수 없이 focus on you
시야 속 세상이 선명해
그렇게 시작된 2절은 1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조금 더 활기를 얻은 듯 풍부해진 사운드 위로 연습생들이 둘씩 페어 안무를 선보이며 나섰다 사이드로 빠지는 동작들이 반복되었다.
서로에게 다가서는 듯하다가 교차되어 멀어지고, 한 명이 쫓고 누군가는 도망치는 듯 엇박으로 달라지는 동작들.
단 한 순간도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계속해서 바뀌는 대형 속에서 고등학생 팬은 홀린 듯 무대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I want you something
anywhere at whenever
-너의 의문을 지워줄 eraser
우리 이야기의 빈 칸을 채워 가
화려한 스텝과 함께 총을 쏘는 듯한 포인트 안무를 통해 각 잡힌 군무를 보여 주던 연습생들은 어느새 V자 대형으로 낮게 몸을 숙였다.
그리고 그런 멤버들 사이에서 리프트로 던져지듯 등장한 건.
-낙인처럼 타오르는 question mark
짙게 물든 네가 남긴 trademark
파워풀한 랩을 선보이는 원유하였다.
-take a shot take a chance
-트랙 위를 달려 기회를 놓치지 마
이 벽을 넘어 사선을 꿰뚫어 나
자신감 있는 랩을 이어 가던 원유하의 뒤로 불쑥 손이 나타난 건 그때였다. 조소하는 듯 비뚤게 미소 지은 도지혁은 그를 누르는 듯한 제스처를 선보이며 센터로 치고 나왔다.
두 명은 거울을 마주보듯 서로를 본 채, 서로를 견제하는 듯한 구도를 취하며 공격적으로 랩을 시작했다.
-아슬아슬한 high wire
-멈출 수 없이 faraway
-미치게 하는 bravery
-되풀이되는 mystery
둘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한 마디씩 랩을 이어 나갔고.
-who is it (who am i)
-where are you (where i am)
-who is it (who am i)
-where are you (where i am)
두 명을 둘러싸고 펼쳐지듯 군무를 선보이는 연습생들 사이에서, 어느 순간 도지혁을 제치고 걸어 나온 원유하는 호소하는 듯 거친 랩을 선보이며 좌중을 압도해 나갔다.
그런 원유하를 바라보며, 고등학생 팬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어떻게 연습생이야……?’
분명 이 팀에 있는 연습생 중 이른바 ‘경력자’는 단 한 명뿐일 텐데.
춤을 더 잘 추는 연습생도, 더 안정적인 대형을 펼치는 연습생도 분명히 있는데.
-불안을 삼키고 숨죽인 동안
아득한 심연으로 떨어져 더 down
어째서 단 한 명만이 눈에 들어오는 걸까.
대형의 어디에 있든, 어째서 원유하의 존재감만은 매 순간 변함없이 느껴지는 거지?
고등학생 팬이 멍하니 생각하는 동안, 원유하의 랩은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in the night 어둠 속 빛난
yellow light 그 눈이 말한
랩을 뱉어 내던 원유하의 등 뒤로 그림자가 따라붙듯 도지혁이 다가선 건 바로 그때였다. 총을 겨누는 듯한 포인트 안무를 이번에는 자신이 아닌 원유하에게 겨눈 도지혁은 속삭이듯 내뱉었다.
-you can never forget me
탕─
“헉!”
이어지는 총소리에 고등학생 팬은 저도 모르게 경악했다. 훅 꺼지듯 몸을 낮춘 원유하의 모습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몸을 굽힌 원유하는 그러나 쓰러지지 않았다. 마치 도지혁의 지휘에 맞추어 조종당하듯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대형의 뒤로 빠진다.
이어지는 일렉기타, V자 대형 속에서 한 몸이 된 것처럼 움직이는 화려한 군무.
어느새 흡수되듯 대형에 합류해 중심이 된 도지혁에 이어, 원유하 또한 합류한 군무는 흠잡을 데 없이 똑바른 동작으로, 타이밍이 어긋나는 듯 차이를 두고 이어지던 1절의 동작들과는 달리 완전한 합일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고등학생 팬은 자신이 어째서 원유하만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깨달았다.
‘표정이…….’
너무 풍부했다.
완전히 무대에 몰입한 듯 긴장감 느껴지는 무빙에 이어 시시각각 바뀌며 서사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듯한 표정 연기, 절대로 카메라를 놓치지 않는 시선 처리까지.
표정 연기를 잘하는 연습생은 원유하를 제외하고도 분명 팀에 존재했으나, 원유하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동작 하나하나와 가사 한 마디마다 시시각각으로 달라지고 표현되는 그 풍부한 감정이 무대를 보고 있는 관중에게도 뚜렷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그 전달력은 바로 존재감이 되어 무대를 바라보는 관중에게 연결되었다.
-밀어내던 세상이 온전한 기분
흩어지던 말들이 선명히 울려
또 한 번 두 명이 군무를 이어 나가던 연습생들 속에서 느릿한 동작과 함께 빠져나왔다.
머리를 쓸어 넘기는 동작과 함께 몸을 꺾듯이 그루비하게 움직이며, 유찬희가 음정을 높여 노래했다.
-무력하던 지난날은
깊은 memory 저편으로 지워!
허스키한 목소리를 잘 유지하며 안정적인 보컬을 선보인 유찬희에 이어, 황영오는 브리지의 마무리 부분에서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진행되는 피아노 음에 따라 음을 높여 곡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고음을 선보였다.
그리고 낮게 깔리는 피아노 음에 맞추어 꺾이듯 움직이는 팔과 다리의 무빙, 깔리는 후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모든 동작이 맞아떨어지는 연습생들의 군무를 보며 고등학생 팬은 이 노래의 콘셉트를 마침내 알 수 있었다.
-진실의 파편이 드러나
뒤바뀐 운명을 풀어내
마침내 우리를 마주해
오키드의 원곡과 주단우가 속해 있던 또 다른 팀이 정말로 ‘치유’를 노래했다면.
-서로의 영역은 similar
한계를 넘어서 널 향해
이 노래의 콘셉트는 ‘소멸’이라는 걸.
노래하는 동안 이어지던 쫓고 쫓기는 릴레이가 마침내 끝이 나고, 한 명의 죽음으로써 마침내 남은 한 명은 완전해졌다는 뜻임을.
-same but different
other and another
I don’t wander anymore
Cuz we finally know
다시금 눈을 강조하는 포인트 안무에 이어 연습생들은 어느새 잦아든 사운드에 따라 부드럽게 몸을 움직였다. 뒤돌아서는 사람들 사이로 노래하듯 랩을 이어 가는 원유하.
연습생들은 오류가 사라진 채 또렷해진 빌딩 숲을 배경으로 두고, 천천히 뒤로 걸었다. 그리고 오프닝에서 그랬듯 다시금 하나의 대형으로 뭉쳐 몸을 낮추고 고개를 숙였다.
-yeah, yeah…….
이어지는 낮은 허밍과 스내핑, 배부른 듯한 미소와 포식자 같은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센터, 천세림의 모습과 함께 멀어지는 카메라.
어두워지는 조명, 잦아드는 사운드.
노래가 끊기는 순간 동시에 기이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연습생들의 모습으로 영상은 마침내 끝이 났다.
“…….”
“하… 미쳤지.”
감격이라도 한 듯 중얼거리며 태블릿을 끄는 친구의 말에 고등학생 팬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흠칫 놀라고 말았다.
‘미쳤나?’
너무 넋을 잃고 봤다는 생각에 잠시 자존심이 상한 고등학생 팬은 적당히 얼버무리듯 감상을 뱉었다.
“뭐, 괜찮네.”
“그럼 미튜브 좋아요 누르고 에이넷 홈페이지 가서 도지혁 투표 좀 해 줘. 개인 직캠 영상도 있으니까 그것도 한번 봐 주고.”
“조금 있으면 수업 시작하잖아. 시간 없어.”
그렇게 핀잔을 주고 자리에 앉은 후, 고등학생 팬은 휴대폰을 들어 미튜브에 몰래 영상을 검색해 보았다. 그러고는 스크롤을 내려 덧글을 확인해 보았다.
-아니 이거 연말무대 아니야???
-포지션 변경미션ㅋㅋㅋㅋㅋㅋ진짜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이 정도면 아이돌이 아니라 그냥 장인 양성이 목적인 프로그램인데
-보기 전: 미친놈들 아냐;
본 후: 이게 되네
-1차로 착장에 놀라고 2차로 얼굴에 놀라고 3차로 춤에 놀라고 4차로 콘셉트랑 서사에 놀라고 5차로 이게 각자 전공이 아니라는 데 놀랐다
-다른 팀 무대 다 보고 왔는데 계속 재생버튼 누르게 하는 거 이거밖에 없어… 어떻게 이렇게 합도 잘 맞고 모든 구성이 착착 맞아떨어지지? 이게 연습생들 무대라니 믿기 어렵다
영상 아래에 달린 덧글은 대다수가 호평이었다. 특히 오키드의 원곡에서 느껴지던 부드럽고 무해한 느낌은 완전히 사라진 치명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파격적인 콘셉트에 대한 칭찬이 주를 이루었다.
물론, 팀원들에 대한 칭찬 또한 빠지지 않았다.
-도입부 솔직히 천세림이 찢었다
└저희 찬희도 도입부 포함시켜 주세요ㅠㅠ 둘이 서로 다른 날티 분위기라 딱 무드 잘 잡아준 것 같아요 페어 안무도 진짜 최고..
└완전 인정이에요 이 두 명 조합 대찬성
-원유하 표정이랑 랩핑 뭐야???? 쟤 메보 지망 아냐???? 왜 저렇게 잘해???? 사기 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자 너 경력자지
└여기서 소름돋는 점… 원유하 단 한번도 카메라 안 놓침
└와 지금 눈치챘어요 미쳤나 왜 저렇게 잘 찾지 카메라 보면서 표정까지 다 살리고; 솔직히 연습생 레벨 아닌데
└카르마 대체 어떻게 애들 교육 시키는 거냐고
└카르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민성이 춤선 진짜 미쳤나봐 어떻게 저렇게 안무를 잘 살리지??? 대형에서도 눈에 진짜 딱딱 보여
-누군가 섹시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도지혁을 보게 하라
└응~그래봤자 탈주자~
-영오 보컬 진짜 미쳤다ㅠㅠ 다정+섹시+나른의 정석… 이번에 완전 포텐 터졌어 영오야
└황영오는 춤연습이나 더 하고 와야 할 것 같은데요ㅎ
└애 군무 다 맞췄는데 무슨 소리신지ㅋㅋ; 애초에 보컬인 애한테 뭘 더 바라세요?
└엥?ㅠ 원유하도 보컬인데 랩에 군무까지 딱딱 맞추고 거기에 표정까지 했는데ㅎ 솔직히 능력치 다 높은 팀인데 딱 춤에서 황영오만 옥의 티잖아요ㅠ 좋은 팀 얘가 다 깎아먹네
└원유하랑 비교하시면 안되죠ㅎㅎ 카르마가 푸시 엄청 해주고 캐릭터 다 잡아준 애랑 찐으로 바닥부터 기어올라오는 애랑 어떻게 비교하세요
└비겁한 변명입니다~!
-찬희야 진짜 너무 수고했어 래퍼가 이렇게 고음 내기까지 얼마나 고생했을까 진짜 본투비 아이돌이야 너무 자랑스러워
덧글을 바라보던 고등학생 팬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네맘열쇠’ 팀의 무대와 팀원들을 칭찬하는 덧글들 속, 역시나 의도적으로 악의를 담은 덧글들도 섞여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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