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56)
“……?”
나는 순간적으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에이든?”
[응, 유하 괜찮아?]태연하고 해맑은 목소리에 나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물었다.
“너희 왜 같이 있어?”
[세림이 지금 우리 집에 있어, 같이 [디어돌> 보려고.]나는 그제야 다시 한번 날짜를 확인해 보았다. 금요일은 [디어돌>이 방송되는 날로, 아마 오늘 방송되는 건 지난 순위 발표식일 터였다.
[유하, 이번에 일주일 동안 잠 한 숨 안 잔 거 진짜야?] [형이 침대에 눕는 걸 본 적이 없다니까요.] [자꾸 그렇게 몸 신경 안 쓰고 살면 일찍 죽어, 유하.]해맑은 목소리로 살벌하게 일갈하는 에이든 리의 말에 나는 침묵했다.
‘이게 최대한 몸 신경 쓴 거다…….’
그러고는 차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생각을 속으로 삼켜 냈다.
칠 일 밤을 안 새웠다면 몸을 신경 쓰고 말고를 떠나 죽었을 테지만, 이 둘은 내게 부여된 퀘스트와 페널티를 모르니 그런 소릴 할 수도 없었다.
“그래, 알아. 걱정해 줘서 고맙고, 앞으로는 몸 신경 쓸게. 그보다 1등은 무슨 소리야?”
대신 적당히 대꾸하며 묻자, 이번에는 천세림이 답했다.
[우리 전체 1등했어요. 아, 좀 더 드라마틱하게 알려 주고 싶었는데.]“1등?”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하위권은 아닐 것 같다는 예감 정도야 있었지만, 이 정도의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리고 에이든 형네 조가 2등.]“뭐?”
그러나 정작 나 자신의 팀이 1등을 했다는 사실보다도 더욱 놀라웠던 것은, 에이든 리의 조가 2등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그건…….
“…에이든, 너희 조가 이겼어?”
[나 언제나 경쟁에 진심이라니까.]강현진이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서 탈락했다는 뜻이었으니까.
“…….”
[유하, 내가 질 줄 알았어?] [좋은 일 아닌가? 현진이 형, 이상하게 유하 형에게 반감 가지고 있었잖아요. 덕분에 이젠 신경전 안 해도 되겠네.]너무나 뜻밖의 소식에 내가 침묵하자, 에이든 리가 짐짓 섭섭하다는 투로 물어 왔다. 거기에 뭐라 답할 새도 없이 천세림이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받았다.
[현진 형, 원래 처음 레벨 평가 때는 안 그랬는데.] [자기 뒤를 바짝 따라붙으니까 경쟁심 가진 거 아니에요?] [센터 결정 때부터 갑자기 태도 이상했었어, 그때는 등수도 안 나온 상태였는데. 그때 둘이 싸웠어?]싸웠다기보다는 일방적인 적대감이었다.
나와 유찬희가 대화를 나누던 도중 갑자기 시작된 것이었으니 아마 유찬희가 내게 쏘아붙인 말 중에 뭔가 놈을 자극한 게 있었을 텐데, 이제 와서는 확인해 볼 방도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제작진이 현진이 형을 놓아줄 것 같진 않은데.] [난 현진 형보다 단우 형이 더 아깝던데. 단우 형 잘했잖아.] [아, 잘했죠, 단우 형만.]어딘가 의미심장한 천세림의 말에 이어 에이든 리가 주단우를 언급하자, 천세림이 아쉽다는 듯한 목소리로 인정했다. 나도 그 의견에는 동감이었다.
‘확실히 잘했지.’
주단우는 래퍼 포지션을 지망하고 [디어돌>에 참가했으나 지금까지는 오히려 보컬 쪽에 더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레벨 재평가 당시 D클래스 보컬 리더직을 맡으며 멘토 차미나에게 칭찬을 받은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차 경연에 이어 2차 경연에서 주단우는 자신이 보컬이 아닌 래퍼 포지션이라는 사실을 대중에게 완벽하게 각인시켰다.
‘6조의 무대에서 눈에 보이는 건 주단우밖에 없었으니까.’
여전히 보컬적인 능력도 뛰어났지만, 주단우는 메인 래퍼라는 포지션을 통해 자신이 그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던 실력을 폭발시키듯 보여 주었다.
리버스 포지션을 얻은 다른 팀원들에 이어 다른 연습생들 모두가 각자 한 사람 몫을 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급급해할 때, 주단우만이 유일하게 한 사람 이상의 몫을 해내며 아마도 그가 의도했을 이상의 실력을 보여 준 것이다.
어떤 생각이 주단우의 안에서 오갔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 때문에 이번 탈락은 본인에 이어 팬들에게 또한 아쉬운 결과로 받아들여질 것이었다.
“단우 형은 어제 어땠어?”
[음, 생각만큼 나빠 보이진 않았어요. 떨어진 것보단 오히려 딴 데 정신 팔린 것 같던데. 연락 한번 해 줘요, 단우 형 어제 형 못 깨어났단 얘기 듣고 걱정 많아 보였어요.]“그래, 고맙다.”
[고마우면 우리한테도 병원 어딘지 알려 줘, 병문안 갈게!]“음, 그건 나도 확인해 봐야 해서……. 일단 알겠고, 끊을게.”
[어?] [잠깐, 형 지금 일어난 지…….]나는 대충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휴대폰의 이력을 확인해 보았다.
‘…음, 역시.’
주단우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유하야, 어디에 입원했는지 알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문자 보내게 됐어. 혹시 너를 귀찮게 만들었으면 미안해. 몸은 괜찮을지 너무 걱정이 되는 마음이야.…오늘 우리 배틀 평가에 대한 결과가 나왔어. 다른 팀원들이 먼저 이야기해 주었을 것 같지만… 전체 1등 축하해, 무대 정말 잘 봤어.]
그런 말로 시작된 주단우의 문자는 아주 길게 이어졌다. 보낸 시간을 보니 새벽이었는데, 아마 어제 배틀 평가에 대한 촬영이 끝나고 작성해 보낸 모양이었다.
[…그리고 고맙고 미안해, 네 덕분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어. 항상 너에게는 도움을 받는 것 같아. 같이 데뷔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돼 미안하고 아쉬워. 네가 꼭 데뷔하기를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있을게. 나도 포기하지 않을 거야. 꼭 다시 만나자.]그렇게 이어지던 문자는 다시 만나자는 말과 함께 끝을 맺었다. 참으려고 애를 쓴 모양이었지만, 마지막 말에는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쉬운 건 주단우뿐만이 아닐 테지만.
‘2차 경연 서사는 주단우 쪽으로 몰리겠군.’
우리 쪽도 볼 만하기는 하겠지만, 유찬희와 내가 직접적으로 대립한 건 카메라와 마이크가 모두 꺼진 밤중의 연습실이었다.
제작진들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원하는 구도를 잡지 못했으니 아쉬울 터. 그 와중에 주단우의 조에서는 대놓고 갈등 상황이 터졌다.
박우재가 하차 연습생의 멱살을 잡은 것이야 편집되었겠지만 주단우와 박우재의 신경전이나 다른 연습생들 간의 불화가 적당한 수준으로 짜깁기되어 방송을 타겠지.
연습생들 간의 갈등, 이어지는 고전, 그 와중에 성장을 이뤄 내고 역대급 포텐셜을 터뜨린 후 대중이 열광할 무대를 만들어 낸 주단우는 [디어돌> 제작진들에게는 놓치기 어려운 캐릭터일 터였다.
그렇기에 나는 주단우와는 달리 아쉽지 않았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조만간 봐요.]왜냐하면, 천세림의 말처럼 [디어돌>은 진짜로 강현진이나 주단우를 놓아줄 생각이 없을 테니까.
* * *
“형, 진짜 몸 괜찮은 거 맞아요?”
“…너, 그 질문 여섯 번째다. 그만해라.”
유찬희가 떨떠름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꾸하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그런 유찬희를 토닥이며 도지혁이 편을 들었다.
“이해해 줘, 찬희가 그때 제일 놀랐어.”
“그 말도 여섯 번짼데요.”
“아니, 그럼 형이 몸 관리 잘해서 쓰러질 일이 없었으면 되는 일…….”
“…그 말도 여섯 번째고.”
나는 한숨을 푹 쉬고 놈들을 외면했다. 내 얼굴로 꽂히는 시선들이 느껴졌지만, 나는 더 이상 놈들을 안심시키려 하지 않았다. 전혀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다 [디어돌> 끝날 때까지 이러겠네.’
방금까지만 해도 같이 무대를 했던 놈이 갑자기 쓰러진 게 충격이긴 했는지, 이제는 내게 적대적이었던 황영오까지 날 무슨 금방이라도 깨질 유리 대하듯 하고 있었다. 움직이는 것 하나하나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은 덤이었고.
“너무 무리하진 말고.”
“적당히 할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풀었다. 무대 쪽에서는 선배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덕분에 내게 쏠려 있던 시선이 얼핏 보이는 무대 쪽으로 향했다.
“아, 긴장돼…….”
“심호흡하고, 카메라 놓치지 말고.”
“나 지금 상태 괜찮지?”
“전요? 화장 괜찮죠?”
팀원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긴장감을 해소하려 노력하는 동안, 나는 옆에 놓여 있던 페트병을 들어 목을 축였다.
오늘 나를 비롯한 ‘네맘열쇠’ 팀은 경연 1등에게만 주어지는 특전인 뮤직A 무대 출연을 위해 에이넷 방송국에 와 있었다. 나는 가까스로 날짜를 맞추어 무대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말이다.
몸에 이상은 없지만 어쨌든 무대 직후 기절해 버렸기 때문에, 나는 잠에서 깨어난 이후로도 3일 정도 병원에 머물러야 했다.
‘늦지 않게 퇴원해서 다행이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페트병을 내려놓았다.
내가 쓰러졌다는 사실은 경연 직후 스태프 찌라시를 통해 외부로 새어 나갔다고 했다. 그 때문에 회사에는 한동안 [디어돌> 팬들을 비롯해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친 모양이었는데, KRM은 결국 나의 상태를 확인해 주는 공식 입장까지 내야 했다.
어찌 되었든 부모님이 없는 현재 내 몸을 챙길 의무를 가지고 있는 건 회사였으므로 내 기절 직후 꽤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았던 듯도 했고.
‘그런 만큼 오늘의 무대는 중요해.’
이놈들을 비롯해 계속해서 내 상태에 대해 우려하고 있을 팬들에게 내가 괜찮음을 알릴 수도 있고, 뭣보다 뮤직A가 K-POP 팬들이 보는 주요 음악 프로그램인 만큼 또 한 번 표를 위한 눈도장을 찍을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의 무대에 자신이 있었다. 그건 ‘네맘열쇠’ 팀의 무대가 좋은 이유도 있었지만.
“형, 팁 같은 거 없어요? 긴장 덜하는 그런 거…….”
“음, 그런 건 없는데…….”
같이 무대를 서는 놈 중 유찬희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설마 그런 걸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지.’
나는 오늘 다시 만난 유찬희의 상태창에 업데이트되어 있던 특성 하나를 떠올렸다.
『유찬희』
세부 특성
특기(랩): A-(보컬 C)
특기(춤): B+
매력(외모): B+
매력(분위기): C+
끼(표현력): A-
끼(집중력): B+
체력(신체): A
체력(정신): B
버프: 포기하면 그 순간 게임 오버
“노력은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몰입도에 따라 특성 성장 가속화 +150
관객 무대 몰입도 +100
지난번 연습실에서 확인했을 때는 잠겨 있었던 버프가 확인 가능했던 것이다.
잠긴 버프가 드러나며 나는 유찬희가 놀라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몰입도에 따라 특성 성장 가속화에 관객의 몰입도까지 올릴 수 있다니.’
버프를 확인한 후 나는 유찬희가 지금까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성장해 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지난 레벨 재평가 때를 비롯해 이번 리버스 포지션까지, 유찬희는 끝없는 노력과 그를 보조하는 버프 덕에 끝없이 비교적 빨리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무대의 퀄리티가 결국 관객이 얼마나 무대에 몰입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관객을 몰입시킬 수 있는 유찬희의 특성은 아이돌을 지망하는 연습생에게 있어선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재능이었다.
“‘네맘열쇠’ 팀, 이제 올라갈게요!”
“네!”
그런 유찬희가 소속돼 있는 그룹의 팀원으로서 무대에 올라가는 만큼, 나는 오히려 든든함까지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 유찬희는 무대에 몰입하지 못한 적이 없고, 놈의 특성은 무대 전체에 적용되어 결국 나에게까지 이득을 줄 테니까.
무엇보다도 나는 현재의 내 능력치를 이번 기회에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불운을 회피한> 원유하 / 동기화 54.2% 완료』
세부 특성
특기(노래): A- (잠금)
특기(춤): B (잠금)
매력(외모): A- (잠금)
매력(분위기): B (잠금)
끼(표현력): S- (해금완료)
끼(집중력): A+(해금완료)
체력(신체): C (잠금)
체력(정신): D- (잠금)
나 또한 또 한 번의 업데이트를 이뤄 낸 상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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