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61)
‘그런 애인 줄 몰랐는데.’
천세림은 [디어돌> 방송 전부터 원유하와 함께 화제가 되었던 연습생 중 하나였다. 일명 ‘직업만족도남’으로 불리며 여기저기에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방송 직후부터 천세림의 인지도는 계속 상승하기만 할 뿐, 단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유들유들하고 호쾌한 성미와 남다른 친화력, 그에 따른 개그감 등이 방송을 타며 수많은 팬들을 끌어모은 것이다.
직장인 팬 또한 천세림에 대한 인식은 좋은 편이었다. 숨 쉬는 듯 끼가 뚝뚝 떨어지는 매력 있는 연습생임은 확실한 데다 그녀의 최애, 원유하와도 사이가 좋았으니까.
약간 무뚝뚝하고 조용한 원유하와 주단우, 그런 성격을 보완하듯 사교성이 넘치고 활발한 천세림과 에이든 리의 조합은 많은 아이돌 메이커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 주며 누가 봐도 흐뭇한 관계성을 보여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명이 탈주러라니, 관계성 망했네…….’
탈주는 그룹 팬들에게는 민감한 사항이다. 범죄에 이어 아이돌이 가장 지탄받는 사항이었으니까. 그런 만큼, 천세림의 데뷔는 이제 물 건너갔다고 봐도 좋았다.
‘하차할 거면 빨리해라. 괜히 버텨서 우리 애한테까지 피해 주지 말고…….’
‘룸메즈’의 조합이 너무 큰 인기를 끌기도 했고 원유하 또한 여유 있는 대형 연습생이라는 식으로 안티들에게 욕을 먹고 있는 만큼, 원유하 또한 알게 모르게 피해를 받을 것임은 확실해 보였다. 직장인 팬은 다만 그 피해도가 적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불타오르고 있는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있을 때였다.
“……?”
실시간으로 달리고 있는 댓글을 쭉 훑어보던 직장인 팬은 순간 눈에 스크롤을 내리던 손가락을 멈추었다.
-난 솔직히 천셂임 불쌍한데ㅋㅋ 나 같아도 ㅅㄴㅊ같은 놈들이랑 데뷔하기 싫어서 탈주했을 듯 걔네 다 말도 못하는 개X끼들인데
천세림을 욕하고 혹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디어돌> 팬들 속, 이질적인 덧글 하나가 눈에 뜨인 것이다.
그리고 그 덧글을 지나치지 못한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뭐야? ㅅㄴㅊ 뭐 있어??
└ㅅㄴㅊ 왜?? 말해 줄 수 있어?
호기심이 담긴 덧글들이 연이어 달리며, 원 덧글 작성자는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ㅋㅋㅋ 제정신인 놈 찾기가 힘든 게 그 그룹 상황이야ㅠ 걔네는 솔직히 무대 올라오는 게 아니라 깜빵 가야 되는 애들임 ㅠㅠ 솔직히 난 리슨뮤직 듣고 어이없어서 그냥 웃음밖에 안 나왔어 힘들긴 뭐가 힘들어 에이트 전폭적인 푸시 받고 데뷔한 놈들이ㅋㅋ 김ㅁ호가 지 집안 압력으로 데뷔한 거 아는 사람은 다 암 에이트 심지어 걔 데뷔시키려고 멀쩡한 연습생까지 정신과 보냈는데
└??? 미친 뭐야???? 무슨 소리야?
└좀만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ㄷㅆ 그냥 말 그대로~ 김ㅁ호랑 ㅅㄴㅊ멤버들 다 일진질에 이골난 놈들이고 학폭으로 소년원 갈뻔한 놈도 있어 근데 그거 다 압력으로 무마ㅋㅋ 김ㅁ호가 제일 악질이야 걔는 말보단 손이 먼저 나감ㅋㅋ 같이 연습한 애들 치고 걔한테 한 번도 안 맞아본 애 없을걸
그 말을 끝으로 댓글 작성자는 사람들의 질문에 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댓글을 시작으로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출연하고 있는 가람기획 소속 연습생 천세림입니다.
최근의 사건과 관련하여 입장을 밝히기 위하여 이렇게 어려운 마음으로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논란의 당사자가 직접 사과문을 게재하며 상황은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천세림은 단정한 어조로 사과문의 포문을 연 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선선히 인정했다.
에이트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의 기회를 얻어 준비를 했으나, 직전 일방적인 탈퇴를 결정해 소속사와 데뷔 그룹에 지대한 피해를 끼친 점에 대해 사죄를 한 것이다.
그러나 사죄만 있지는 않았다.
「…그 같은 선택을 한 것은 부족하고 비겁했던 제 과거 행동 때문입니다. 저는 해당 그룹의 멤버들이 같은 소속사의 연습생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관했습니다. 이는 가해 행위를 암묵적으로 허용하고 일조하는 행위로서 일말의 변명도 하지 못함을 알고 있습니다.
(중략)
함께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멤버들과 함께 그룹으로서 데뷔하고 싶었으나, 해당 그룹으로서 데뷔한 이후 건강한 미래를 꿈꿀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에 깊은 고민 끝에 결국 데뷔를 포기함과 동시에 소속사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방황하였으나 결국 아이돌이라는 꿈을 접지 못하여 현재의 소속사에 들어오게 되었고,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출연하게 되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저의 비겁함을 더는 외면하지 않고 사실을 명백히 밝히며 사죄의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이와 함께 천세림의 사과문은 피해를 입었던 연습생과 자신에게 표를 던져 준 아이돌 메이커들을 향한 사죄로 마무리되었다.
사과문을 향한 대중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아니 그래서 어쩌란거야ㅋㅋ; 결국 탈주는 찐이란 건데 내가 탈주한 데는 이유 있었다고 억울해하는 거야? 결국 ‘나 억울해!!’ 이거 말하려고 사과문 쓴 거랑 뭐가 다름?
-나는 이해 간다 솔직히 저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었겠어 그때 천세림 겨우 16살이었는데 어려도 너무 어리고 무섭고 힘들었을 거 아냐 데뷔도 너무 하고 싶었을 거고.. 근데 상황이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겠지 난 오히려 용기 있다고 생각해 이 사과문 올린 게
-됐고 하차해
-그래봤자 탈주러ㅋㅋ
-난 쟤 똑똑하게 행동한 것 같은데 데뷔 전부터 그딴 식으로 사람 인생 망치는 놈들이랑 같은 그룹으로 데뷔해서 뭘 해.. 매일 자기 친구 몰아간 놈들이랑 얼굴 마주하고 밥 먹고 생활하면서 인생 살라고?; 쟤는 탈주하는 게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음;
-솔직히 천세림도 피해자야
-아 난 쟤 왜 저 상황에서도 머리 굴린 거 같아서 별로지? 죄책감 느꼈다기보다는 그냥 사고치는 놈들이랑 같이 데뷔해 봤자 자기도 망할 거 같으니까 발빼고 뛰쳐나온 것 같은데ㅎㅎ 이걸로 이미지메이킹하려고 하는 느낌
-난 천세림 투표 계속 유지할 거고 내 주변 사람들도 다 그랬으면 좋겠어… 진짜 이번에야말로 미래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랑 같이 데뷔했으면 하는 바람이야 그냥 이번 사과문 보고 느꼈어 세림이는 정직하고 솔직한 사람이구나.. 데뷔 이후에도 실망시키지 않겠구나..
-천년단 천세림 무조건 지켜
비난도 있었지만, 옹호적인 의견 또한 그와 비등한 수준이었다. 그러한 의견들은 서로 대립해 가며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고, 해당 사건은 발 빠른 기자들에 의해 연예 커뮤니티에 올랐다.
그리고 기사가 우후죽순으로 올라감과 함께 상황은 천세림에게 유리한 쪽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 에이트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입니다. 스내치 멤버들에게 당했던 괴롭힘에 대해 폭로하려 합니다.」
「스내치 김민호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습니다.」
「스내치 신명찬 중학교 때 소년원 갈 뻔했던 썰 푼다ㅋㅋ」
원유하의 예상대로, 상황을 지켜보던 피해자들이 한두 명씩 과거 그들의 가해 행위를 폭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던 폭로글에 따라 스내치에게 불리해져 가던 상황이 정점을 찍은 것은, 가장 먼저 올라온 폭로 덧글에 등장한 ‘쫓겨난 연습생’ 김영신의 입장문이 올라온 이후였다.
김영신은 그 게시글에 달렸던 모든 일들이 사실이라고 인정한 후 현재 자신이 지금까지도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와 사실관계를 짚어 주는 말로 이어지던 입장문의 마지막 말은 천세림에 대한 말로 끝이 났다.
「원망하지 않은 적이 없다면 거짓말입니다. 배신당했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그때의 저와 세림이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세림이의 대처가 어쩔 수 없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고 세림이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제는 어렴풋이 압니다.
그렇기에 세림이의 사과를 받아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사과는 방관 그 자체가 아닌, 세림이가 외면했던 저희의 관계에 대해서만을 한정해 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세림이를 응원하고 있음을 알려 주고 싶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저 또한 그렇게 할 거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던 폭로글에 이어 김민호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김영신의 입장문까지 올라오자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해당 사건이 퍼지며 스내치 멤버들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 것이다.
그 상태로 이어지던 일주일간의 대치.
「안녕하세요, 에이트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먼저 최근 당사 소속 아티스트 스내치 멤버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마침내 스내치의 소속사, 에이트 엔터테인먼트의 입장문이 올라오며 상황은 끝이 났다.
모든 상황의 인정, 그룹 스내치의 해체.
피해자 측의 승리였다.
* * *
“세림, 근데 진짜 괜찮아?”
“형, 저 휴대폰 열면 괜찮냐는 말만 한 100개 와 있어요.”
“나한텐 대답한 적 없잖아.”
“…괜찮아요.”
에이든 리의 재촉에 천세림은 푹 한숨을 쉬며 그렇게 답했다. 천세림은 벌써 모인 지 1시간이 되었는데도 계속해서 질문하는 에이든 리에게 완전히 질린 듯했다.
나는 그런 천세림을 보며 툭 내뱉었다.
“내 업보다 해라.”
“하…….”
그러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던 천세림이 툴툴거리며 말했다.
“찬희 하는 말에 귀찮아하는 형 보면서 낄낄거렸던 게 엊그제 같은데.”
“동일한 상황 되니 알겠냐?”
“전 경우가 더 심한데요. 지금 휴대폰도 못 열어 보겠어요, 뭐가 너무 많아서.”
그거야 천세림, 저놈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 아닌가.
‘상황 터졌을 때는 말없이 각 재고 있던 놈들이 이제 와 말 한마디씩 얹으려고 해서 더 그럴 테고.’
인기나 소문에 민감한 연예계 특성상 천세림의 휴대폰은 아마 상황이 터지고 공방이 이어졌을 때쯤에는 조용했을 것이다. 스내치 해체 등으로 상황이 완전히 마무리되었으니 이제야 사람들이 다시 붙기 시작한 거겠지.
나는 또 한 번 무심하게 답했다.
“업보려니 해.”
“아, 당연하죠. 다 제 업보 맞고 받아들일 건데요.”
천세림은 그렇게 말하고는 슬쩍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고는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흩어진 것 같을 대쯤, 목소리를 낮추어 조용히 내뱉었다.
“…그리고 고마워요, 형.”
“…뭐가?”
“그냥 이것저것요. 덕분에 영신이 형이랑도 얘기할 수 있었고……. 번호는 어떻게 알아다 준 거예요?”
“…다 방법이 있지.”
나는 대충 말을 흐리곤 천세림의 시선을 피했다. 그 번호를 알 수 있었던 게 시스템 덕분이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지 않겠는가.
“어쨌든 고마워할 것 없어. 연락한 건 너니까.”
실은 번호를 얻어다 준 건 조력 축에도 끼지 않는 별것 아닌 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다음이었으니까.
-김영신에게는 알릴 거야?
나는 김영신의 번호를 입수한 이후, 번호를 천세림에게 넘길지 말지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또 한 번의 가해가 될 수 있으니까.’
타인에 의해, 그것도 당시의 방관자에 의해 과거가 까발려지는 거다. 당사자에게 충격이 가지 않을 리가 없다.
그 때문에 나는 먼저 천세림의 의중을 떠봐야 했고, 천세림은 잠시 동안 고민한 후 답했다.
-…어떻게든 번호를 알게 된다면, 알려야죠. 영신이 형이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만약 김영신이 이제 와 그 일을 꺼내는 게 싫다고 하면 어쩔 건데?
-포기해야죠.
그리고, 천세림은 아주 간단한 대답으로 나의 우려를 일축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