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63)
“자, 극적으로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돌아오게 된 열 명의 연습생들 모두 감회가 남다를 듯한데요, 소감을 안 들을 순 없겠죠. 가장 먼저… 강현진 연습생!”
“…예.”
MC의 호명에 따라 마이크를 든 강현진은 차분하게 MC를 응시했다. MC는 강현진의 수척해진 얼굴은 언급하지 않고 능숙하게 진행을 이어 나갔다.
“‘봐’의 센터이자 단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 없는 부동의 데뷔권으로 꼽혔던 만큼, 지난 배틀 탈락은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겼죠. 다시 [디자인 유어 아이돌>에 참가하며 심기일전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먼저 지금까지의 제 부족함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신 아이돌 메이커님들께 더 새로운 모습, 더 성실한 모습으로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 그럼 다음 경연에서는 또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건가요?”
“…최대한 많은 아이돌 메이커님들께 사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긴장한 듯 딱딱한 어조로 간신히 대답한 강현진은 그대로 마이크를 내렸다. 더없이 심심한 대답이었으나 그와는 반대로 얼굴에 서린 기색만큼은 이전과 달랐다.
원래도 말수가 많거나 텐션이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 강현진은…….
‘눈이 좀… 돌았는데?’
딱 절벽 끝에 내몰린 사람 같은 독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그럼 또 다른 반전 모습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MC는 적당히 말을 끝내고 다음 연습생들에게로 마이크를 돌렸다.
“다음은 주단우 연습생.”
그다음으로 마이크를 옮겨 받은 것은 주단우였다. MC는 주단우가 마이크를 들자마자 흘긋 연습생들이 앉아 있는 쪽에 눈길을 주었다.
어쩐지 MC와 눈이 마주친 듯해 찜찜해하고 있는데, 그 느낌이 빗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MC는 곧바로 입을 열어 말했다.
“저번 탈락 당시, 주단우 연습생이 원유하 연습생을 언급해 화제가 되었었죠.”
“아, 네…….”
주단우가 약간은 부끄러운 듯한 모양새로 조용히 긍정했다. 그에 카메라를 비롯해 연습생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려, 나는 최대한 덤덤한 얼굴을 유지하기 위해 표정을 가다듬어야 했다.
“그때 경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훈훈한 우정을 보여 줘서 아이돌 메이커님들의 감동을 자아냈었죠. 아름다운 선의의 경쟁하에 두 분은 ‘힐링즈’라고도 불린다고요?”
MC의 말에 나는 지난번 병원에 입원한 탓에 출연하지 못하고 결국 방송을 통해 확인해야 했던 2차 경연의 배틀 결과 발표식을 떠올렸다.
지난 발표식에서 탈락한 연습생들을 대표하여 MC에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것은 바로 주단우였다.
주단우는 탈락 소감을 묻는 MC의 말에 잠시 망설이고는, 곧 억눌린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감사한 분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유하… 유하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응원해 준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덕분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탈락하게 되어 미안하고… 같이 데뷔를 못 하게……. 아, 죄송합니다…….
그런 식으로 천천히 말을 이어 가던 주단우는 결국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 내고 말았다. 그에 탈락 연습생들이 모두 눈물을 흘려, 경연장은 눈물바다가 되었고.
언제나 덤덤한 표정이었던 주단우의 갑작스러운 눈물에 동요를 느낀 것은 연습생들뿐만이 아니었다.
-너무 힘든 투표였다 힐링즈 중 한 명을 어떻게 투표해… 근데도 결과가 나왔구나… 마음 너무 아파
-주단우를 떨어뜨리는 게 말이 되냐ㅋㅋㅋ 나 디어돌 하차한다 더러워서 안 본다 힐링즈 데뷔하라고 정수까지 떠놓고 빌었는데 하
-유하랑 단우랑 서로 그렇게 친한데 서로 배틀 경연하게 돼서 얼마나 마음 아팠겠냐고 진짜..ㅠㅠ 이 와중에 서로 응원까지 해 줬다니 아… 쟬 어떻게 보내
-단우 패자부활전으로 다시 되살아난다는데요? 힐링즈 같이 데뷔한다는데요? 제가 미래에서 와서 알고 있음 아 놔 보라고 진짜라고
-지하철에서 아이돌 서바이벌 보다가 별안간 눈물흘리는 여성 됨 이 우정 난 찬성이고 모든 건 에이넷이 잘못한 거다 양심 있음 힐링즈 살려
그를 응원하던 아이돌 메이커들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방송 직후 위스퍼에 ‘힐링즈’가 실시간 트렌드로 오르기까지 해, 주단우의 탈락 소감이 어느 정도의 파급을 가지고 왔는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그 사랑에 보답해 드리고 싶고…….”
그리고 주단우는 조심스럽게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약간 망설이는 듯, 하지만 단단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이번에야말로 같이 데뷔를 하고 싶습니다.”
“훈훈한 소감 잘 들었습니다. 앞으로 ‘힐링즈’가 보여 줄 우정도 계속 기대해 보겠습니다.”
단정하게 말을 끝낸 주단우의 멘트에 MC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주단우에게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섞여 박수를 쳐 주었다.
이후 주단우를 비롯해 부활한 연습생들은 모두 순위 발표를 위하여 대기하고 있는 연습생들에게로 합류했다.
“형! 이거 때문에 연락 못 했던 거예요?”
합류한 주단우에게 가장 먼저 다가간 건 그의 탈락을 줄곧 아쉬워하고 있던 에이든 리였다. 주단우는 에이든 리의 말에 멋쩍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결과 발표를 들었는데 순위 발표식까지는 대외비라고 하셔서…….”
“힌트라도 좀 주지. 형한테 무슨 일 있나, 하고 있었는데!”
짐짓 섭섭한 어투로 그렇게 말하는 에이든 리에 주단우가 말없이 미소 지었다. 나는 그런 주단우에게 말했다.
“앞으로도 잘해 봐요, 형.”
“응, 나도 잘 부탁해……. 몸은 괜찮아?”
그 말에 내가 적당히 괜찮다고 답했을 때였다.
“괜찮기는, 유하는 무리를 너무 자주 해.”
내 대답에 불퉁한 목소리로 툴툴대듯 끼어든 것에, 나는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어 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불쑥 천세림까지 끼어들어 내게 어깨동무를 하고는 능청을 떨었다.
“아, 그렇죠. [디어돌> 출연 연습생 중에 유하 형만큼 몸 관리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없다니까? 형, 홍삼은 잘 먹고 있어요?”
“종합 비타민은?”
“로열 젤리랑 아연이랑 밀크씨슬은요? 양배추즙도 먹고 있는 거죠?”
“그만해, 다 먹고 있으니까.”
나는 일부러 더 장난스럽게 들러붙는 천세림과 에이든 리를 밀어내며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자 놈들은 내게서 멀어지고는 둘끼리 낄낄댔다.
‘역시 주소를 알려 주는 게 아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당장 이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이놈들을 피할 순 없기 때문이었다.
-형, 주소가 어떻게 돼요?
-…그건 왜?
천세림이 갑작스럽게 내 집 주소를 물어 온 것은 스내치 관련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직후였다.
뭘 바라는 건지 몰라 안 알려 주려 했더니, 천세림은.
-형, 숨긴다고 해서 제가 형 집 주소를 못 알아낼 것 같으세요?
…이렇게 말해서 사람을 할 말 없게 했었다.
‘이 자식은 진짜 어떻게든 알아낼 것 같단 말이야…….’
천세림 자체가 워낙 발이 넓고 행동력이 좋은 데다 그만큼 정보도 빨라서, 내가 숨긴다 한들 어떻게든 집 주소를 알아낼 수도 있을 듯했다.
그럼 차라리 내 입으로 말해 주는 게 나아서 주소를 전달해 준 건데, 뜻밖에 영양제나 보약 같은 게 한가득 집으로 배달이 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유하, 장어 좋아해?
게다가 천세림에게 뭘 들은 건지 에이든 리까지 합세해 집으로 직접 만들었다며 웬 괴랄한 장어 젤리 같은 걸 퀵으로 보내 주는 바람에 그걸 해치우느라 애를 먹어야 했고 말이다.
갑자기 왜 이러나 했더니, 천세림과 에이든 리는 내가 지난번 병원에서 일어나자마자 몸을 챙기기 전에 바로 상황 파악부터 한 데에 경악을 한 듯했다. 내가 정말 몸 관리를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몸부터 챙겨야지, 형처럼 나쁜 의미로 앞만 보는 사람은 처음 봐요.
-유하, 몸은 한 개야. 알지?
택배 수신을 확인하곤 전화를 걸어선 그렇게 쏘아붙이는 통에 잠깐 두 명을 수신 차단할까도 생각했으니 말 다 했지.
“착석할게요! 녹화 재개합니다!”
어쨌든 놀려 먹지 못해 안달인 두 명과 상황을 전달받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주단우까지, 세 명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였다.
두 명의 장난스러운 낄낄거림에 주단우까지 합세해 걱정 폭탄을 던지려 할 때쯤 스태프가 외치는 말에 우리는 대화를 중단하고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하…….’
솔직히 녹화 시작 사인이 이렇게까지 기뻤던 적은 처음이다. 나는 세 명을 외면하고 바로 자리에 착석했다.
그렇게 각자 재회의 기쁨을 나누던 연습생들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MC는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그러고는 마침내 꽉 채워진 40개의 의자와 그 자리를 채운 연습생들을 바라보며, 곧 이루어질 순위 발표식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렇게 열 명의 연습생들이 되돌아와 현재 이곳에는 총 40명의 연습생들이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채워진 만큼, 또 한 번의 이별 또한 이루어져야겠죠.”
이번 순위 발표식에서 떨어지는 건 총 10명이었다. 되돌아온 인원수만큼 열 명이 나가게 되는 것이다.
지난 배틀은 순위와 상관없이 탈락이 이루어졌다면, 순위 발표식은 투표수에 따라서 탈락자를 가려낸다.
즉, 이번에 되돌아온 열 명은 바로 오늘 다시 한번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지난 배틀에서 팀이 승리해 순위가 낮아도 살아남았던 사람들이 떨어질 수도 있단 거고.’
그에 따라 술렁이기 시작하는 장내의 분위기에 맞추어 곧 29등부터의 순위 호명이 시작되었다.
“28위는… 플레이선 뮤직 엔터테인먼트 소속 박원효 연습생!”
“21위는 훼이 엔터테인먼트 소속 쯔쉬안 연습생!”
익숙한 이름들이 지나가고.
“19위는 여훈 엔터테인먼트 소속 황영오 연습생!”
“17위는 VOT 엔터테인먼트 소속 유민성 연습생!”
이번 배틀에서 같은 팀을 이루었던 팀원들의 번호가 불린 다음.
“다음은 이번 미션에서 다양한 재능을 통하여 무대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 연습생입니다. 8위는 바로… 시즈레이블 소속 주단우 연습생!”
익숙한 이름이 호명되었기에, 나는 자리에 앉은 채로 또 한 번의 박수를 쳤다.
의자에 앉아 연습생들의 이름이 호명되는 것을 듣고만 있던 주단우는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벙벙한 얼굴로 잠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듯 멍하니 서 있던 주단우는 곧 달리는 듯한 걸음으로 MC의 곁으로 올라섰다.
“아…….”
주단우는 마이크를 건네받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눈가는 또 한 번 붉어져 있었다.
“…사랑을 주신 아이돌 메이커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기대하지 못했던… 기대할 수도 없었던 등수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든 순간 후회 없이 노력하는 연습생으로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주단우는 이번에는 감정을 잘 추스르고 또렷한 목소리로 소감을 말해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말하고 단정히 인사한 주단우는 위로 올라갔다.
13등에서 8등. 한 번의 탈락을 거쳤음에도 이뤄낸 드라마틱한 등수 상승에 연습생들 사이에서도 부러움과 기쁨 중간에 있는 환호가 터졌다. 주단우는 그런 연습생들의 박수 속에 어색한 몸짓으로 의자에 착석했다.
“다음의 6등 연습생입니다.”
잠깐 분위기가 완화된 데에 더불어, MC는 곧장 이후 등수를 발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또 한 번 익숙한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이번 미션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의 센터로 활약한 연습생이죠. 6위는 바로… 가람기획 소속 천세림 연습생입니다!”
“……!”
마침내 극심한 변동이 이루어진 10위권의 발표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가장 긴장을 하고 있던 천세림의 이름이 불렸기 때문이었다.
천세림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지체하지 않고 곧장 MC의 곁으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답지 않게 어딘가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는데, 아무래도 순위가 오를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음… 너무 생각하지 못했던 등수여서…….”
천세림은 마이크를 건네받고는 그렇게 말하며 잠시 표정을 가다듬었다. 살짝 울컥한 듯 눈가가 붉었으나, 천세림은 겨우 목소리를 정리하고는 소감을 말했다.
“…이런 값진 등수를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는, 사랑과 믿음에 신뢰로 보답할 수 있는 천세림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은 짧았으나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가볍지 않았다. 지난 한 달간의 사건과 더불어 그에 대한 감정까지 함축해 일견 아무렇지 않은 투로 말한 천세림은 곧 깊숙이 허리를 숙인 후 6등이라고 적힌 자신의 의자로 올라갔다.
‘10위권 내에서 3계단 상승. 괄목할 만한 결과인데.’
나는 자리에 앉아 심호흡을 하는 천세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런 순위 상승이 이루어진 건, 높은 화제성을 기록한 ‘네맘열쇠’ 팀의 무대와 더불어 스내치 관련으로 한동안 천세림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언급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스내치와 더불어 천세림의 과거 데뷔조 탈주 사실은 예민한 사항이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새로운 표를 끌어모을 수 있는 기회기도 했다.
천세림이라는 연습생 개인에게 주목하는 시선 또한 늘었고, 뒤로 갈수록 천세림의 행동에 공감하고 그를 응원하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잠깐의 동정표든 아니면 진짜 표든, 천세림은 아마 이후로도 10위권 내에서 떨어지진 않을 터였다. 그 정도의 재능과 매력은 충분히 있는 연습생이었으니까.
그러니 천세림의 상승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 연습생은 항상 높은 화제성과 더불어 완벽한 비주얼과 춤 선으로 아이돌 메이커님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연습생이죠. 5위는 바로… 강현진 연습생!”
진짜 놀라운 일은 바로 그다음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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