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67)
콘셉트를 결정한 이후, 우리는 각자의 파트를 정하기로 했다.
메인 래퍼는 이견 없이 주단우로 결정되었고, 센터는 댄스를 통해 대형을 이끌어 나가게 될 강현진으로 확정이 되었다.
다만 단 하나, 어떻게 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 파트가 있다면.
“전 제가 메인 보컬을 잘 소화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응, 거기에는 동의해. 근데 나 원곡자잖아, 나는 나보다 더 노래 잘 알고 있는 사람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바로 에이든 리와 경지원의 첨예한 대립이 이루어지고 있는 메인 보컬 파트였다.
덤덤한 얼굴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경지원과 웃는 얼굴로 절대 물러서지 않는 에이든 리의 대립은 벌써 십 분을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이든 형보다 더 노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연습생은 없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아는 것과 표현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해서요.”
“응, 표현력도 너무 중요해. 근데 알아야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나만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 없을 거 같아!”
가히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는 창과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는 방패 같은 두 명의 대립에 다른 팀원들은 입을 다물고 조용히 눈치만 볼 뿐이었다.
“잠시만, 이대로 해서는 결판이 안 날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 상황에 나는 결국 중재를 위해 두 명의 말을 막았다.
칼만 안 들었다 뿐이지 생사를 앞두기라도 한 것처럼 살벌하게 대립을 이어 가던 경지원과 에이든 리 모두 짠 것처럼 동시에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 형형한 시선에 나는 한숨을 쉬고는 가장 공평한 해결책을 꺼내 놓았다.
“투표로 정하죠, 그게 가장 빠르고 간단할 것 같은데.”
“투표?”
“각자 한 명씩 지금 가사 나와 있는 싸비 부분 불러 보고, 지원자 제외하고 남은 연습생들끼리 투표해서 결정하죠. 다들 곡의 분위기에 가장 잘 맞는 듯한 연습생으로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일 빠를 것 같긴 한데.”
“전 좋아요.”
두 명은 내가 내민 제안이 이 끝나지 않는 대립을 종결시킬 가장 빠른 길이란 사실을 깨달았는지 탐탁지 않은 얼굴로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두 명과 함께 다른 연습생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할 때였다.
“…그럼 더 공평하게 하는 게 어떨까.”
“네?”
“유하… 까지 불러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메인 보컬 지망은 유하까지 세 명이니까, 세 명한테서 모두 들어 보면 더 다양한 가능성이 생길 것 같은데.”
줄곧 말없이 두 명의 대립을 바라보고 있던 강현진이 입을 열어 그렇게 의견을 제시한 것은.
“아니, 전…….”
그 의견에 당황한 내가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괜찮은데요? 전 좋아요~!”
“저도 상관은 없어요. 바로 결론만 낼 수 있으면.”
오히려 반갑다는 듯한 얼굴로 긍정한 에이든 리와 경지원의 수락에 결국 투표는 세 명을 대상으로 하게 되었다.
‘…뭐냐.’
이러한 과정을 거쳐 뜻밖에 메인 보컬 쟁탈전에 참가하게 된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노래를 부르는 경지원과 에이든 리, 그리고 진지하게 노래를 듣는 강현진을 연이어 바라보았다.
어째서 일이 이렇게 굴러가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와 나는 안 하겠다며 빠질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다음은 유하가 해 볼래?”
“네.”
그 때문에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고 잠시 숨을 가다듬은 후, 무반주로 ‘DAZZLE’의 후렴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곡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애드립 부분까지 부르고 난 이후 시작된 투표는.
“…유하 1표, 지원 1표, 이든 1표.”
딱 동점으로, 처음과 동일한 결과를 도출해 내며 허무하게 끝이 났다.
주단우가 곤란하다는 듯한 얼굴로 투표 결과를 정리했다. 메인 보컬 파트에 지원한 세 명을 제외하고 남은 연습생은 강현진, 박원효, 주단우 세 명으로, 그 세 명이 각자 다른 연습생을 꼽은 것이었다.
물론 거기까지는 놀랍지 않았다. 진짜 놀라운 건…….
‘…이 자식은 왜 날 뽑았지?’
강현진이 나를 뽑은 것이었다.
어색하게 손가락으로 날 가리킨 후 재빨리 손을 갈무리하는 강현진을 바라보며 나는 순간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평소의 태도를 보면 오히려 내가 메인 보컬 자리에 욕심을 내면 불만을 표출했어야 할 게 아닌가.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나를 판에 끼워 넣고 표를 던지다니.
“으음, 어떡하지.”
“…저는 꼭 메인 보컬을 하고 싶어요.”
“그건 나도 마찬가진데.”
“잠깐만.”
다시금 두 명의 끝나지 않는 대립이 시작될 기세였기에, 나는 강현진에 대한 생각을 접어 두고 우선 두 명을 다시 한번 가로막았다. 그러고는 유일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럼 제가 파트 지원하는 거 포기하고 투표 던질게요, 그럼 됐죠?”
“어?”
“…그렇게 되면 좋기는 한데.”
경지원은 어찌 됐든 결론만 나면 됐다는 듯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든 리는 어쩐지 불만족스러운 듯한 얼굴이었지만, 놈도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파트 논란이 얼른 끝나길 바라는 건 마찬가지인 듯 결국 내 말에 떨떠름하게 긍정해 주었다.
“그럼 저는… 경지원 님께 투표하겠습니다.”
내 대답에 경지원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그와는 반대로 에이든 리의 얼굴이 울상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나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파트 분배는 조금 조절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원래는 메인 보컬 쪽에 있는 브릿지 파트를 에이든이 해 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가사지를 짚으며 천천히 내 의견을 설명했다.
목소리 자체가 허스키하면서도 조금 더 개성이 살아 있는 에이든 리가 곡의 브릿지 파트를 맡아 분위기를 살리되, 음역대가 높고 감정이 풍부한 경지원이 애드립을 맡아 그 뒤를 살려 주는 식이었다.
‘두 명 모두 메인 보컬로서의 자질은 충분히 있어. 그걸 그냥 놓치는 건 아쉽지.’
결판이 안 난다면 두 명 모두를 살리는 길로 가면 된다. 원곡자가 같은 팀 멤버인 만큼, 그런 꼼수 정도야 충분히 통할 테니까.
“음.”
“…이 정도면 저는 상관이 없긴 한데.”
내 의견이 현 상황에서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 건지, 두 명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대립을 이어 갔다간 끝내 결론이 나지 않을뿐더러, 자칫 잘못하다가는 얻어 낸 파트도 잃을지 모른다 판단을 내린 모양이었다.
“그럼 메인 보컬은 경지원 님, 메인 래퍼는 단우 형, 센터는 현진이 형으로 하고 서브 보컬 1은 에이든, 2는 저, 3은 원효 형으로 정리하죠.”
“깔끔하다, 좋아.”
“수고했어, 유하!”
보컬 파트는 제일 적지만 2절 후렴구의 리드를 가져간 박원효까지도 모두 동의한 후, 노래의 파트 구성은 극적으로 끝이 나게 됐다.
‘…이상하게 협조적인데.’
강현진을 향한 내 찜찜한 기분만 남기고 말이다.
* * *
강현진의 이상 행동은 그 이후로도 지속되었다.
“형, 그 부분 보컬은 좀 더 호흡 맞춰야 할 것 같은데요.”
“…알았어.”
내 지적에 순순히 긍정하는 건 물론이고.
“유… 하야, 이 부분 말인데.”
“…아, 네.”
안무를 짜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아니,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은근슬쩍 내게 도움을 주질 않나.
‘…뭘 잘못 먹었나.’
강현진의 행동은 이전에 내게 보이던 적대감을 생각하면 천지가 개벽했다 싶을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왜 이런 급작스러운 변화가 이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되게 편한데?’
놈이 같이 일하기 정말 편한 팀원이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같이 일했던 놈들 중 제일 탑급인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긍정하고 바로 고치고, 의견은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아이디어도 잘 내면서 무엇보다도 성실하다. 말수가 좀 적다 뿐이지 협조도 잘하는 편이었다.
직전의 유찬희 때와 비교해 보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2차 경연에서는 유찬희와 같은 팀이 된 순간부터 매 순간이 고비였는데, 강현진과 팀을 한 이후부터는 가로막히는 것 없이 팀이 너무나도 잘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반대하고 들 줄 알고 콘셉트 의견도 안 내려고 했던 건데.’
이미 생각해 둔 것이 있음에도 콘셉트를 정할 때 먼저 다른 팀원들의 의견을 물어본 건 혹시 2차 경연 때의 일이 반복될까 우려되는 마음에서였다.
당시 먼저 의견을 낸 탓에 유찬희가 반대를 하고 나서, 결국 도지혁과 천세림과 합세해 상황을 조절할 정도로 정리에 꽤 애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먼저 의견을 냈다가 반대를 맞으면 조력자도 없는 마당에 의견을 밀어붙이기 어려울 듯해 간을 좀 보려고 했던 것인데, 다른 팀원들이야 그렇다 치고 강현진까지 별달리 반대 의견을 보이지 않아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런 협조적인 태도와 달리 뜻밖의 고충은 다른 곳에 있었다.
“…윽!”
“현진이 형!”
안무를 연습하던 도중 바닥에 구르듯 쓰러지는 강현진을 보며 다른 팀원들이 모두 경악한 채 달려갔다. 강현진은 다리를 부여잡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에 경지원이 가장 먼저 강현진의 상태를 물었다.
“형, 괜찮아요? 다리 좀 봐요.”
“아니, 아니… 괜찮아.”
“다리 아픈 거 아니에요? 삔 거 같은데……!”
“만지지 마!”
강현진은 다리 쪽으로 손을 뻗는 경지원의 손을 거칠게 쳐 냈다. 그에 경지원이 순간 굳은 표정을 하자, 강현진은 저가 되레 놀란 듯 잠시 침묵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안해, 그냥 좀 지친 거야. 조금만 쉬다 올게.”
그러고는 연습실에서 나가 버렸다.
“흠, 괜찮은 거 맞나.”
“다리… 절뚝이진 않으시니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치기엔 너무 아파 보였는데, 진짜 괜찮으신 거 맞을까?”
다른 연습생들이 그렇게 숙덕거리는 동안, 나는 천천히 강현진이 보인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전체적인 연습이 시작된 지 어느새 3일. 내일이면 바로 중간 평가였으나, 강현진은.
‘폼이 무너지고 있어.’
점점 실력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왜지?’
첫날 보여 주었던 컨디션 또한 평소의 강현진과는 어딘가 달랐다. 어딘가 삐걱거리는 듯한 춤 선에 이어 박자가 어긋나고 있었던 것이다.
무반주로 탭댄스를 보여 주었을 때는 괜찮았지만, 그다음 연습부터 강현진은 점차 댄스를 이끌어 가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대형이나 안무에 대한 아이디어는 빈틈이 없었지만, 그것을 실제로 몸으로 옮기는 걸 어려워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건 강현진처럼 메인 댄서를 지망하고 있는 연습생에게 있어 큰 타격이었다. 강현진은 현재 ‘춤 잘 추는 센터’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만약 이 상태를 이겨 내지 못하고 무대에 서게 되고, 기대 이하의 실력을 보여 주었을 때.
‘…투표수가 하락하겠지.’
그뿐일까, 그에 따른 악플도 따라붙게 될 것이었다. 강현진은 배틀에서 패한 후, 가장 높은 둥수에 따라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어 되돌아온 연습생이었으니까.
-아ㅋㅋㅋ 실력 진짜 개 X밥이네 이런 애가 우리 애 떨구고 돌아온 거야? 패자부활권 자진반납해 제발ㅠㅠ 그 실력으로 무대 서는거 안쪽팔리나
-디어돌 내 최고 거품답다ㅋㅋㅋ 내가 그랬잖아요 얘 실력 그냥 방송국 마사지 받은 뻥튀기라고ㅠ 이제야 본실력 드러난거지 뭐
-혅진아,, 너는 의지도 없고 노력도 없고.. 그럴 거면 출연을 왜 했니… 다른 애들한테 민폐끼칠 거면 왜 돌아왔어 너처럼 부족한 거 아무것도 없는 애가…ㅋㅋ
즉, 이런 식의 공격을 받기가 정말 쉬운 입장에 서 있다는 뜻이다.
본인도 현재 춤 말고는 캐릭터나 서사 모두 보여 줄 만한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을 테고, 그만큼 압박감과 조급함 탓에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거라는 게 가장 높은 가능성이었지만 나는 거기에 더해 강현진에서 어떤 한 가지 사실을 추가적으로 발견해 낼 수 있었다.
강현진이 보이는 패턴, 분위기나 폼이 무너지는 모습 등이 내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연상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오늘 강현진이 부상 없이도 다리를 부여잡고 있는 모습을 보며 확신을 얻었다.
‘트라우마, 그리고 슬럼프.’
아마 강현진은 과거 어떤 사건을 통해 슬럼프를 겪었을 터였다. 그 트라우마가 지금 압박감을 통해 다시 한번 몸으로 드러나고 있는 거고.
그 사실을 확신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나 또한 직접 몸으로 뼈저리게 겪었던 과정이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