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69)
“오늘 숏 폼 촬영도 분위기 제일 잘 잡고 포인트 잘 살리는 애가 주축이 돼서 촬영하는 게 더 파급력이 좋을 텐데, 너희 현진이 믿고 맡길 수 있겠어?”
“…….”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현진이 지금 센터 설 만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결정은 너희 몫인데, 현명하게 생각해.”
리오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순식간에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중간 평가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보컬을 비롯해 가사 등에 대해서는 호평을 들었으나, 팀원들의 얼굴은 펴질 기미가 없었다.
“모두 수고했어.”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결국 끝까지 변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3차 경연의 중간 평가는 끝이 났다.
* * *
도착한 숏 폼 촬영장에서도 팀원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는 모습이었다.
어두운 낯빛으로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강현진은 그런 분위기를 분명 알고 있음에도 필사적으로 모르는 척하려 드는 듯했고.
‘다들 한마디씩 하고 싶어 하는 눈치인데.’
그럴 만도 했다. 지난 며칠간 연습을 진행하며 강현진의 컨디션 난조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것이 바로 팀원들이었으니까.
합숙 시작 후 안무나 노래를 창작하고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이틀을 제외하고 디테일을 맞추기 시작한 이후부터 우리는 단 한 번도 ‘만족스러운’ 연습을 진행해 본 적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현진이 흔들리니까.’
리오의 말은 틀린 구석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 우리 팀은 현재 센터인 강현진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에 덩달아 불안정해져 있었다.
-음, 다시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번에 조금 박자가 빨랐던 것 같죠. 각이 안 맞았던 거 같기도 하고…….
-스텝이 지금, 전부 다 다른 거 같은데…….
대형은 자꾸만 무너지고 박자는 어긋난다. 노래의 시작 부분에서부터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니 그다음 나서는 타자까지도 헤매게 되는 거다.
처음부터 엉망으로 시작된 퍼포먼스의 흐름이 끝까지 제대로 이어질 리가 없다. 어정쩡하게 시작된 연습은 끝내 찝찝하게 끝이 나곤 했다. 그게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거고.
‘그걸 멘토의 입으로 확인받은 거니까, 아마 그 의견을 따르고 싶다는 마음들이겠지.’
하지만 그렇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건…….
나는 조용히 주변을 포진해 있는 카메라들을 바라보았다. 중간 평가가 이루어진 연습실에서부터 촬영장까지 카메라의 붉은 불은 꺼질 생각도 없이 집요하게 우리를 쫓고 있었다.
연습생들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조차 놓치지 않게끔 따라붙고 있는 저 카메라.
팀원들이 강현진에게 말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악편 당할 게 뻔하니까.’
강현진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서사가 없었다. 원체 가지고 있는 실력 자체가 탑급인 데다 시청자들이 주목할 만한 절박한 뒷배경도 없다.
가지고 있는 인지도 때문에 연습생들은 강현진이라면 한 수 접어 주는 분위기였고, 그에 따라 [디어돌> 내에서 겪은 갈등도 없었다.
그나마 있다 치면 지난 순위 발표식에서 2등으로 따라붙은, 강현진이 이상할 정도로 기피하는 나 정도일 뿐, 그 갈등조차도 직접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적은 없다.
더없이 완벽하고 그렇기 때문에 심심한 연습생.
그게 지금까지의 강현진이었다면, 지금은 다르다.
‘이젠 그 누구보다도 절박해졌으니까.’
내내 승승장구하던 것과 달리 강현진은 누가 봐도 헤매고 있고, 이에 따라 [디어돌> 출연 이후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러니 카메라가 더욱 집요하게 우리의 행동을 쫓는 이유도 알 만했다.
이건 누가 봐도 재미있는 서사거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오까지 거기에 맞춰 흥미진진한 갈등을 위한 떡밥을 던져 주었으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런데 이럴 때 센터를 바꾸자고 의견을 꺼내고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다면?
‘빼도 박도 못하고 강현진의 ‘극복 서사’를 위한 제물이 되겠지.’
이미 수개월째 [디어돌>에 참가하며 방송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확인한 팀원들은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상황만 살피고 있는 것일 테고.
“3조, 촬영 시작할게요!”
“네!”
어색한 침묵 속에서 각자 준비를 마친 팀원들은 그렇게 어떤 상의도 나누지 못한 채 바로 촬영에 들어가게 되었다.
미리 정해 두었던 대로 강현진을 주축으로 한 줄로 선 우리들은 강현진이 거치대에 매달려 있는 휴대폰의 촬영 버튼을 누르고 오기를 기다렸다.
반듯하게 일렬로 늘어진 팀원들을 확인한 강현진은 곧 자리에서 벗어나 휴대폰의 촬영 버튼을 누르고 제자리로 돌아왔고, 그에 맞추어 스태프가 준비한 우리들의 경연곡 후렴구가 흘러나왔다.
-all eyes on you
넌 dazzle, dazzle
우리가 숏 폼 촬영을 위한 포인트 안무로 선택한 건 강현진의 리드에 따라 우리가 천천히 스텝을 밟아 가며 잔상처럼 한 줄에서 양옆으로 팀원들이 펼쳐져 나가는 대형이었다.
그에 따라 가장 중요한 건 칼군무였다. 스텝, 박자, 속도, 모든 것이 맞아야만 숏 폼을 비롯해 무대에서 이 안무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다시 하겠습니다!”
“하…….”
“후.”
중간 평가 때도 안 되던 동작이 이제 와 될 리가 없었다.
“…잠시만 확인하고 다시 가자.”
벌써 다섯 번의 시도를 거쳤음에도 제대로 맞지 않는 동작에 강현진이 춤을 추던 것을 멈추고 앞으로 나섰다. 찍힌 것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몰려간 팀원들은 촬영된 결과물을 보고는 침음을 흘렸다.
“음… 다들 표정이…….”
“우리 좀 더 표현에 신경 써야 할 것 같은데…….”
“곡이랑 안 맞는 거 같아.”
에이든 리가 초조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래를 만든 당사자인 만큼, 우리가 제대로 곡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누구보다도 확실히 보인 탓일 터였다.
팀원들은 모두 하나같이 제대로 웃지 못하고 있었다. 눈은 카메라가 아니라 카메라의 바로 앞, 그리고 근거리의 팀원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것이 더욱 정돈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여유롭지 못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것은 중심의 강현진이었다.
‘경직돼 있어.’
동작을 틀리지 않게 하는 데만 집중하느라 표정 연기에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그건 강현진의 장점을 완전히 깎아 버리고 있었다.
강현진은 춤 동작을 비롯해 표정 연기만큼은 [디어돌> 내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표현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전부 사라진 현재의 강현진은 그저 불안정해 보일 뿐이었다.
“다음 팀 촬영 시간도 있어서, 앞으로 딱 두 번만 더 해 볼게요. 안 되면 지금까지 찍은 영상 중 하나 골라서 그대로 공개하겠습니다.”
우리와 함께 덩달아 지친 듯한 표정으로 함께하던 스태프가 시계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그에 팀원들 사이로 무거운 침묵이 깔렸다.
지금까지 찍힌 영상 중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단 하나도 없었다. 박자가 맞지 않거나, 스텝이 틀리거나, 표정이 전부 굳어 있거나. 심지어 그 모든 게 다 해당되는 영상도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숏 폼 촬영을 진행하면 베네핏은 절대 가져올 수 없겠지.’
하지만 상황을 대충 넘기는 것은 가능해진다.
‘아니면 남은 방법은 하난데…….’
바로 악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야기를 꺼내 보는 것 말이다.
직간접적으로 투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다분한 후자를 선택해 오히려 베네핏을 받지 않는 것보다 더욱 큰 리스크를 짊어지느냐.
고민은 짧았다.
“형, 우리 센터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고민의 끝에 결국 내가 고른 것은 후자였다.
이건 지금 고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어질 테니까.
‘숏 폼 촬영의 포인트 안무는 무대 위의 안무이기도 해. 그걸 고치지 않으면…….’
무대 자체가 망한다.
“뭐?”
“지금 우리 이 상태로는 숏 폼 촬영 제대로 못 끝낼 것 같아요. 센터를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이게 저희의 최선이 아닌 것 같아요.”
“…….”
강현진의 컨디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그와 함께 연습을 진행한 3조 팀원들이었으나, 실은 한 명이 더 있었다. 바로 강현진 본인 말이다.
직접 몸을 쓰고 움직이며 자신의 컨디션이 지속적으로 망가지고 있다는 걸, 그에 따라 팀의 퍼포먼스 완성도가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도 확실히 이해하고 있겠지.
그럼에도 센터를 바꾸잔 말을 입에 담지 못한 건 불안정한 위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남은 두 번은 다른 사람을 센터로 해서 진행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불안감을 고려해 주기엔 모두의 상황이 절박하다.
“…내가, 내가 다시 한번 해 볼게. 할 수 있어.”
“…….”
“한 번만 더 해 보자. 이번에는 절대 실수 안 할 테니까….”
하지만 절박한 건 강현진도 마찬가지일 터.
완전히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강현진은 처음으로 애원하듯 말을 꺼내 왔다. 그 모습에 팀원들이 동요하는 것이 보였다. [디어돌> 내에서 보여 주지 않았던, 처음 보는 강현진의 면모에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는 듯했다.
“다음엔 정말 잘할 수 있어.”
“아뇨.”
그러나, 내가 내놓아야 하는 답은 변하지 않았다.
기적적으로 다음 촬영에서 강현진이 제 페이스를 찾을 일은 없고, 시간이 한정돼 있는 촬영 여건상 우리에게는 그리 많은 기회가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형, 지금 여유 없잖아요.”
“……!”
내 말에 강현진은 당혹스러운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뭐라 말하고 싶은 듯 잠시 입을 벙긋거렸으나, 결국 입을 다물곤 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또한 남은 기회 동안 컨디션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그리고 센터를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반박할 수 없는 듯했다.
나는 마지못해 떨어진 강현진의 허락에 잠시 스태프들 쪽으로 허리를 굽히며 양해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잠시 시간을 주시면 저희끼리 센터 관련으로 투표를 하고 잠깐만 맞춰 본 후에 다시 진행하겠습니다.”
“시간은 오래 못 드려요.”
“…네, 10분 정도만 부탁드립니다.”
나는 그렇게 말한 후 세트장의 뒤쪽으로 팀원들을 데리고 갔다. 동작을 맞춰 볼 수 있는 거울 앞에 선 후, 나는 먼저 센터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각자 숏 폼 촬영에서 센터를 맡으면 좋을 것 같은 사람을 투표로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나, 둘, 셋 하면 각자 후보 짚어 주세요.”
“…응.”
“OK.”
“하나, 둘… 셋.”
내 구호에 맞추어 진행한 투표의 결과는 예상대로라면 예상대로인 결과가 나왔다.
‘…하.’
차마 누구도 뽑을 수 없었던 것인지 결국 누구에게도 표를 던지지 못한 강현진과 에이든 리에게 표를 던진 나를 제외하고는 만장일치로 내가 뽑힌 것이다.
“…그럼 이번 숏 폼의 촬영 센터는 우선 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전에 잠시 대형이랑 스텝 좀 맞추고 갈게요. 실전이다 생각하고 표정도 모두 관리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지끈거리는 머리를 겨우 억누르며 나는 스태프에게서 받아 온 태블릿 PC의 음원을 틀고 거울을 보며 대형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10분 동안 포인트 안무를 맞춰 보는 식으로 연습을 진행했고.
“…수고하셨습니다!”
끝내 모두가 적당히 만족하는 결과물을 내놓으며 숏 폼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잘 웃더라, 유하~!”
“수고하셨어요.”
“모두 수고했어!”
모든 촬영이 끝나고 팀원들이 밝은 얼굴로 건네는 인사를 들으며 나는 흘깃 한쪽을 눈짓했다.
강현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없이 제 옷깃을 정리하고 있었고, 우리와는 약간 동떨어져 있는 그 모습을 카메라는 집요하게 촬영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이번 경연의 빌런은 나군.’
이번에는 내가 아주 제대로 쪽박을 차리라는 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