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7)
에이든 리가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백스테이지로 떠난 후에도 등급 평가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또 한번 멘토들의 기대에 차지 못해 등급을 낮게 받은 연습생들이 백스테이지로 내려가고, 뒤이어 한 명의 연습생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어, 저분…….”
“그…….”
그리고 그가 올라오자마자 장내에는 한차례 소란스러운 말소리가 오갔다. 그도 그럴 것이, 올라온 연습생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인이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드림엑터스 소속 3년 차 연습생 강현진입니다.”
강현진은 어딘가 아이돌보다는 배우에 더 가까운 비주얼을 가지고 있는 연습생이었다.
훤칠한 키와 탄탄한 몸, 뚜렷한 이목구비와 함께 어딘가 선이 굵으면서도 정석적인 미남 같은 외형.
남다른 비주얼도 모두의 놀라움에 한몫했겠지만, 연습생들을 비롯해 멘토들에게서까지 수군거림이 나온 것은 그가 바로 대한민국의 탑 배우 부부의 맏아들이기 때문이었다.
“반가운 얼굴이네요, 강현진 연습생.”
“부모님을 반씩 닮았네.”
연기파 배우로서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강현진의 부모는 이십 대부터 연기자로서 탑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배우로서는 조금 이른 시기에 결혼해 강현진을 비롯해 2남 1녀를 낳았으며, 지금까지도 금슬 좋은 부부로 모두의 경외의 대상이었다.
슬하의 자식들 또한 유명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중에서도 강현진은 그들의 맏아들로서 어릴 적부터 이미 다수의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었던 일종의 반셀럽이기도 했다.
“와, 내가 현진이 유치원 보내던 게 엊그제 같은데.”
게다가 연차가 오래된 아이돌 그룹의 메인 보컬이었던 멘토 도민은 과거 강현진과 육아 예능을 찍은 전적까지 있었다.
“강현진 연습생, 분명 3년 전에 에이넷의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왔었죠?”
“…네.”
또한 그는 이번이 첫 서바이벌 예능이 아니었다. 3년 전,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승자를 뽑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미 한 차례 얼굴을 비추었던 것이다.
그때 그는 수준급의 댄스 실력을 보여 주었으나 결국 보컬 실력이 딸려 TOP10까지 가지 못하고 그 직전에서 떨어졌었다.
그 후 강현진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사로 보도가 나왔었는데.
‘뜬금없이 드림엑터스에 들어가게 됐다고 해서 모두가 부모 따라 배우 일 하는 거 아니냐고 떠들어 댔지.’
아직 가수를 내보낸 적이 없는 배우 소속사에 첫 아이돌 연습생으로 입적하게 되었다고 해 모두가 의아해했었다.
하지만 실은 그 배우 부부의 아들이 뜬금없이 춤을 춘다는 게 더 이상한 일로 보였기 때문에, 모두가 적당히 수긍하고 넘어갔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후 3년간 소식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배우로 전향할 준비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꾸준히 소속사에서 아이돌 연습생으로 지내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럼 한번 실력 좀 볼까요?”
도민의 말에 강현진은 익숙하게 폼을 잡았다. 이미 준비되어 있는 듯한 동작에 댄스 멘토인 리오가 기분 좋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곧 인트로가 시작되고, 강현진은 자신이 준비해 온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오.”
“…진짜 잘하는데.”
그리고 어딘가 얕잡아 보는 기색이 없잖아 있던 연습생들의 생각과는 달리, 강현진은 그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3년간의 연습량을 증명하듯 놀라운 실력을 선보였다.
‘…몸이 진짜 가볍다.’
나는 강현진의 몸을 훑어보며 생각했다. 과거에도 춤 실력만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TOP 10 언저리까지 갔었다더니, 과연 그럴 만한 춤 솜씨였다.
길쭉한 팔다리를 잘 활용하면서도 포인트와 각을 잘 잡고, 무엇보다도 춤 선이 유려하고 가벼워 무거운 느낌이 전혀 없었다. 동작 하나하나만을 보면 분명 난이도가 높은데, 강현진이 추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쉽게 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건 재능이군.’
그가 가진 리듬감과 표현력, 움직임은 연습을 벗어난 재능의 영역이었다.
노래 또한 나쁘지 않았다. 과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는 음정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무엇보다도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듯 어색하기 짝이 없는 노래 실력을 보여 줬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3년간 기본기를 열심히 쌓은 모양이었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기 위해서인 듯 일부러 낮은 음정의 곡을 고른 것도 포인트가 된 것 같고, 라이브를 하면서도 저 정도면 선방했고.
연습생과 멘토들의 반응과 그가 이미 가지고 있는 유명세의 정도를 생각해 본 나는 쉽게 그가 얻을 등급을 예상할 수 있었다.
“드림엑터스 소속 강현진 연습생은……. A입니다.”
“감사합니다.”
“축하해!”
그렇게 강현진은 무난히 도지혁에 이어 A등급을 얻어 간 두 번째 연습생이 되었다.
* * *
“후…….”
나는 의자에 살짝 기대 몸을 조금 늘어뜨리고 멍하니 무대를 바라보았다. 낮에 시작된 촬영은 밤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아직 무대를 펼칠 연습생들도 한참 남아 있으니, 거의 새벽이 다 되어서야 끝나겠지.
똑같이 지쳐 있는 연습생 사이에서 뻐근한 목을 풀며 내가 무거운 한숨을 쉬고 있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곧 무대 위로 다음 무대를 펼칠 연습생들이 올라왔다. 하얀 티와 청바지를 입고 있는 세 명의 연습생들.
내게 자신의 이름을 선언하듯 말하고 간 에이든 리를 주축으로 둔 나인히트 소속 연습생들은 허리를 깊이 굽혀 씩씩하게 인사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기세 좋네. 무대 볼까요?”
댄스 멘토 리오의 말에 그들은 곧 대형을 이루어 폼을 잡았다. 직후 인트로가 시작되자, 세 연습생들은 각자의 끼를 뽐내며 내가 예상한 것처럼 청량 콘셉트의 곡을 선보였다.
그들이 선보인 곡은 나인히트 소속 선배 보이그룹의 데뷔곡이었는데, 전체적인 노래 실력과 춤 실력이 빠지는 느낌 없이 탄탄해 멘토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네. 편곡 방향성도 좋고.”
“각자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네요. 표정도 좋던데, 연습 많이 했나 봐.”
그리고 이어지는 호평 속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건.
“에이든 리 연습생은… 뭐야? 연습생 기간이 6개월밖에 안 된다구요?”
“진짜? 6개월 차의 실력이 아닌데?”
바로 에이든 리였다.
‘…공으로 데뷔한 건 아닌가 본데.’
나는 무대를 보고서야 에이든 리가 과거 [디어돌>을 통해 데뷔한 그룹 ‘아이딘’의 멤버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메인 보컬… 이었던가?’
허스키하면서도 개성 있는 목소리와 안정적인 노래 실력, 외국 배우 같은 진하면서도 섬세한 이목구비와 천재 캐릭터로 주목을 받았던 멤버였던 걸로 기억한다.
괜히 ‘천재’ 캐릭터가 만들어진 건 아닌 듯, 에이든 리의 실력은 뛰어났다. 총 세 명이 참여한 나인히트 소속 연습생 중에서는 가장 짧은 연습생 기간을 가졌음에도, 남은 둘을 가볍게 압살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선보인 것이다.
“편곡한 게 에이든 리 연습생이에요?”
“네.”
무엇보다도 그는 흔치 않은 프로듀서형 연습생이었다.
그들이 선보인 선배 그룹의 데뷔곡은 원래 귀여운 콘셉트였으나, 에이든 리는 곡의 멜로디 라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과감하게 편곡을 해 분위기를 청량 콘셉트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저 정도로 방향을 완전히 틀어 편곡했으면서도 곡의 토대만큼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나를 비롯해 현장에 있는 연습생들은 모두 에이든 리가 범상치 않은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대단하네. 다룰 수 있는 악기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어머니가 첼리스트 에밀리 다이앤에 아버지가 피아니스트 승권 리?”
“예.”
게다가 배경까지. 이 정도면 몰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한국과 영국 쪽 혼혈인 어머니와 한국계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난 쿼터인 데다, 부모 모두 분야에서 인정받는 음악인이었던 것이다.
에이든 리 또한 피아노 방면으로 어릴 적 국제 대회에서 여러 번 상을 수상했다고 했다. 즉 그 자신도 평생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음악인이라는 뜻이다.
“그런 사람이 왜 아이돌을 해?”
“그냥 클래식을 하면 될 텐데.”
“못 했던 것도 아니고 엄청 잘했다며? 나 저 콩쿨 이름 들어봤어. 상 받으면 그냥 미래가 보장된 거라고 하던데.”
워낙 심상치 않은 캐릭터였던 탓에, 에이든 리의 배경이 밝혀지자 현장에서는 곧 순수한 의문에 이어 견제, 질시가 섞인 목소리가 한마디씩 튀어나왔다.
아마 에이든 리가 어째서 방송에 참여했는가 혹은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게 되었는가와 같은 서사는 따로 촬영된 인터뷰로 방송에서 풀릴 듯했다. 어쨌든 그런 서사는 연습생들을 위한 게 아니라 시청자들을 위한 것이지 않은가.
멘토들은 흥미에 찬 얼굴로 수고했다는 말을 남긴 후 나인히트 소속 연습생들의 등급을 정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짧은 논의를 나누었다.
“A등급은… 에이든 리 연습생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에이든 리는 이변 없이 도지혁과 강현진에 이어 A등급을 받은 세 번째 연습생이 되었다.
다른 두 명의 연습생들은 B등급을 받았다. 좀 아쉬운 표정이기는 했으나 그들도 나쁘지 않은 등급을 받은 것이었으니 딱히 큰 불만은 없어 보였다.
나는 나인히트 소속 연습생들이 허리를 깊이 굽혀 인사하고 백스테이지로 뛰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왜 에이든 리를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2년 차부터 탈주했지 않았나? 저놈.’
그리고 ‘아이딘’의 첫 탈주자가 에이든 리였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소속사와의 계약 관련으로 분쟁이 일어났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 또한 아직 2년 차였던 탓에 활동을 하고 있기도 했었고, 그때쯤 나는 김민기와 관련되어 있는 소식은 최대한 듣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소속된 그룹 라이트닝은 밑으로 떨어지는데 아이딘만 자꾸 위로 올라간다는 데 큰 절망을 느끼고 있던 때였으니, 내가 아이딘 멤버의 소식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만도 했다.
어쨌든 확실한 건 아이딘의 다음 컴백 곡이 래퍼 중심으로 나갔었다는 점이다. 아마 메인 보컬인 에이든 리의 빈자리를 어떻게든 커버 쳐 보기 위해서였겠지.
‘그렇게 생각해 보면 아이딘도 우리랑은 다른 의미로 여기저기 터져 나갔군.’
딱히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진 않았으나 그쪽도 라이트닝처럼 멤버들이 각자 딴마음을 먹고 각기 다른 행동을 했단 소리다.
팬들도 딱히 그에 반감을 가지지는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 [디어돌> 출신들은 어쨌든 데뷔라는 목표 하나로 몇 개월 간 싸워야 했고, 그건 팬들도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 견제하고 비방하고 루머를 확산시켰던 팬들은 쉽게 하나로 뭉쳐지지 않았다. 아이딘의 팬덤은 개인 팬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건 공식적인 그룹 해체까지도 달라지지 않았다.
팬덤 내에서 가장 많이 오간 말이 얼른 계약 기간 다 채워서 각자 갈 길 따로 가잔 말이었다니 말 다 한 셈이다.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만.’
나는 다음 무대를 위해 올라오는 연습생들을 지루한 기색 없이 바라보기 위해 애를 쓰며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든 내가 데뷔할 그룹이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 멤버들이 터져 나가든 내 알 바는 아니었던 것이다.
미래의 아이딘이 이전과 같은 식으로 해체되느냐, 아니냐보다도 중요한 건.
‘…촬영 언제 끝나냐.’
이미 다 닳아 버린 지 오래인 내 체력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