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71)
“아이돌에게는 끼와 재능이 중요하죠. 하지만 여러분, 한 가지 잊고 있는 게 있습니다. 고된 활동 중에서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은…….”
MC는 방송의 재미를 위해 잠시 뜸을 들이고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다음 말을 뱉었다.
“바로 체력입니다.”
“헉.”
“아… 설마…….”
“패배한 연습생 여러분들. 패배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바로 충분히 민첩하지 못했던 몸과 그걸 받쳐 주지 못한 체력이 아닐까요?”
MC는 능청스럽게 말하고는 연습생들을 장난기 어린 시선으로 한번 훑어보다가 자세한 벌칙에 대해 설명했다.
“자, 바로 그 체력을 기르기 위해 패배한 연습생들에게는 특별 PT가 벌칙으로 주어집니다. 호랑이 트레이너로 유명한 치형 원장님의 특별 레슨이 내일 새벽 5시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아아아아…….”
“모두 늦지 않게 도착하는 걸 잊지 마세요, 늦으면 치형 원장님은 더 깊은 사랑의 PT를 선사해 주실 겁니다.”
연습생들의 탄식 어린 목소리를 즐기듯 말을 이은 MC는 곧 살아남아 한쪽에 자리한 승리 연습생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벌칙이 있으면 보상도 있어야겠지요.”
MC는 승리한 연습생들은 개인 숏 폼 촬영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각자 개인 샷을 통해 각 팀의 포인트 안무를 다시 한번 선보인 후, 두 번째로는 아이돌 메이커들에게 공개되는 개인 10초 영상 촬영 기회도 함께 주어진다는 거다.
“자, 그럼 [연습생 배틀: 사람 VS 귀신 술래잡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귀신 팀을 비롯해 아직 인생 그래프를 그리지 못한 연습생들은 나머지 작업도 모두 마친 후 제출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MC가 퇴장한 후, 아직 인생 그래프를 그리지 못한 연습생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터덜터덜 책걸상 쪽으로 걸어갔다. 5분간 이루어진 추격전 탓에 종이는 모두 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뒤섞여 있었다.
천세림과 도지혁, 그리고 나는 이미 인생 그래프를 모두 그려 제출했기 때문에 더 이상 강당에 남아 있지 않아도 되었지만, 도의적으로 정리를 돕기 위해 강당에 남았다.
그렇게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우며 원주인에게 인생 그래프를 되돌려 주는 것을 반복하고 있을 때였다.
“……?”
나는 종이 한 장을 주워 들고 그곳에 적힌 내용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탁!
“아.”
“…내 거 같은데, 가져갈게.”
어느새 다가온 강현진이 내 손에서 종이를 빼앗아 드는 것에, 나는 머쓱하게 손을 내렸다.
강현진은 종이를 되돌려 받는 것만이 목표였다는 듯 등을 돌려 책상이 있는 쪽으로 돌아가 버렸다.
“형, 이제 가요.”
“아, 어.”
나는 그런 강현진을 잠깐 바라보고는 천세림, 도지혁과 함께 먼저 강당을 나섰다.
강당을 나서 각자의 연습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천세림이 흘긋 강당이 있는 쪽을 뒤돌아보고는 물었다.
“형, 현진이 형이랑 싸웠어요? 며칠 동안 잘 가는 것 같더니 또 냉랭한 것 같네요?”
“…싸운 건 아니고.”
센터 자리를 두고 의견 다툼이 있었을 뿐이다. 갈등은 갈등이지만 직접적으로 싸운 건 아닌 만큼, 놈과 내 분위기는 애매했다.
어찌 됐든 그런 걸 구구절절하게 이 둘에게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나는 적당히 말을 흐렸다. 그러자 도지혁이 흠, 작게 침음을 내고서는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어째 점점 몰리는 것 같은데, 이러다 중간에 포기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중간 포기요? 현진이 형이요?”
“[캐치 탤런트> 때처럼 말이야.”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때 그냥 떨어진 게 아니에요?”
“음.”
도지혁은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다. 복도에 설치된 몇 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카메라는 현재 연습생들이 있는 강당 쪽에 집중되어 있었고, 마이크를 타고 대화가 녹음된다 한들 예민한 주제는 방송국 쪽이 적당히 컷할 터였다.
상황을 살핀 도지혁은 곧 설명을 해도 별달리 큰 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한 듯했다. 그는 시선을 다시 앞쪽으로 두고 덤덤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때, [캐치 탤런트>에서 자진 탈락한 거라고 들었어. 방송용 포장을 위해 파이널 직전에 떨어진 것으로 해 두긴 했지만.”
“현진이 형이 포기를 했다고요? 의왼데. 그때 탈락하면서 엄청 울었잖아요.”
“왜인지는 몰라. 연기일 수도 있고 진심일 수도 있기는 한데……. 어쨌든 자진 탈락한 건 사실이야. 그때도 뒤로 갈수록 서바이벌이 심해졌으니 정신적으로 몰려서 포기한 걸 수도 있고, 아니면…….”
방송이 조작이란 걸 미리 알아채고 더 가기 전에 탈주한 걸 수도 있지, 천세림의 질문에 도지혁이 그렇게 덧붙인 후 우리는 연습실에 도착했다.
천세림, 도지혁과 짧은 저녁 인사를 나누고 나는 연습실로 들어섰다. 연습실은 텅 비어 있었고, 나는 다른 팀원들이 도착하기 전 먼저 가볍게 동작을 맞춰 보기 위해 음원을 틀고 거울 앞에 섰다.
“…후.”
하지만 쉽게 연습에 집중할 수는 없었다. 머릿속으로 도지혁이 한 말과 더불어 강현진의 인생 그래프가 계속해서 떠돌아다녔기 때문이다.
‘강현진이 캐탤에 참여한 게 19살.’
그리고 놈이 직접 그린 인생 그래프에서, 강현진의 19살은 완전히 나락을 치고 있었다.
그 후로 2년 정도는 꾸준히 바닥을 기다가 [디어돌> 참여 때쯤에야 그래프가 상승선을 타고 있었고.
‘강현진의 19살이 그렇게 바닥을 칠 이유가 있나?’
심지어 자신이 원해서 자진 탈락한 거라면, 그 정도로 인생 그래프가 바닥을 길 리가 없다. 다른 이유로 짐작이 가는 게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면 정말 방송이 조작이라는 걸 깨닫고 탈락을 결정한 건가?’
열심히 해 봤자 가망이 없단 걸 알아채고 탈락을 했다면 어느 정도의 우울감은 생길 수도 있다. 그게 2년이나 이어졌다는 건 좀 이상한 일이지만.
다만 연습생 기간을 암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캐치 탤런트> 이후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으며 그 기간 동안의 답답함을 떠올려 그래프를 그렇게 작성한 거라면 나름 설명이 되기는 했다.
그리고 추측상 강현진은 슬럼프를 앓았던 적이 있으니, 이 2년간의 시간을 그 슬럼프를 앓던 기간으로 보면 될 듯했다.
다만 [캐치 탤런트> 자진 탈락이 어째서 슬럼프까지 불러올 정신적 충격이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바가 없지만.
“아, 유하! 먼저 연습 중이었어?”
머릿속의 상념을 끊어 내지 못하고 경연곡의 후렴구에 맞추어 스텝을 밟고 있자니 문이 열리고 곧 다른 팀원들이 들어왔다. 가장 뒤로는 강현진이 있었는데, 놈은 역시나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선을 돌려 회피했다.
‘…물어보는 건 오지랖이겠고.’
그냥 저걸 저 상태로 둬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유하.”
“……?”
다른 팀원들이 저녁 연습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는 동안, 내게 다가온 에이든 리는 답지 않게 우물쭈물하는 모습이었다. 그에 의문을 느껴 놈을 바라보고 있는데.
“혹시 그, claustrophobia 있어?”
“…뭐?”
뜬금없이 물어보는 말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놈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영단어를 물어보았기 때문이었다.
“아, 그니까. 음, 단어가… 모르겠는데…….”
내 의문에 에이든 리는 머리를 벅벅 긁더니 더듬더듬 설명을 이어 갔다.
“그… 좁은 곳 힘들어?”
“…아.”
나는 그제야 에이든 리가 무엇을 물어보려는 건지 깨달을 수 있었다. 비품실에 숨어 있는 동안 누가 봐도 이상한 반응을 보인 만큼, 그에 대해 묻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에이든 리의 시선을 흘리며 답했다.
“…어, 몸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곳만. 평소엔 괜찮아.”
“엘리베이터, 이런 데도 괜찮아? 사고 후에 겪는, 어… 그런 거야?”
“아니, 사고 후유증 같은 건 아니고.”
굳이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나는 에이든 리가 얼마나 집요한 놈인지에 대해 떠올리고는 적당히 답해 주기로 했다.
“어릴 때 잠깐 어디 갇혔던 적이 있어. 그 후로는 그냥 벽장이나 골방 같은 데만 못 참는 거야. 웬만한 곳은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
에이든 리는 내 대답에도 석연치 않다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그 말을 끝으로 내가 아예 몸을 돌려 버리자 더 물어 오지는 않았다.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어찌 됐든 선은 잘 지키는 녀석인 만큼, 아마 이 이상으로 묻지는 않겠다 싶었다.
“저희 그럼 이제 연습 시작할까요, 현진이 형 센터로 다시 해서…….”
그렇기에 나는 진득하게 붙어 오는 에이든 리의 시선을 애써 무시할 수 있었다.
* * *
모든 연습을 마치고 밤늦게 숙소로 돌아간 이후, 에이든 리와 주단우는 바로 곯아떨어지듯 잠이 들었다.
하드한 연습 탓에 온몸이 욱신거려 금방이라도 자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운 채로 영 잠에 빠져들지 못하고 있었다.
연습실에서 보았던 강현진의 상태창 탓이었다.
『끼(표현력): S(디버프: C)↓』
‘한 단계 더 떨어졌었지.’
오늘의 일이 강현진에게 어떤 자극을 준 건지, 이번에는 표현력 스텟이 한 계단 더 떨어져 버렸었다. 그 탓에 오늘 마지막 연습까지도 강현진은 계속해서 버벅거렸었고.
자신 또한 오늘의 연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인지, 놈은 오늘 새벽까지 연습을 하겠다며 남았다.
노력은 좋았다. 그 연습이 아마 잘될 것 같지 않다는 게 걱정거리일 뿐.
‘이미 강현진은 감각을 잃었어.’
그렇다면, 그 상태로 연습해 봤자 현 상태를 점검하고 반복하는 것일 뿐 나아지지는 못할 터였다.
유찬희 때와 같지만 다르다. 유찬희는 아예 방법을 몰랐던 것이고, 강현진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걸 몸이 구현화하지 못하게 된 거니까.
그런 만큼 강현진의 경우가 더욱 골치 아프다고 할 수 있었다. 꼬인 프로그램을 풀어내는 것이 정보를 무작정 우겨 넣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센터 교체뿐인데.’
하지만 정말로 강현진을 센터에서 교체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걸까.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하…….”
어느새 문을 열고 숙소로 들어온 강현진은 문가에 우뚝 선 채 잠든 연습생들을 한 번씩 훑어보았다.
혹시 들킬까 싶어 잠깐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더니, 강현진은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적당히 물기가 맺힌 채로 나와 침대에 올라와 쓰러지듯 바로 잠들었다.
나는 내 위쪽 침대에 누운 놈의 인기척을 느끼다, 결국 마음을 정했다.
『강현진』
세부 특성
특기(노래): C+(디버프: C-)
특기(춤): S-(디버프: B-)
매력(외모): S-
매력(분위기): A
끼(표현력): S(디버프: C)
끼(집중력): B-(디버프: C-)
체력(신체): A+
체력(정신): C(디버프: D-)
버프: (잠금)
상태: 절망(확인 가능)
→트리거(CHECK)
강현진의 상태창을 눈앞에 띄우자, 그전보다 더 하락한 스텟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처참한 상태창보다도 더 눈에 밟힌 건.
‘…절망.’
바로 놈의 상태였다.
지난번 압박에 이어 더욱 심해진 상태. 그리고 그 밑에서는 확인해 달라는 것처럼 트리거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는 이전과는 달리 망설임 없이 그 트리거를 선택했다.
그러자.
-현진아, 난 정말 네가 창피하다.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며, 강현진의 트리거가 눈앞에 펼쳐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