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73)
『강현진의 최적 루트를 검색하시겠습니까?』
YES(-50p)◀ / NO
강현진의 트리거를 확인한 날, 나는 새롭게 얻은 통찰안의 기능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그 통찰안의 기능은 공짜는 아니었다.
‘양아치도 아니고.’
지난 순위 발표식에서 얻은 보상은 총 50포인트였다. 그리고 시스템은 강현진의 최적 루트, 즉 서브 미션을 열기 위해서는 그 보상을 고스란히 토해 내라고 말한 거다.
이미 숏 폼 촬영에서 이번 경연의 최대 빌런이 내가 될 것이라 예측한 상황이었기에, 나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순위 발표식에서 내가 1위를 유지할 확률은 낮아.’
표수는 매번 경연이 새로 시작될 때마다 리셋된다. 그런 만큼, 다음 경연에서도 동일한 표를 받을 수 있을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나는 현재의 내 등수를 만들어 준 표에는 이른바 ‘머글 표’, 즉 대중 픽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다음 등수에서 1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에는 대중 픽이 다수 떨어져 나갈 거야.’
대중 픽은 인지도나 유명세, 그리고 당장의 방송 분량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강현진 또한 지금까지의 1위를 기존의 인지도를 통한 다수의 대중 픽으로 얻어 냈던 거고.
그런 만큼, 대중 픽은 유동성이 강했다. 당장의 이미지, 루머, 방송 분량 등에 따라 쉴 새 없이 표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이번에 1위에 붙을 수 있었던 것도 강현진의 기존 표를 어느 정도 가져왔기 때문일 테고.’
그리고 대중 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관리가 필수적이었다. 적절한 방송 분량, 무대, 그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선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가지고 가야 했기 때문이다.
[디어돌>이 만든 나의 캐릭터는 지금까지 선함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타인을 챙기는 리더, 공과 사를 철저히 하는 팀원, 갈등 상황을 어떻게든 부드럽게 풀어 나가려고 하는 중재자.
모든 서사 속에서 나는 언제나 누군가가 일으킨 불화에 피해를 입고 그것을 수습하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대중은 그런 이미지에 몰입해 내게 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번 경연에서 나는 그 이미지를 타지 못할 것이다. 그 이미지는 온전히 강현진에게로 옮겨 갈 테니까.
‘나는 정확히 반대 이미지를 얻게 되겠지.’
이번 경연에서 나는 이전과는 달리 오히려 센터를 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에 분란과 갈등을 만들며 제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연습생으로 비추어질 테니까.
그리고 그건 강현진 또한 비슷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지금 날 가르치겠다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
바로 참지 않고 저렇게 물어 오는 걸 보면.
“아뇨, 전 형 못 가르치죠. 지금 [디어돌> 내에서 형 가르칠 수 있는 연습생이 어디 있어요. 제가 멘토님들도 아니고.”
“그럼 뭐 어쩌자는 건데?”
“그냥 오늘 오후만 잠깐 인간 메트로놈이나 형이 못 보는 거울이라고 생각해 달란 건데요.”
“…뭐?”
나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는 강현진의 앞에서 놈의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통찰안을 통해 대가를 지불한 후부터 강현진의 머리 위로는 일종의 코드 같은 것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꼭 시스템을 훔쳐보기라도 하는 것 같군.’
코드는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복잡한 형태를 이루며 흘러갔고, 그 해석은 마치 통찰안을 필터로 쓰기라도 하는 듯 직접적으로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딱 반나절만 제가 하자는 대로 해 주세요. 어차피 잃을 것도 없잖아요, 서로.”
그 서브 미션은 강현진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의 연습을 시키기 위해 거울이 없는 곳으로의 이동을 요구해 왔다. 어떻게 연습을 시켜야 할지에 대해서도 알려 주고 있었고.
다만 내 행동은 강현진에게는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보인 모양이었다.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장난질 치려고 반나절이나 유예 기간 준 거야? 사람 희망 고문하려고?”
분노로 붉게 물든 얼굴로 씩씩대던 강현진의 적개심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형을 희망 고문할 생각이었으면 숏 폼 촬영부터 그냥 센터 자리 맡겼겠죠. 다 잘되고 있다고 입바른 소리나 하면서. 그러다 직전에 센터 바꾸는 게 더 형을 잘 엿 먹일 수 있는 방법이지 않았을까요.”
“뭐?”
강현진의 날카로운 되물음에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지금까지는 내내 협조적이더니 이제 와서 경계를 하고 벽을 치고 있어 골치가 아팠다. 시간도 없는데.
‘애초에 자기 뼈 깎아 장난질 치는 놈이 어디 있냐고 말할 수도 없고.’
시스템의 존재를 모르는 놈에게 쓸데없이 내가 이 정도 대가를 지불해 가면서 너를 위한 길을 찾아다 준 거니까 잔말 말고 따라라, 할 수도 없고.
어떻게든 설득을 해야 하기는 하지만.
‘…억울한 건 억울한 거지.’
이후의 페널티에 지불할 수 있는 포인트를 대거 지불하는 건 꽤나 뼈아픈 일이었다. 가뜩이나 이후의 떡락이 예정돼 있는 현 상황에서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현진의 서브 미션을 여는 데 그 포인트를 쓸 수밖에 없었던 건.
“형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는데… 저도 이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거든요. 근데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저보다도 형이 더 잘 알 것 같네요.”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거 본인이 더 잘 아시지 않나요.”
“……!”
강현진이 정말로 ‘마지막’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놈에게 아주 분명한 사실 하나를 더 짚어 주었다.
“지금 반나절 동안 혼자 개인 연습한 다음에 원래 컨디션 되찾을 자신 있어요?”
“…해 보기 전엔 모르지.”
나는 강현진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게 가능했으면 이미 이 며칠 동안 형이 잠도 안 자고 새벽 연습하는 동안 제 컨디션 찾았겠죠.”
이미 며칠 동안 강현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써 보았다. 하지만 컨디션은 되돌아오기는커녕 더 나빠져만 갔다. 그건 강현진이 혼자서는 이번 슬럼프를 이겨 낼 수 없다는 것을 뜻했다.
적어도 이 경연 합숙 기간 동안에는.
‘또 한 번, 지속적으로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과거처럼 슬럼프를 이겨 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너무 늦다.
그리고 강현진은 이번 경연을 이겨 내지 못하면 완전히 무너질 터였다. 또 한 번의 탈락과 부모로부터 받은 기한의 종결을 더 이상 견뎌 낼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 놈이나 나나 이 경연 동안 끝장을 내야 했다.
나는 아직까지도 떨떠름한 얼굴로 망설이는 강현진을 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딴 거 다 집어치우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죠. 제가 형을 엿 먹여서 무슨 이득을 볼까요.”
이미 1등은 내가 가졌고, 같은 팀인 만큼 놈이 무너지기를 바랄 리도 없다. 한 명이 무너지면 팀 전체에 피해가 가니까.
“…그건.”
강현진 또한 이 간단한 사실을 이제야 눈치챘는지, 말문이 막힌 듯 더 말을 뱉지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의심을 놓지 못하겠는 듯, 놈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의문 하나를 더 꺼내 놓았다.
“…그렇게까지 생각하는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반나절이나 나한테 시간을 준 거야? 이 반나절이 애초부터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데 대체…….”
“전 시간 낭비라고 한 적 없는데요. 형이 ‘혼자’ 하는 연습이 제대로 안 될 거란 거지.”
나는 층계참에 앉아 연습실에서 가져온 태블릿을 옆에 두었다. 그러고는 손뼉을 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니까 딱 이 반나절만 저랑 같이 해 봐요. 그 후에도 안 되면 형 마음대로 하시고. 어차피 손해 볼 거 없지 않나, 잘되면 좋고 안 되어도 더 나쁠 일은 없잖아요.”
“…네 말 뜻은 알겠어. 그런데 대체 이런 걸 왜 하려고 하는 건데? 기껏 반나절이나 벌어 놓고 나한테 붙어서 넌 이게 무슨 이득이 되는데.”
“이 팀이 제대로 나가는 게 저한텐 이득이에요. 형이 중간에 포기하거나 제 컨디션 못 찾아서 무대 망치면, 그게 제일 나쁜 결과 아니에요?”
“…….”
“리더 새끼가 뭐 하길래 팀을 제대로 못 이끌었냐, 저딴 무대도 무대랍시고 올려놨냐, 들을 수 있는 말은 다 듣겠죠. 그거 싫어서 이러는 거니까 협조 좀 해 주세요, 하기 싫어도.”
“난 하기 싫다고 한 적 없어.”
“그럼 해 봐요, 어떻게든.”
욱한 듯 내 말을 받아치는 강현진에게 나는 똑바르게 말했다. 그러자 강현진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벅벅 헤집더니, 곧 내 앞에 섰다.
“…뭐부터 하면 되는데?”
이제야 말이 좀 통하네.
이제야 납득을 한 듯 엉거주춤 선 강현진을 보며, 나는 솔직하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주의 사항을 읊어 주었다.
“연습하는 동안 딱 두 가지만 생각해 주세요.”
“말해 봐.”
“앞으로 전 인간 메트로놈이나 경보기, 스피커가 될 겁니다. 형은 자기가 잘 추고 있는지 못 추고 있는지 판단하지 말고, 다리 상태도 신경 쓰지 마요. 형 다리 멀쩡한 거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잖아요.”
“……!”
“이상하게 나간다, 저거 다치기 쉬운 방향이다 싶으면 이야기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강현진의 슬럼프는 마음의 문제도 있지만, 트라우마의 문제도 있었다.
[캐치 탤런트> 탈락 이후 다리를 다쳐 한동안 연습을 하지 못하고 그 이후 기나긴 슬럼프를 겪게 된 강현진은 다리 부상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그래서 동작이 더 소극적이게 됐고.’
이번 경연곡인 ‘DAZZLE’은 유독 다리 동작이 많은 안무를 위주로 한다. 그러나 다리를 다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강현진은 제대로 몸을 쓰지 못하게 된 거다.
하지만 강현진은 이미 모든 동작을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몸을 쓰는지, 어떻게 춤을 춰야 하는지 본인의 머리가 아니라 몸이 더 잘 알고 있는 거다.
하지만 슬럼프와 다리 부상을 신경 쓰게 된 강현진은 몸이 아니라 머리로 판단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놈에게는 거울이 필요 없는 거다.
지금은 그냥 몸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확인은 필요하겠지. 자칫 이상한 동작으로 굳어질 수 있으니.’
그렇다면 그 확인은 내가 하면 된다. 그걸 위해 단둘이 있을 수 있는 곳으로 놈을 데려오게 된 거니까.
“시작할게요.”
그리고 내가 ‘DAZZLE’의 BPM에 맞추어 반복적으로 박수를 치고, 강현진이 서투르게 스텝을 밟아 나가기 시작한 후.
“…대체 이 방법이 먹힐 거라곤 어떻게 확신하는 거야?”
한순간, 몸을 움직이던 강현진은 숨을 헐떡이며 멈추어 서곤 답답한 얼굴로 말했다.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만큼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에 대한 내 대답은 간단했다.
“형이 알려 준 탭댄스 스텝이나 움직이는 방법 같은 거, 이미 형은 다 알고 있는 동작들이잖아요.”
“그런데?”
“그거 믿는 거죠.”
강현진이 가지고 있는 천부적인 재능과 그동안 움직여 왔기에 놈의 몸에 새겨졌을 연습량.
그것들이 내가 강현진을 끝까지 데리고 가야 한다고 마음먹게 된 이유였다. 컨디션을 찾은 강현진은 그 누구보다도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 줄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무엇보다도.
『SUB MISSION: 극복의 길』
달성도 – 47.2%
양아치여도 조력 하나만큼은 확실한 게 놈의 머리맡에서 돕고 있지 않나.
이건 배팅하지 않는 게 바보였다.
“…이상한 애다, 너.”
누가 할 소릴…….
나는 한참을 연습하다가 나를 힐끗대고 중얼거리는 강현진에게 차마 그렇게 답하지 못하고 또다시 기계처럼 박수만 쳤다.
그리고 그렇게 반나절이 지난 후.
“…한 번만 더 보여 주게 해 줄래?”
강현진은 긴장한 얼굴로 다시 팀원들 앞에 설 수 있었다. 아마도 어제와는 전혀 다른 컨디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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