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74)
오전 연습이 시작된 후, 우리는 전날 이야기했던 대로 센터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센터 지망하고 싶으신 분들끼리 한 번씩 포인트 동작 해 보는 걸로 할까요.”
내 말에 앞으로 나선 건 네 명이었다.
“음, 기회가 있으면 나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서……. 하하.”
먼저 박원효.
“오, 제한 없는 거지? 그럼 나도 할래.”
그다음이 에이든 리.
“…내가 제일 마지막에 할게.”
마지막이 강현진이었다.
“추천도 되면 전 유하 형 추천하고 싶은데요.”
…거기에 더해 경지원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된 나까지, 총 네 명 말이다.
얼결에 현재 팀원인 여섯 중 네 명이 센터 후보로 참여하게 되었으므로, 투표 방법은 약간 변경될 수밖에 없었다.
“각자 포인트 동작 해 보되 현재 반수 이상이 후보로 나왔으니까, 각자 자기 자신 포함해 표를 던질 수 있는 걸로 갈까요.”
팀원들의 수긍 후, 포인트 동작을 해 보기 위해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선 건 박원효였다.
박원효는 메인 댄서를 지망하는 연습생답게 깔끔하고 힘 있는 동작으로 무난하게 동작을 해냈다.
이어진 에이든 리의 춤 선 또한 더할 나위 없었다. 디테일을 잘 표현한다기보다는 포인트를 잘 짚으면서 각을 잘 살려 ‘보는 맛’ 있는 춤을 춘 것이다.
세 번째로 내 차례까지 끝난 후, 강현진은 연습실 중앙에 섰다.
“…시작할게, 틀어 줘.”
강현진은 MR이 흘러나오기 전 잠시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응시했다. 그러고는 시야를 내려 자신을 바라보는 팀원들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마침내 MR이 흘러나오자.
“……!”
“…와.”
“뭐야……?”
이번 합숙 동안 보여 주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춤 선을 보여 주었다.
‘…범접 불가인데.’
어제 강현진의 연습을 도와주며 실시간으로 무너졌던 놈의 춤이 쌓아 올려지는 과정을 지켜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강현진의 댄스에 나는 새삼스럽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건 재능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었으니까.
‘저 춤을 보고서도 그만두라 말할 수 있나.’
이쯤 되면 본인이 싫다고 해도 제발 춤만 추고 살아 달라며 빌어야 될 수준인데.
나는 헛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어제의 연습으로 전부 채우지 못해 남아 있던 놈의 서브 미션 달성률이 실시간으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SUB MISSION: 극복의 길』
달성도 – 100%(달성 완료!)
※모든 스텟이 기존으로 되돌아가며, ‘버프’가 해금됩니다.
놈의 머리 위의 달성률이 100%를 달성한 순간, 눈앞에 강현진의 ‘원래’ 스텟이 펼쳐졌다.
『강현진』
세부 특성
특기(노래): C+
특기(춤): S-
매력(외모): S-
매력(분위기): A
끼(표현력): S
끼(집중력): B-
체력(신체): A+
체력(정신): C→C+(1 스텟 상승!)
버프: 오늘 이 숨이 다한다 해도
“단 하루만이라도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정신력 스텟에 따라 특기(춤) 능력치 변동
B+ 이상일 시 특기 +200
C- 이하일 시 특기 -200
‘…지금 저 스텟을 따라갈 연습생은 [디어돌>엔 없겠군.’
천재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리고 강현진을 지켜보던 팀원들은 모두 나와 똑같이 생각했을 터였다.
“투표 시작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직후 이어진 투표에서 강현진은 몰표를 받았으니까.
자기 자신의 표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 * *
“원유하.”
그날의 단체 연습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강현진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고, 원래 우리가 그에게 기대했던 대로 오히려 뒤떨어지는 팀원들을 붙잡고 주축에서 중심이 되어 주었다.
그에 따라 다른 팀원들이 너무나도 만족한 표정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고 있을 때였다. 또 한 번 강현진이 나를 부른 것은.
“…왜요?”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강현진은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고마워.”
뜻하지 않게 솔직하게 내밀어진 인사에 나는 잠시 벙찐 채 말을 내뱉지 못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내 반응에 강현진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원래는 어제… 이야기했어야 했던 것 같은데, 너무 늦은 것 같아. 미안해.”
답지 않은 조심스러움에 오히려 할 말이 없었다. 그대로 덥석 인사를 받는 것도 뭣하고 그렇다고 무시하는 것도 이상해서, 나는 말을 흐리며 대답했다.
“…아뇨, 딱히 형만 좋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요.”
딱히 답할 말이 없어 꺼낸 거긴 하지만, 내 말은 진심이었다.
『SUB MISSION: 극복의 길 – 미션 성공!』
적절한 조력으로 인한 강현진의 스텟 복구·버프 개화 달성
보상: 특기(춤) 스텟 1 상승(B→B+)
정말로 이득이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예상하지 못한 결과긴 하지만, 강현진의 서브 미션이 완전히 달성되자 시스템은 뜻하지 않게 보상을 내려 주었다. 당장의 경연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일 만한 보상인 만큼 완전히 밑지는 장사를 하진 않은 셈이었다.
그러나 강현진은 내 말을 겸양 정도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개인 시간 할애해 가면서까지 돕는 거 쉽지 않단 거 알아……. 내 태도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
나는 그 말에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3차까지 경연이 진행되는 동안, 강현진과의 신경전을 통해 적잖은 심력 소모를 한 건 맞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걸로 괜한 꼬투리를 잡고 싶진 않았다. 강현진은 이제 내게 쓸데없는 적개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고, 그런 만큼 이제 와 트집을 잡으면 그건 그거대로 시간 낭비밖에 안 되니까.
“태도랑은 상관없이 형만큼 잘하는 사람 우리 팀 중에 없잖아요.”
“며칠 동안 그런 컨디션 보여 줬는데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자조적으로 묻는 것에 나는 깊은 생각 없이 답했다.
“한 번 이겨 낸 적 있는 거 아니에요?”
그 말에 강현진은 한동안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식당이 얼마 안 남았을 즈음 다시 입을 열었다.
“…비슷한 경험 있는 거지, 너.”
나는 잠시 강현진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라 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간의 생각 후, 뭘 말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있었다.
‘슬럼프 이야기인가.’
그러고 보면 강현진은 처음 만났을 때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연습생 기간 5년 차라고 했지……? 처음에는 폼이 좀 무너져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잘 극복했나 봐. 그것도 5일 만에.
아마도 내가 강현진을 보며 어떤 익숙함을 느꼈던 것처럼, 강현진도 첫 레벨 평가 당시의 나를 보며 내가 슬럼프를 겪었다는 걸 알아챈 것 같았다.
‘…그럼 그거 때문이었나, 처음에는 호의적이다가 나중에 갑자기 태도가 변한 게.’
레벨 평가에서 자신과 동일하게 슬럼프를 겪었다가 극복을 한 것 같다고 판단했는데, 이후에 유찬희가 그 모습이 다 연기라고 쏘아붙이는 바람에 오해를 하게 된 모양이었다. 유찬희의 말이 놈의 트라우마를 아주 직격으로 건드려 버린 탓에 말이다.
“…네.”
그때는 어차피 이런 말을 해도 듣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달랐다. 나는 강현진의 물음에 조용히 수긍했다.
“…그래.”
내 말에 강현진은 이전과는 달리 더 말을 덧붙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그럼 그건… 괜찮은 거야?”
“뭐가요?”
“…인생 그래프 때.”
나로서는 완전히 잊고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정확히는, 미뤄 두었던 화제를.
뜻밖의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으나, 나는 이 이야기를 그냥은 흘려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봤지.’
에이든 리 또한 내 상태를 느끼긴 했겠으나, 그때 놈과 나는 완전히 어두운 밀실에 갇혀 있었다. 감각으로는 느꼈겠지만 시각으로는 제대로 보지 못했을 터.
하지만 문을 열고 다급하게 뛰쳐나간 내가 원래 페이스를 되찾기 위해 헐떡대는 과정을 모두 지켜본 강현진은 에이든 리에 비해 더 정확하게 나를 지켜봤을 것이다.
게다가 놈 또한 다리 부상에 따른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상황.
말관 달리 괜찮지 않다는 것쯤은 쉽게 파악했을 것이다.
“평상시에 좁은 곳에 들어갈 일은 없잖아요.”
그에 나는 에이든 리 때처럼 에둘러 말을 돌리지 않고, 적당히 답하기로 했다. 강현진에게는 에이든 리처럼 숨기는 건 통하지 않을 테니까.
“병원 같은 건 안 가도 돼?”
“병원까지 갈 일은 아니에요. 애초에 형도 안 가시잖아요.”
“나는…….”
머쓱한 듯 강현진이 말을 흐렸기에, 나는 픽 웃고는 말을 이었다.
“경연 때 갑자기 어디 갇히진 않을 거니까 신경 안 써도 돼요. 그때처럼 갑자기 페이스 잃을 일 없어요.”
내 스스로 골방 같은 데 들어갈 일은 없고, 누군가가 무턱대고 나를 가둘 일도 없다. 일상생활을 이어 가는 데는 특별히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현진은 어딘가 탐탁지 않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에 핀잔을 주듯 말했다.
“남은 연습 기간 동안 어디 가둘 건 아니잖아요, 절.”
“……! 내가 그런 걸 왜 해! 절대 그런 일 안 해.”
화들짝 놀라 정색하고 부정하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돌리고 식당 문을 열며 답했다.
“그럼 됐죠. 누가 절 가둘 일 없고, 형도 갑자기 부상당할 일 없을 거고. 뭘 더 걱정해요.”
“하지만 그런 건.”
“……?”
강현진은 식당으로 들어가기 직전 멈춰 선 채 잠시 침묵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우려된다는 것처럼.
그러다가는 이내 결심한 듯, 놈은 입을 열었다.
“…갑자기 터지는 거잖아, 나처럼.”
아무리 봐도 걱정을 놓지 못하는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고 결국 놈을 안심시키기 위한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전 여섯 살 때예요.”
“뭐?”
“제가 어디 갇혔던 건 너무 오래전 일이라고요. 그러니까 갑자기 터질 일은 없어요.”
그건 이제 대부분이 흐릿한, 어떤 감각 같은 것만 남아 있는 과거였다. 그리고 그때와 지금, 나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유하야, 내 말 잘 들어. 여기서 나오지 마. 그럼 모든 게 다 잘될 거야.
이제 그런 말을 들어줄 생각 같은 건 추호도 없었으니까.
그러기엔 너무 많이 자랐고, 너무 많은 걸 잃었지 않나.
* * *
마침내 찾아온 3차 경연 당일, 댄스 멘토 제인은 아침부터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잘하려나 모르겠네.’
심사 위원으로서 편파적인 감정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멘토도 사람이다. 자연히 마음이 가는 연습생이 없을 리가 없었다.
‘그쪽 센터 완전 죽 쒔었는데. 잘하던 애가 갑자기 그렇게 돼선.’
가히 천재적인 재능을 뽐내며 1차 경연부터 승승장구하던 강현진은 3차 경연이 시작된 이후 급작스럽게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 팀에는 제인이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마음속 원픽, 원유하가 있었고.
‘전형적인 슬럼프 같았는데… 그건 이번에 못 살려. 팀이 살려면 센터 교체밖에 없고.’
제인의 예상대로 ‘떡상’을 이뤄 낸 원유하보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은 분명 팀 내에 몇 명이 더 있었지만, 제인은 리오의 말대로 원유하야말로 그 팀의 센터감이라 생각했다. 춤은 몸을 잘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지 그뿐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표현력까지 가지고 있던 강현진의 재능이 더욱 주목받았던 거지만…….
‘걘 재기 불능이야.’
그렇게 무너진 천재들일수록 더 일어서기가 힘들다. 제인의 주변에도 그런 식으로 길을 잃은 댄서들이 종종 있었으니까.
하필 어제의 리허설을 타 스케줄 때문에 불참하게 되어, 제인은 3조의 마지막 퍼포먼스를 지켜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더욱 불안한 마음이었는데.
“아, 제인 씨 어제 왔어야 했는데.”
제인은 기세등등한 도민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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