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76)
제인이 두 사람 사이의 기묘한 기류에 의아해하는 사이, 백이현의 시선은 가볍게 원유하에게서 넘어갔다.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응원의 말을 남긴 후 백이현이 마이크를 내리자 세트장 안쪽이 연습생들의 열띤 환호로 가득 찼다.
제인은 다른 멘토들과 함께 박수를 치며 원유하의 얼굴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원유하는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덤덤한 얼굴로 다른 연습생들처럼 박수를 치고 있었다.
‘…방금 뭐였지?’
멘토들과 함께 세트장을 빠져나가면서도 제인은 뭔지 모를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원유하가 저런 식으로 정색을 하는 얼굴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현 씨, 유하랑은 이전에도 한번 본 적이 있으세요?”
그렇기에 모니터 룸에 들어온 후 제인은 궁금증을 참지 않고 백이현에게 물었다.
백이현은 잠시 놀란 얼굴로 제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머쓱한 표정으로 답했다.
“…티가 났어요?”
“아, 두 명 원래 알고 있는 사이야?”
옆에서 그 말을 듣던 리오가 반색하며 묻자 백이현은 쑥스럽다는 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음, 티 안 내려고 했는데. 어릴 때 알던 동생이에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긴 하지만……. 유하도 제가 출연한다는 사실은 몰랐을 거예요.”
“유하도 놀란 것 같아 보이던데.”
“그럴 거예요. 오랫동안 서로 연락을 못 했으니까. 너무 어릴 때 헤어져서, 찾고 싶단 생각은 있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죠.”
“그럼 그 별스타 게시글도 그래서 올린 거였어요? 유하 지원 사격하려고?”
차미나의 물음에 백이현은 고개를 저었다.
“개인적으로 응원해 주고 싶은 사심이 없었다고는 못 하겠지만, 무대에 감동한 건 진짜예요. 저도 서바이벌 출신인걸요, 다른 연습생 모두 진심인 걸 아는데 친분 때문에 올리진 않아요. 유하 너무 잘하지 않았어요?”
“아, 그럼. 솔직히 지금까지 [디어돌> 무대 중 레전드로 꼽히잖아. 심지어 리버스 포지션이었는데 그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어.”
도민이 자신의 말을 맞받아 말하자, 백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의견에 동의했다.
“오키드 멤버들도 감탄했어요. 특히 유하는 어릴 때부터 남다른 애였는데 너무 잘 자랐더라고요. 그래서 우찬이 형이 올리겠다는 거 제가 먼저 선수 쳤어요.”
“그 직캠으로 유하 팬덤도 커진 것 같더라. 실시간에도 오르고.”
“음, 그래도 친분은 안 드러내려고 했는데… 혹시 티가 났다면…….”
“아니야, 아니야. 전혀 티 안 났어. 이현이가 말하기 전까진 몰랐는데. 동생도 공사 구분 잘하는데 형도 공사 구분 잘하네. 끼리끼리 논다는 게 맞는 말인가 보다.”
그 말에 도민이 흐뭇하게 답하는 것을 보며 백이현은 수줍게 웃었다.
곧 스태프의 부름에 진행을 하러 백이현이 모니터 룸을 나선 후에도 두 명의 뜻밖의 인연에 대한 멘토들의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런데 진짜 의외다, 이현이가 이런 식으로 사적인 인연 드러낸 적 지금까지 없었는데.”
“사회생활은 잘하는데 친구는 없는 이미지였잖아요? 오키드 멤버들이랑도 딱 선 지키는 관계라고 하고. 근데 옛날에 아는 동생 응원하러 [디어돌>까지 오다니 신기하네.”
“그것도 연예인 되기 전의 관계라잖아, 좀 흥미롭다. 이거 방송으로 잘 만들면 재밌겠는데.”
다들 새롭게 알게 된 백이현의 의외의 면모에 대해 떠드는 동안, 제인은 계속해서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는 찜찜함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백이현의 표정은 정말로 아끼는 동생을 대하듯 애정이 넘쳤고 하는 말도 원유하를 잘 알고 있는 듯했지만, 막상 백이현과 마주했을 찰나 지나쳤던 원유하의 표정은…….
‘경멸하는 것 같았는데.’
그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훈훈한 관계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 *
“점점 더 열기를 더해 가는 [디자인 유어 아이돌>! 어느새 무대는 단 한 팀만이 남아 있는데요.”
“아아아아…….”
“하지만 아쉬워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팀은 멘토님들이 꼽은 ‘가장 기대되는 팀’이자 이번 경연의 어벤져스 팀이라고 하는데요. 저도 개인적으로 정말 기대가 되는 조합인 것 같습니다. 자, 만나 볼까요?”
3조의 무대 순서는 가장 마지막으로 배정되어 있었다. 깔끔하고 단정한 진행 실력으로 앞선 네 팀의 무대를 끝낸 백이현은 가장 마지막으로 원유하의 팀을 소개했다.
“‘국민괴도’ 팀, 나와 주세요!”
백이현은 무대로 들어서는 원유하를 바라보았다. 숏 폼 영상에서와 같이 3조는 모두 수트를 기반으로 한 의상을 맞춰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들의 의상에서는 절제나 딱딱함보다는 의도된 자유로움이 풍겼다.
느슨하게 풀린 옷깃의 단추며 재킷 없는 상의, 걷어 올린 와이셔츠의 소매나 베스트 없이 멜빵을 차고 반바지에 긴 양말과 검은 구두를 매치하는 등 분위기에서 재치가 느껴졌다.
무대로 입장하는 원유하와 눈이 마주친 백이현은 그에게 웃어 주었다. 원유하는 아까 전처럼 정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시선을 피함으로써 그 웃음을 외면했다.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아이돌 메이커님들! 저희는 아이돌 메이커님들의 마음을 훔치러 온~.”
“여러분의 국민 괴도입니다!”
무대에 입장해 마이크를 받자마자 원유하의 구호에 맞추어 위트 있게 인사를 건넨 팀원들은 쏟아지는 환호 속에서 각자 손을 흔들었다. 백이현은 그런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국민괴도 팀은 3차 경연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었는데요, 기다리시는 동안 앞선 무대들을 보며 긴장도 되었을 것 같습니다.”
“다들 너무 잘해서 솔직히 긴장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저희도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그런 부분에서 저희의 노력을 떠올리며 무대를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저희 무대에 자신이 있으니까요! 아이돌 메이커님들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팀원 중 하나인 박원효가 하는 말에 이어 에이든 리 또한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온 가운데, 백이현은 스크립트에 적혀 있던 말을 물었다.
“하하, 멋진 무대 기대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국민괴도 팀은 무대에 오르기까지 이런저런 사건 사고가 많았다는데, 사실인가요? 다른 팀과는 달리 숏 폼 영상과 무대의 센터가 다르다고도 하던데요.”
“…네, 맞습니다.”
거기에 답하기 위해 마이크를 든 건 원유하였다. 원유하는 관객석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숏 폼 영상의 센터는 저였지만 오늘 무대의 센터는 현진이 형이에요.”
“중간에 센터 변경이 이루어질 뻔했다고 들었는데요.”
“네, 하지만 센터 변경은 한 번도 된 적 없어요. 저희 팀은 계속해서 현진이 형이 이번 경연 곡을 제일 잘 살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만큼 이번 무대에도 자신 있습니다. 저희 센터가 최고거든요.”
원유하가 강현진을 흘긋 바라보고 미소 지으며 은근한 기대를 높이듯 이야기하는 것에 관객석 아래에서 환호가 터졌다. 그에 백이현은 은은하게 웃으며 타깃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엄청난 찬사인데요. 자, 그럼 강현진 연습생. 팀원들의 든든한 지지 속에서 무대를 하게 된 만큼 센터로서의 책임감도 무거울 것 같습니다.”
“…먼저 믿어 주고 계속해서 기회를 준 팀원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멋진 무대 보여 드리려 합니다. 합숙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백이현의 리드에 따라 강현진은 마이크를 든 채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고는 잠시 팀원들을 바라본 후, 원유하와 잠시 시선을 마주했다.
“…….”
“…팀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더인 유하에게 큰 도움을 받아서 이겨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무대 전이지만 고맙다고 꼭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돌 메이커님들께도 꼭 기대를 만족시켜 드릴 수 있는 무대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흠, 이렇게 가나.
백이현은 서로를 물어뜯지 않고 격려하듯 말을 끝낸 두 명에게서 시선을 돌려 큐카드를 바라보았다.
그간 들은 바로 따지면 둘 중 적어도 한 명쯤은 상대방을 적대시할 듯했고, 만약 그렇다면 그게 강현진이 되리라 예상했건만 어째서인지 이제 두 명은 서로 신경전을 벌이진 않는 듯했다.
아마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낸 건 원유하일 테고.
‘여전하네, 유하는.’
백이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픽 웃고는 마무리 멘트를 뱉었다.
“소감 잘 들었습니다. 강현진 연습생뿐만이 아닌 다른 연습생들 또한 ‘어벤져스’라 불릴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 저도 정말 기대가 됩니다. 그럼 국민괴도 팀의 무대를 보겠습니다.”
그 후 먼저 무대에서 빠진 백이현은 MC에게 준비된 모니터 룸으로 들어갔다.
빠르게 무대가 설치되고 다시 한번 국민괴도 팀이 입장해 자세를 잡는 동안, 백이현은 느긋하게 시작을 기다렸다.
팀은 강현진을 주축으로 한 줄로 서 있었다. 천천히 인트로가 시작되며 무대 위로 바람이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깔렸다.
곧 스크린 너머로 빛나는 보석이 떠오르고, 한 줄기 빛이 무대 위로 내리쬐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강현진은 고개를 들었다.
-you ready?
(yeah, I’m ready)
고개를 까딱이며 인트로에 화답한 강현진에 이어 어딘가에서 코인이 굴러떨어지고 게임이 시작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그러고는 곧 재지한 피아노 선율이 무대 위로 깔렸다.
스크린은 어느새 거대한 시계탑을 비롯해 고풍스러운 건물이 가득한 유럽의 도시로 바뀐다.
어두운 밤, 빛이 비추는 도시를 배경으로 의미심장한 인트로와는 달리 콘트라베이스의 선율과 드럼 비트가 아래로 깔리며 직전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듯한 화려한 선율이 무대를 채웠다.
-새까만 빛으로 물든 이 밤
화려히 빛나는 조명 속
-잠들어 있는 my royal
직후 강현진을 주축으로 한 줄로 서 있던 대형이 두 줄로 갈리며 나타난 건 원유하였다.
카메라가 마주 선 두 명의 연습생을 담아 냈다. 풍부한 표정을 통해 느른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원유하와 자신감 있는 제스처와 몸을 튕기는 웨이브를 선보이며 견제하듯 원유하를 터치하고 스쳐 지나가는 강현진에 이어 뒤쪽에 선 연습생들이 몸을 낮추어 군무를 표현했다.
-게임의 끝은 winner or looser
-승부를 위한 take 1
위험한 연기에 날 맡겨
강현진과 원유하가 뒤로 빠지고 이어서 나온 것은 에이든 리와 박원효였다. 무언가를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재치 있게 주변을 둘러보던 에이든 리는 환한 미소와 함께 윙크하며 손을 뻗었다.
원을 그리며 모여든 팀원들을 피하기라도 하듯 슬라이딩하며 앞으로 나선 박원효는 그런 에이든 리와 하이파이브하며 자신감 있는 포인트 동작을 선보였다.
모여든 멤버들이 두 명의 연습생을 감싸고 시계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도는 동안, 이번에는 경지원과 원유하가 앞으로 나섰다.
-깊어지는 이 순간이 이끄는 클라이막스
출구란 없는 너란 미로 속
-마지막 주사위를 던져
확신이 나를 이끌어
한결 부드럽고 기교가 많은 경지원의 목소리와 함께 깨끗하고 정직하지만 풍부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원유하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섞여 들어가고, 대각선으로 변형되는 군무 사이 센터로 나선 건 강현진이었다.
-(keep closer)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뻗은 강현진의 속삭임에 관객석 아래에서 환호가 터지고, 곧 그의 리드에 맞추어 무대 위로 화려한 군무가 펼쳐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