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79)
“…유하야, 혹시 무슨 일 있었어?”
순위 발표까지 끝난 후, 해산을 위해 짐 가방을 싸러 숙소 방으로 들어왔을 때였다. 각자 짐을 정리하던 중 주단우가 툭 던진 질문에 나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자 순간 방 안에서 같이 옷을 정리하고 있던 에이든 리와 강현진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 눈빛들은 아까 전부터 벼르고 있었다는 듯 집요했다.
“…아뇨, 별일 없는데요.”
“그렇다기에는 잠깐 나갔다 온 이후부터 표정 안 좋았잖아.”
내 대답에 에이든 리는 바로 반박했다. 아까 전부터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눈치 빠른 놈.’
나는 그 대답에 잠시 혀를 찼다. 평소에는 일부러 남 눈치 안 보고 다니더니, 꼭 자기가 관심 있는 것에만 재빠르게 눈치가 돌아가는 게 영 귀찮았던 것이다.
“…혹시 제작진 측에서 뭐라고 하기라도 했어?”
“…….”
그때 강현진이 하는 말에 나는 고개를 들고 놈의 기색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또 한 번 내가 제작진과 결탁해 뭔가 부당한 이득을 받았을 거라 생각하고 저런 말을 꺼냈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니네.’
이전과 달리 강현진의 얼굴에서는 어떤 적대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걱정이라면 몰라도.
그 변화에 나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짐을 다 챙긴 캐리어의 지퍼를 닫으며 입을 열었다.
“진짜 별일 아니에요. 그냥 보기 싫은 얼굴 하나 봐서 그런 거라.”
“보기 싫은 얼굴? 유하, 누구랑 싸웠어?”
“싸웠다기보다는.”
나는 캐리어를 고쳐 세우고는 무어라 말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내가 백이현 안티라서.”
“…어?”
“응?”
적당히 무마시킬 수 있을 만한 진실 하나를 꺼내 놓기로 했다.
“제가 리더잖아요. 팀 관련으로 나가서 잠깐 말 몇 마디 들었는데, 그러다 되돌아오는 길에 백이현 선배님 만났어요. 근데 제가 그분 싫어해서 기분 나빠진 거예요.”
“어…….”
“시, 싫어해?”
“네.”
나는 덤덤하게 답했다. 세 명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얼떨떨한 얼굴이었지만, 나는 찔리는 점이 없었다.
‘거짓말은 아니지.’
백이현은 공인이고, 보통 공인을 싫어하는 사람을 뭉뚱그려 안티라고 부르지 않나. 그런 걸로 치면 나도 대충 그런 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 터였다.
백이현과 내가 서로 알고 있는 사이라든가, 나눴던 대화 같은 건 꺼내지 않아도 되겠지.
“그… 그렇구나. 으응,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어……. 시, 싫어할 수도 있지. 그렇지.”
주단우나 강현진 모두 생각보다 순진해서, 안티라는 단어 하나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다급하게 말을 마무리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왜 싫어?”
다만 오히려 반대로 내 말이 에이든 리의 호기심을 자극한 듯, 놈은 눈까지 반짝대며 캐물으려 들었다.
“사람 싫어하는 데 이유가 뭐 필요해, 그냥 싫어.”
들러붙는 에이든 리를 쭉 밀어내며 캐리어를 문밖으로 빼내고 합숙소 바깥으로 나가는데, 그런 내 옆에 따라붙은 에이든 리가 어리둥절하다는 듯 말했다.
“아닌데, 그냥 싫어하는 거 아니지 않아? 진짜 이유 없어?”
“그냥 싫다니까.”
“그냥 싫은 게 어디 있어?”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강현진이 나름대로 쉴드를 치려는 듯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싫을 수도 있지, 나도 누구 예능인 싫어하는 사람 있어. 범죄 저지르고 나오는 게 꼴 보기 싫어서.”
“아, 나도 있… 는 거 같아. 그, 사고 친 선배…….”
주단우까지도 그렇게 말했지만, 에이든 리는 단호하게 두 명의 말을 자르며 선을 그었다.
“그건 이유 있는 ‘싫어’잖아요. 유하는 이유 없이 싫은 건데.”
“그냥 첫인상이 마음에 안 들었다거나 할 수도 있는 거지.”
“근데 유하는 이유 없이 사람 안 싫어할 것 같은데.”
“어, 그건…….”
“…그렇지?”
그에 다시금 의미심장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세 놈을 이번에는 완전히 무시하며 나는 재빠르게 택시에 올라탔다.
“엇, 유하!”
그런 내 뒤를 따라붙는 에이든 리의 부름이 들렸지만, 택시 문을 닫자 소리는 완전히 차단되었다.
“출발해 주세요.”
똑똑 창문을 두드리는 걸 무시하며 나는 생각했다. 당분간은 저놈 메시지는 읽지 않고 씹어야겠다고.
* * *
[에이든: 진짜 말 안 ㅎㅐ줘?] [에이든: 진짜 진짜 말 안 해?] [천세림: 뭐요?] [에이든: 유하가 백이현 선배 안티 된 이유] [천세림: 오? 유하 형 백이현 선배 싫어해요?] [천세림: 완전 의외다 나는 형이 싫어하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줄] [천세림: 형 약간 모든 사람에게는 이유가 있다… 이런 주의 아니었나] [천세림: 옛날에 뭐 마주친 적 있다거나 이런 건 아니죠?] [에이든: 원래 알앗어 그 선배랑?] [천세림: 나도 궁금해진다] [천세림: 두근두근] [에이든: 두근두근] [주단우: 얘들아 이야기 도중에 미안한데] [천세림: ?] [에이든: ??] [주단우: 우리 그래서 언제 만날까? 이벤트 카페 가는 거] [천세림: 아 맞다] [에이든: ㅇㅏ]이야기 도중 삼천포로 빠져 버린 걸 다시 붙잡아 주는 주단우 덕에 나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는 이벤트 카페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단톡방에 불이 붙은 게 뜻밖에도 백이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일부러 메시지를 보지 않고 무시 중이었기 때문이다.
[천세림: 우리 네 명 이벤트 카페 열린 거 알아요?]오늘 아침, 몇 개의 링크를 단톡방에 올리며 신이 나 소식을 전해 준 건 천세림이었다.
[디어돌> 내에서 가장 최초이자 손꼽히는 관계성으로 통하는 이른바 ‘룸메즈’의 팬덤이 연합으로 이벤트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니, 거기에 잠깐 들르면 좋을 것 같다는 거였다.‘…고마운 일이지.’
지하철 광고에 이어 생일도 아닌데 투표 독려와 홍보를 위해 이벤트 카페를 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았을지 짐작이 가기 때문에 더욱 고마운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천세림과 에이든 리, 주단우도 똑같이 생각한 모양이었다. 천세림이야 3차 경연 이후 아직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가 생방을 앞두고 있으니 관계성을 더 살리는 것도 좋을 거라고 추가적으로 판단하기도 했겠고.
나는 물끄러미 놈들이 대화하는 단체방을 내려다보았다.
[천세림: 근데 우리 만날 거면 아침 일찍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천세림: 이왕이면 오픈 시간 맞춰서] [에이든: 왜?] [천세림: 음.. 최대한 안전하기 위해?] [천세림: 지금 사생 붙은 연습생 엄청 많아요] [천세림: 형들도 있지 않나 지혁 형은 벌써 몇 명씩이나 붙었다던데] [에이든: 오..] [주단우: 조심하는 건 좋을 것 같아] [주단우: 나도 어머니 회사에 찾아왔었다고 들었어] [에이든: WHAT THE] [에이든: 갠찮ㅇㅏ요???] [주단우: 응 별 일은 없었는데] [주단우: 어머니가 놀라셨어서] [천세림: 음 역시 조심하는 게 좋겠다 사람 좀 빠진 아침부터 움직이죠]나는 그 대화를 보며 최근 연습을 위해 회사에 들어설 때마다 등 뒤에 따라붙던 외침들을 떠올렸다.
-유하야!
-원유하!!
보통 엔터테인먼트 앞에는 회사 소속 연예인들의 팬들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잠시 건물을 구경하러 오거나 소속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개중에는 얼굴을 보고 가는 데 그치지 않고 집까지 따라붙는 경우들도 있었다.
집과 회사를 비롯해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생들. [디어돌>의 위상이 올라가고 연습생들의 인지도가 올라갈 때마다 사생에 대한 피해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나마 다들 숙소 생활을 해서 정문에서 컷 당하는 경우가 많다지만.’
가드를 뚫고 들어가 숙소 앞에까지 간다든가, 아니면 연습생들의 본가에 쳐들어가는 경우도 잦아 [디어돌> 출연 연습생들은 꽤 골치를 썩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소속사가 케어를 해 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데뷔한 선배들에 비해 그 보호는 좀 약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나 또한 그런 경우들을 자주 본 탓에 외부로의 외출은 웬만해서는 삼가고 있는 중이었다. 회사에서 집으로 올 때도 굳이 돌아서 오는 편이었고.
덕분에 아직 사생이 붙었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조심하는 건 좋지.’
어쨌든 한 번 알려지면 그다음부터는 일상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테니까.
[에이든: 내일 가?] [천세림: 카페 언제까지랬죠?] [주단우: 이틀 뒤까지였던 것 같아] [천세림: 헉, 얼마 안 남았네요? 그럼 얼른 가야 될 거 같은데 다들 내일 뭐 해요? 연습 빠질 수 있어요?] [에이든: 나 돼] [주단우: 나도 괜찮을 것 같아] [천세림: 그럼 내일로 정할까요?] [나: 미안한데] [나: 내일모레는 안 될까] [천세림: 엇 형] [천세림: 내일 안 돼요?ㅠㅠ] [나: 미안] [나: 선약 있다] [에이든: 중요해?] [나: 어 미안] [나: 빠질 순 없을 것 같아서] [주단우: 그럼 나는 내일모레도 괜찮을 것 같아] [에이든: 나도 OK] [천세림: 그럼 내일모레로 해요~!] [나: 고마워] [천세림: 약속 잘 다녀와요 형~~~] [천세림: 올 때 메로나 ㅇ.[] [에이든: 세림이 아이스크림 먹고싶어?] [에이든: 내가 사주까] [천세림: 아니 진짜 먹고 싶은 게 아니고] [천세림: 음] [천세림: 네 사주세요]나는 이어지는 천세림과 에이든 리의 만담을 더 구경하지 않고 휴대폰을 껐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녀석을 바라보곤 사과했다.
“미안, 잠깐 답장하느라. 불러 놓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아니야, 괜찮아.”
현지오는 정말로 괜찮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괜히 바쁜 놈 불러다 놓고 한눈판 셈이 되어 버렸기에, 나는 더 지체하지 않고 휴대폰을 집어넣은 후 고개를 들었다.
최근 한 컴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현지오는 물 빠진 염색모에 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잠시 동안 휴식기를 가지고 있기에 딱히 정돈은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늘은 정기 레슨을 듣기 위해 비활동기임에도 회사에 찾아온 것으로, 간만에 본 현지오는 활동기에 오며 가며 마주쳤을 때와 비교해 분위기가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좋아 보인다, 유하야. 많이 건강해진 거 같아.”
“고마워.”
문득 현지오가 한 말에 나는 적당히 인사말을 건넸다. 내가 본인을 관찰했듯 현지오도 나를 쭉 훑어본 모양이었다. 아마 그 말은 빈말은 아닐 터였다.
‘건강이 좀 좋아지긴 했으니까, 실제로.’
[디어돌> 시작과 비교했을 때 체력 스텟이 세 단계나 올랐지 않나. 여전히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체력이지만, 이제는 춤 한번 췄다고 근육통으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그런데 그… 이번 3차 경연은, 괜찮았어?”
“……?”
서로에 대한 관찰을 마친 그때, 현지오가 갑작스럽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묻는 것에 나는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뭘 물으려고 하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 현지오가 눈치를 보듯 입을 열었다.
“이번에 좀, 편집 방향이… 좋진 않을 것 같아서.”
“아.”
나는 그제야 현지오의 조심스러움이 어디서 기인되었는지를 알아챌 수 있었다. 평소 [디어돌>을 빠짐없이 지켜보는 것 같더라니, 아무래도 예고편을 본 모양이었다.
걱정할 만하긴 했다.
-한 번만 더 해 보자. 이번에는 절대 실수 안 할 테니까…….
-아뇨. 형, 지금 여유 없잖아요.
-……!
-이번 숏 폼의 촬영 센터는 우선 저로 진행하겠습니다.
지난 방송의 말미를 장식한 예고편이 저런 대화로 끝이 났으니까.
이번 3차 경연의 최대 빌런이 나라는 걸 알려 주는 식으로.
오